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자크 아탈리, 등대 : 공자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우리에게 빛이 된 23인
자크 아탈리 / 청림출판 / 2013.10.10
– 공자부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세계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인생 항해의 등대로 삼은 23인의 지혜
긴 항해와 같은 인생에서 언제나 잔잔한 물결, 따스한 햇살을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탄하던 물결이 한순간 거친 파도로 돌변하듯 언제 어디서 행운을 만날지, 불운을 만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제아무리 똑똑하고, 건강하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불운을 피할 수 없는 것 역시 인생 불변의 법칙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매순간, 삶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부딪힐 때마다 큰 타격을 입는다.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시련을 극복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무엇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지만 정답을 모른다. 이렇듯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혼자가 아니라고 위안할 수 있는 사람,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자크 아탈리, 등대』는 우리가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23명의 등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세계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허술한 쪽배를 타고 시대의 격랑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자부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자크 아탈리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등대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신념과 극적인 삶으로 인생의 지혜와 묘미를 전해준다.

○ 목차
서문 _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1장. 공자 _ 군자의 삶
2장. 아리스토텔레스 _ 참되게 살려는 열정
3장. 아소카 _ 비폭력의 폭력
4장. 보이티우스 _ 이성의 전달자
5장. 힐데가르트 폰 빙엔 _ 빛의 목소리
6장. 이븐 루슈드 _ 지성의 환희
7장. 마이모니데스 _ 명료성의 힘
8장. 토머스 아퀴나스 _ 신에 대한 사랑의 의지
9장. 조르다노 브루노 _ 정신의 고귀함
10장. 카라바조 _ 천재의 건방짐
11장. 토머스 홉스 _ 국가의 존재 의미
12장. 스탈 부인 _ 열정적 살롱의 여왕
13장. 시몬 볼리바르 _ 신념을 향해 간 돈키호테
14장. 찰스 다윈 _ 항해하는 발견자
15장. 압델카데르 _ 두 개의 불
16장. 월트 휘트먼 _ 흔들림 없는 열망
17장. 슈리마드 라즈찬드라 _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 영혼
18장. 발터 라테나우 _ 경계에 서다
19장. 토머스 에디슨 _ 틀을 거부한 발명왕
20장. 마리나 츠베타예바 _ 예술로부터 도피할 수 없었던 시인
21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_ 세상의 절대 가치가 된 음악
22장. 호치민 _ 민족주의적 혁명의 아버지
23장. 함파테 바 _ 아프리카의 현자
참고문헌
색인

○ 저자소개 :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최고의 석학이라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으로 사회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며 활동하였고 1974년에는 프랑수와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을 맡아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아탈리는 10여 년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직을 거친 후 유럽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하여 총재직을 맡았다. 현재는 아탈리 자신의 이름을 건 컨설팅회사 ‘아탈리 & 아소시에’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 정치인, 행정관료 등을 두루 거친 아탈리의 탁월한 혜안과 과학적인 분석은 프랑스 지성계를 넘어 전 세계의 방향타가 되었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미래 사회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설득력 있는 예측을 담은 그의 저서들은 학자로서 그의 명성을 더욱 드높여주고 있다. 한편 아탈리는 한 인물에 깊게 파고들어 전기傳記를 쓰는 일에 매혹되었는데 이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한 충실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서로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더 나은 미래』,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합리적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등이 있다.
– 역자 : 이효숙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파리-소르본 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번역문학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자디그, 또는 운명》, 《어린 왕자》, 《이방인》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여기서 내가 들려줄 모험의 주인공들은 어떤 점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등대들’인가? 이 책 속의 글들은 그들 각자에 대해 인터넷에서 그저 클릭 한 번이면 찾을 수 있는 내용에 무엇을 더한 것인가? 전기? 우선은 그 어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운명보다 더 광적이고, 더 강렬하고, 더 허구적이고, 우여곡절과 모순이 더 많은 운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 어떤 이론도 예술가들과 발견가들, 모험가들과 크리에이터들, 반항하는 자들과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들의 예상치 못한 일들로 풍요로운 인생 여정만큼 역사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생애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성찰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p.5 「서문」
어떤 작품들의 저자임이 반박의 여지없이 확실한 최초의 음악가를 알아내기 위해 나는 오래도록 애썼다. 그 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신학자이며 의사이자 군주들의 조언자였던 어느 수녀이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녀가 작곡한 곡에서 듣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일은 없었다. 나는 그 목소리에서 내가 아는 모든 시대의 음악을 느꼈다.— p.120 「5장. 힐데가르트 폰 빙엔」
신앙은 이성과 양립할 수 있을까? 이슬람교와 유태교가 과감히 맞섰던 이 문제를 기독교라고 면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 시대에도 계속 들러붙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 문제가 나를 매혹시킨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를 무찌르라는 임무를 맡고서도 그의 횃불을 감히 다시 든 토머스 아퀴나스는 나를 더욱 매혹시킨다.— p.224 「8장. 토머스 아퀴나스」
천재적인 불량배, 주먹다짐과 사회 밑바닥을 좋아하면서 거만 떨던 자, 정염의 불길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더욱 잘 밝히기 위해 그림을 혁신시키던 궤적에 매혹되었다. 출자자들에게 감히 자신의 견해를 강요한 최초의 예술가, 삶이나 작품이나 죽음에서 신앙도 없고 법도 없는 최초의 예술가였던 그는 우리 시대의 다른 예술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를 예고하는 인물이다.— p.272 「10장. 카라바조」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알제리에서 역사가 알제리 독립의 첫 번째 위대한 영웅으로 지칭하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인생 대부분을 종교적인 통합에 마음을 쓰던 신비주의자이고, 자기에게 고맙게 해준 적 없는 프랑스의 예찬자였으면서도 식민지해방 투쟁의 선구자였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인물인가!— p.444 「15장. 압델카데르」
간디의 전기 작업을 하다가 나는 이 놀라운 인물을 만났다. 유성 같은 궤적을 남긴 이 인물은 스스로를‘신을 마주하는 희망에 사로잡힌 학자’라고 평한다. 죽는 법을 배우는 데 거의 온통 다 바친 너무나 짧았던 삶 속에서 그가 드물게 한 말들이 나를 뒤흔들어놓았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힌두교적 관점을 나에게 그보다 더 잘 이해시켜준 사람은 없다.— p.502 「17장. 슈리마드 라즈찬드라」
홀로코스트의 수수께끼에 짓눌려 있던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어떻게 독일의 유태인들이 히틀러가 놓은 함정에 빠져버렸으며, 독일인들은 왜 그 괴물에게 매혹될 수 있었는지 이해해보려 애썼다. 이번에도 그 어떤 이론보다도 한 인간의 삶이 역사를 더 잘 밝혀준다. 발터 라테나우의 삶은 독일 유태인들의 운명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p.536 「18장. 발터 라테나우」

○ 출판사 서평
–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에 의지할 것인가?”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
23명의 등대들은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동양과 서양 사상의 주춧돌이 된 사상가들은 물론, 찰스 다윈과 토머스 에디슨처럼 과학의 새 지평을 연 천재들, 카라바조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같이 미술과 음악으로 시대에 영감을 준 예술가들, 스탈 부인과 월터 휘트먼, 함파테 바처럼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기록해낸 작가들, 토머스 아퀴나스와 보이티우스, 마이모니데스처럼 종교와 지성이 추구하는 궁극의 지향점을 보여준 종교인들, 토머스 홉스와 발터 라테타우, 호치민과 같이 국가와 정치를 위해 평생을 바친 학자와 정치인들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크 아탈리가 등대로 삼은 23명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우리 시대의 등대들인가?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또한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어떻게 불운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지켜냈을까?
자크 아탈리는 우리 시대의 등대들에 관한 수많은 원전을 분석하여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표와 영감을 통해 나 자신을 지켜내고 불안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같은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그 질문은 바로 “당신이 자기 자신이 되려 하는데 모든 것이 그것을 막으려고 단합할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물음은 우리 삶의 근원적인 탐구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자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라는 실존에 대한 자각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대들에게서 얻는 동질감과 삶의 방향
자크 아탈리는 국가, 시대, 인종, 종교, 사상, 성별 등을 뛰어넘어 오로지 등대들의 삶이 전해주는 중요한 인상과 깨달음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밥벌이가 중요하고, 나 자신과 가족의 안위가 중요하며,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이들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를 전하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인물들은 아닐까?
자크 아탈리는 등대들이 역사에 남긴 업적을 드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들 인생의 우여곡절과 감추고 싶은 비밀, 실제 성격과 신체적 특징, 욕망과 야망, 실수와 실패, 그리고 그들에게 내려진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는다. 위인으로서 존경할 만한 위대함과 그들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한계, 즉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독자에게 거침없이 보여준다.
예컨대 공자가 생전에 사람들로부터 항상 고귀한 대우를 받고 인정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공자가 여러 제후국들을 떠돌며 방랑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옛 황제들처럼 얼굴이 크지만, 이제는 버려진 떠돌이 개’와 같다고 비꼬았다. 공자는 그런 놀림을 받으면서도 ‘내가 옛 황제들과 비슷한지는 모르지만, 버려진 떠돌이 개라면 완벽히 맞는 이야기지’라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공자는 사후에도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에 의해 대대적으로 부정당하지만, 다시 중국인들의 사상적 기반인 유가의 시조로 칭송되면서 ‘동양의 정신적 아버지’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가지다. 알렉산드로스 사망 후 분열된 그리스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탓하며 그에 대한 찬사를 거둬들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을 피해 아테네를 떠났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철학은 서양 사상의 받침돌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등대들이 갖는 ‘결정적인 차별성’은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았던 인간적인 모습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에서 공감과 동질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뿐만이 아니라, 다른 등대들에게서도 전혀 순탄하지 않았으며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극적인 사연이 존재한다.
자유를 갈망하고 독재 정치를 경계했으나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에서 추방당한 스탈 부인, 우주의 원리에 대한 오늘날의 직관을 가졌으나 종교재판에 의해 화형당한 조르다노 브루노, 그리고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강조한 화법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지만 기이한 행동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던 카라바조 등등. 마치 허구의 이야기 같은 등대들의 삶은 ‘만일 내가 그들이라면 그러한 운명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자크 아탈리 역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그들만큼 의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집념이 강한가?’
– 세계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지적 유희와 통찰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세계 최고의 지식인이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사회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한 그의 저서들은 우리 시대를 읽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이와 함께 자크 아탈리가 열중한 작업은 한 인물의 전기(傳記)를 쓰는 일이다. 그가 쓴 《마르크스 평전》과 《미테랑 평전》은 인물의 생과 업적을 탁월하게 재현한 전기라는 평을 받았다.
《자크 아탈리, 등대》는 자크 아탈리의 전기에 대한 이 같은 집념, 그 연장선에서 탄생된 책이다. 이 책에서 아탈리는 무려 23명의 삶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록하고, 그 방대한 내용을 서로 교차시켜 시공간을 뛰어넘듯 연결시킨 전기 작품의 수작이다. 자크 아탈리의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역량, 뜨거운 열정이 담긴 이 책은 시대의 눈으로 세계 역사를 조망하는 한편,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개인의 역사를 조명한 총체적인 ‘인문서’라 할 수 있다. 자크 아탈리는 자신만의 지적 유희를 통해 세상의 거의 모든 역사와 지식, 교양과 철학을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담아내면서도, 강렬하고 흥미로운 소설과 같은 구성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자크 아탈리가 강조하는 ‘의지, 창조, 집념’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반드시 새겨야 할 세 가지 정신이다. 설령 위인들이 약점을 가지고 있고, 실수를 범하고, 인생의 결말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에게서 의지와 창조, 집념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읽는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자크 아탈리, 등대》는 삶의 다양한 의미에서 인생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시련을 겪는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그것은 바로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 자신’이라는 것.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를 탓하고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상황일지라도 마음속의 ‘등대’가 빛을 밝혀준다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자크 아탈리는 인생 항해의 등대로 삼은 23명의 인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엄중한 역사적 사건들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구성해냈다. 이 책은 세계 역사를 관통하는 거시사이자,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한 미시사이며, 우리 삶의 ‘등대’를 만날 수 있는 지침서이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를 포함한 수십 억 인류의 인생이 거대한 시간 속에서 모두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과 굳은 신념을 지키려는 희생이 있다면 무명(無名)의 인생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 등대》는 현실의 문제에 부딪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른 채 답을 찾고 있는 사람들, 거대한 세계와 사회에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인생을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지혜와 깨달음을 전해줄 것이다.

○ 자크 아탈리가 뽑은 23인의 등대들
– 공자
기원전 551~479년. 고대 중국의 사상가, 제자백가 중 유가(儒家)의 시조. 아시아 대부분의 사상을 구성하는 그의 사상은 삶의 행복에 대한 권고들과 사회의 올바른 통치에 대한 충고들이 섞여 있는 준엄하고 명철한 도덕을 담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384~322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서양 사상의 받침돌.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으로 유명한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경험적 사유,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은 물론, 스승인 플라톤의 이론과 다른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세웠다.
– 아소카
기원전 304~232년. 고대 인도 마우리아 왕조 제3대왕. 아소카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는 현대의 인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치세 중에는 불교를 비롯한 갠지스 강 유역의 고도의 문화가 다른 지방에 급속히 퍼져 문화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불교도들은 그를 이상적 군주로 추앙하여 많은 설화를 탄생시켰다.
– 보이티우스
480~524년. 로마 후기의 철학자, 가톨릭 순교 성인. 파비아에서 구류 중이면서 사면을 기대하지 않던 보이티우스는 몇 달에 걸쳐서 훌륭한 글을 집필한다. 고대 문예의 교양을 바탕으로 한《철학의 위안》은 오늘날 모두가 읽어야 할 기본서가 되었다.
– 힐데가르트 폰 빙엔
1098~1179년. 독일의 수녀, 신학자, 시인, 작곡가. 힐데가르트는 르네상스 시대를 몇 백 년 앞서 살았던 르네상스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인 환상을 보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문학과 음악 등의 기록으로 남겼다. 여러 신학서를 썼으며, 다양한 치료법과 동식물에 대한 자료를 남겼고, 음악을 작곡했다.
– 이븐 루슈드
1126~1198년. 이슬람의 철학자, 의사. 라틴어 이름 ‘아베로에스’라고도 불린다. 이슬람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철학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 저서에 대한 최고의 주석가로, 13세기 이후 라틴 세계에 아베로에스파를 탄생시켰다.
– 마이모니데스
1138~1204년. 스페인 출신의 유태교 최고의 신학자, 의사. 무와히드 왕조의 유태교 박해 때문에 방랑하다가 의업에 종사했다. 저서로는 이슬람교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유태 신학을 조정하고자 한 《혼란에 빠진 자들의 길잡이》가 유명하다.
– 토머스 아퀴나스
1225~1274년. 이탈리아의 신학자, 성인. 1260년대 로마에서 쓰기 시작한 《신학대전》에서 신앙과 이성 사이의 관계들을 분석하고자 애썼다. 1950년, 교황 비오 12세는 토머스의 철학은 여전히 ‘가톨릭 신앙의 가장 확실한 지침’이라고 확언한다.
– 조르다노 브루노
1548~1600년. 로마 가톨릭 교회를 반대한 이탈리아 철학자.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영국, 독일을 유랑한 후, 1591년 이탈리아에서 종교 재판에 의해 1600년 로마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그의 사상은 유물론을 포함하여 고대 그리스의 철학 사상, 특히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 카라바조
1571~1610년. 이탈리아 바로크 초기의 대표적 화가. 혁신적인 화가, 대담한 명암의 대비를 매우 극적이고 종교적인 상징으로 사용했다. 그의 명암법은 벨라스케스, 렘브란트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17세기 초에 로마를 방문하는 프랑스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 토머스 홉스
588~1679년. 영국의 정치철학자, 법학자. 시민 사회의 성립과 정부 구성의 원리를 ‘사회계약론’으로 세운 최초의 근대 정치철학자이다. 홉스의 국가론과 정치철학이 담긴 대표 저서 《리바이어던》은 인간의 권리와 국가의 권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스탈 부인
1766~1817년. 프랑스의 소설가, 비평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설을 쓰고, 독일에 대한 논문을 남겼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독재 정치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 나폴레옹과 끊임없이 맞서게 된다. 결국 나폴레옹으로부터 프랑스에서 추방당하지만 평생 자신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쓰고 사랑하며 살았다.
– 시몬 볼리바르
1783~1830년. 베네수엘라의 독립운동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다섯 나라를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시킨 영웅이다. 그는 남아메리카의 통일 국가를 위해서는 소수 엘리트에 의한 통치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독재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 찰스 다윈
1809~1882년. 영국의 생물학자. 해군측량선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하여 그 관찰기록을 《비글호 항해기》로 출간해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1859년에 진화론에 관한 자료를 정리한 《종의 기원》이라는 저작을 통해 진화론을 발표하였다.
– 압델카데르
1808~1883년. 알제리의 지도자. 알제리의 반(反)프랑스 운동 지도자. 아미르가 되어 지하드를 선포하고 반프랑스 투쟁을 계속해 오랑, 티테리, 알제리 지방의 지배권을 인정받았으나 그 뒤 프랑스군에 항복했다.
– 월트 휘트먼
1819~1892년. 미국의 국민시인. 전통적인 시 형식을 벗어나 ‘미국’으로 표방되는 창의성과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을 이야기하여 미국 시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평생 수정을 거듭해 출간했던 시집 《풀잎》, 인생의 고비를 넘기며 기록한 자선일기 《나 자신의 노래》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 슈리마드 라즈찬드라
1867~1901년. 인도의 시인, 자이나교와 간디의 구루. 라즈찬드라의 인생, 경험, 글들은 모한다스 간디를 위시하여 동시대의 인도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간디의‘구루’였고, 간디가 동화와 반항, 서방과 인도 고유의 성격 사이에서 망설이던, 인생의 매우 중요한 때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 발터 라테나우
1867~1922년. 독일의 유태계 정치인, 경제학자, 기업가, 외무장관. 제1차 세계대전 때 경제를 전시체제로 정비했고 전쟁 후에는 재건·외무 장관으로서 독일의 외교적 고립 해소에 수완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전후 독일은 국제정치상 최초로 독립된 지위를 얻게 되었지만, 그는 우익 광신자에게 암살되었다.
– 토머스 에디슨
1847~1931년.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천재 발명가 중 한 사람으로, 전구를 비롯한 1,000종이 넘는 그의 발명은 우리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디슨의 발명 정신은 오늘날까지 발명과 연구, 혁신, 창조 정신의 바탕이 되어 빛나고 있다.
– 마리나 츠베타예바
1892~1941년. 구소련의 시인. 1910년 시집 《이별》, 《저녁의 앨범》등을 냈으며, 10월 혁명 후 국외로 망명했다. 1939년에 다시 귀국, 재출발을 기도했으나 여의치 못하고 1941년에 스스로 목을 매고 숨진다. 사후에 사상적으로 깊이 있고 세련된 유고가 발표되면서, 재능이 풍부한 여류 시인으로 재평가 받았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864~1949년. 독일의 작곡가, 지휘자. 독일 후기낭만파의 마지막을 대표하는 대작곡가로, 1905년에 슈트라우스는 〈살로메〉를 초연하여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생애의 오점이라 할 수 있는 비극은, 만년에 그가 나치정권에 협력한 결과가 된 몇몇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일이었다.
– 호치민
1890~1969년. 베트남의 민족운동가, 정치가. 호치민은 태평양 전쟁이 종결된 후 1945년 2월 베트남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정부 주석으로 취임했다. 1954년 프랑스에 항전하여 베트남의 독립을 지켜냈지만, 구소련과 중국 등의 간섭으로 북베트남은 베트남민주공화국, 남베트남은 베트남공화국으로 분리되었다.
– 함파테 바
1900~1991년. 아프리카의 작가, 민속학자. 이야기꾼. ‘검은 아프리카의 현자’로 불렸으며, 10년 동안 유엔 대사로 활동했으며, 만년에는 글쓰기에 전념했다. 1974년 소설 《왕그랭의 이상한 운명》으로 ‘검은 아프리카 문학 대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학술원은 그의 작품 전체에 대해 프랑스어권 문학상을 수여했다.

○ 독자의 평 1
긴 항해와 같은 인생에서 언제가 한 번쯤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통찰과 지혜가 있을까? 내 주변에 통찰력을 갖춘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까? 만약 항해의 격랑 가운데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 줄 등대가 있다면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자크 아탈리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 인물들의 생애를 통해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와 같은 책을 썼다.
여기서 등대는 자크 아탈리가 뽑은 23명의 위인이다.
자크 아탈리가 뽑은 인물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그들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광적이고 강렬하고 허구적이며 모순적인 삶을… 그래서 이들이 오늘날 우리들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 어떤 불행을 감당했을까? 나 또한 이러한 불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현자들처럼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23명의 인물은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운명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힌 자기중심주의의 괴물들이다.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비극적 불운을 한 번 이상 겪었다. 모두 설욕하려 애썼다. 우연히 지나쳐버리려고 할 때 그 우연을 붙잡는 특별한 능력을 보인다. 모두 같은 질문에 응답하려고 전력투구한다. 그 질문은 ‘당신이 자기 자신이 되려 하는데 모든 것이 그것을 막으려고 단합할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이가?’라는 것이다. p8 – 서문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뽑는다면 이것일 것이다.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인물들은 불행을 겪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비극적 불운을 한 번 이상 겪었다. 그래서 그들을 자기중심주의의 괴물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모범적인 본보기는 아니다. 그래도 이들이 겪은 실수를 통해서 우리를 올바른 길로 안내할 것이다.
이 책은 서술 방식은 작가의 의중처럼 전기 형식을 따른다. 그래서 어려운 수도 있다. 왜냐면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수 있고 어쨌든 번역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관통하는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렇게 지루한 책은 아닐 것이다.

○ 독자의 평 2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아탈리.<등대>는 자신의 배움과 삶에 빛을 준 등대와 같았던 인물 23인의 전기로 집필한 책이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란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 정면으로 돌파한 사람들의 행적, 학문을 치열하고 섬세한 연구로 펼쳐보인다.
아탈리가 살펴본 사람들은 전설적인 고대인들로부터 시작하여 정신사의 뛰어난 지성인들을 거쳐 각 나라의 혁명가들을 아우른다. 세계 역사의 흐름과 인물들의 삶을 넘나들면서 인류학적인 고찰까지 담아내고 있다.
# 공자-군자의 삶
동서양 사상을 통틀어 가장 먼저 인간을 신뢰한 모습을 보인 공자의 탁월한 학문들은, <논어>와 제자들의 계승으로 현재에 이어졌다.
‘각 사물을 제 위치에 놓을 줄 아는 자는 큰 뜻이나 완성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사물들의 성질이 일단 탐색되고 나면, 지식은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한다. 지식이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면 의지가 완벽해진다. 의지가 완벽해지면 마음의 움직임들이 조정되고, 그 어떤 인간이든 결함이 없어진다. 자기 자신을 고치고 난 후에는 가정의 질서를 세운다. 가정에 질서가 세워지면 국가가 제대로 통치된다.’
다음의 가르침은 한참 후에 등장한 독일의 칸트와도 일맥상통해서 놀라웠다.
“깊이 생각함이 없이 배우는 것은 헛되다. 배움 없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가지를 아는 자는 그것을 사랑하는 자보다 못하다. 그것을 사랑하는 자는 그것 때문에 기뻐하는 자보다 못하다’.
이 가르침도 영감과 울림을 준다.
# 아리스토텔레스-참되게 살려는 열정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뿐 아니라, 예술, 과학, 윤리를 깊이 탐구한 천재적인 인물이었다. 지중해 주변의 이오니아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헬레니즘 철학의 지형도를 자크 아탈리는 상세하게 그려보인다.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있어 고결하고 가치있다는 이론을 폄으로써, 명실상부한 서양 철학의 시조가 곧 아리스토텔레스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 20년간 공부한 해박한 이 학자는 당시 지중해 국가들의 전쟁, 권력가들의 암투를 모두 지켜보면서 현실 정치에도 깊숙이 참여했다.
시라쿠사에서 폭군에 대항하다 전사한 에우데모스를 그는 지지했다.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들의 가정교사이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이 스스로를 신으로 승격화하자 그와 결별했다. 어마어마한 인문, 과학 서적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 중 많은 것들이 소실되었다고 해서 왠지 안타까웠다.
헬레니즘 문화,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그의 작품들이 지금 시선에서는 거리가 있기도 했지만, 예술 이론은 놀라울만치 유효해서 감탄스러웠다.
즉, 미메시스란 개념과, 연극에서 비극의 체계 등은 이후 수백년동안 적용된 창작 활동의 기초였다.
진정한 철학자로서 현실 정치에서 독재에 거부했던 활동가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체적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서 왜 그토록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찾아 가는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 보이티우스-이성의 전달자
480년에 태어나 524년에 죽은 보이티우스는 로마 제국의 말기에 집정관을 지낸 행정가이다. 그는 수학에 능통했고 무엇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을 라틴어로 최초로 옮긴 지식인이다. 기독교는 오랜 탄압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니케아 공의회로 콘스탄티노플과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가톨릭 내에서 치열한 신학적 논쟁이 이어지는데 삼위일체, 예수의 신성과 인성 등이 복잡한 문제가 되었고 이들 세력은 정치, 영토 분쟁과 맞물려 대립을 계속했다.
그동안 많은 철학자들이 꿈꿨던 것,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결합을 보이티우스는 시도했고, 신학적 관점에서 감행했던 게 획기적이었다고 아탈리는 말하였다. 보이티우스는 어떤 논자들은 신플라톤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학이 절대적인 주제였던 시대인지라 정치와 신앙이 결합되어 서로 반목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됐는데, 제국의 황제와 로마주교 교황이 신학을 빌미로 첨예하게 갈등과 화합을 거듭하는 것은 무척 복잡다단한 얘기였다. 정치와 종교가 구분되지 않아 정적을 축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반대파는 숙청해버리기도 하는 걸 보면, 옛날 권력 다툼들은 무자비한 측면이 많았다. (현대도 잔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보이티우스는 순수한 철학에 입각하고자 했고, 학문을 즐거워했으며, 라틴어로 ‘오티움 쿰 디그니타테’인 기품있는 유유자적함을 누릴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군주에 올바른 소리를 하다가 반역죄로 보에티우스는 기소되어 사형선고를 받아서 처형되고 만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번역한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위기에 처하고 그보다 극단적인 죽음을 맞은 게 역설적이다.
이처럼 <자크 아탈리, 등대>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모두 물러서지 않았고, 시대와 종교를 떠나 우리에게 귀감을 던져주고 있다.
# 카라바조-천재의 건방짐
예전에 외국 다큐멘터리에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세계와 삶을 조명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재밌게 봤었는데, <등대>의 카라바조 전기와 일치하는 점이 많아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10대에 그림을 시작하여 뛰어난 재능을 보인 카라바조는 타고난 반항적, 전복적인 화가였다.
주교, 귀족 등 주류 명망가들의 주문으로 작품을 그리고 수입을 얻는 처지에서 ‘프레스코화’를 전혀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더군다나 툭하면 폭행, 결투 시비에 휘말려서 경찰 신세를 졌던 카라바조의 범죄 기록은 아직도 문서에 있을 정도다.
여러 가지로 미스테리한 인물인 점이 아탈리의 글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성경에 기초한 수많은 인물화를 그리고, 성당의 벽화를 그렸던 그의 작품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어서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다.
고상하고 화사한 주류 회화와 거리를 두고, 거리의 부랑자들을 거침없이 그린 카라바조. 특유의 명암법은 새로운 사조, 화풍을 탄생시켰음이 확실했다. 여전히 그의 그림들 중 몇 작품은 누구의 수중에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어떤 작품은 마피아가 가져가기도 했다고.
그의 성품, 평판은 무척 좋지 않았지만 그림만큼은 독창적이어서 여러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되었는데, 섬에서 쓸쓸히 죽은 이후에 아무도 그의 시신을 거두어가지 않았다는 게 참 씁쓸하게 여겨졌다. 그의 화풍은 벨라스케즈, 램브란트에게 영향을 끼쳤다. 현대에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못지 않은 세기의 걸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탈 부인-열정적 살롱의 여왕
자크 아탈리가 스탈 부인 편에 붙인 부제는 ‘La Femme du Monde’이다. 이는 세상의 여자란 의민데 ‘팜므 파탈’의 전형인 여성으로 스탈 부인을 본 듯 하다.
시인과 음악가의 삶에서 보면 남자 예술가들과 불같은 사랑을 한 것으로 후대에 남은 여성들이 있다. 이번에 처음 접한 스탈 부인, 본명 ‘안 루이즈 제르멘 네케르’란 인물은 나폴레옹 시대에 전제 정치에 비판적인 활동을 했던 저널리스트였다.
파리에서 살롱을 열어서 계몽사상가들의 모임을 주도했던 활력 넘치는 여자가 스탈 부인이다. 첫 결혼 상대자가 파리 주재 스웨덴 대사 에릭 폰 스탈이었고, 이후 연애와 결혼을 몇 번 하지만 스탈 부인으로 통칭 불리운다.
그녀는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고찰>에서
“정부 안에 합법적이지 않은 권력을 용인하는 그때부터 언제나 그 권력은 가장 강고하게 되고야 만다.”는 논평을 펼쳤다.
이후 나폴레옹의 막강한 시절에 스탈부인은 지속적으로 왕에 맞서 부당한 권력을 견제하는 저널활동, 사회 운동을 계속한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데는 신체적 즐거움이 있다.”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을 참 많이도 한 이 정열적인 여자는, 독일 문학에 심취하여 프랑스의 지나친 이성주의를 비판하는 예술론을 펼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열정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으며, 열정을 광신과 혼동하고 있는데, 그것은 큰 착오다. 광신은 여론을 대상으로 하는 배타적 정념이고, 열정은 전체의 조화에 동조한다. 인간의 존재가 팽창적일 때 그 존재에는 신성한 뭔가가 있다.”
그녀가 집필한 저작들은 낭만주의 사조의 기폭제가 된다.
한 명의 왕에 의한 제정(帝政)에 영합하는 문학에 대하여 그녀가 한 이 말은 여전히 통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다른 많은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계에서도 만장일치는 거의 언제나 굴종의 징후다.” 결국 나폴레옹에 의해 스탈 부인의 출판이 금지되었다.
두 명의 남편에게서 태어난 세 명의 자녀들 중에 아들들은 후손없이 죽었고 딸 알베르틴 드 브뢰는 이후 숱한 명사들을 배출한 가문을 이루었다.
신비롭게도 그 가문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유럽에 스탈 부인의 후손이 어디선가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미스테리하게 즐거웠다.
자크 아탈리의 마지막 문장은 위트가 넘친다.
‘제르멘, 즉 스탈 부인의 인생은 얼마나 대단한가! 단 1분도 행동의 중심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고, 단 1분도 생각하거나 쓰거나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 월트 휘트먼 -흔들림 없는 열망
1800년대를 관통해 살았던 월트 휘트먼은 미국의 대표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에게 영향을 준 첫 미국 시인은 랄프 왈도 에머슨이었다. 에머슨이 유럽 대륙과 다른 미국만의 시를 주창한데 자극받아 휘트먼은 아메리카만의 활력, 자유와 인권, 특히 자연에 대한 야생적인 사랑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시인이 되고자 애썼다. “나는 미지근한 불에 졸이고 있었는데, 에머슨이 나를 끓게 만들었다.”
휘트먼은 남북전쟁에서 북군에 입대한 형제와 함께 2년간 간호병으로 복무하게 된다. 그 경험 이후로 더욱 유럽 시와 확실히 단절하여 미국만의 이상을 담은 시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링컨의 충격적인 죽음 직후에, 대통령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을 쓰며 다방면의 문필 활동으로 활약했다. 몇 년 차이 안 나는 동시대 문인들을 살펴보면, 이 시기가 가히 미국 문학의 정점의 시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다니엘 호손, 허먼 멜빌, <톰 아저씨의 오두막> 해리엇 비처 스토우, 헨리 데이빗 소로….
휘트먼은 말한다. “아메리카의 시인들은 옛것과 새것을 아우를 것이다. 아메리카는 인종들의 인종이기 때문이다.”
청년 때 뉴욕에서 보헤미안으로 보내고, 중장년 이후 정치가와 작가로서 맹렬하고 관능적인 시를 쓴 월트 휘트먼. 영국의 오스카 와일드와 만난 적이 있고, 재정적으로 가난한 말년에 앤드류 카네기의 후원을 받으며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동성애 전력으로 인해 그의 장례식 이후 고약한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수십년 이후 여러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인으로 자리 잡는다.
토마스 만, 로맹 롤랑, 헤르만 헤세가 휘트먼의 열렬한 팬들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조잡하지만 고상하고, 피상적이지만 심오하고, 우스꽝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책”이란 오묘한 평을 했다. 전통에 반기를 들고 본능에 충실하게 시를 썼던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미국의 자식들’ 중 어떤 이들은, “관용, 정의, 아름다움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을 그의 詩들에서 퍼냈을 것”이므로.
# 토마스 에디슨
최고의 걸작을 작곡한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불편함에도, 전축, 전신기, 가전제품 등 셀 수 없는 발명을 해낸 에디슨에 경의를 표하게 됐다.
소소한 또 다른 충격은 에디슨과 아브라함 링컨이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이었다.
에디슨 뿐 아니라 그 시대에 발명된 다른 기계, 원리를 듣는 것도 색다른 쏠쏠한 재미였다. ^^ 모르스 부호의 모스, 엘리베이터의 상용화, 사진의 탄생, 다이너마이트, 최초의 타자기의 발명 스토리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에디슨의 일생을 죽 읽어가며 이 사람은 꿈꾸고 연구한 것은 모두 이루어낸 대단히 놀라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허 논란으로 법정 싸움을 하고, 명성과 부를 쌓을수록 반대파와 시기하는 자들에게 욕도 많이 들었지만, 막대한 수입으로 다른 발명에 투자하고 매진하는 모습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에디슨의 발명품 목록엔 팩스, 복사기, 시멘트부터 건전지, 마이크, 확성기같은 소소한 현대의 일상용품이 있다.
어렸을 때 생계를 위해 신문팔이를 하며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에디슨. 그는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노련했고 협상하는 역량이 뛰어났던 것 같다. 주도면밀한 언론 플레이, 자신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여론의 오해도 적잖게 샀다.
집요할 만큼 실험과 발명, 신기술에 매달렸던 에디슨은 83세에 자신의 작업장에서 생을 마친다. 에디슨의 알려진 일화들이 전설처럼 받아들여지는 면이 내게 있었는데, 신화가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에디슨의 죽음에 미국 국민들은 그를 기려서 1분간 전체가 전기를 끄는 이벤트로 헌사를 보냈다고 한다.
2~30대에 발명에 미쳐 있던 에디슨을 한 전기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3개월 또는 60시간 걸리는 마지막 발견 때까지 잠도 거의 안 자고, 대단한 집중력과 지구력을 보인다.”
지나치게 일에 집착하여 경쟁자를 견제하기도 하고, 전기의자를 만드는 등 좋은 면만 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새로움에 대해 포기하지 않았던 에디슨의 그 샘솟는 탐구욕은 현대인들을 여전히 자극하지 않나 싶다.
아메리칸 드림의 완전한 모델이었던 에디슨은 프런티어 정신을 잃지 않았던 개척자로였다.
# 함바테 바 _아프리카의 현자
아프리카 서쪽의 말리의 작가 ‘함바테 바’가 <등대>가 전하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1900년대 초 프랑스가 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식민화하였고, 말리, 니제르, 수단, 세네갈, 코트티부아르의 일부들이 열강의 지배하에 있었다. 지도에서 펼쳐보니 실로 엄청난 크기임에 놀라고, 말리를 찾아보니 한반도보다 커서 두 번째로 놀라게 된다.
10대 때 말리에서 살던 함바테 바는 유럽 대륙의 전쟁에 세네갈인들이 용병으로 차출되어 가는 일을 목격한다. 함바테 바 자신도 18세여서 징발되었다가 몸이 허약해 면제되었다.
1차대전때 세네갈과 아프리카의 1만명이 넘는 군인들이 비참하게 전사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20세기에 아프리카 식민지를 가진 강대국들이 식량을 무차별로 가져가고, 강제 노역을 일삼은 과거들을 알게 된다.
말리에서 프랑스의 식민 교육을 무난하게 받은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저항정신을 겉으로 무분별하게 표출하기 보다는, 구술로 전해지는 말리 및 서 아프리카의 문학을 수집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었다. 50대에 고국에서 관리로 일하고, 60대 이후 유네스코의 위원이 되어서 말리에서 자신이 겪었던 사건을 책으로 펴내기 시작한다.
함바테 바는 말리의 역사와 전통을 기록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백인 세계에 그가 결코 동화된 적이 없었고, 한시도 말리의 역사를 잊지 않았던 삶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이 느껴졌다.
부족간의 내전, 이슬람 급진 무장 세력의 확장, 가뭄과 전염병 등 언틋 암담해보이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있는데, 말리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한 사람 함바테 바의 헌신적이었던 삶을 보며, 이 나라도 아름답고 유구한 전통과 인간성을 지켜온 땅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낀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에게선 의외의 면을 발견했고, 전혀 몰랐던 사람의 인생에 전율하고,
편파적으로 알던 이들의 진면목을 배운 <자크 아탈리, 등대>.
왜 자크 아탈리가 23인의 삶, 예술, 활동을 등대라고 했을까?
등대란 바다를 항해하는 자를 위해서만 필요하고 준비된 것이다.
어디선가 읽었다. 바다에 안개가 자욱하게 낄수록 등대는 항해자를 위해 더욱 빛을 강하고 멀리 쏟고자 한다고.
나라와 환경은 달랐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과 발 딛은 땅에서 열렬하게 때로 목숨을 걸고 신념에 따라 살았던 사람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깨달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야구선수가 그라운드에 복서가 링 위에 올라야하듯 나의 삶의 항해를 위해 항구를 떠나야 함을 이젠 안다. 죽음이란 문 앞에 다다르기까지 무난하고 안전한 항해를 해도 되지만 모험을 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등대가 있으니까. 어두울수록 환하고 강력한 빛을 던져 줄 등대가 어딘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
○ 독자의 평 3
유럽 최고의 석학이라는 자크 아탈리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이끌어주며 등대처럼 환희 빛을 밝혀 주었던 23명의 전기를 들려준다. 그들 중에는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찰스 다윈, 호치민처럼 귀에 익은 이름들도 있지만 힐데가르트 폰 빙엔같은 중세시대의 여성, 이븐 루슈드라는 이슬람 철학자, 열정적인 프랑스 소설가 스탈 부인, 베네수엘라의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 간디의 구루였다는 슈라머드 자르 찬드라, 구소련의 여류시인 스베타나 츠베타예바, 아프리카의 현자 함파테 바처럼 낯선 인물들이 훨씬 많다.
아탈리는 서른두 살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슈리마드 라즈찬드라를 모한다스 간디의 전기 작업을 하다가 만났다고 한다. 비범한 지적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슈리마드는 8-9세 때 인류와 인생에 관한 놀라운 시들을 짓는다. 5000행이 넘는 대서사시를 말이다. 중학교 때 학교공부가 몹시도 지루했던 그는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절대적인 집중, 즉 명상을 해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한다. 부모는 슈리마드를 이른 나이에 결혼시키려 안달했고 사람들은 슈리마드의 특별한 기억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고 이용하려 들지만, 그는 모두 단호히 거부한다. 후에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간디조차 슈리마드의 특별한 기억능력을 시험한다. 테스트에 응답한 슈리마드는 간디에게 그런 일을 다시는 요구하지 말라고 말한다. 간디는 슈리마드와 교류하면서 그가 ‘진리를 진정으로 추구하는 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간디의 마음에 비폭력, 순수한 진리의 추구, 자기 조절에 대한 원칙들과 금식, 명상, 현실 파악의 기술들을 새겨주었다고 한다. 탁월한 저술가로서 짧았던 삶의 대부분을 죽는 법을 배우는데 바친 슈리마드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타자를 올바르게 알 수 없으므로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디를 위시하여 동시대의 인도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던 슈리마드가 궁극에 이르는 길을 아탈리는 섬세하게 소개한다.
죽은 후에나 열렬히 바라던 재능을 인정받았던 러시아의 여류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삶 또한 인상적이었다. 시대의 격랑 속에서 실패와 가난을 견디며 오로지 글쓰기에 자신을 바친 마리나의 비극적 인생은 절절하다. 아무것도 부족한 적이 없던 상층 부루주아의 딸로 살아온 마리나는 급변하는 러시아의 정치상황 속에서 군대에 갔던 남편이 실종되고 두 아이를 부양해야하는 현실로 추락한다. 오직 글쓰기를 영원성의 유일한 원천으로 여겼던 마리나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겨버린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은 비난받을 일이지만, 그녀가 얼마나 글쓰기에 사로잡혀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떤 직업도 원치 않고 가족에게서 애정을 느끼지도 않던 그녀는 그저 글만 쓰고 싶어 한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은 좋아하지 않아. 나에게 있어 인생이란 변형되어야만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즉 의미와 무게를 갖기 시작하지. 말하자면 예술 속에서…. 만약 사람들이 나를 대양 저편(낙원)으로 데려가서, 내게 글을 쓰지 못하게 막는다면, 나는 대양도 낙원도 포기할 거야. 있는 그 자체로서의 것, 그런 것은 난 필요 없어.” -631쪽
마리나는 지식인의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그녀의 시들은 지나치게 꾸며지고 히스테릭하고 점잖지 못하다는 등의 혹평을 받게 된다. 인생이란 변형되어야만 가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끊임없는 열광과 환멸을 느끼며 충동적으로 행동했고 내내 불행해 했으며 가족의 ‘둥지’에서조차 고독한 채로 있었다고 아탈리는 전한다. 글을 쓰는 것이 곧 사는 것이고 모든 것은 오로지 공책 안에서만 실현되어 살아지는(이해되는)것이라고 말하던 시인은 글쓰기 욕구와 더불어 ‘인정받는 것’에 평생 목말라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일이었을 터이다. 마리나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인 1913년부터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글은 2000년이 넘어서야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아탈리는 서문에서 책에 소개된 23명은 ‘모든 것이 당신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게 막을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응답하려 전력투구했던 인물들이라고 말한다. 길을 밝혀주고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들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창조적이고 집념이 강한지, 그들이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획득하기 위해 겪어낸 불행을 그들처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성찰하게 해주기에 그 어떤 소설 속 인물보다 극적이고 강렬하고 모순적인 운명들을 만나야 한다며 그의 빛나는 등대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