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오줌싸게 똥싸게
내 직업은 하우스 페인터입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가옥 소유주들의 집을 맡아서 원하는 색깔의 칠을 사다가 색을 입혀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입니다. 주로 집주인 들이 깔끔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집을 파시려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혹 어떤 분은 집에 사시면서 집을 관리하고 돌보시며 집을 보호하는 생각으로 칠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집안의 벽 색깔이 어두워 밝은 색으로 색깔을 바꾸시려는 분도 계시고 오래 지내다 보면 집안 색깔에 싫증을 느끼어 신선한 색깔로 분위기를 새롭게 하시려는 분도 계십니다.
저의 단골손님은 한국분도 계시고 외국분도 계신데 이 이야기는 외국 손님의 집을 칠해주려 갔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하루는 아시는 분의 소개로 시드니 이너시티 Lewisam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갔습니다.
그 집 주인인 여자분은 나이는 50이 넘어 보였으며 친절하긴 했으나 어딘지 어색해 보였습니다.
집안은 오래된 이층구조인데 자는 방들은 이층에 있었고 아래층은 좁은 부엌과 오랫동안 돌봐지지 않은 작은 거실이 정리되지 않은채 색바랜 응접용 탁자와 색칠이 글킨 의자가 침침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녀들은 결혼하여나가서 사는 것 같고 아직 장가가지 않은 막내 아들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 같았습니다만 첫날에 그 여주인 한분만 뵈었을 때는 왠지 정이 가지 않고 낯설었습니다.
내가 할일은 바깥공사로서 벽과 창문을 칠하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 칠하여야할 벽과 창문은 이전에 칠해진 겉면들이 많이 일어나 있었고 갈라진 틈들도 많아 갈라지고 터진 겉면들을 긁게로 긁어내고 메꾸어 준비 작업을 합니다. 첫날은 항상 좀 마음이 설레는 날입니다. 주인도 새롭게 만나게 되고 또 일도 어떻게 진행할까 이것저것 생각도 하게 되고, 말하자면 관심이 있던 사람과 첫 대면하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아무튼 나에게 첫째 날은 좀 설레는 날입니다. 주인한테 칭찬 받으려고 너절하게 나뒹구는 잡동사니들을 한쪽 빈곳으로 치워 사다리가 나들어 다닐 수 있도록 길도 만들어 놓고 댓김에 수북히 어지러히 낙엽속에 뒹구는 화분들도 한쪽으로 정리하고 낙엽도 긁어모아 흐트러진 정원도 손길을 주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은 내다보지도 않습니다.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 용기를 내어서 차 한잔을 부탁하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될일을 이렇게 많이 했소, 보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만! 주인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한번 더 두들이고 나서야 한참 만에 나왔습니다. 티 한잔을 청하니 좋다고 하면서 한잔을 가지고 나와 몇 마디 하고 둘러보고 들어갑니다. 계속해서 일을 좀 더하니 점심 때가 되어 식사를 해야 했습니다.
마침 밖에 의자가 서너개 있어 두개를 끓어다 놓고 하나는 앉고 다른 하나에 반찬을 올려놓고 점심을 먹습니다. 집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정성스레 마련한 반찬과 밥을 먹는 시간은 하루 일과중 무척 기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오늘 반찬은 생선에 달걀물을 입혀 기름에 구운 전도 있고 잘 익은 김치와 멸치볶음, 오뎅과 마늘 짱아치가 찬통에 들어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쉬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뱃속이 꾸물꾸물하더니 똥이 나오려할 기세였습니다. 아마도 점심에 먹는 기름진 음식이 자극이 되어 설사 기미가 인듯 했습니다. 오 마이 갓,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얼른 뒷간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화장실은 저 넘어 남의집 안채에 있지 뛰어가 두드려서 그나마 빨리나온다면 급하게 화장실좀 쓰자고 또 말해야되지 그러다간 남앞에서 그대로 바지에 똥을 싸버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마당에 싸는 것이 남앞에서 바지에 똥싸놓고 수치스러움을 느끼는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구석으로 들어가 가지고 있던 긁게로 흙을 조금 긁어내고 바지를 내리자마자 뿌지직 소리와 동시에 느꼈던 안도감과 해방감, 그러면서 누가 혹시 보지는 않나 하는 불안감이 스칠 때 “오 하나님 나는 오줌싸게 똥싸게입니라”고 중얼거릴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 근처를 지나게되면 한동안 냄새가 날 그집을 생각하며 주인장에게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나는 오줌싸게 똥싸게다”라고 힘주어 나에게 다짐하곤 한다.
권태원 활동가
jpainter5@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