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1)
이미 한달 전에 새해를 병신[丙申]이니, 원숭이 해니 하며 덕담도 나누고 매스컴이나 SNS에서 시끌벅적 한바탕 떠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병신[丙申]이나 원숭이 띠 이야기는 음력[陰曆]의 간지[干支]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셈법과는 무관함으로 2016년 1월 1일에 병신년이니 원숭이 해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해[年], 달[月], 날[日]과 때[時]에다가 간지를 부여해서 우주와 태양계의 운행의 시간을 셈하고 여기에다 재미있게도 상징적인 동물들을 부합시켜 기억하기 좋게 해 놓은 것이 음력이다. “띠”를 양력인 태양년으로 갖다 부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견강부회[牽强附會]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에 그 모순[矛盾]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음력은 해[年]를 중심으로 한 지구의 운행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한 양력과는 오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음력을 만든 선인[先人}들도 이미 이를 알아차리고 윤달[閏月]을 만들어 그 차이를 보완하며 해[年]가 바뀌고 달[月]이 바뀌면서 생기는 계절의 변화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며 살아 왔다. 음력의 1삭망월(朔望月)은 29.53059일이고, 1태양년은 365.2422일이므로 음력 12달은 1태양년보다 약 11일이 짧다.
윤달
그러므로 3년에 한 달, 또는 8년에 석 달의 윤달을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예로부터 윤달을 두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고안되었다. 그 중 19태양년에 7개월의 윤달을 두는 방법을 19년 7윤법(十九年七閏法)이라 하여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19태양년이 235태음월과 같은 일수가 된다. 19태양년=365.2422일×19=6939.6018일, 235삭망월=29.53059일×235=6939.6887일 차이, 0.0869일=2.09시간 여기에서 6939일을 동양에서는 장(章)이라고 하여 BC 600년경인 중국의 춘추시대에 발견되었고, 서양에서는 메톤주기라고 하여 BC 433년에 그리스의 메톤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장주기, 즉 메톤주기는 계절과 월상(月相)이 먼저대로 복귀되는 주기이다. 이 사실을 2천 5-6백년경에 밝혀 낸 것이다. 선인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과 별 차이가 없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지면상 생략 하지만 윤달이 있는지를 아는 한 가지 쉬운 방법은 양력 1월 중에 설날[1월 1일]이 들면 그해에 윤달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몇 가지 기본 상식이 있어야 음력에서 이야기 하는 띠를 정확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의 calendar, 책력[冊曆]
옛말의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책력을 선물한다”라고 하였다. 요즘도 연말연시에는 달력을 선물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필자의 선친은 매년 그 당시[1940-50년대] calendar인 책력[冊曆]을 사다가 벽에 끈으로 꽇여 매달아 놓고 수시로 펴보며 애지중지 하였다. 요즘 사람들은 옛 책력을 달력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물론 옛 책력에는 달력의 기능도 들어 있다. 그 해는 몇 달로 되어 있고 각 달에는 며칠씩 들어있나, 24절기는 어느 날인가, 또한 국가 기념일은 언제인지 적혀 있다. 그러나 옛 책력에는 그 이상의 정보가 들어 있었다. 역주(曆注)라고 해서, 날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상사를 전부 규정해 놓았다. 외출, 씨 뿌리기, 옷 재단, 토목 공사, 이사, 가축의 입식, 제사, 입학, 물건거래, 치료, 목욕, 기둥 세우기, 상량 등을 하지 말라거나 한다면 몇 시에 해야 좋은지를 날마다 적어 놓았던 것이다. 설날이면 책력의 간지[干支]를 근거로 해서 토정비결을 보는 요긴한 정보지였다. 우리 역사에서 어떤 역법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보면, 먼저 백제 무령왕의 지석에 적혀 있는 간지일자로부터 백제가 중국 남조의 송(宋)나라에서 개발한 원가력(元嘉曆)을 썼음이 알려져 있다. 고구려와 신라도 중국으로부터 책력을 받아왔음이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의 국제 외교 관례가 조공과 책봉 관계였기 때문에 이른바 ‘정삭(正朔)을 받는다’고 해서 중국이 사용하는 책력을 그대로 받아다가 국가 표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자체의 독창적인 역법을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역법을 이해하고 자체 계산이 가능하도록 무던히 노력했었다고 한다. 822년에 중국 당나라에서 선명력법(宣明曆法)을 개발하였고, 이것이 신라로 도입되어 그 이후 조선 세종이 칠정산(七政算)을 만들 때까지 표준 역법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매년 책력 받아 오느라고 한국의 조상들이 조공 바치고 눈치 보며 속을 태웠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임진왜란 즈음에 칠정산이 전해져서 시부카와 순카이(澁川春海)가 죠오고레키(貞享曆)을 만들기까지 상당기간 사용하였다. 고려는 송나라의 역법은 물론, 요나라와 금나라의 대명력(大明曆)도 받아들여 정세에 따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기본적으로는 선명력을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도 오랫동안 쌓인 선명력의 오차를 해소하기 위해 몇 번에 걸쳐 상수를 바꾼다거나 계산 과정을 일부 수정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안상현(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참조>. 세계가 거의 서양에서 만든 양력으로 통일 되다 보니 간지로 짚어가는 육갑[六甲]셈법은 일부 특수층 외에는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이의 “띠’, 生肖-선샤오
새해만 되면 쥐띠니 원숭이 띠니 하며 매스컴은 물론 일반인들도 연하카드에 새해 인사에 띠를 거론하며 인사를 한다. 띠를 한문으로 생초[生肖]라고 하는데 중국어 발음은 “선샤오”다. 이 “선샤오”가 ‘子丑寅卯辰巳午未辛酉戌亥”로 나누는 12지[支]에 각기 다른 동물들을 배합 시킨 것이다. 어느 해를 숫자로 기억하기보다 쥐[鼠] 해니, 소[丑] 해니, 호랑이[寅] 해니 하며 동물 이름을 붙여 주면 12종류 동물 이름만으로 년도[年度]로 기억하게 하는 편리성도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의 생각이고 서양 사람들도 지구가 1년 주기로 공전하며 외견상으로 하늘의 별자리 따라 운행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황도대[黃道帶-zodiac]라고 하고 계절마다 보이는 별자리에 숫양[Aries-그리스어]좌니, 황소[Taurus]니, 전갈[Scorpio]좌니 하며 동물의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점성술[占星術]에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내용은 다르지만 12지와 함께 음양[陰陽], 오행[五行]의 연결점에서 인간의 운명이나 숙명 같은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보며 그를 풀이 해주고 해소 방안을 탐색하게 해주는 명리학[命理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오지라랖 넓은 귀신을 본 사람이 아직까지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사주팔자[四柱八字]
소위 사주팔자[四柱八字]란 한 인간이 태어난 해[年], 달[月], 날[日], 때[時] 4개의 간지[干支]를 사주[四柱]라고 하는 것이며 1개의 간지가 을미[乙未], 병신[丙申]등 2글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4주[四柱]라고 하는 4간지를 합하면 8[字]가 되는데 이 팔[八]속에 한인간의 숙명과 운명이 함축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에 매달려 오기 수 천년이 되었으니 이를 떨쳐 버리기가 쉬운 일인가? 그 상세하고 명확한 설명은 명리학의 전문가들의 몫이 지만 음력과 양력의 경계선에 태어나게 된 사람들은 음력에서 이야기 하는 띠[선샤오]를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를 상식적으로라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은 것이다. 예를 든다면 1953년생의 간지는 계사[癸巳]다. 1953년을 예로 드는 것은 필자가 학교 재직시에 2년간 담임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1953년생이기 때문이다. 계사년은 뱀띠다. 간지를 따져서 앞으로 100여년 간의 일월성신 절기를 보는 달력을 만세력[천세력이라고도 한다]이라고 하는데 이 만세력에서 묵은해[舊年]와 새해[新年]의 구분을 정월 초 하루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춘[立春]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1953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입춘[立春]전에 태어난 사람은 계사[癸巳]년 뱀띠가 아니라 그 전해인 임진[壬辰]년 용띠라는 것이다. 금년 2016년은 입춘이 양력 2월 4일이라 1월부터 2월 3일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작년 2015년인 을미[乙未]이 년주[年柱]가 되고 띠도 원숭이 띠가 아니라 양띠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띠는 알고 들있지만 양력 1-2월 경계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기 띠를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을 많다.
문화의 fiction, 띠, 손 없는날
상식적으로 “띠”라는 것이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을 수 있지만 서양인들도 재미있어 하는 것을 많이 봤다. 시드니에서는 중독증에 가깝게 사주팔자에 매어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나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걸다 싶이 집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토정비결이며 사주를 보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며 이를 믿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귀신은 일진[日辰]을 모르는 것인지? 무시하는 건지? 이사 갈 때 참견하며 훼방논다는 귀신이 있다고 한다. 이 귀신을 “손”이라고 하는데, 10일 중에 8일만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귀신이 사면팔방 설치며 돌아 다닐 때는 이사 가는 것을 피하라는 금기[禁忌]를 굳게 믿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 귀신이 holiday가는 날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한다. 여기서 “손 없는 날”의 “손”은 hands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ghost를 의미한다. 사람의 운수[運數]가 날을 가려 돌아다니는 귀신들의 해코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터를 비운사이에 잽싸게 이사[移徙]하라는 것이다. 귀신이 시계 바늘 방향인 1-2일에는 동쪽, 3-4일에는 남쪽, 5-6일에는 서쪽, 7-8일에는 북쪽에서 활동하다가 9, 10, 19, 20, 29, 30일에는 하늘로 holiday가고 없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을 택하면 방해꾼이 없어서 일이 잘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오지라랖 넓은 귀신을 본 사람이 아직까지 없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원숭이해.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