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고전이 된 삶 : ‘사기’부터 ‘모란정’까지 동양고전 걸작과 함께 읽는 중국 문장가 열전
이나미 리츠코 / 메멘토 / 2013.4.22
– 중국 문화사의 빛나는 걸작을 낳은 10인의 명문장가를 만나다! 백 년의 삶을 위한 처세훈에서 세계의 고전이 된 역사서까지 『고전이 된 삶』
중국 문학 연구자인 이나미 리쓰코가 전한부터 청대까지 2천년에 걸친 시간대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 문장가 열 사람을 뽑아서 그 삶의 자취를 더듬어본 책이다. 궁형이라는 굴욕을 참아내고 총체적인 역사서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 남북조 말기의 지옥 같은 난세에서 살아남아 《안씨가훈》을 남긴 안지추 등 중국의 명문장가 10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을 닮은 문장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동아시아 고전 텍스트의 창작자들은 시문에서부터 역사,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걸작을 남긴 문장가들이다. 고통과 절망의 상황에서도 글을 삶의 의지로 삼아 저항했던 문인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즐긴 쾌락의 문장가들, 이야기 세계의 창조자들까지 동양고전의 걸작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생애를 서술한 ‘열전’과 더불어 2부의 ‘작품’편에서는 동양철학자 김태완이 ‘열전’에 소개된 문장가들의 명문을 뽑아 한문 원문을 번역하여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특히 ‘작품’편에는 사마천이 이릉 사건에 연루되어 궁형의 치욕을 겪게 된 경위와 심경, 자신의 불운한 처지와 세상에 대한 불운을 비장하게 진술한 ≪임소경에게 답하는 편지≫, 죽림칠현의 일원이었던 혜강의 노장사상가로서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양생론≫ 등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명문들을 담아냈다. 좀 더 다양한 동양고전을 즐기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 목차
편역자 서문
│열전│
머리말
1장 사마천_ 절망의 심연에서 분노를 터뜨려 글을 쓴 역사가
역사가 집안에서 태어나다│아버지 사마담의 꿈│역사가 수업을 위한 여행│사마담의 죽음│이릉 때문에 일어난 재앙│궁형의 굴욕│분노를 저술로 터뜨리다│『사기』 집필│사마천이 묘사한 무제│불행한 역사가들
2장 공융_ 조롱과 독설, 촌철살인에 능한 스타일리스트
조조의 문학 살롱│열 살에 넘쳐난 재기│‘당고의 금’과 소년 공융│황건적과 동탁의 대두│북해의 장관으로서│‘건안칠자’의 한 사람으로서│공융의 문장│조조와 불화하다│공융 처형│반골 문인의 자기 주장
3장 혜강_ 불의한 권력을 거부하고 절대 자유를 추구한 노장사상가
사마씨의 위 왕조 찬탈 계획│죽림칠현│궁정재자 하안│미장부 혜강의 풍모│사마씨 정권과 칠현│혜강, 거병을 단념하다│산속을 거닐고 대장 일에 열중하다│속물 혐오│산도에게 보낸 절교장│반유교적 발언으로 투옥되다│옥중의 시와 「자녀에게 주는 훈계」│사마씨, 위 왕조를 찬탈하다│사마씨 정권에 몸을 바친 혜소
4장 안지추_ 시대의 가혹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한 지식인
난세를 살아간 지식인의 증언│9대조 안함의 좌우명│양 무제│후경의 난│생사의 갈림길에 선 방탕한 귀족 청년│강릉 정권 붕괴│처자를 거느린 필사의 탈출│학문을 직능으로 여기다│북제 문화에 공감하다│북제 멸망, 다시 장안으로│『가훈』으로 본 문장가 안지추│자손에게 이어진 재능
5장 소동파_ 역경에 흔들리지 않고 생의 활력을 불태운 대문호
근세적 ‘문인’의 탄생│소씨 집안 사람들│소씨 형제, 과거에 도전하다│아내와 아버지의 죽음│정쟁에 지쳐서 지방 근무를 지원하다│유형에도 꺾이지 않은 황주 생활의 즐거움│밭일과 시 창작│가장 사랑한 여인의 죽음│해남도로 유배를 가다│‘어찌 즐기지 않으랴’
6장 양유정_ 사랑의 파토스를 대담하게 노래한 쾌락주의자
몽골족 우선 시대에 멸시받던 남인 출신│맹렬히 공부한 끝에 과거에 합격하다│시 창작과 지방관 직무│관직을 사퇴하고 글을 팔아서 생계를 잇다│문명과 방탕│사랑의 파토스를 노래하다│정치에 대한 관심과 홍건적의 난│은둔, 그리고 변함없는 쾌락 추구│출사를 거부하다│쾌락 추구의 그늘에 숨어 있는 강단
7장 정판교_ 사대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깨고 자립한 직업 문인 화가
양주팔괴의 한 명│사랑으로 길러준 유모│계모에 대한 고마움과 애도│승려와 기녀의 도움을 받는 빈궁한 문인 화가│유랑 생활을 청산하고 과거시험을 보다│50세의 초임관, 명현령이 되다│직업 화가로 자립하다│의연하게 자립한 쾌락주의
8장 원진_ 감정에 몸을 내맡기고 에로스를 노래한 중국 최초의 소설가
가운이 기우는 가운데│열다섯 살에 과거 합격│생애 최대의 사랑에 빠지다│「앵앵전」의 여주인공│제거에 합격, 고급 관료의 길로│좌천, 그리고 아내의 죽음│백거이와 시를 주고받다│빠른 전향은 천성│장안에 돌아오다│사랑하고, 살아가고, 삶을 다 태워버린 소설가 인생
9장 탕현조_ 유교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맞선 중국의 셰익스피어
명대 희곡의 발전│중국의 ‘셰익스피어’│『모란정』의 세계│유교 사회의 통념을 뒤엎은 여주인공의 사랑│반골 기질과 과거 낙방│권력자 장거정에 대한 분노│이탁오의 영향│남경 부임, 고문사파에 대한 공격│상주문이 빌미가 되어 벽지로│창작 삼매의 나날│늙어서 더욱 반골 기질을 관철하다
10장 오경재_ 통렬한 풍자와 유머로 관료사회의 기만을 그려낸 이야기꾼
소설의 탄생│『유림외사』,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편소설│과거 수험생 범진 이야기│인색한 엄 감생 이야기│사회의 기만을 그려내는 붓│명문 오씨의 후예│탕진한 끝에 고향을 버리다│시험을 거절하다│빈궁함 속에 『유림외사』 완성│근대의 입구에서 문학관을 전환시키다
맺음말 ―― 253
주요 참고문헌 ―― 256

│작품│
1장ㆍ사마천
『사기』 「태사공자서」
「임소경에게 답하는 편지」
『사기』 「평진후열전」
『사기』 「백이열전」
「선비가 때를 만나지 못함을 슬퍼하다」
2장ㆍ공융
「예형을 천거하는 표」
「성효장을 논하는 편지」
「임종 때 읊은 시」
3장ㆍ혜강
「산거원에게 보내는 절교 편지」
「양생론」
「성무애락론」
「군에 입대하는 수재에게 드림」
「여장제에게 보내는 절교 편지」
「가슴에 맺힌 울분」
「자녀에게 주는 훈계」
4장ㆍ안지추
『안씨가훈』 「지족편」 「면학편」 「섭무편」 「치가편」
「내 인생을 돌아보는 부」
5장ㆍ소동파
『동파지림』 가운데 소동파와 관련한 수필 한 편
「죽은 아내 왕씨 묘지명」
「신축 11월 19일 자유와 정주 서문 밖에서 이별하며 말 위에서 시 한 편을 읊어서 준다」
「처음 황주에 이르러서」
「전적벽부」
「후적벽부」
「염노교―적벽회고」
「서강월」
「여량의 중둔전에게 답하다」
「제서림벽」
6장ㆍ양유정
「궁사」
「염상행」
「염거중」
「서호죽지사」
「소대죽지사」
「삼사정통변」
「속렴집」
「노객부요」
송렴의 「양염부를 오절로 보내며」
7장ㆍ정판교
「칠가」
「판교자서」
원매의 『수원시화』에서
8장ㆍ원진
「이종형 호령지에게 답하는 50운」 서문
「앵앵전」
「염시」
「구구를 대신하여」
「잡다한 생각 다섯 수」에서 두 수
「이사육수」
「슬픈 마음을 보내는 세 수」의 나머지
「연창궁사」
『구당서』 「원진전」
「낙천의 편지를 받고」
백거이의 「남교역에서 원구의 시를 읽고」
9장ㆍ탕현조
『모란정환혼기』 가운데 제10척 경몽과 제36척 혼주
「보필의 신하와 감찰의 신하를 논하는 소」
10장ㆍ오경재
『유림외사』
정진방의 「문목선생전」
○ 저자소개 : 이나미 리츠코
저자 이나미 리쓰코 (井波律子)는 1944년 도야마(富山) 현에서 태어났다. 『삼국지』 연구와 『삼국지연의』 번역으로 유명한 중국 문학 연구자로, 중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활달한 필력을 가진 저술가로 정평이 나 있다. 1966년 교토(京都)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1972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가나자와(金澤) 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 교수로 있다. 2007년 『트릭스터의 군상―중국 고전소설의 세계』로 구와바라 다케오(桑原武夫) 학예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중국적 수사학의 전통』, 『중국의 그로테스크ㆍ리얼리즘』, 『삼국지 깊이 읽기』, 『인물 삼국지』, 『논어 입문』 등 30여 권이 있다. 그 밖에 『중국사의 주요 인물 101』, 『고다 로한(幸田露伴)의 세계』, 『아시아가 만들어내는 세계상―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가 남긴 것』 등 편저한 책들과 『삼국지연의』(전7권) 등의 번역서가 있다.
– 역자: 김태완
역자 김태완 (金泰完)은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초, 중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서울로 올라와 숭실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 율곡 이이의 책문을 텍스트로 삼아 실리사상을 연구하여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학교, 경원대학교, 성결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 등에서 교양철학과 동양철학, 한국철학, 한문 등을 강의하였고 지금은 광주광역시 소재 (사)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율곡문답』, 『사자소학, 어울림을 배우다』, 『중국철학우화 393』, 『경연, 왕의 공부』, 『살기 좋은 세상을 향한 꿈 맹자』, 『시냇가로 물러나 사는 즐거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성학집요』, 『상수역학』, 『도교』,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가 있다.

○ 책 속으로
“저는 역량도 헤아리지 못하고서 근래에 천박한 문장에 제 생각을 담고 천하에 흩어진 오래된 전승을 망라하여 역사 사실에 견주어서 검토하고 성패와 흥망의 이치를 탐구하여 모두 1백 30편으로 엮었습니다.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옛날과 오늘날의 변화를 통찰하여서 한 학자의 학설을 완성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처 초고를 완성하기 전에 이 재앙을 당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완성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에 극형을 받고서도 원한을 품지 않았습니다. 제가 참으로 이 책을 써서 명산에 간직하고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크고 작은 고을과 도시에 전해진다면 제가 이전에 받은 치욕을 보상받는 길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비록 만 번 죽게 된다 하더라도 어찌 후회하겠습니까?” ―사마천, 「임소경에게 답하는 편지」에서(293~294쪽)
“슬프다!
때를 잘못 만나 태어난 선비가
자기 그림자를 돌아보니 고독한 존재일 뿐이라 부끄럽도다.
늘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 것은
의지와 행동이 세상에 전해지지 않음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재능은 높았으나 세상이 험하였고
죽음에 이르도록 늘 부지런하였다.
비록 몸은 있으나 명성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재능은 있으나 펼치지 못했다.
곤궁과 통달은 그리도 쉽게 사람을 미혹하며
아름다움과 추악함은 참으로 변별하기 어렵다.
시간은 유유히 기세 좋게 흘러가서
나는 장차 스러질 뿐 펼치지는 못하리라.” ―사마천, 「선비가 때를 만나지 못함을 슬퍼하다」에서(310쪽)
“양생을 잘 하는 자는 (…) 맑고 텅 비고 고요하고 태연하며, 아집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한다. 명예와 지위가 덕을 해침을 알아서 이를 소홀히 하고 가꾸지 않되 의도를 가지고 억지로 금하지는 않는다. 기름진 맛이 본성을 해침을 알아서 버려두고 돌아보지 않되 탐낸 뒤에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바깥 사물이 마음을 얽어매는 일이 없고 신기(神氣)가 순수하고 깨끗하여 홀로 드러난다. 드넓어서 우환이 없고 고요하여서 사려가 없다. 또한 하나(一, 도)로써 지키고 조화로써 길러 온화하게 다스리고 날마다 이루어가서 대순(大順, 자연)에 동화한다. 그런 뒤 영지(靈芝)로 찌고 예천(醴泉)으로 윤택하게 하고 아침볕으로 말리고 오현(五絃)으로 편안하게 하되, 함이 없이(無爲) 스스로 터득하면 몸은 묘해지고 마음은 그윽해진다. 기쁨을 잊은 뒤 즐거움이 넉넉하고, 삶을 버린 뒤 몸이 보존된다.” ―혜강, 「양생론」에서(342~343쪽)
* 거주하는 고을의 관리는 마땅히 존경하기만 하면 된다. 아주 친밀해서는 안 되며 자주 왕래해서도 안 되고 마땅히 필요한 때 방문해야 한다.
* 일을 할 때는 먼저 그 일이 할 만한 일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 사람들이 서로 말다툼을 할 때 누가 옳고 그른지를 알지 못하면 절대로 간여하지 마라. 잠시 침묵하고 관찰하면 시비는 저절로 알 수 있다.
*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친한 이웃이 아니며 어진 인재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초청을 하더라도 마땅히 다른 까닭을 들어서 사양하고 가지 마라.
* 모든 사람은 저마다 공과 사가 있으니 남이 사사로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마라.
* 마음속으로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와서 벗이나 다른 사람의 결점을 놀리거나 비웃으면 절대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
* 술에 취하면 반드시 몸을 크게 상하고 뜻과 사려도 어지러워지니 치근덕거리며 남에게 억지로 술을 권해서는 안 되며 마시지 않거든 권하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혜강, 「자녀에게 주는 훈계(家誡)」에서 발췌(363~370쪽).
“학문을 익힌 사람은 어디에 가더라도 걱정이 없다. 후경의 난 이래 많은 사람이 포로가 되었지만 선조 대대로 신분이 낮은 집안 출신이라도 『논어』와 『효경』을 읽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남의 선생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선조 대대로 훌륭한 귀족 가문 출신이라도 읽기, 쓰기가 서툰 사람은 모두 논밭을 갈고 말을 기르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예로써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문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 늘 책을 수백 권 보유할 수 있다면 천년이 지나더라도 신분이 낮은 계층으로 몰락하는 일은 없다.” ―안지추, 『안씨가훈』 「면학편」에서(116쪽)
“무릇 ‘육경(六經)’의 주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백가(百家)’의 저술을 널리 훑어보고 있으면 비록 자신의 인격을 높이거나 세상을 좋게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한 가지 기예’로써 자신의 몸을 구할 수는 있다. 아버지나 형이라도 언제까지나 의지할 수 없고, 고향이나 국가라도 언제까지나 존속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떠도는 몸이 되면 비호해주는 이도 없어서 자신의 살길은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 ‘천만 금이나 되는 재산을 쌓는 것보다 괜찮은 기예를 익히는 쪽이 낫다.’는 속담이 있지만 기예 가운

○ 출판사 서평
– 간략 책소개
이 책은 중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활달한 필력을 자랑하는 중국 문학 연구자인 이나미 리쓰코 (井波律子)가 전한 (前漢, B.C. 206 ~ A.D. 8)부터 청대(淸代, 1644 ~ 1911)까지 2천년에 걸친 시간대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 문장가 열 사람을 뽑아서 그 삶의 자취를 더듬어본 책이다.
궁형이라는 굴욕을 참아내고 총체적인 역사서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 남북조 말기의 지옥 같은 난세에서 살아남아 『안씨가훈』을 남긴 안지추, 유형의 몸에도 삶을 즐기며 「적벽부」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소동파, 유교 사회의 통념을 뒤엎은 연애극의 걸작 『모란정환혼기』를 써낸 탕현조, 관료사회에 일찌감치 등을 돌리고 백화 (白話) 문학 최고의 풍자소설 『유림외사』를 남긴 오경재 등, 중국의 명문장가 10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을 닮은 문장을 수록한 이 책은, 백년의 삶을 위한 처세훈에서 세계의 고전이 된 역사서까지, 중국 문화 2천년을 수놓은 걸작 명문을 만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1. 사마천에서 오경재까지, 중국 문화사 2천년을 이끈 10인의 명문장가
이 책은 중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활달한 필력을 자랑하는 중국 문학 연구자인 이나미 리쓰코(井波律子)가 전한(前漢, B.C. 206~A.D. 8)부터 청대(淸代, 1644~1911)까지 2천년에 걸친 시간대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 문장가 열 사람을 뽑아서 그 삶의 자취를 더듬어본 책이다.
궁형이라는 굴욕을 참아내고 총체적인 역사서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 남북조 말기의 지옥 같은 난세에서 살아남아 『안씨가훈』을 남긴 안지추, 유형의 몸에도 삶을 즐기며 「적벽부」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소동파, 유교 사회의 통념을 뒤엎은 연애극의 걸작 『모란정환혼기』를 써낸 탕현조, 관료사회에 일찌감치 등을 돌리고 백화 (白話) 문학 최고의 풍자소설 『유림외사』를 남긴 오경재 등,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동아시아 고전 텍스트의 창작자들은 시문(詩文)을 짓는 좁은 뜻의 문장가뿐만 아니라 역사,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걸작을 남긴 문장가들이다.
치열하게 시대에 맞서면서 자기를 표현하려고 했던 이 매력적인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생동감 있게 서술한 「열전」과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2부 「작품」편은 동양철학자 김태완이 「열전」에 소개된 문장가들의 명문을 뽑아서 한문 원문을 번역(완역 혹은 발췌번역)해넣고 설명을 덧붙인 부분이다. 사마천이 이릉 사건에 연루되어 궁형의 치욕을 겪게 된 경위와 심경, 자신의 불운한 처지와 세상에 대한 울분을 비장하게 진술한 「임소경에게 답하는 편지」, 죽림칠현의 일원이었던 혜강의 노장사상가로서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양생론」, 대담한 시풍을 자랑한 쾌락주의자 양유정이 민가 형식을 빌려서 사랑의 파토스를 마음껏 노래한 「서호죽지사」, 중국 희곡사의 빛나는 명작인 『모란정환혼기』 등 2부 「작품」편에 담긴 문장들은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명문들로 동양고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것이다.
2. 고통과 절망에 단련된 붓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삶을 노래하고, 이야기를 창조했던 사람들
저자 이나미 리쓰코는 열 명의 문장가를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그는 ‘위기를 살아간 문인’으로 사마천 (전한), 공융 (후한), 혜강 (위), 안지추 (남북조)를, ‘쾌락을 추구한 문인’으로 소동파 (북송), 양유정 (원), 정판교 (청)를, ‘이야기 세계의 창조자’로는 원진 (당), 탕현조 (명), 오경재 (청)를 들고 있다.
① 위기를 살아간 문인
사마천, 공융, 혜강, 안지추는 고통과 절망의 상황에 처해서도 글을 삶의 의지로 삼고 자신을 짓눌렀던 힘에 저항해 나갔던 문인들이다. 예로부터 “명저는 몸과 정신이 견딜 수 없는 한계 지점까지 내몰린 사람의 절망과 분노를 발판으로 삼아 비로소 태어난다고 한다.” 궁형이라는 굴욕을 참아내고 분노를 폭발시켜 총체적인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 (司馬遷, B.C. 145 ~ 86)이야말로 분노를 터뜨려서 책을 저술한 (發憤著書) 가장 대표적인 예다.
조롱 섞인 언사와 태도로 『삼국지』의 영웅 조조를 계속 도발했던 건안칠자 (建安七子)의 한 사람인 공융 (孔融, 153 ~ 208)은 날카로운 재기와 남의 신경을 건드리는 신랄하기 짝이 없는 독설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유교의 원조 공자의 20대 후손으로 자존심이 강했던 공융은 환관의 양자의 아들이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출신이었던 조조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러한 심리적 굴절과 위화감이 점점 심해져 조조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결국 조조의 계략에 빠져 죽는다. ‘설론 (說論)’으로 불리는 문답체의 풍자적인 작품에 능했던 이 스타일리스트의 글은 오늘날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자 위 왕조 말기 최고의 시인으로서 도가의 노장사상가였던 혜강 (혜康, 223 ~ 262)은 당대 최고의 현인이자 미장부였다. 그는 사마씨 정권에 얽혀들기를 거부하면서 쓴 「산거원에게 보내는 절교 편지」의 반유교적 발언이 빌미가 되어 정치적 타살을 당한다.
남북조 시대 말기, 남조의 한족 왕조인 양 (梁)이 멸망하는 바람에 북방 이민족 왕조에서 벼슬을 살아야 했던 안지추 (顔之推, 531 ~ 591)는 남과 북을 합하여 네 왕조에 몸을 맡기고 격심한 운명의 변화를 맛본 인물이다. 『안씨가훈 顔氏家訓』(전체 20권)은 안지추가 스스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서 자손에게 남기는 훈계 형식으로 써서 엮은 저술이지만 남북조의 사회상황을 분석한 에세이에서 학문론, 언어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래에 걸쳐 있다. 안지추는 『가훈』을 통해 “학문이라는 기예를 확실히 익히기만 하면 어느 시대, 어디에 가더라도 살아갈 수가 있다”는 뼈저린 체험에서 얻은 실감을 전하고 있다.
② 쾌락을 추구한 문인
소동파, 양유정, 정판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즐겼고, 글 쓰는 일을 쾌락의 일종으로 여긴 사람들이다. 관료사회의 당파 싸움에 휘둘려 부침을 거듭했으면서도 엄청난 시문을 써낸 북송의 대시인 소동파 (蘇東坡, 1037 ~ 1101, 본명은 소식 蘇軾). 그는 서예·그림·건축에서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과 취미에 통달하고 삶을 즐긴 달인이었다. 관료들의 격렬한 파벌 투쟁에 말려들어 세 차례나 혹독한 유형 생활을 하지만 역경에 처하면 처할수록 생의 활력을 불태운 그는 “인생은 나그네 같으니 어찌 즐기지 않으랴?” 하는 태도로 삶을 즐긴 인물이다.
양유정 (楊維楨, 1296 ~ 1370)은 시의 대중화가 진행된 원 (元) 말, 강남 각지 시사 (詩社, 시 동아리)의 대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이자 글을 팔아 생계를 꾸려간 직업 문인의 시초이기도 하다. 전통 중국 남성으로서는 드물게 여성숭배의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사대부 지식인 계층의 여성이나 여자 예인과 기녀 등 화류계 여성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그도 여성 시인의 작품을 공정하게 평가했다. 선정적이고도 아름다우면서 대담한 시풍과 함께 철저하게 쾌락주의적인 생활태도를 지녔기 때문에 ‘문요 (文妖, 요사한 문인)’로 불렸다.
청대 중기의 문인 화가 정판교 (鄭板橋, 1693 ~ 1765, 본명은 정섭 鄭燮)는 강남의 대도회지 양주 (揚州)에서 활약한 여덟 화가, 곧 ‘양주팔괴 (揚州八怪)’의 한 사람으로 꼽히며, 그림과 서예 분야에서 탁월했다. 어떤 면에서 그는 ‘문장가’의 틀을 빠져나온 더 넓은 의미의 창작자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빈궁의 맨 밑바닥에서 성장했기에 남의 고통에 과민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들에게 늘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서화에 뛰어났으며, 대나무 그림은 일가를 이룰 정도로 유명한데, 자기 서화에 정가표를 매겨 공개하는 등 서화 시장에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 기존의 화가가 자산가의 후원을 받는 기생적인 생활방식을 택했다면 정판교는 철저하게 자립을 선언한 직업 화가였다.
③ 이야기 세계의 창조자
전통 중국에서는 희곡이나 소설 같은 허구를 표현하는 장르는 속문학 (俗文學)으로 일컬어지면서 내내 경시되어왔다. 원진, 탕현조, 오경재는 희곡과 소설 장르에서 걸작을 써낸 사람들로 누구 못지않게 기구한 생애를 살았던 사람들이다. 자신의 연애 체험을 근거로 단편소설 「앵앵전 鶯鶯傳」을 쓴 작자로 알려진 원진 (元진, 779 ~ 831)은 중국 최초의 연애소설 작가이자 백거이와 함께 원백으로 불리는 중당 (中唐) 시인이다. 여성과 맺은 에로스적 관계를 노래하는 수많은 가작 (佳作)을 남긴 원진은 이성애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을 기피하는 중국의 문학적 전통 아래에서 감정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에로스의 노래를 부른 인물이다.
이어지는 인물은 걸작 장편희곡 『모란정환혼기 牧丹亭還魂記』를 지은, 명 말의 대희곡작가 탕현조 (湯顯祖, 1550 ~ 1617)이다. 그는 종래의 유교가 부정해온 인간적 욕망이야말로 진정 도덕적인 것을 산출해내는 기동력이 된다고 주장하는 왕학 좌파, 그중에서도 이탁오 (李卓吾, 1527 ~ 1602)의 영향을 받았다. 이탁오는 유교의 전통적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성 권위에 때 묻지 않은 ‘동심’이라고 주장하여 욕망의 논리에 기인한 개개인의 실존을 적극적으로 긍정한 사상가이다. 탕현조가 『모란정』에서 창조한 두여낭이라는 여주인공도 ‘동심’에 넘쳐서 두려움도 겁도 없이 사랑의 욕망을 관철한 인물이다.
오경재 (吳敬梓, 1701 ~ 1754)는 청대 중기, 과거 (科擧)에 휘둘리는 지식인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한 백화 (白話, 구어체) 장편소설 『유림외사儒林外史』를 지은 작가이다. 그 전의 백화 장편소설 작가들은 경력이 알려져 있지 않고, 본명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들 스스로 백화소설 작가라는 점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오경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13년간 삶의 열정을 쏟아부어 『유림외사』를 짓고, 종래의 견고한 문학적 가치관을 온몸으로 역전시킨 인물이다. 매문을 생업으로 삼고 진력을 다했지만 정말이지 찢어지게 가난했고, 과거에 합격하여 관료가 되는 것을 가장 높이 여기는 전통 중국의 가치관에 등을 돌리고 시문과 연극에 열중하면서 뜻이 맞는 벗들과 교제를 하며 자유로운 생애를 보냈다.
3. 백 년의 삶을 위한 처세훈에서 세계의 고전이 된 역사서까지, 동양고전의 명문과 걸작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의 2부 「작품」편에 담긴 걸작 명문들은 다음과 같다.
.사마천_ 『사기』의 전체 서문이자 사마천 자신의 열전인 「태사공자서」, 이릉 사건의 진상과 이에 연루된 경위와 심경을 비장하게 진술한 「임소경에 답하는 편지」, 시대로부터 버림받고 배신당한 심경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선비가 때를 만나지 못함을 슬퍼하다」 외
.공융_ 수사성이 뛰어났던 스타일리스트 공융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예형을 천거하는 표」 「성효장을 논하는 편지」 외
.혜강_ 노장 청담학의 명문으로 꼽히는 「양생론」, 중국 최초의 미학논문이자 ‘소리에는 본디 슬픔과 기쁨이 없다’는 혜강의 예술철학을 담은 「성무애락론」, 죽기 전 아들 혜소에게 남긴 처세훈 「자녀에게 주는 훈계」 외
.안지추_ 극심한 분열과 혼란의 시대인 남북조 말기를 자력으로 살아낸 안지추가 기록한 생존의 지혜이자 시대를 초월한 인생지침서 『안씨가훈』 일부
.소동파_ 필화(筆禍) 사건으로 황주(黃州)에 유배되었던 소동파가 적벽을 노닐다가 지은 걸작 「적벽부」, 소동파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조운을 기리는 시 「서강월」 외
.양유정_ 시(詩)의 대중화에 혁명적 바람을 일으킨 「서호죽지사」, 소금상인을 규탄하고 소금일꾼의 궁핍한 상황을 호소하는 시 「염상행」 「염거중」 외
.정판교_ 근대 서예의 개척자로 빈궁하고 소외된 존재에게 지극한 애정을 가졌던 정판교가 쓴 「칠가」, 「유모시」 외
.원진_ 백거이와 함께 원백(元白)으로 불린 중당의 시인 원진이 쓴 자전적 연애소설 「앵앵전」,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편시 「연창궁사」,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가책을 노래한 절창 「슬픈 마음을 보내는 시 세 수」 외
.탕현조_ 권위라는 권위는 모두 부정하고 인간의 욕망을 긍정했던 반골 희곡작가 탕현조가 쓴 중국판 ‘사랑과 영혼’ 『모란정환혼기』 일부
.오경재_ 소설이 천대받던 시기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13년 동안 에너지를 쏟아부어 쓴 백화 문학 최고 걸작 『유림외사』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