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 뉴스를 건성으로 훑어 보다가 교황께서 양손을 잡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 하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교황님을 다시 보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뇌리 속에는 1984년, 전두환 정권시절에 한국을 방문하였던 고[古]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비행기 트랲에서 내리자 엎드려 땅에 kiss하고 광주 망월동에 국립 8.18묘지 방문으로 깜짝 놀라게 하였던 것들이 생각나지만 그분의 행보에서 기억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열광하는 이유가 바오로 교황과는 다르다.
바오로 교황 방문 때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학생들을 군중으로 동원하고 그들의 독재이미지를 불식[拂拭]하려는 의도적인 환영이벤트를 펼쳤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는 시민들은 자진하여 환영하는 열광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을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구상하였겠지만 만난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메시지가 담겨있다. 첫째 날, 청와대 환영식 연설에서 한국국민들에게 의미있는 권고를 하였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사야 32,17]임을 명심하라고 하였다. 또한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 한다는 것이다. 정의는 상호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위에서 건설하게 되는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분열을 극복하려면 한사람의 목소리도 듣고 소통과 대화를 늘리는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교황의 삶의 과정을 보면,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서 얻은 소신에 찬 소리이다. 아르헨티나는 박정희나 전두환정권 못지않은 혹독한 독재를 겪은 나라이며 이 소용돌이 속에서 교황은 평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프란치스코란 이름은 13세기에 이탈리아의 수도회를 창설한 성공회 성인의 이름이며, 2013년 3월 13일 교황 재위시에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하게 된 것이다. 빈자들의 친구, 하느님의 은유[隱喩]시인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성인 프란치스코가 생각이 나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스페인어: Jorge Mario]의 본명을 프란치스코로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교황은 세월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왜 농성하는지도 알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그들이 마련한 특별법 초안에 나와 있다. 가족대책위 법안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인데 마치 의사자[義死者]로 처리 해달라 하고, 과다한 보상을 요구 하는 것처럼, SNS로, 인터넷으로, 매도하며 유가족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교황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2학년 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는 지난 8월 15일 오전 10시 15분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교황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 막내아들을 잃고 38일간 십자가를 메고 800km(2천리)를 걸었던 두 아버지의 소망이 이루어 진 것이다. 웅기군 아버지는 “억울하게 죽은 304명의 영혼과 고통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 그들과 같이 미사를 집전해 달라”며 교황에게 십자가를 선물했다. 길이 130cm, 무게 6kg의 나무십자가는 앞서 천주교 대전교주장 유흥식 주교에게 전달돼 교황 제의실에 갖다놓은 상태였다.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갈 절차를 밟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황은 그들이 왜 그 일을 하였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시각과 같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정도로 간과[看過]하였다면 그들을 왜 만나며 그 십자가는 왜 바티칸까지 가져가려는가?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알고 위로하려고 한다. 고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그는 교황에게 요구하였다. 교리는 받지 않았지만 2천리, 180만보를 한발 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디뎓는데,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라고 질의하였으며 교황이 다른 사제들과 논의 후에 “자격이 충분하다”며 세례명을 프란치스코라고 하고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세례식을 하였다. 감동적인 장면이 아닌가?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분인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에서 “무신론자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며 진심어린 마음에 대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품은 너무 넓지 않은가? 그는 어느 교황도 하지 않았던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하였다. 세족식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 앞서 열두제자의 발을 씻겨 준 것을 본받아 거행하는 예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취임한지 얼마 안된 3월 28일에 한 소년원에서 여자소년원생과 무슬림 소년에게 세족식을 행한 것이다. 역대 어느 교황도 하지 않은 파격적인 의식을 한 것이다. 성경의 한 글자, 한 문장이 하느님인 것처럼 주장하는 장면을 이따금씩 접하며 답답해 한 일이 있었는데, 이 응어리를 확 풀어주는 것 같았다. 교황은 방한 사흘째인 16일에 음성의 꽃동네에 있는 사랑의 연수원에서 4000여명의 수도자들에게 정곡[正鵠]을 찌르는 연설을 하였다. “수도자들의 봉헌생활에서 청빈[淸貧]은 ‘방벽[防壁]’이자 ‘어머니’다. 봉헌생활을 지켜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다. 청빈 서원[誓願]을 하지만 부자[富者]로 살아가는 봉헌[奉獻]된 사람들의 위선[僞善]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 꼬집었다. 신자들의 헌금으로 부자처럼 으스대는 일부 성직자들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훈시[訓示]이다. 청빈의 삶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은 “우리가 수덕 생활에서 많은 진보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용서와 치유를 받아야 하는 우리의 이 근본적인 필요 그 자체가 가난의 한 형태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여러분의 생활 양식에서 청빈의 구체적인 표현을 찾아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여러분의 주의를 흩어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빈을 봉헌생활의 ‘방벽’이자 ‘어머니’라고 비유했다.
교황은 “봉헌 생활을 지켜 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 경고하며 “순전히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 이는 우리의 희망을 인간적인 수단에만 두도록 이끌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청빈의 증거를 파괴한다”고 청빈한 삶을 강조했다.
앞서 청주교구 교구장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교황님의 음성 꽃동네 방문을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청주교구는 교황님의 뜻을 받들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주교 시절에도 대주교 관저 대신 주교관에 있는 아파트에서 청빈한 삶을 살았다. 그는 운전수를 두지 않고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음식도 직접 장을 봐서 해 먹었다. 이 때문에 지하철에서 대주교를 마주친 사람들은 진짜인지 의심하기도 했다. 교황이 된 후에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며 교황 관저 대신 게스트하우스[아파트에 손님 받을 수 있는 집]에 머물고 있다. 그는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1600cc의 포드 포커스를 직접 몰고 다닌다. 그분의 말이 메시지로 부딪쳐 오는 것은 평소의 지행일치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선거때 서민인 것처럼 재래시장의 뒷골목을 누비고 카메라 앞에서 장애어린이 씻겨 주는 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타임지는 지난해[2013년]에 교황 프란치스코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타임지의 낸시 깁스 편집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시대의 핵심대화의 중심에 있다”고 하였다. 그는 한국방문중 한국의 다대수 국민들의 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을 부인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인들의 마음은 사막처럼 삭막하다. 그러기에 자살 사망률이 OECD국가중 1위 아니겠는가? 한국에 단비가 내렸다. 메마른 땅에 내린 단비가 병들고 시들은 생명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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