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3)
병신[丙申]의 ‘申’의 훈[訓]은 ‘납’이다. 예전에는 원숭이를 ‘납’이라고 했고 새해의 육갑[六甲]으로 따져 첫 번째로 ‘申’이 들어가는 날을 상신일[上申日]라고 해서 지방에 따라 금기[禁忌]사항이 많았다. 이 날은 일손을 놓고 쉬고, 특히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서 칼질은 삼갔으며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 부엌의 네 귀를 비로 쓴 뒤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쓸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도 하며,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에 자른 나무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에는 좀이 많이 쓴다고도 생각하며 기피하였다고 한다. 한편,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상신일뿐 아니라 어느 신일에도 ‘원숭이’란 말을 입에 담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며, 불가피하게 말을 해야 될 경우 ‘잔나비’ 혹은 ‘잰나비’라고 바꾸어 말한다. ‘잔나비’는 몸이 작다는 의미고 ‘잰나비’ 몸짓이 재빠르다는 의미를 부가 시키며 원숭이의 이름이 변천하여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원숭이는 한자어 원성[猿猩]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며, 고릴라의 한국식 표기가 ‘큰성성이’인데 그 성성이가 성[猩]자를 쓴다. ‘원숭이’라는 동물은 일본, 중국 남부, 미얀마,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는 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은 동물원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동물이다. 한반도에서 역사의 기록상으로는 원숭이의 언급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삼국유사에 한국의 최초의 순교자로 일컬어지는 신라의 이차돈이 순교할 때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원숭이 떼가 떼 지어 울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사실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고 확실한 증거로는 구석기 시대의 유적들이다.
한반도의 원숭이
평양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50만년 전)의 유적에서 원숭이, 코끼리 물소, 큰쌍코뿔소 등의 유골이 출토된 바가 있다. 1973년에서 1980년까지 7년간 진행한 연세대 박물관 조사단의 4000여점의 유물을 발굴하였는데 이중에 지금은 없는 짧은 꼬리 원숭이 뼈가 발견되었고, 1976-1983년 충북 청주시 문의면 노현리 두루봉 동굴에서 큰원숭이의 아래턱 윗턱뼈가 발견되고, 1986년에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여천리 삼태산 중턱에 위치한 석회암 동국에서 큰원숭이의 턱뼈가 발견된 바 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봐서 최소한 구석기 시대까지는 원숭이가 한반도에서 활개 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일본열도가 대륙과 연결되어 있던 시기에 한반도에도 원숭이가 많이 살았을 테지만.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나눠지면서 원숭이가 사라졌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한반도의 원숭이는 신석기 시대로 넘어 오면서부터는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섬나라 일본과 달리 한반도에는 맹수들(호랑이, 표범 등)이 많이 살고 있어서 원숭이가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20-30만년 전에는 한반도가 원숭이가 서식하기 좋은 아열대 기후였으며, 인간들과 호랑이 등 고양잇과의 먹잇감이었기에 멸종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와는 달리 섬으로 격리되면서 천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 원숭이의 모습으로 진화하며 생존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장류[靈長類]
영장류[靈長類]는 분류학적으로 영장목[靈長目]에 속하는 원원류[原猿類-Prosimians, 원숭이와 유인원을 제외한]와 진원류[眞猿類-원숭이와 유인원]를 포함하고 있다. 원숭이는 유인원을 제외한 진원류의 영장류로 정의된다. 영장류를 또 정의하자면 사람상과[Superfamlily Hominoidea]에 속하는, 꼬리가 없는 종을 말하며, 이는 사람도 포함한다. 2과 8속 24종으로 나눈다. “사람상과”란 생소한 학술용어 이지난 생물분류의 단계인 문(門, Phylum, Division), 강(綱, Class), 목(目, Order), 과(科, Family), 속(属, Genus), 종(種, Species)에 없는 상과[上科- Superfamlily]는 과 보다 반단계[半段階]상위 단계를 설정한 것이다. 원숭이라면 사람을 제외한 사람상과[Hominadea]의 긴팔원숭이과[Hylobatidae]의 4속[属, Genus], 17종[種, Species]과 사람과[Superfamlily Hominoidea]로 분류되고 오랑우탕, 고릴라, 침팬치 등을 아울러서 말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유인원(Ape-꼬리 없는 원숭이)이라는 말에 인간은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 생물학적으로 인간 또한 유인원 분류에 포함된다.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상과(Superfamlily Hominoidea)에 속하는 동물이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큰 특징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꼬리가 없다는 것이다. 영장류도 분류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진다.
직비원류[直鼻猿類]와 곡비원류[曲鼻猿類]
외부 형태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 중에 코의 모양이다. 곧은 코 모양의 원숭이 무리를 직비원류[直鼻猿類], 굽은코 모양의 원숭이 무리를 곡비원류[曲鼻猿類]로 분류하고 직비원류도 신세게원숭이와 구세계원숭이로 나뉜다. 신세계원숭이는 콧구멍이 넓고 두 구멍 사이는 떨어져 있으며 위로 향해 있다. 주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나무 위에서 산다. 나무를 잘 타며 일부는 꼬리로 나무를 감을 수 있다. 꼬리감기원숭이·올빼미원숭이·다람쥐원숭이 등이 이에 속한다. 명주와 같이 결이 고운 털과 긴 꼬리를 가진 마모셋과 타마린 또한 신세계원숭이에 속한다. 반면 구세계원숭이는 콧구멍이 좁고 서로 가까이 붙어 있으며 아래로 향해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숲이나 초원·늪지대 같은 다양한 곳에서 생활한다. 나무를 감을 수 있느 꼬리는 없지만 앉을 때 사용하는 질긴 패드가 엉덩이에 나 있어 앉아서 잠을 잔다. 개코원숭이·망토원숭이·일본원숭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영장목의 원숭이 가운데서도 특히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긴팔원숭이 등을 묶어 따로 ‘유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원류 또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눈다.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신세계원숭이 또는 광비원소목(廣鼻猿小目, ‘코가 넓고 평평한 원숭이류’)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사는 구세계원숭이 협비원소목(狹鼻猿小目, ‘코가 좁은 원숭이류’)이다. 신세계원숭이는 꼬리감는원숭이, 고함원숭이, 다람쥐원숭이를 포함하고 있다. 협비원류는 구세계원숭이(개코원숭이와 마카크 등)와 긴팔원숭이 그리고 대형 유인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동아시아를 벗어나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현존하는 유일한 협비원류이지만, 화석 기록을 통해 기타 여러 종이 유럽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일부 영장류는 2000년대에 발견되었다. 원원류는 원시적인 원숭이류이며, 신생대 제3기[ 약 6550만 년 전]에는 번성하였으나 현존하는 원원류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원류와 비교하면 영징류 쪽 보다 하위의 포유류로 간주 할 수 있는 부류이다. 지능은 낮은 편이고 손발의 발가락 중에는 1~2개의 갈고리발톱이 있다. 인도에서 동남아시아에 걸쳐 분포하며 나무타기쥐가 이에 속한다.
동물의 지능순위
원숭이 하면 간단할 것 같은데 분류학적으로 따져 보면 복잡다기[複雜多岐]하다. 원숭이는 원숭이하목에 속하는 영장류 중 유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부르는 이름이다. 옛말로는 납 또는 잔나비라는 말은 원숭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에 쓰인 것이다. 오늘날에도 잔나비띠와 같이 일부 쓰인다. 인간의 관점에서 원숭이를 보면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 찰 수가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과 유사한 신체구조며 모방하는 행동 등 사람을 뺨칠 지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지 쉽지만 원숭이 말고도 놀랄 만한 지능적 행동을 하는 동물은 수없이 많다. 인간의 관점에서 동불의 지능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지만 수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 위해서 발표된 사례가 꽤 있다. 영국의 BBC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순위에 의하면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영리한 동물 1위는 침팬지, 2위는 돌고래, 3위는 오랑우탄, 4위는 문어 그리고 5위는 까마귀가 선정되었다. 생김새와 유전자가 사람과 가장 비슷한 침팬지의 경우 순간기억력에 있어서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 침팬지의 순간기억력이 높은데는 이유가 있다. 나무가 빽빽한 숲에 사는 침팬지들에게는 어느 나무의 과일이 잘 익었는지를 한눈에 알아내는 능력이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 위치를 순간적으로 한번만 보아도 머리속에 지도처럼 새기고 있어야 경쟁자들과 천적들의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다른 동물과 달리 무리를 지어 서열대상을 쫓아내기도 하며, 훈련을 받은 경우 사람과 그림문자로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중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능의 정도는 미로(迷路)를 통과할 수도 있고 병을 열 수도 있으며, 장난을 칠 정도라고 한다. 문어의 뇌는 큰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과 마찬가지로 몸통과 다리의 연결부에 있다. 그 큰 머리는 창자가 있는 몸통이다. 까마귀는 조류중 IQ가 가장 높은 동물이다. 북 아메리카에 사는 까마귀는 겨울이 오기 전에 소나무씨앗 3만여개를 땅에 파묻은 후 봄이 오면 씨앗이 묻힌 장소를 대부분 찾아낸다고 한다.
원숭이 사회
1950년대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이 미야자키현 고지마(幸島)에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들에게 흙이 묻은 고구마를 나눠 주고 어떻게 먹는지를 관찰했다. 처음에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몸에 문지른 후 먹거나 손으로 고구마에 붙은 흙을 털어내는 등의 꾀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イモ]라고 이름 붙여진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그후 한 달쯤 지나자 이모의 또래 원숭이가, 넉 달 뒤엔 이모의 어미가 이모처럼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었다. 나이 든 원숭이와 대다수 수컷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은 채 먹었다. 하지만 어린 원숭이와 암컷 원숭이를 중심으로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태가 조금씩 퍼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해, 가뭄이 심해 강물이 마르자 원숭이들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염분이 고구마에 더해져 더욱 맛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원숭이들은 가뭄이 끝난 후에도 계속 바닷물에 고구마를 담가 간을 맞춰 먹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도 나이 든 원숭이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았다. 원숭이 사회도 수구[守舊]골통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3)](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원숭이-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