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1)
열수분출구(Hydrothermal vents)
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크게 이슈[ISSUE]화 되고 있는 성소수자[性少數者] 문제에 관해 지식과 인식이 매우 낮은 문외한[門外漢]이다. 다만 생물학 전공자로서 생명체의 성[性]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며 생명체의 영속적인 메카니즘 속에서 나타나는 성의 진화 양상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챨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서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가 변화를 거듭하였다는 것을 확인 하였지만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축소된 우주처럼 보이는 세포속을 들여다 볼 과학적 기반이 없었다. 다만 관찰을 통해서 진화의 증거를 찾았을 뿐이다. 일반인들이 “진화”라는 개념을 명쾌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학자들도 해석이 엇갈리는데 중·고등학교 정도의 지식 수준으로는 진화의 개념을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깊고 광범위한 학문이다. 성과 관련된 인식만 해도 그렇다. 개체 번식을 위한 만남[짝짓기]은 1:1의 남녀의 결혼 형태만이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시각으로 섣불리 성소수자[性少數者] 문제에 관해서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다만 다양한 생물의 짝짓기 유형에서 성의 양상과 진화의 실체를 살펴보는 것은 성의 객관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열수분출구(Hydrothermal vents)
동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되어진 열수분출구(Hydrothermal vents)와 같은 고온 환경이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독특한 생리, 생태적 현상을 가진 생물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서식하는 극한 환경의 생태계, 이곳이 지구 생명 탄생의 열쇠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환경으로 바다 속에만 생물이 있었을 것이고,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등 광합성 생물들은 절멸의 위기 속에 얼음이 없는 화산과 마그마 활동이 있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간신히 살아갔을 것이다. 비광합성 생물은 얼음 밑 바다에서 생존 가능했을 것이며, 화학 합성에 필요한 원소나 먹이가 되는 유기 화합물로 생존했을 것이다. 일반적이 생물종을 생존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거뜬하게 존속하고 있는 생물종을 호극성 미생물(Extremophiles)이라고 한다. 이들은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놀라운 생존술을 연마했다. 이들은 독특한 생화학적 작용을 개발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고
지구 생명권은 크게 해양, 육지 그리고 하천, 호수의 담수로 나뉜다. 동물의 큰 분류 단위 문[門-division] 수[數]를 비교하면, 육지 11문, 담수 14문인 것에 비해 해양은 28문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고유의 생물문은 담수는 전혀 없고 육지는 유조 동물 하나뿐이고, 해양은 13문이다. 이렇듯 해양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생명의 탄생과 진화 역사의 메카라는 것을 말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열수분출구는 수소, 메탄, 황화수소 등 환원성 물질이 함유된 뜨거운 물이 지구 내부로부터 바다 퇴적물 표층으로 분출되는 곳이다. 주변에 서식하는 많은 종류의 생물들은 먹이는 공생 박테리아의 산화 작용으로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시키는 아주 독특한 특징과 형태적으로 원시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열수분출구 환경 재현 실험
일본의 야나가와 히로시 박사는 이런 곳이 원시 생명 탄생 지역이라는 가설 위에, 고온 고압에서 금속 이온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열수분출구 환경 재현 실험을 한일이 있다. 그 결과 두께 30nm의 단백질 막의 지름 1.5~2.5㎛의 아주 작은 공 모양이 바닷물 속에 나타났다. 또한 바닷물 성분과 아미노산 종류, 반응 온도, 시간 등의 설정을 바꿈으로써, 여러 종류의 아주 작은 공 모양이 바닷물 속에 생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생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공 모양이 천천히 변해서 질서를 지닌 생명체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가설[假說]를 제시하고 있다. 생물을 크게 원핵 생물과 진핵 생물로 구분하며 원핵 생물은 고세균과 진정 세균으로 나뉜다. 이들 원시 생명체가 온도의 차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있다. 고세균과 진정 세균은 계통수[系統樹]의 뿌리 가까운 부분에서 갈라지는데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는 리보솜[ribosome]의 염기 배열의 분석을 통해 극한환경의 적응의 차이를 밝혔다. 리보솜[ribosome]은 RNA와 단백질로 된 세포내 소기관이다. 리보솜의 RNA염기 배열을 바탕으로 온도 관계를 분석해 보면 원핵 생물에 가까울수록 고온 환경에 적응하며 서식한다는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이러한 환경 중 하나가 온천인데, 온도가 낮아지는 영역에서 광합성 세균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등이 발견된다. 극한 고온에서 생존하던 미생물종이 온도가 낮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종으로 진화하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서북부 암석에서 약 35억 년 전의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침상 용암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구 내부로부터의 마그마 분출이 굳어진 곳으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는 곳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확대축 지역으로 열수 분출공이 존재하는 곳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은 암흑의 심해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10억년 이상을 ‘화학진화의 시대’ 그 이후를 ‘생물 진화의 시대’라고도 한다. 생명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막을 통해 외부와 경계를 만들고, 스스로 자신을 복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손을 남기는 일, 외부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어 스스로를 유지하는 일, 진화하는 일 등이다. 이러한 생물 중 식물은 약 4억년 전까지, 동물은 약 3억년 전까지 육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바다에서만 생활하였다. 바다는 이들에게 보금자리였고 생물 진화의 요람이었다. 사진이나 기록 등이 없었던 과거 생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화석에 있으며 진화 연구는 대부분 화석에 의해 연구되어진다. 약 35억년 전 박테리아 화석이, 30억년 전에는 남조류 화석이 발견되었다. 남조류는 현재 바다는 물론 육상에도 서식하고 있다. 광합성을 하는 남조는 대량의 산소를 생산함으로써 지구 환경을 스스로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해조류는 단세포 조류에서 다세포 녹조류로, 이어 홍조류와 크기가 큰 대형 갈조류로 진화하고 동물은 단세포 원생 동물에서 다세포의 동물종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에디아카라(Ediacara Hills)언덕
호주의 남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플린더스 산맥(Flinders Ranges) 북쪽에 펼쳐진 구릉지대를 에디아카라(Ediacara Hills) 언덕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선캄브리아 시기의 생물들인 ‘에디아카라 동물군’의 화석이 대량 발견된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아카라 언덕은 수십 억년 전에 극한 환경이었으며 그 당시의 원시생명체의 화석이 널려 있는 지역이다. 캄브리아기는 5억4,200만년에서 4억8830만년 전에 끝나는 기간으로 고생대가 시작되는 시기이며 해면이나 히드라 종류보다 복잡한 다세포생물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캄브리아 이전시기를 선캄브리아기라고 하는 것이다. 독특한 생리, 생태적 현상을 가진 생물들이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면서 생명 탄생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 지구는 -50℃의 평균 기온과 평균 1,000m 두께의 얼음이 바다를 뒤덮었던 빙하기를 거쳤으며 이러한 환경에서도 바다 속에는 생명체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수백m 깊이의 바다 밑에서 가까스로 몇 스푼정도의 시료를 채취해서 시료속에 들어 있는 생명체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놀랍게도 바이러스 형태의 무수한 생명체가 시료속에 있다는 것이다.
호극성생물[好極性生物-extremophiles]
이와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생명체를 호극성생물[好極性生物-extremophiles]이라고 한다. 이 호극성생물을 바이러스 종류와 바이러스보다 한 단계 진화 했다고 보이는 원핵 생물로 나눌 수 있다. 원핵 생물로는 대장균, 고초균, 난세균 등이 있다. 바이러스는 핵막이나 세포막같은 생체를 둘러쌓는 막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원핵생물은 세포벽을 지니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특히 호극성 미생물(Extremophiles)은 매우 극단적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놀라운 생존술을 연마한 것이다. 이들은 독특한 생화학적 작용을 개발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미생물의 생존술을 전수받아 신약 개발이나 환경 정화 등에 폭넓게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머린바이오(marine-bio) 21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해양 생명 공학에 관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심해·극지 등에 서식하는 1천여만종의 해양 생물의 특성을 연구해 의료·제약·신소재 등에 응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관련 산업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미세 생명체들을 향한 ‘골드러시’가 시작된 셈이다.
미토콘드리아의 합병전략[合倂戰略]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안으로 유입된 화합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서 생명 활동의 필수적인 임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미토곤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갖고, 독자적인 분열을 하면서 개체수를 증가시켜간다. 이런 기능으로 비춰볼 때 생명 기원 초기에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바닷물 속에 존재하던 화합물을 분해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로 생존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후에 광합성을 하는 조류[藻類]가 등장을 해서 유기물을 만들게 되며 미토콘드리는 조류[藻類]와 연대를 해서 완벽한 새체제의 생물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막이 없는데 막[膜]이 있는 다른 생체와 협상을 해서 새로운 생명체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새살림을 차려서 만든 조직이 “세포[細胞]”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던 시기에 성[性-sex]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약 40억년 전에서부터 30억년 사이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성-기원-진화과정-1024x28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