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동물의 방향감각 및 회귀본능(1)
한국의 토종민물고기, 열목어[熱目魚]
필자의 집 앞에는 186ha의 Bidjigal Reserve라는 산림보호 지역이 펼쳐져 있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유칼핍투스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숲속에는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붓꽃종류인 Native Iris[Patersonia glabrata], 야생 포도[Cissus hypoglauca], 야생난초[Calochilus paludosus] 등과 코알라, 와라비, 에키두나, 올뺌이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숲이다. 주택가와 연결된 산책로가 있어서 매일아침 1시간여 가량 걷곤 하는데 산책로 끝자락에는 홍수조절용 댐이 있고 댐의 게이트 밑에는 깊이가 30cm정도 되고 넓이가 6-70평쯤 되는 작은 소[沼]가 있다. 이곳 공터에서 맨손체조도 하고 몸을 풀곤 하는데 소안의 송사리떼들이 노는 물속을 드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얼듯 보기에 겉모양이 송사리 같지만 한국의 송사리와는 모양이 다른 어종이다. 필자는 민물고기 연구로 평생을 살다 가신 생물학자, 고 최기철 박사님으로부터 생태학을 배운 일이 있다. 최박사님은 서울사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필자가 다니던 대학에도 출강해서 그분이 강의하는 동물생태학을 공부하였다. 최박사님은 정년후 본격적으로 한국의 민물고기연구를 시작하였으며, 2002년 10월 22일 92세로 작고하기 까지 전국방방곡곡의 민물고기를 찾아다니다가 생을 마치신 분이다. 20년 넘게 채집해 보관해 두었던 국보급의 담수어 액침표본 50만여 점을 후학들을 위해 대전 과학관에 기증하였다. 최박사님의 강의 중에 열목어[熱目魚] 강의를 들은 기억이 있다. “열목어[熱目魚]”라는 명칭이 눈에 열이 많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고 사람들의 상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열목어가 한국에서 꽤 흔한 민물고기였지만 광산개발 등 산업화 이후에 한국의 강과 하천이 오염되면서 1급수에서나 살 수 있는 열목어는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1996년 1월부터 환경부는 열목어를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하여 허가없이 채취, 포획, 가공, 유통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된 보호어종이다. 열목어가 한국에서는 진귀한 민물고기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북서부, 북한의 두만강이나 압록강 수계[水系]에서는 아직까지 멸종위기를 근심하지 않는 어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열목어는 북반구의 열목어와는 DNA구조가 판이한 한국의 특별한 어종이기에 멸종될까봐 조바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열목어가 수온이 20c이하이고 1급수에만 서식하는 어종이라 한국에서 열목어가 서식할 만한 수계[水系]가 몇 군데가 없어서 서식 가능한 최남쪽 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일대와 남한강 수계 최상류인 강원 정선군 정암사 일대는 천연기념물(각각 제75호, 제73호)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열목어가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열목어 서식하기에 최적지역인 1급수가 흐르는 위의 두 계곡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다. 7-8십년 전에는 곳곳에 1급수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1급수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열목어는 대표적인 회귀[回歸] 어종인 연어과 물고기다. 최기철 박사가 열목어 연구를 시작할 때는 이미 열목어가 자취를 감추는 시기라 열목어의 생태습성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박사의 저서 “민물고기를 찾아서”에 서술한 것을 보면 본인은 열목어가 계곡의 폭포수를 타고 오르는 장관을 목격하지 못하였지만 촌노[村老]들의 증언을 싣고 있다. 또한 열목어가 태어났던 계곡의 소[沼]에서 구애와 산란활동으로 난리를 피는 열목어떼들에 넋을 잃었다는 촌노의 녹취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KBS의 인기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들의 장관을 종종 보게 된다. 놀라운 비상능력을 가진 연어이지만 그 가파른 폭포를 사력을 다해 뛰어 오르는 것을 보며 신비와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열목어도 연어 못지않게 해빙기에는 강원도의 산골짜기 마다 장작만한 크기의 열목어떼가 산란을 위해 소란을 피우는 광경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열목어의 생태습성
열목어가 한국의 심산유곡에 숨어들게 된 것은 지구환경에 급격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란기인 4∼5월이 되면 온몸이 짙은 홍색으로 변하는 열목어는 차갑고 깊은 물속에서 산다. 한국의 각 하천의 상류(한강·섬진강·낙동강 등)에서 자주 발견된다. 열목어는 산란기에 힘찬 물살을 가르고 자신이 태어난 계곡 상류를 거슬러 올라온다. 몸길이 30∼70cm의 납작한 열목어들은 열심히 상류로 치고 올라간다. 가파른 계곡을 오르기 위해 숱한 시도를 하고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와서 알 낳을 자리를 찾는다. 이때가 되면 수심 30cm도 안되는 맑은 물에서 사람의 팔보다 굵은 열목어가 힘차게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이 이 위에 방정(放精)을 해 수정이 이뤄진다. 수컷과 암컷은 온몸의 힘을 쏟아낸 후 상처투성이가 된 채 생을 마감하고 계곡 물에 쓸려 내려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열목어들은 산란 후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새끼 열목어들은 자신이 살던 알집(난항)이 몸에서 떨어지기까지 열흘간은 태어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이때 영양가 높은 난항의 냄새를 맡고 천적들이 몰려오는데 열목어 새끼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난항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천적들은 올챙이부터 자벌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인 열목어의 생존율은 8%미만, 그러나 오대산 1급수에 사는 열목어의 경우는 20%에 달한다고 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의 열흘간을 넘어서면 치어들은 몸에서 난항을 떨어뜨리고 넓은 강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열목어가 다 크면 자신의 종족을 잡아먹던 곤충이나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다.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열목어들은 산란 뒤 생을 마감하게 된다. 회귀성물고기의 DNA에는 자기의 탄생지를 추적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다. 한여름에도 손이 저릴 만큼 차고 산소가 풍부한 여울과 함께 겨울에는 추위를 피할 큰 소가 있는 계류에만 사는 열목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열목어는 한반도만의 물고기는 아니다. 열목어는 ‘시베리아 연어’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10대 강 가운데 4개가 시베리아에 있는데, 열목어는 그 4개 강인 오브, 레나, 예니세이, 아무르 강 모두에 서식한다. 그리고 한반도는 열목어가 사는 지구상 가장 남쪽 지역이다. 열목어가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회귀성을 이용하여 인공부화를 거쳐 사육한 어린 열목어를 방류하는 사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1984년 이후 사육기술의 발전과 시설확충으로 치어의 생존율과 치어방류 마리수가 증가하였다.
회귀성 어류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회귀성 어종은 연어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상어의 생태학적 습성을 관찰·연구를 해온 과학자들이 상어도 출산을 앞두고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회향광(懷鄕狂)을 지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17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바하마 제도로 돌아온 어미 ‘레몬’ 상어를 추적해 이러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 전에도 상어가 출산을 하러 태어났던 장소로 돌아간다는 의심이 있었다. 보통 성숙하는데 오래 걸리는 종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바다 거북이도 그렇다. 이들은 고향을 찾아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친다. 상어도 비교적 성숙이 느린 동물에 속한다. 상어가 민물에는 적응할 수 없는 어종이기에 보통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탄생지를 찾는다는 증거는 많이 포착되었다.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바하마의 비미니제도에 있는 레몬 상어의 관찰결과가 있다. 레몬 상어는 태어난 곳 근처에서 처음 3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상어를 식별할 수 있게 꼬리표를 달았다. 한살이나 두살 정도인 새끼 레몬 상어에게 표식을 하고 무선 응답기를 붙였다. 유전자 분석을 위해 지느러미에서 조직샘플도 채취했다. 1995년부터 연구원들은 17년 동안 같은 장소로 돌아와 그 해 태어난 상어에게 똑같이 했다. 그리고 임신한 상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임신한 상어가 나타나면 그 상어가 등록된 것인지 알아보려고 DNA조직을 채취했다. 기다림 끝에 상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마리는 1995년 두살 때 등록된 상어였다. 몇달 후 이 상어의 새끼도 잡았다. 13년 전 어미 상어에 꼬리표를 달았던 그 장소에서 불과 2.5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두 번째 상어는 1997년 달았던 무선 응답기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2008년 발견하지 못했던 이 상어의 새끼를 2012년에 이르러 근처에서 4마리나 찾았다. 이 연구를 통해 출산지역에 집착하는 상어의 습성을 이용하면 상어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출산하는 장소를 잘 보전하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어가 돌아오는 동해안의 수계를 잘 보존하는 것이 연어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해안의 바위에 붙어사는 어떤 종류의 생물은 낮에는 여기저기 이동하다가 저녁이 되면 일정한 바위그늘로 같은 개체가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육지의 강에서 부화된 연어나 송어는 바다로 나가 먹이 활동을 하다가 산란 시기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찾아오게 된다. 바다로 나간 연어는 어떻게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것인가? 예민한 후각과 함께 태양도 방향 단서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연어뿐만 아니라 꿀벌, 비둘기 등도 태양컴퍼스라고 하여 태양의 위치, 이동을 목표로 방향을 잡는데 그것은 꿀벌이나 비둘기들이 해와 같은 방향단서가 없을 때는 좁은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는 것도 밝혀낸 일이 있다. 꿀벌이 꿀을 따러 날아간 다음 벌집을 옮기더라도 본래 집이 있던 곳으로 떼를 지어 모여 든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서 밝혀낸 사실이다. 이것은 꿀벌이 집 자체보다는 집이 있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꿀벌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꿀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곳 가까이 오면 강물에 포함된 물질에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물질 가운데 포함된 아미노산에 후각이 자극되고 옛날 기억이 되살아나, 냄새를 통해 태어난 곳을 찾아오고 부화지까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물 속에는 식물 등 단백질에서 유래한 20여종의 아미노산이 포함돼 있는데, 연어들은 강마다 다른 이 아미노산의 농도차이를 후각으로 식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연어, 송어, 숭어, 꿀벌, 비둘기, 철새, 개, 거북이, 어패류 등의 귀소본능은 뇌에 자료가 저장돼 있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냄새, 온도, 지형, 거리. 관측 능력 등으로 거의 감각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연어의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연어 알을 인공적으로 강에 산란시켜 부화시키고 연어의 회귀성을 이용하여 많은 량의 연어를 얻는다. 알래스카에서는 산란을 위해 처절한 여행을 해온 많은 연어들이 마지막 길목을 지키고 있는 곰들에게 잡혀 먹히고 만다. 연어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산란의 대미를 장식하지 못한 채 곰의 밥이 돼 버려서는 연어의 일생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한 순간에 파탄나고 마는 게 아닌가? 연어의 일생이 파탄나는 희생의 대가를 곰의 연명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하기는 사람의 수탈은 괜찮고 곰의 생존법만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동물들의 먹이사슬이 아닌가?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