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작가란 무엇인가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1-3 세트 [전3권]
파리 리뷰, E.M. 포스터, 윌리엄 포크너,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수전 손택 / 무라카미 하루키 외 32인 / 다른 / 2015.1.31
[1권]
–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이언 매큐언 등 세계적인 작가 12인이 이야기하는 소설가의 삶, 인터뷰를 문학 양식의 하나로 격상시킨 잡지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
『파리 리뷰』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문학잡지로, 1953년 창간된 이후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 인터뷰해왔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이 문학 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20, 21세기 대표 소설가들인 에코, 파묵, 하루키, 오스터, 매큐언, 로스, 쿤데라, 카버, 마르케스, 헤밍웨이, 포크너, 포스터.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답을 듣기 어려운 이 질문들에 작가들은 60년 동안 세계 유수의 작가들을 만나온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만나 한 인간이자 작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다.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려는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이면서 명예와 성공, 위대한 지성이 보여주는 통찰과 극기까지 드러내는 멘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인터뷰에서 소재를 찾는 과정과 플롯과 서사를 구성하고 시점과 어조를 선택하는 노하우는 물론 창작과 퇴고에 쓰는 시간의 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내밀한 자기 성찰이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취미나 습관, 기벽, 인간적인 속내 같은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회한과 고백,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진지한 작가적 성찰의 뒤편으로 우리는 스스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답한다.
[2권]
『작가란 무엇인가 2』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헉슬리, 보르헤스, 나보코프 등 이제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을 쓴 거장들과 레싱, 요사, 그라스, 모리슨 등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걸출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뚜렷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로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습관과 삶, 열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한 1권 출간 시 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현학성을 고려하여 좀 더 쉽고 편안한 문장과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전달에 심혈을 기울였고, 스릴러소설의 거장인 스티븐 킹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더욱 다채로워졌다.
[3권]
『작가란 무엇인가 3』은 열두 명의 세계적인 소설가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앨리스 먼로, 트루먼 커포티, 커트 보네거트, 어슐러 K. 르 귄, 줄리언 반스, 잭 케루악, 프리모 레비, 수전 손택, 돈 드릴로, 존 치버, 가즈오 이시구로, 프랑수아즈 사강.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답을 듣기 어려운 이 질문들에 대해 『파리 리뷰』와 만나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 목차
[1권]

추천사
그을린 이후의 소설가
김연수(소설가)
01 이론화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움베르토 에코
라일라 아잠 잔가네, 2008
02 전통으로부터의 해방
오르한 파묵
앙헬 귀리아-퀸타나, 2005
03 가짜 세계에서 찾는 실제
무라카미 하루키
존 레이, 2004
04 지식의 형태로서의 일화
폴 오스터
마이클 우드, 2003
05 광기와 상상력의 시험장
이언 매큐언
애덤 베글리, 2002
06 존재하며 부재하는 정교한 가면
필립 로스
허마이오니 리, 1984
07 피할 수 없는 형식적인 원형
밀란 쿤데라
크리스티앙 살몽, 1983
08 지속적으로 타오르는 강렬한 즐거움
레이먼드 카버
모나 심슨 & 루이스 버즈비, 1983
09 환상적인 리얼리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피터 H. 스톤, 1981
10 어떤 것보다 진실한 새로운 것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플림턴, 1958
11 완전한 자유의 증명
윌리엄 포크너
진 스타인, 1956
12 견고하고 단단한 덩어리를 넘어서
E.M. 포스터
P. N. 퍼뱅크 & F. J.H. 해스캘, 1953
역자 후기
[2권]

추천사
신들의 인간적 고투, 그 비참과 영광
이현우(문학평론가)
01 추상을 넘어선 심오한 인간
올더스 헉슬리
레이먼드 프레이저 & 조지 위키스, 1960
02 언어로 만든 미로의 도서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로널드 크라이스트, 1966
03 망명하는 영혼의 새로운 실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허버트 골드, 1967
04 무의식적인 몰입의 창조력
조이스 캐럴 오츠
로버트 필립스, 1976
05 주제가 결정하는 형식
도리스 레싱
토머스 프리크, 1988
06 현실이라는 도약대 위의 거짓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수재너 휴뉴웰 & 리카르도 아우구스토 세티, 1990
07 예술로 포착하는 시대상
귄터 그라스
엘리자베스 개프니, 1991
08 뿌리로부터 창조된 것
토니 모리슨
엘리사 샤펠, 1993
09 인과관계의 정밀한 배열
주제 사라마구
돈젤리나 바호주, 1997
10 특정한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곳의 일
살만 루슈디
잭 리빙스, 2005
11 일상적 삶의 기이한 순간
스티븐 킹
크리스토퍼 레만-하우프트 & 너새니얼 리치, 2006
12 개인과 사회, 문학과 비평 사이에서
오에 겐자부로
세라 페이, 2007
역자 후기
[3권]

추천사
독자란 무엇인가_금정연(서평가) …005
01 대가의 경지에 이른 완벽한 소박함 …013
앨리스 먼로
진 매컬러 & 모나 심슨, 1994
02 질주하는 천재의 냉철한 두뇌 …059
트루먼 커포티
패티 힐, 1957
03 세상을 향한 진한 농담 …085
커트 보네거트
데이비드 헤이먼 & 데이비드 마이클리스 & 조지 플림턴 & 리처드 로즈, 1977
04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목소리 …135
어슐러 K. 르 귄
존 레이, 2013
05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정돈된 거짓말 …173
줄리언 반스
수샤 거피, 2000
06 너와 나와 길에 대하여 …213
잭 케루악
테드 베리건, 1968
07 시가 된 주기율표 …271
프리모 레비
게이브리얼 모톨라, 1995
08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는 자유 …299
수전 손택
에드워드 허시, 1995
09 표면적 진실 너머의 진짜 진실 …341
돈 드릴로
애덤 베글리, 1993
10 절망에서 잉태되는 삶의 희망 …383
존 치버
아네트 그랜트, 1976
11 창백한 언덕 너머 빛나는 삶 …417
가즈오 이시구로
수재너 휴뉴웰, 2008
12 슬픔이라는 아름답고 묵직한 이름 …461
프랑수아즈 사강
블레어 풀러 & 로버트 B. 실버스, 1956
역자 후기 …476
○ 저자소개 : 파리 리뷰, E.M. 포스터, 윌리엄 포크너,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외
저 : E.M. 포스터
저 : 윌리엄 포크너
저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저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레이먼드 카버
저 : 밀란 쿤데라
저 : 필립 로스
저 : 이언 매큐언
저 : 폴 오스터
저 : 무라카미 하루키
저 : 오르한 파묵
저 : 움베르토 에코
저 : 트루먼 카포티
저 : 프랑수아즈 사강
저 : 가즈오 이시구로
저 : 존 치버
저 : 돈 드릴로
저 : 수전 손택
저 : 프리모 레비
저 : 잭 케루악
저 : 줄리언 반스
저 : 어슐러 K. 르 귄
저 : 커트 보니것
저 : 앨리스 먼로
저 : 스티븐 킹
저 : 오에 겐자부로
저 : 살만 루시디
저 : 주제 사라마구
저 : 토니 모리슨
저 : 귄터 그라스
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저 : 도리스 레싱
저 : 조이스 캐롤 오츠
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 : 올더스 헉슬리
– 저자 : 파리 리뷰 (The Paris Review)
신간이나 작가 개인의 홍보를 넘어선 소설가들의 소설 기법과 글쓰기 방식, 삶에 관한 진솔한 인터뷰.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는 기존 그 어떤 방식과도 달랐다. 『파리 리뷰』는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타임)라는 격찬을 받은 뉴욕에서 출판되는 잡지이다. 1953년 창간된 이후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의 인터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서출판 다른에서는 국내 문예창작학과 대학생들과의 설문을 통해 『파리 리뷰』에서 인터뷰한 250여 명의 소설가들 중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작가 12인’을 선정하여 『작가란 무엇인가』로 묶었다.
– 저자: 수전 손택 (Susan Sontag)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로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은인’ (The Benefactor, 1963)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 (Notes on ‘Camp’, 1964)을 발표하면서 문단과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서구 미학의 전통을 이루던 내용과 형식의 구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에 반기를 들며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손택은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 그리고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1987 ~ 1989)에는 한국을 방문해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했고,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 줬다.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사진에 관하여’ (1977)와 ‘전미도서상’ 소설 부분 수상작인 ‘인 아메리카'(1999)를 비롯해 네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소설, 네 권의 에세이, 네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두 편의 희곡이 있으며 현재 3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파리의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1949년 일본 교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자랐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에 입학했다.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중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81회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29세에 데뷔했다.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미국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와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의 감성은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켜 작가의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1995년 『태엽 감는 새 연대기』로 제47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하여 2005년 영어 번역본이 [뉴욕 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한층 높였다. 2006년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고, 2009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예루살렘 상을, 2011년에는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하여 문학적 성과를 다시 한번 평가받았다. 『댄스 댄스 댄스』, 『언더그라운드』, 『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어둠의 저편』, 『도쿄 기담집』,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수많은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 번역서를 발표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4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 책 속으로
[1권]

움베르토 에코_사실 저는 기호학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에세이를 썼지만 이들 에세이보다 『푸코의 진자』가 훨씬 기호학의 개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어떤 생각을 해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 자체는 독창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창적이지 않은 생각에서 소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생각을 독창적인 것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다, 이건 전혀 독창적인 사고가 아니지요. 하지만 문학적인 솜씨를 발휘해서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 멋진 소설을 쓴다면, 그것을 절대적으로 독창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이야기가 언제나 훨씬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사건으로 만들어지고, 등장인물에 의해서 풍요로워지고, 잘 다듬어진 언어에 의해서 반짝이게 됩니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생각이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변할 때 그것은 완전히 다르고 훨씬 더 표현력이 풍부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p.036∼037
오르한 파묵_서사시에서 분리된 현대의 소설은 본질적으로 비동양적인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 공동체의 기본적인 본능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있는 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그의 의식이 속한 공동체의 의식과 달라지면 그는 국외자, 외로운 사람이 됩니다. 텍스트의 풍요로움은 국외자의 관음증적 시선으로부터 옵니다. 일단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는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고 이런 식으로 세상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오려는 욕망이 생깁니다. 이것이 제가 『눈』에서 생각하는 모델이죠. — p.090∼091
무라카미 하루키_제 주인공들은 뭔가를 잃었어요. 그래서 그 잃어버린 부분을 계속 찾아다닙니다. 마치 성배나 필립 말로처럼요. …제 주인공이 뭔가를 잃어서 그리워할 때 그는 그걸 찾아다녀요. 오디세우스처럼요.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아주 이상한 일을 많이 겪지요. 집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요. …이런 경험을 뚫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자기가 찾던 바로 그것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저는 이 점이야말로 제 책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의 기원은 뭘까요?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 주제는 저와 잘 들어맞아요. 그 주제가 제 이야기들의 추동력입니다. 잃어버리고 찾아다니고, 발견하기. 그러고 나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실망이 기다리고 있지요. — p.128 ~129
폴 오스터_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의 역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며,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며, 가능한 한 충실하게 그것을 기록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저는 제 소설에서 이러한 접근법을 써왔습니다. 이것은 방법이 아니라 신념에 따른 행위입니다.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대로가 아니라, 또는 이렇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대로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 말입니다. 물론 소설은 허구입니다. 따라서 (그 용어의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소설은 거짓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소설가는 거짓을 통해 세상에 관한 진실을 말하려고 애를 씁니다. 『빨간 공책』에 모아놓은 짧은 이야기들은 제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일종의 해명서가 됩니다. 세상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즉 있는 그대로의 진실 말입니다. — p.165
이언 매큐언_저는 여전히 인간 경험의 극단에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물을 더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들은 인물들을 탐구하고 시험하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극한 경험을 견디어내는지 또는 견디어내지 못하는지, 어떤 도덕적 특성과 의문이 제기되는지, 어떻게 우리들이 우리가 결정한 것의 결과를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기억이 고통을 주는지, 시간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내적인 힘에 우리가 의존해야 하는지 등등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도덕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가장 나쁜 경우들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들은 공포심을 상상력이라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끝까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희망을 띤 액막이의 형식으로. — p.210∼211
필립 로스_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작가는 그가 만들어내는 예술로부터 아무런 즐거움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예술은 존재하면서 부재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요.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일 때 그는 가장 자기 자신인 거지요. 소설이 끝나면, 사실 그는 앞에서 언급한 누구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가로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는 역할에 참여하기 위하여, 작가는 꼭 자신의 전기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더 흥미로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전기적 삶을 왜곡하고, 희화화하고, 패러디하고, 고문하고, 전복하고, 이용하는데, 이 모든 것이 전기에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낸 삶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차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 p.245∼246
밀란 쿤데라_각 장들은 음악 악보의 소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소절(장)이 긴 부분도 있고 짧은 부분도 있고 길이가 일정치 않은 부분들도 있답니다. 각각의 부분들에 음악에서 사용하는 빠르기를 표시하는 말을 넣을 수도 있어요. 적당한 속도로, 빠르게, 느리게 등으로요. 『삶은 다른 곳에』의 6장은 느리게입니다. 이 부분은 차분하고, 약간 우울한 분위기로 중년 남성과 막 감옥에서 나온 젊은 여자의 짧은 만남을 그립니다. 마지막 부분은 최대한 빠르게입니다. 그 부분은 아주 짧은 장들로 쓰였고, 죽어가는 야로밀에게서 랭보, 레르몬토프, 푸시킨으로 빠르게 움직여 다닙니다. — p.303
레이먼드 카버_말씀드렸듯이 초고를 아주 빨리 씁니다. 대개는 손으로 쓰지요. 가능한 한 빨리 페이지를 채워나갑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만 아는 속기법을 사용해서 나중에 어떻게 수정할지 메모를 덧붙여놓기도 하지요. 어떤 장면은 미완성으로 남겨놓습니다. 나중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장면들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부분을 꼼꼼히 다시 봐야 하지만 어떤 장면들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수정본까지 남겨놓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장면을 완성하면서 제대로 해내는 것이 초고에서는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윤곽을 잡는 것입니다. 즉, 이야기의 뼈대를 잡아놓는 것이죠.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수정 과정에서 나머지 부분을 처리하지요. 초고를 글로 쓴 뒤 그 이야기의 수정본을 타자로 치고 거기에서 출발한답니다. — p.333∼3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_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완전히 진실하면서도 사실적인 저널리즘적 작품을 쓰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환상적으로 들릴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로부터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면 낼수록, 점점 더 문학과 저널리즘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족장의 가을』은 완전히 역사책입니다. 실제 사실로부터 개연성을 찾아내는 것은 저널리스트이면서 소설가인 사람의 일입니다. 그리고 예언자의 일이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매우 사실주의적인 작가이며 진짜 사회주의 사실주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쓰는데, 사람들이 저를 환상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믿는 것이 문제입니다. — p.370
어니스트 헤밍웨이_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은 보이는 것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청새치가 짝짓기하는 것도 봤고 거기에 대해서도 잘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저는 50여 마리의 향유고래 떼를 본 적이 있고, 길이가 거의 20미터나 되는 놈에게 작살을 던졌다가 놓친 적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어촌에서 알게 된 모든 이야기들도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그러나 그 모든 지식이 빙산의 물속에 잠겨 있는 부분이 되었던 것이지요. — p.422 ~423
윌리엄 포크너_모든 예술가의 목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삶이라는 움직임을 잡아서 다시 고정시켜, 수백 년 후에 이방인이 그것을 보게 되었을 때 그것이 삶이기 때문에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불멸은 언제나 살아 움직여서 불멸인 어떤 것을 뒤에 남겨놓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항상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예술가들이 언젠가는 통과하게 될 최후이자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이라는 망각의 벽에 “킬로이가 여기 왔었다.”라고 적어놓는 방식입니다. — p.461∼462
E. M. 포스터_“…내 생각에 소설가는 소설을 시작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건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지에 대해 항상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설가는 그 사건에 가까이 갈수록 사건을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바꾸기도 할 것이며, 정말로 바꾸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소설은 정체되고 꼼짝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든 진행되기 위해선 산과 같이 견고하고 단단한 덩어리를 둘러서 또는 넘어서 또는 뚫고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쓰려고 했던 소설들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 p.474∼475
[2권]

올더스 헉슬리_『아테나움』 잡지사에 취직했지만 급여가 너무 적어서 먹고살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가 시간에 콩데 나스트 출판사의 일을 했고 『보그』, 『배너티 패어』 잡지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장식용 회반죽에서 페르시아 양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기사를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웨스트민스터 가제트』에 연극 평론도 썼고, 믿기 어렵겠지만 음악 평론도 했습니다. [026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_‘지금껏 수백 편의 논문과 시를 써왔지. 그런데 그걸 쓸 수 없다면 끝장이라는 걸 바로 알게 되겠지. 모든 게 끝이라는 걸.’ 그래서 전에는 해본 적이 없던 걸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걸 못 한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 꼭 단편소설을 써야 할 이유는 없는 거니까.’라고요. 단편소설을 써보는 일은 내 능력이 끝났다는 최후의 압도적인 타격을 대비하는 전 단계였습니다. [064∼065쪽]
블라디미르 나보코프_험버트와 롤리타의 관계가 부도덕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저보다는 험버트일 겁니다. 그는 이를 염려하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이든 아니면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 게다가 사십 대의 남성이 십 대 또는 이십 대 초반의 여성과 결혼한 것과 『롤리타』는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험버트는 ‘어린 여자아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단지 ‘나이 어린 여성’ 정도는 아닙니다. ‘님펫’은 어린 여자아이이지, 각광받기 시작한 신인 여배우도 아니고 ‘성적 매력이 넘치는 젊은 여자’도 아닙니다. 험버트가 롤리타를 만났을 때 그녀
는 열두 살이지, 열여덟 살이 아니었습니다.[119∼120쪽]
조이스 캐럴 오츠_완전히 지쳐 있거나 영혼이 트럼프 카드처럼 얇은 상태라고 느껴질 때 혹은 어떤 것도 오 분 이상 견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될 때, 억지로 글을 쓰면 어째서인지 그 행위가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아니면 적어도 변화시키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구조에 대해서, ‘병사들’이 다리를 건널 수 있게만 만들어준다면 그 구조가 그럴듯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병사들이 다리를 건너고 나면, 그것이 무너진다 해도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자아를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151~152쪽]
도리스 레싱_오랫동안 문학적인 기제와 매우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압니다. 염두에 두던 대상은 출판사가 아니라 서평과 비평을 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예측 가능하게 움직입니다. 그 책이 출판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전부 알고 있었어요. 제가 사실을 털어놓기 직전에 캐나다 텔레비전 방송과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지요. “영국 비평가들은 그 책이 별로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확히 예측한 대로였습니다. [203∼204쪽]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_작가는 작가로서 실패하지 않고 정치가로서도 실패하지 않은 채 문학과 정치를 동등한 지위에 둘 수는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문학이 지속적인 면이 있다면, 정치적 행동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작가는 현재를 위한 책을 쓰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이 미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행동은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는 언제나 정치적 풍토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요. 그리고 쓴 글이나 한 일에 의해 정치에 연루되는 것도 피하지 않습니다. [251쪽]
귄터 그라스_제 경우에는 미술과 글쓰기 사이에 주고받는 관계는 매우 분명합니다. 어떤 때는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약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는 매우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캘커타를 배경으로 한 『네 혀를 보여줘』가 그런 예입니다. 캘커타에서 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난함이 저를 끊임없이 언어가 질식된 상황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지요. 말문이 막힐 때마다 그림이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270쪽]
토니 모리슨_노예제가 어떤 것인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쓰고 싶었습니다. 역사적인 것을 개인적으로 다가오도록 만들고 싶었지요. 노예제의 어떤 점이 노예제를 그다지도 끔찍하고, 개인적이면서, 무관심하고, 친숙하면서도, 공공연한 영역으로 만드는지 알아내려고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갈을 묘사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대신 그걸 무는 게 어떤 느낌일지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3권]

앨리스 먼로: 헨리 제임스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들을 애매하고 어려워지도록 고쳐 썼어요. 저도 최근에 그렇게 한 게 있어요. 「휩쓸리다」는 1991년 『미국최고단편집』에 수록됐어요. 어떤지 보고 싶어서 선집을 꺼내서 다시 읽었는데, 정말 후줄근하게 느껴지는 단락을 발견했지 뭐예요. 순간 펜을 들어 여백에 고쳐 썼어요. 그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펴내게 되면 참고하려고요. 그 단계에서 교정을 여러 번 했는데 나중에 보면 실수한 거였어요. 이야기의 리듬 속에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소설 전체를 다시 읽어보면 고친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지요. 그러니 이런 고쳐쓰기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그만두는 게 해답일지 몰라요.(21쪽)
트루먼 커포티: 작가가 쓰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모두 자전적이지만, 실제 사건이나 인물로부터 착상을 얻기도 해요. 『풀잎 하프』는 실화에 근거한 작품인데, 다들 그 이야기 전부를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이 자전적이라고 추측했죠. 지금까지는 제게 가장 쉬운 글만을 써왔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것을 자유롭게 써보고 싶어요. 머리를 좀 더 쓰고, 좀 더 많은 색깔을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헤밍웨이는 누구든 일인칭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했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정확히 알겠어요.(80쪽)
커트 보네거트: 유머 작가들은 막내인 경우가 아주 흔해요. 어린 시절, 제일 꼬마인 제가 저녁 식탁에서 주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뿐이었어요. 전문가가 되어야 했지요. 전 라디오에 나오는 코미디언들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고, 농담하는 법을 터득했지요. 그게 제 책의 내용이고, 이제 저는 농담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즉 어른이 되었지요.(127쪽)
어슐러 K. 르 귄: 소네트나 전원시를 쓸 때는 형식이 있으니 그걸 채워야 해요. 또 하고 싶은 말을 그 형식을 통해 하는 법을 찾아내야 하고요. 하지만 늘 발견하는 사실은, 형식에 맞춰 작업한 시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것처럼, 그 형식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유도한다는 거예요. 놀랍고 신기하지요. 소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장르는 어떤 의미로는 형식이고, 분야를 정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었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으로 이끌어주지요. 우리의 정신을 구성한 방식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요.(165쪽)
줄리언 반스: 위대한 책은, 이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사 능력이나 성격 묘사, 문체 같은 특징을 제외하고 하는 말입니다. 그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사회에 대해서나 정서적인 면에서, 아니면 둘 다에 대해 새로운 진실을 말해준다고 인식되는 책이지요. 전에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진실, 즉 공식적인 기록이나 정부 문서, 신문이나 텔레비전에는 절대 나오지 않은 진실 말입니다.(179쪽)
잭 케루악: 내 글에 영향을 미친 선불교의 부분은 하이쿠에 담긴 선불교지. 내가 말했듯이 3행 17음절로 이루어진 그 시는 수백 년 전에 바쇼, 이샤, 시키 같은 사람들에 의해 쓰였고, 최근의 대가들도 있지. 내 글에서 생각이 순식간에 도약하는 짧고도 기분 좋은 문장은 일종의 하이쿠이고, 그걸로 나 자신을 놀라게 하는 데 커다란 즐거움과 자유가 있어.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날아오르듯 생각이 도약하게 내버려두는 거야.(243쪽)
프리모 레비: 물질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과학과 화학에 정말 시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릴레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비록 그렇게 여겨지지는 못했지만, 제가 갖고 있는 그의 책들은 정밀성과 간결성이 뛰어나지요. 또 그는 할 말이 있었습니다. 작가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지요. 어떤 작가가 정직한 사람이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면, 나쁜 작가가 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명확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옮길 수가 있으니까요. 반대로 할 말이 없는 작가라면, 글이라는 도구가 있다 해도 그는 이류랍니다.(294쪽)
수전 손택: 문학은 정말로 삶에 대해 가르쳐줘요. 책이 없었다면 전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지 못했을 테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알지도 못했을 거예요.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위대한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하는 중이에요.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은 마음을 단련시키지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요. 문학은 자기 성찰로 이끌지요.(321쪽)
○ 추천평
예상할 수 있지만 ‘신들의 사생활’ 고백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 스스로를 거장으로 끌어올린 작가들의 ‘인간적 고투’이다. 매일 몇 시간씩 책상머리에 앉아 백지에 글을 쓰거나 타자해나가는 게 작가의 작업이고 일상이다. 그 시간은 자신을 소진하는 고투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창작의 환희와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에 대한 회고 속에서 우리는 ‘창조적 작가’란 무엇인가를 가늠해보게 된다. 아직 읽고 싶은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직접 써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불행과 싸우는 한 가지 비결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더 단순하게 말하자. 작가들의 육성을 들으며 우리는 그들의 문학을 좀 더 가슴 가까이에 놓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의 심장박동을 더 크게 해주는 바로 그런 책이 당신 앞에 놓여 있다. – 이현우(로쟈, 문학평론가), 「추천사」 중에서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는 해당 작가들에게는 영예이고, 독자들에게는 흠모하는 작가와 작품의 숨겨진 뒷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 역할을 해왔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인터뷰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다. 역시 작가로 구성된 인터뷰어들은 때론 냉철하고 때론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대가의 답을 경청함으로써 깊은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읽을수록 흥미로운 책이다. – 정이현(소설가)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과연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의문이 들 때마다 『파리 리뷰』에서 인터뷰한 포크너, 나보코프, 도스 파소스, 헤밍웨이, 업다이크를 읽고 또 읽었다. …그 이상을 지켜나가는 과정에 대한 다른 작가들의 솔직하고 직접적인 표현은 나의 영혼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 작가 생활 초반, 자신감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희미할 때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 인터뷰 덕분이다. – 오르한 파묵
‘왜 문학을 하는가’와 그보다 훨씬 흥미로운 ‘어떻게 문학을 하는가’에 대한 가장 세련되고 유용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 살만 루슈디
나는 『파리 리뷰』를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게재된 인터뷰를 엮어 책으로 펴낸다면 더없이 훌륭한 책이 될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하지만 작가들에게 쓰는 것에 대한 보상과 기쁨, 환희의 순간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 일을 하겠는가? 그래서 이 인터뷰는 오랫동안 믿음이 흔들리는 젊은 작가들의 등대 역할을 했다. – 마거릿 애투드
○ 출판사 서평
–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이언 매큐언 등 세계적인 작가 12인이 이야기하는 소설가의 삶 : 인터뷰를 문학 양식의 하나로 격상시킨 잡지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
『파리 리뷰』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문학잡지로, 1953년 창간된 이후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 인터뷰해왔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이 문학 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20, 21세기 대표 소설가들인 에코, 파묵, 하루키, 오스터, 매큐언, 로스, 쿤데라, 카버, 마르케스, 헤밍웨이, 포크너, 포스터.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좀처럼 답을 듣기 어려운 이 질문들에 작가들은 60년 동안 세계 유수의 작가들을 만나온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만나 한 인간이자 작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다.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려는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이면서 명예와 성공, 위대한 지성이 보여주는 통찰과 극기까지 드러내는 멘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인터뷰에서 소재를 찾는 과정과 플롯과 서사를 구성하고 시점과 어조를 선택하는 노하우는 물론 창작과 퇴고에 쓰는 시간의 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내밀한 자기 성찰이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취미나 습관, 기벽, 인간적인 속내 같은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회한과 고백,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진지한 작가적 성찰의 뒤편으로 우리는 스스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답한다.
○ 독자의 평 1
작가를 위한, 작가에 대한!
파리 리뷰의 소설가 인터뷰 모음이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구매했습니다. 세 권의 시리즈 중 관심을 끄는 작가가 포함된 권으로 선택했지요. 인터뷰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 인터뷰어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인터뷰란 인터뷰 대상자만큼이나 인터뷰어도 중요한데, 뉴욕에서 출간되는 문학잡지인지라 정보가 없는게 당연하지요. 다만 작가들의 면면으로 보았을 때 인터뷰어 역시 중견 이상의 전문가들일 걸로 기대는 했습니다.
사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는다고 작가에 대해 깊이 알거나 창작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발표된 소설이나 책으로 읽던 대가인 그들을 만나 그와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를 엿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었습니다. 충동구매였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들여다 보지도 않을 책이지만, 막연히 글쓰기 책을 찾다가 선택했다면 후회하기 쉽습니다.
정보 보다는 감상 쪽이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움베르토 에코 편을 보면 옛날 자신의 어릴 때 추억부터 작품 구상과 관련된 일화들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생각보다 사적 인터뷰라 처음엔 놀라웠습니다.
전자책으로 구매했는데 살짝 후회했습니다. 종이책으로 곱씹고 싶은 글들도 있었거든요. 또 종이책과 다른 전자책만의 편집이 아쉬웠습니다. 그림 들어간 도비라 장식 용량만 차지 하고, 본격 인터뷰에 앞서 인터뷰어가 쓴 전문은 좌우 정렬이 이상해졌어요. 참고로 이북 리더기 이용자입니다. 꼭 이 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자책 편집에서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깁니다. 인터뷰 자체가 일반 잡지의 신변잡기식 질문과 다르기 때문에 답변 역시 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들이라면 지루하지 않습니다.
○ 독자의 평 2
이 책에서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을 쓴 헉슬리, 보르헤스, 나보코프 등을 비롯해 레싱, 요사, 그라스, 모리슨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는 물론 스릴러 소설의 거장인 스티븐 킹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각각의 인터뷰에는1권에서처럼 문학의 가치라든가 어떻게 쓰고 읽을 것인지, 대중소설과 순수문학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주제와 소재들이 담겨 있다.
– 소설, 전기, 역사 모두가 중요한 형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허구이든 실제이든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의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인 추상 개념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헉슬리)
– 작품이 지나치게 많고 적고의 생산성은 상대적인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작가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오래도록 읽힐 책 몇 권을 위해서 많은 책을 쓰는 거지요.(조이스 캐럴 오츠)
– 저는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어떤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 가끔은 꿈이나 독서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내세우고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문학 글쓰기가 가장 비이성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이때문입니다.(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독자의 평 3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처럼 작가 스스로 소설가로 성장해온 과정이나 작품을 쓸 때 어떤 생각을 담으려 했는지를 설명한 글을 읽을 기회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인터뷰를 피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진솔한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인터뷰는 문예기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의 세계를 잘 아는 소설가가 소설가를 인터뷰한다면 어떤 것을 물어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이나 풀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는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야 소개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1953년 창간된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실린 수많은 작가들의 인터뷰 중에서 현대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소설가 12명의 인터뷰 기사를 골라 묶은 <작가란 무엇인가>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책에 뽑혀 실린 열 두명의 작가들은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키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그리고 E.M. 포스터입니다. 이 들 가운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르한 파묵, 밀란 쿤데라 등 세 사람처럼 작품을 대부분 읽어 보았거나, 움베르트 에코(장미의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1Q84), 윌리엄 포크너(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등은 적어도 한 작품은 읽어본 까닭에 읽은 책이 화제에 오른 부분에서는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아직 그들이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경우에는 조금 겉도는 느낌으로 읽었다는 고백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작품을 읽게된다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읽은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들을 몇 가지 꼽아보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에코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소설의 종말, 문학의 종말, 미국에서의 문해력의 종말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요. 사람들이 책을 더 이상 안 읽는다!’라고 하지만 ‘인간 역사상 요즘처럼 이렇게 많은 책과 서점이 있고, 이렇게도 많은 젊은이들이 책방에 가서 책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는 것입니다(56쪽). 폴 오스터 역시 소설이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소설이야말로 두 낯선 사람이 절대적인 친밀함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와 작가가 소설을 함께 만드는 겁니다. 어떤 예술도 소설처럼 할 수 없슷ㅂ니다.k 그리고 어떤 예술도 소설만큼 인간 삶의 근본적인 내면을 그려낼 수 없습니다.(182쪽)”
소설을 읽을 때 기억해야 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쿤데라가 한 말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최소한 시작 부분을 기억할 수는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소설이 그 형태를 잃게 되고 ’구조적 명료성‘이 흐려진다.(290쪽)’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첫 번째 단락이라는 마르케스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거든’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글의 첫 부분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만리장성이 되고 부탁받은 원고량을 넘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조언을 새기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의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422쪽)”
옮긴이들의 설명을 인용하면, “인터뷰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 자신들이 글을 쓰는 목적이나 글을 통해 만들어내는 세계가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494쪽)” 그리고 글을 쓰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꼽았군요.
○ 독자의 평 4
『… 이 지역에 다른 작가들이 있냐고 물었더니, 먼로는 우리를 차에 태우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집으로 데려갔다. 집 앞에는 상의를 입지 않은 한 남자가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타자기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먼로가 말했다. “비가 오든 햇볕이 내리쬐든 매일 저기 나와 있어요. 난 저 사람을 모르지만, 뭘 하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에요.”』 (p.16, 앨리스 먼로)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세 번째 권은 소박한 앨리스 먼로의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속 깊은 앨리스 먼로의 성실한 독자이고자 하는 내게는 충분히 좋은 읽을거리였다. 괜찮은 서점에 가려면 50킬로미터쯤 나가야 하는 캐나다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작가에 대해 읽으면서, 작품과 작가가 기거하는 장소가 가지고 있는 풍토의 연관성에 대해 잠시 생각하기도 하였다.
“… 전 하루도 멈추지 않아요. 매일 걷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일주일 만에 탄력을 잃어버리거든요. 늘 경계해야 한답니다. 물론 글쓰기를 포기하더라도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두려운 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이 모든 설레는 느낌을 포기하는 거지요… 삶을 채우기 위해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은 오직 글쓰기뿐이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p.54, 앨리스 먼로)
수전 손택은 벼락치기로 글을 썼다고 실토하기도 하지만, 역시 책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별다른 일이 없다면 매일매일 빠짐없이 글을 쓰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고, 그 습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수전 손택은 소설부터 쓰기 시작하였지만 소설이 아닌 다른 산문들로 더욱 유명한 셈이니 책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소설가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 일이 가장 잘 되는 시간도 알고 있는데, 보통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 사이입니다. 그때가 제 지적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에요. 하루 중 다른 시간은 고쳐쓰기를 하거나 기사를 쓰거나 청구서 대금을 납부하기에 알맞죠… 주말은 일하기 좋은 때죠. 사람들은 제가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귀찮게 하지 않거든요.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죠. 다들 쇼핑하러 나가고 전화를 거는 사람조차 없죠 저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반드시 일을 합니다. 하나의 의식이죠.” (p.206~207, 줄리언 반스)
또 다른 예외라면 잭 케루악이 있기도 하다. 잭 케루악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주로 글을 썼다고 한다. 물론 잭 케루악도 일종의 예외로 보는 것이 맞겠다. 비트 제너레이션에 속하는 잭 케루악은 《길 위에서》라는 소설을 썼고, 그만큼 ‘길 위에서’가 중요하였으므로, 아침에 글을 쓰는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역시 대다수, 거장의 반열에 서 있는, 책에 실린 작가들은 아침에 일한다, 글을 쓴다.
“아침에 수동 타자기로 일을 합니다. 네 시간쯤 일한 뒤 달리기를 하러 나가지요. 그러면 한 세계를 떨쳐내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돼요. 나무와 새들, 이슬비. 멋진 간주와 같죠. 늦은 오후에 세 시간 정도 더 일합니다. 다시 책을 위한 투명한 시간이 시작되죠. 간식을 먹거나 커피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습니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어요. 집은 밝고 조용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지켜줄 확실한 조치를 취하고, 그다음에는 수많은 방법으로 그 고독을 허비합니다…” (p.351, 돈 드릴로)
블랙 유머의 대가인 커트 보네거트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드레스덴 폭격과 자신의 소설 《제5도살장》을 연결시켜 언급하는 아래의 부분도 인상 깊다. 커트 보네거트는 이만 오천 명의 희생자를 만든 (숫자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연합군의 대대적인 (1200여대의 비행기로 3900톤의 폭탄을 투하한) 드레스덴 공습에 대해 시니컬한 농담을 퍼붓는다.
“저는 지구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그 공습으로 이득을 봤다고 말했지요. 그 공습은 전쟁을 0.5초도 단축하지 않았고, 그 어디에서도 독일군의 방어나 공격을 약화시키지 못했고, 집단수용소에서 단 한 사람도 해방시키지 못했어요. 오직 한 사람만이 이득을 보았지요. 둘도, 다섯도, 열도 아니에요. 단 한 사람이에요… 바로 접니다. 그 책을 쓴 덕분에 저는 사망자 한 사람당 3달러씩 받은 셈이 되었죠…” (p.102, 커트 보네거트)
이것으로 세 권의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꾸준히 작품을 생산해내고, 전세계적으로 충실한 독자를 가지기에 충분한 작가들을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명성을 탐하기 보다는 멈추지 않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며, 그렇게 작성된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소하지만 명징한 그들 공통의 습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앨리스 먼로, 트루먼 커포티, 커트 보네거트, 어슐러 K. 르 귄, 줄리언 반스, 잭 케루악, 프로미 레비, 수전 손택, 돈 드릴로, 존 치버, 가즈오 이시구로, 프랑수아즈 사강 / 작가란 무엇인가 3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ARIS REVIEW Interview Anthology : Volume 3 <Work 3>) / 다른 / 482쪽 / 2015 (2015)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