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자크 데리다 : 시선의 권리
자크 데리다 / 아트북스 / 2004.6.30
이 책은 독특한 형식의 포토-로망이다. 흑백사진 290장이 실려 있고 사진엔 말(글)은 한마디(한 단어)도 없다. 데리다는 철학-회화, 말-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사진을 통해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플리사르의 사진을 ‘해설’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감싸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사진과 텍스트는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으며 보족적이며 독립적인 텍스트로 서로를 관찰하고 관찰당한다.
우리는 결국 이 사진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인물들은 떠나고, 돌아온다. 그들은 옷을 바꾸어 입고, 파트너를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 왔던 자리로 돌아와 애초의 자세 그대로 사랑을 한다. 여기서 떠남과 돌아옴은 구분할 수 없고 심지어는 떠남도 돌아옴도 없다. 모든 것은 무한히 반복되고 변주되며 확장된다. 시간은 연기되고 공간은 서로 다르므로 어떤 의미도 확정할 수 없다. 최종 해석은 불가능하며 있는 것은 수많은 해석, 수많은 시선의 권리뿐이다. 데리다는『회화의 진리』에서 고흐의 구두 그림을 통해 말했던 것을 이번에는 사진을 통해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는 시선의 권리는 사진 속 그녀들의 시선의 권리, 사물들이 가지는 시선의 권리와 경쟁하고 투쟁한다. 그 어느 것도 어떤 위계적인 질서 속에서의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우주는 열려 있고 모든 것은 서로 다르며 무한히 반복된다. 이제 남는 것은 시선의 독재가 아니라 시선의 다양함이고 무미건조한 하나의 관점이 아닌 풍성한 차이의 향연이다.
–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언어와 사진의 관계를 규명한 책.
언어를 배제한 채로 어떻게 ‘보는 것'(사진)이 ‘말하는 것’과 ‘읽는 것’, 그리고 ‘쓰는 것’과 다른가를, 사진이 어떻게 그러한 경계를 넘나드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독특한 형식의 ‘포토-로망’으로, 290장의 흑백사진과 텍스트는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으며 독립적인 텍스트로 서로를 관찰하고 관찰당한다. 데리다는 철학-회화, 말-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사진을 통해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말한다.
하지만 플리사르의 사진을 ‘해설’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감싸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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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자크 데리다
20세기 후반의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해체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알제리 태생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한 뒤 후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 모교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쳤고 예일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 등에서도 교수를 지냈으며 1987년부터는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 주임으로 재직했다.
1967년 [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nom?ne),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De la grammatologie), [문자기록과 차이](L’?criture et la diff?rence) 등 세 권의 저서를 발표함으로써 일약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떠오른 데리다는 초기 저작에서 서양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해체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복권하고 텍스트의 복잡성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한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유럽공동체와 주권, 마르크스주의와 국제법, 이주노동자의 환대, 탈식민주의와 종교의 해체, 인권과 민주주의 등에 관해 폭넓은 저작을 발표했으며, 현실 정치의 문제들에도 적극 개입했다.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res de Marx, 1993), [법의 힘](Force de loi, 1994), [불량배들](Voyous, 2003)이 후기 데리다의 윤리?정치 사상을 대표하는 저작들이며, 2004년 파리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철학의 여백](Marges de la philosophie, 1972), [우편엽서](La carte postale, 1980), [타자의 단일언어](Le monolinguisme de l’autre, 1996) 등 80여 권이 넘는 저작과 수백 편의 논문, 인터뷰 등을 남겼다.
– 사진: 마리-프랑수아즈 플리사르
마리-프랑수아즈 플리사르(Marie-Francoise Plissart)195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플리사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푸가Fugues』(1983, Minuit) 『나쁜 눈Le Mauvais Oeil』(1986, Minuit) 『프라하, 하얀 결혼Prague, un mariage blanc』(1985, Autrement) 『오늘Aujourd’hui』(1993, Arboris)등은 특이한 느낌을 주는 장소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포토-로망 형식의 책이다. 그녀는 프라하, 브뤼셀, 킨샤사,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2004 베니스 비엔날레를 준비했다.
○ 출판사 서평
.포토-로망 형식을 빌린 데리다의 대표적인 예술론!
많은 현대 철학자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곤 한다. 하이데거는 반 고흐의 ‘구두’를, 푸코는 마그리트의 ‘파이프’를, 들뢰즈는 베이컨의 ‘고깃덩어리’를 빌려 유사와 상사, 해체, 전복이라는 현대 철학의 개념들을 풀어나간다.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반 고흐가 붙인 제목은 ‘구두 한 켤레’가 아니라 ‘구두 두 짝’이다)를 두고 하이데거와 샤피로, 데리다가 벌인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가 반 고흐의 낡아빠진 구두에서 농촌 아낙네의 삶을 장엄한 문체로 그려낸 반면, 미술사가 마이어 샤피로는 사실에 입각해 그것은 대도시에서 분투하는 무명화가 반 고흐의 것임에 틀림없다고 하이데거를 공박한다. 이에 대해 자크 데리다는 둘 다 틀렸다고, 그 구두는 무명화가 반 고흐의 것도, 농촌 아낙네의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샤피로는, 예술은 재현이라는 낡은 모더니즘의 공식을 되풀이했고,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존재’를 포착했지만 예술의 진리가 한 번에 현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리다는 예술작품의 진리는 켤코 한 번에 현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데리다의 핵심적인 예술 텍스트 세 권 중 유일하게 국내에 소개되는 책이며 앞서 발표한『회화의 진리』의 사진으로의 변주인 셈이다.
.흑백사진 290장이 말하는‘시선의 권리’
건조한 흑백사진, 거기에 두 개의 몸이 있다. 액자가 하나 벽에 기대 있고 살랑거리는 미풍이 커튼을 휘저어놓는다. 벗어놓은 옷, 신발,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또 들여다볼 수도 있는 유리문과 사물을 되비치는 거울… 이 모든 것은 물질로 거기 존재한다.
도미니크와 클로드, 두 연인은 키스하고 애무하고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그녀들을 보고 그녀들은 커다란 거울 속에 있는 자신들을 본다. 작은 샹들리에를 중심에 두고 좌우에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유리문이 있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사물이 존재할 뿐인 커다란 방. 벽난로 앞엔 작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등의자가 둘 역시 대칭을 이루고 서 있다. 베이컨의 고깃덩어리가 인간의 육신과 구분될 수 없듯이 여기 있는 사물들과 인간은 서로 구분될 수 없고 위계를 형성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자신만의 ‘시선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이 사진 속에는 완벽한 침묵이 존재한다. 침묵, 즉 말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은 말을 ‘보여준다’. 말하기란 말하고자 하는 바로 그것만을 전달할 뿐 그 외의 것은 배제해버린다. 반면 침묵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어서 무한히 풍부하다. 클로드는 계속해서 떠나지만 또한편 돌아온다. 여기에서 떠남과 돌아옴은 구별되지 않고 시간의 선차성 역시 그렇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 서로 시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처럼 시선의 권리는 서로 투쟁한다.
이미지 역시 영화 프레임처럼 늘 바뀌고 반복되며 다른 차원, 다른 이미지로 확장된다. 필라는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단어도 제시되거나 말해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단지 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을 뿐이다. 도미니크와 클로드는 처음처럼 다시 만나 껴안고 침대에 누워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애초에 떠났으나 다시 되돌아왔고 똑같이 누워 있다.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무엇인가?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복제본인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