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감히 아름다움 :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열한 갈래의 길
최재천, 김병종, 배병우, 안상수, 최창조, 전중환, 이건용, 홍승수, 김혜순 / 이음 / 2011.11.28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이란 미학과 철학이 다뤄온 주제였다. 그 주제의 깊이를 다룬 책들은 일반 독자에겐 어렵고 생소할 수밖에 없는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이 시대를 대표하는 11인의 지성이 내놓은 자기고백적인 ‘아름다움’은 전혀 새롭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내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키워드에서 출발해 ‘예술’, ‘인문사회’,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대표 지성 11인이 저마다 자신의 삶과 분야에서 평생 깨달으며 정진해온 ‘아름다움’이 때론 진솔하게 때론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과연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건축가인 민현식과 음악가인 이건용은 ‘변화와 생성’이라고 답한다.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박사는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수백만 년간 축적되어온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며 화학자인 정두수 박사는 거울상이성질체와 키릴성을 예로 들며 자연상태는 덩굴이 오른쪽으로만 꼬여가듯 한쪽으로 편향된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내놓으며 ‘대칭의 아름다움’에 의문을 제기한다.
얼핏 들으면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쉽고 감동적이다. 과학과 예술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통섭의 현장을 확인해볼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아름다움의 생생한 민얼굴을 나누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성 11인이 들려주는 내 인생의 아름다움 ‘감히, 아름다움’
작곡가 이건용, 시인 김혜순, 사진가 배병우 등 예술, 인문사회, 자연과학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대표 지성 11인이 저마다 자신의 삶과 분야에서 평생 깨달으며 정진해온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평생토록 아름다움을 그리고, 짓고, 붙들고, 노래하고, 온몸으로 흐느껴온 대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의 정체를 알아본다.
과학과 예술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소통하고 대화하며, 때론 진솔하게, 때론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주며, 보이는 것 너머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전해준다.
– 목차
프롤로그 :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그 아름다운 여정_동아시아의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 백영서
몰沒, 그 느닷없는 슬픔과 대책 없는 약동 | 이건용
무지개, 우주를 읽는 하나의 열쇠 | 홍승수
한글. 그. 당돌한. 아름다움 | 안상수
붓, 필총筆塚을 만들까나 | 김병종
귀, 안으로의 무한 | 김혜순
늘 함이 없음을 깨닫고 | 김현자
물질의 대칭성,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은 | 정두수
아름다움, 그 아름다운 진화의 산물 | 전중환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 | 민현식
자생풍수와 삶의 아름다움_땅도 사람이고 사람도 땅이다 | 최창조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과 풀들 | 배병우
에필로그 : 감히, 아름다움의 객관화를 시도하다 | 최재천
– 저자소개 : 최재천, 김병종, 배병우, 안상수, 최창조, 전중환, 이건용, 홍승수, 김혜순
.저 : 최재천 (崔在天)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 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인간의 그늘에서』『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인간은 왜 늙는가』『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통섭』『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알이 닭을 낳는다』『벌들의 화두』『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저 : 안상수 (AHN SANG-SOO,安尙秀)
1952년 충주 출생으로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상 시에 대한 타이포그래피 연구」로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에서 1985년까지 월간 마당, 월간 멋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1985년 안상수체를 디자인하여 한글의 탈네모틀 흐름을 주도하였고 이후 이상체, 미르체, 마노체를 디자인하기도 하였다. 안그라픽스 설립 이후 대표(1985-1991)를 역임했고, 이코그라다 부회장(1997-2001), 세계그래픽디자인단체협의회(icograda) 부회장(1997-2001), 타이포잔치 조직위원장(2001)을 지냈다. 1983년 신문활자의 가독성 연구로 한국 신문상, 1988년 한글 발전 기여 공로로 한글학회 표창, 2007년 한글 글자체 발전 기여 공로로 독일 라이프치히 시가 수여하는 구텐베르크상을 수상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지내고 2013년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를 설립했다. 저서로 『한글디자인』, 역서로 『타이포그래피』 등이 있으며, 『한국의 전통문양집』, 『가난한 예술가들의 여행』, 『보고서|보고서』, 『디자인 사전』 등을 디렉팅했다.
.저 : 김병종 (金炳宗)
한국화가이자 대학교수. 김병종 화백은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든다. 서울대 미대 교수이자 『바보예수』『생명의 노래』 그림 시리즈, 『김병종의 화첩기행(1~4권)』 등으로 순수예술을 이어가면서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함께 누리고 있는 그는 유려한 필력과 그림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많은 독자들과 미술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광주비엔날레, 베이징비엔날레와 피악,바젤,시카고 등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국내외 저명미술관에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고, 미술기자상,선미술상,대한민국기독교 미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가철학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김병종의 화첩기행(1~4권)』, 『중국회회연구』 등의 책을 내었다. 화집으로는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길 위에서』, 『청렴과 탐욕의 중국사』 등이 있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름 없이 스러져간 예인들을 되살려내어 각박한 삶에 메마른 독자들의 가슴속 희망을 주었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에세이로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인다.
.저 : 전중환 (JUN,JOONG-HWAN)
진화 심리학자. 현재 경희 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며, 인간 사회의 협동과 갈등, 이타적 행동, 근친상간과 성관계에 대한 혐오 감정 등을 연구하며 심리학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오래된 연장통』, 『본성이 답이다』, 『욕망의 진화』 등의 책을 쓰고 옮겼다.
– 책 속으로
해질 무렵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뜻밖에 적지 않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동산에 오르거나 강변을 거닐며 지는 해를 바라보라. 석양을 바라보며 숙연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감성인가보다.『인간의 위대한 스승들』이라는 책에는 평생 아프리카에서 자연을 연구한 어느 동물학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그는 아프리카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스러져가는 석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숲 속에서 홀연 파파야 한 묶음을 들고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지는 해를 발견한 그 침팬지는 쥐고 있던 파파야를 슬그머니 내려놓더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을을 15분 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터덜터덜 숲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땅에 내려놓은 파파야는 까맣게 잊은 채. 침팬지의 삶도 피안의 순간에는 까마득한 저 영원의 바깥으로 이어지는가? 그 순간에는 그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을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있었나 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스웨덴에서 전시회를 할 때도 그곳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이유인즉, 스웨덴에도 소나무가 전체 수목의 30퍼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알함브라를 2년 넘게 작업했는데, 그곳에서도 가장 중요한 나무가 소나무다. 그래서 농담으로 후배가 “선생님 유명해진 거는 사진을 잘 찍은 게 아니고 우리나라 소나무가 제일 잘생겨서 그렇습니다”라고 한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우리 소나무는 독특하게 생겼다. 객관적으로 가장 개성 넘치는 나무가 우리의 소나무다. 재미있는 것은 각 나라의 소나무는 그 나라 사람과 닮는다. 닮은 순서는 소나무가 먼저고 사람이 나중이겠지만, 아무튼 스페인의 소나무는 스페인 사람을 닮고 스웨덴의 소나무는 스웨덴 사람을 닮았다. 다만, 뉴칼레도니아의 소나무는 길쭉한데, 섬사람들은 퉁퉁하다. 따져보니, 참치였다. 그 사람들은 참치를 닮은 것이다. 그렇듯 사람은 자연과 친연한다. —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과 풀들」 중에서
살로메가 세례 요한의 목을 원하면서 헤롯왕 앞에서 추었던 유혹의춤. 분명히 무척이나 매혹적이었겠지만, 그 춤은 가장 나쁜 춤일 것이다. 그럼 가장 좋은 춤은 무엇인가. 부처께서 영산에서 마지막 설법을 하실 때, 앞에 있던 연꽃을 대중에게 들어 보이시니까, 오직 제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듣고 빙그레 웃으며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 춤은 부처와 가섭의 마음을 하나로 만든 춤이었다. 그 ‘이심전심은 대우주의 어떤 진리나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 깨달음의 몸짓, 그런 춤이라면, 가장 좋은 춤일 것이다. 그렇듯, 구도와 예술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생명 속에서 하나가 아닐까. 그런 경지라면, 진정 아름다울 것이다. — 「늘 함이 없음을 깨닫고」 중에서
바로 이런 공간은 “남창에 기대어 마음을 다잡아보니, 방은 비록 좁지만 편안함을 알았노라”하며 고백할 수 있는 기오정신이 발현된 공간이다. 이러한 사유의 전환으로 우리는 ‘표상주의적 건축에서 대상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건축’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어떤 특질을 가진 공간을 모아, 어떤 특별한 장소나 환경을 만든다기보다, 즉 건축에 내재하는 어떤 아름다움을 구축하기보다는, 오히려 환경 또는 땅의 조건에서 건축을 도출하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쓸어내고 백지로 만든 뒤, 그 위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서, 매 순간 또 다른 아름다움이 역동적으로 생성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 중에서
여기서 우리는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신비한 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만약 A라는 원소가 있다면, 지구에 있는 원소나,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발견되는 원소나, 태양 대기에 있는 원소나, 그 함량비를 비교해보면 모두 놀랄 정도로 서로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그림에서 횡축은 아옌데 운석의 원소별 함량비를 나타내고, 종축은 태양 대기의 함량비이다. 운석과 태양 대기의 화학 조성이 이렇게 서로 같다. 이는 ‘내 육신’을 구성하는 물질이 태양뿐만이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원자 수준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뜻이다. 이는 무지개에서 출발해 다가갈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다.— 「무지개, 우주를 읽는 하나의 열쇠」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 지성의 우물에서 함께 길어올린 진정한 통섭, 평생토록 ‘아름다움’을 그리고 짓고 붙들고 노래하고 심지어는 온몸으로 흐느껴온 대가들의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삶의 조건의 하나인 ‘아름다움’의 생생한 민얼굴을 독자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이란 미학과 철학이 다뤄온 주제였다. 그 주제의 깊이를 다룬 책들은 일반 독자에겐 어렵고 생소할 수밖에 없는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이 시대를 대표하는 11인의 지성이 내놓은 자기고백적인 ‘아름다움’은 전혀 새롭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키워드에서 출발해 ‘예술’ ‘인문사회’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대표 지성 11인이 저마다 자신의 삶과 분야에서 평생 깨달으며 정진해온 ‘아름다움’이 때론 진솔하게 때론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무엇보다 쉽고 감동적이다. 과학과 예술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통섭의 현장을 확인해볼 더없이 좋은 기회.
.과연 우리 시대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신이 아니기에 순간적으로나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건축가인 민현식과 음악가인 이건용은 아름다움을 찾아나선 수십 년의 여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변화와 생성’이라 말한다. 이들은 아름다움의 생성의 순간, 즉 변화에 주목한다. 일상을 접어놓는 순간 ‘대책 없는 약동’을 느끼며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에서 ‘차이’의 사유를 발견한다. 화가 김병종과 무용가 김현자는 묵묵히 창작의 길을 걸어오며 자기 부정을 통해 어떻게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개척해왔는지 고백한다. 평생을 함께해온 붓을 예찬하는 김병종은 세월과 낡음이 어떻게 아름다움에 다가갔는지 사유하며 이 사유방식은 날것 그대로의 〈생춤〉을 온몸으로 밀고 온 김현자의 ‘자연과의 합일’에 이르러 우리로 하여금 예술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준다.
그런가 하면,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박사는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수백만 년간 축적되어온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즉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미인의 기준이나 집을 선택할 때 나타나는 인간의 습성을 이해할 때 이러한 시각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화학자인 정두수 박사는 거울상이성질체와 키릴성을 예로 들며 자연상태는 덩굴이 오른쪽으로만 꼬여가듯 한쪽으로 편향된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내놓으며 ‘대칭의 아름다움’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글이 정말로 큰 디자인이라는 디자이너 안상수의 글과 무지개를 통해 인간과 우주의 근본 조건까지 가 닿은 천문학자 홍승수 박사의 글은 ‘아름다움’이 왜 ‘알다’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분명하고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김혜순 시인은 그 특유의 문장력으로 아름다움의 역설을 이야기하면서 세상 이전의 혼돈, 세상 이전의 고독한 침묵을 이 귀가 시로 받아적는다고 쓰고 있다. 그녀는 나는 신이 아니기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