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정유[丁酉]년, 닭의 해 단상(1)
지난해 연말에는 이단아[異端兒] 이미지의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되고 한국에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숨 돌릴 새도 없이 긴박하게 보냈다. 쓰나미에 가까운 엄청난 파도가 끝을 모른 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해를 맞고 있다. 새해라고 하면 서양에서는 2017년 1월 1일이 첫날이지만 동양의 음력에서는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서 그 첫 절기인 ‘입춘[立春]’날부터 새해를 생각하고 있다. 새해의 입춘일은 2017년 2월 4일이다. 필자는 지난해[2016년], 병신[丙申]년을 맞이하며, 10간[干]과 12지[支]로 60갑자로 년[年]을 기억하고 길흉과 운명을 예측하는 동양의 음력문화를 칼럼으로 게제 하였었다. 음력으로 금년[2017년 2월 4일 이후]은 육십간지[六十干支]중 34번째의 정유[丁酉]년으로 닭의 해다. 소와 닭은 사육되며 반려동물이 되었으니 인류문화 구석구석에 관련된 이야기 거리가 많다. 새벽녘의 닭 울음소리는 만감을 서리게 한다.
이육사[李陸史]의 광야[曠野]
닭 울음소리로 떠오르게 되는 시[詩]가 있다. 이육사[李陸史]의 ‘광야[曠野]’다. 이 시는 난해한 시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해방 이후부터 교과서에 실리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시로 꾸준하게 널리 읽혀지고 있는 시다. 이 시를 해설할 주제는 못되고 다만 첫 연에 나오는 “닭우는 소리”의 언급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에서 문학 평론가들의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태초에 하늘 처음 열리던 정적의 광야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렸겠는가? 하는 부정의 의미라는 해석과 다른 한편으로 가금[家禽]의 한 종류로서의 닭보다는 하루의 새벽을 알리고 한 위대한 시대의 개막을 선두하는 그 울음소리, 이른바 계명성[鷄鳴聲]에 역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하늘과 땅이 열리는 그 장엄한 사건의 효과음이며, 우주가 저 자신의 태동을 선포하는 나팔소리와 같다는 것이다.
허형식 장군
닭에 관한 주제[主題]와는 무관하지만 얼마 전[2016년 12월 19일]에 “만주 제일의 항일 파르티잔 허형식 장군, 박도 지음”이라는 책의 서평[書評]겸 칼럼이 “오마이뉴스”지에 게재[揭載] 됐다. “파르티잔”은 흔히 “빨치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허형식 장군은 1909년 경북 선산군 구미면 임은동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둔 구미면 상모동에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17년생, 그러니까 허형식 장군이 태어나고 8년 후 박정희가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근거리에서 태어난 이들이 살아간 삶의 궤적은 크게 달랐다. 일본 왕에게 혈서로 친일을 맹세하며 만주군 장교가 된 박정희와 달리 허형식 장군은 투철한 항일 전사의 길을 걸어갔다. 1930년 5월 1일 중국 하얼빈 일본총영사관 습격 사건으로 심양 감옥에 갇힌 이래 항일 군인의 길을 걸었다. 또한 대부분의 친일 군인이 그렇듯 박정희 역시 해방된 조국에서 대한민국 국군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그후 4.19 민주혁명을 총칼로 엎어버리면서 18년 군사 독재자로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하지만 허형식 장군은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버리지 않았다. 일본 군대와 맞서는 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군장 겸 총 참모장으로서 끝까지 항일의 길을 걸어갔다. 이육사는 바로 허형식 장군과 외척 지간이었다. 그래서 허형식 장군을 기억하는 이들은 시 ‘광야’에서 이육사가 말하는 이 대목을 주목했다. ‘다시 천고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인 이육사가 말하고 있는 이 백마 타고 오는 “초인” 처럼 생전 허형식 장군은 늘 백마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키가 컸으며 잘 생긴 외모. 그렇기에 1930년대 만주에서 허형식 장군과 시인 이육사가 만난 사실이 있는데 이때 백마를 타고 나타난 모습을 이육사가 시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허형식 장군의 일가중 눈에 띄는 분이 또 있다. 구한말 의병장 출신으로서 일제가 만든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 1호로 사형장 이슬이 된 왕산 허위 선생님이다. 이 분의 종조카가 바로 허형식 장군이었다.
신조어[新造語], “닭근혜”
“닭”을 이야기 하다가 뜬금없이 이육사와 박정희, 허형식 장군으로 이어진 것은 박근혜대통령을 조롱하는 신조어[新造語]중에 “닭근혜”가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세간[世間]의 정서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이다. ‘닭근혜’는 ‘닭+박근혜’를 줄인 말로, 공약을 하나하나 폐기하는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쁜 닭에 비유한 말이다. 대통령과 관련된 신조어[新造語]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가카, 쥐명박’이 유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놈현스럽다’ 등이 유행했다. 그 전에는 ‘슨상님’, ‘영샘이’, ‘물태우’가 있었고, ‘전대갈’, ‘박통’도 쓰였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을 가리키는 말들은 이전의 표현과 큰 차이가 있다. ‘전대갈’, ‘쥐명박’ 등은 인물의 외모나 성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풍자하는 ‘희화화’[戱畵化]의 차원이었다. 이와 달리 ‘댓통령’, ‘닭근혜’는 정권의 존립 근거를 의문시하고, 공약을 잇달아 폐기하는 ‘무신뢰’의 정치를 비판하며,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총체적 혼돈과 위기 상황을 비수처럼 묘사했다. 탄핵[彈劾]을 당해, 절체절명[絕體絕命]의 벼랑 끝에 서 있게 된 박근혜대통령은 1952년 2월 2일 생인데 용[龍]띠라고 생각하겠지만 음력의 신년을 입춘[立春]일부터 따지는 것으로 해석하면 신묘[辛卯]에 태어난 토끼띠다. 박근혜대통령이 용띠거나 혹은 토끼띠이건 간에 1917년을 정유[丁酉]로 기억하게 되는데 “닭근혜”로의 풍자는 묘하게 닭의 해와 연결되었다.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 네티즌들은 박근혜대통령을 닭근혜로 조롱하는 것을 서슴치 않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닭근혜라는 조롱을 받게 된 데는 몇 가지 연유가 있다. 지난 2012년 11월 25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대통령직을 사퇴한다’고 잘못 말했다가 정정한 바 있다. 당시 <한겨레>는 이날의 실수를 이렇게 분석했다. “박 후보가 이런 실수를 한 것은 국회의원직 사퇴와 대선 패배시 정계 은퇴라는 중요한 두 메시지를 깊이감 있게 전달하려다 긴장을 했던 탓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단 말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박근혜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잦은 말실수로 입길에 오른다. 2012년 12월 10일 대선후보 2차 티브이(TV) 토론에서 그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활성화’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5조8000억원을 ‘5점 8조’라고 잘못 읽기도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박광온 대변인은 “박 후보가 지하경제 활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개발독재식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었다.[한겨레 2016-10-27]
김제동의 닭 비유
지난해 10월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팽목항, 그 간절함에 함께 하는 문화제”에서 김제동은 “패륜적인 사람들은 대통령님을 닭에 비유하기도 한다. 저는 그것 역시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제동은 “닭은 매일 아침마다 웁니다. 근데 어제 하고 달라서 우는 게 아닙니다. 그냥 아침이 되면 우는 겁니다. 어제 울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 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감히 그따위 닭을 대통령님에게 비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제동은 “대통령님은 지금도 그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또 누구보다도 유가족의 손을 잡고 그리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 주어야 하며 진상 규명뿐만 아니라 검경 모두를 동원하고 특별법을 만들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족의 뜻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대통령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의 진의는 닭처럼 어제 한일을 잊어버리지 말고 박근혜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이다. 닭의 해인 정유년의 새 아침에 닭의 울음소리로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해가 떠오르며 여명의 새해를 열어 가게 되기를 기대하는 맘이 큰 것이다.
닭의 족보
닭은 닭목, 꿩과의 새이며 학명은 “Gallus gallus domesticus”이다. 닭은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현재 사육되는 닭은 3,000~4,000년 전에 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 등에서 야생닭을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되며, 닭의 근원인 야계(野鷄)는 말레이시아·인도·인도네시아 및 중국 남부지방의 적색야계, 인도대륙 중부와 서남부의 회색야계, 실론군도의 실론야계 및 자바섬의 녹색야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닭은 품종개량이 다양화되면서 육용종과 산란종, 겸용종, 애완종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 레그혼은 산란종에 속하는 품종으로서 원산지인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여 미국과 영국에서 17세기 후반에 처음 개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그혼의 내종으로는 흑색종, 적세종, 횡반종, 백색종 등이 있다. 특히 닭은 인간에게 도축되는 모든 동물들 중에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로 한국에서만 연간 10억 마리 이상 도축된다고 한다. 첫째는 투계나 오락의 목적으로 가축화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추측으로는 말레이 반도의 원주민들 사이에는 아직도 투계가 성행하고 있으며, 닭을 신성시 하여 신에게 바치는 제사 외에는 닭을 죽이지 않는 습관이 전해지고 있고, 인도에서는 죽은 사람을 매장하려할 때 닭이 잡새를 쫓아내고 양다리로 흙을 모아 무덤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닭을 새 중에서 왕조라 하여 귀하게 여기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귀한 사람의 시신을 매장할 때 갈색계를 방사하여 닭들이 걸어 다닌 발자국이나 놀이터를 묘지로 정하는 습관이 있다고 하며, 로마나 그리스에서는 전쟁 때 투계의 용맹성을 군인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사기를 앙양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둘째는 시간을 알리는 태양숭배의 종교적인 신앙물로서 가축화하였는데, 닭은 매일아침 태양이 솟아오르기 전 동틀 무렵에 일정한 시간을 지켜 큰 소리를 내어 울기 때문에 미개인들한테는 가장 무서운 밤의 암흑을 용감한 닭의 새벽울음에 의하여 귀신을 쫓고 밝은 아침을 맞아준다고 믿기 때문에 더욱 숭배를 하였다고 추측된다. 셋째는 농경이나 목축이 발달함에 따라 닭의 특성을 이용하여 식량으로서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하여 닭을 사육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정유[丁酉]년, 닭의 해 단상(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정유년-닭.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