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지구의 기억 : 행성 지구 46억 년의 역사
이언 플리머 / 삼인 / 2008.11.27
<지구의 기억>은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쓴 ‘지구의 역사’ 책이다.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이 해마다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정보 소통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수여하는 유레카 상 (Eureka Prize, 과학책 부문)을 받았다.
지질학은 자연의 역사다. 지질학자들은 범죄가 일어난 범죄 현장을 찾는 탐정과 같다. 남겨진 단서를 가지고 탐정들은 그 사건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혀낸다. 지질학자들은 수천 수억 년 전에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측정하고 단서를 모으고 표본을 수집한 뒤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 표본에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뽑아낸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정보로 지질학자들은 당시 있었던 일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우리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행성, 지구는 “46억 년 전에 고대의 별이 폭발해 생긴 잔여물이 태양 성운 (solar nebula)과 행성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지구는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성진 (stardust, 항성먼지)과 태양의 복사에너지,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태양과 달과 이웃 행성의 중력 등등의 영향을 받아 그 꼴을 갖추어갔다. 그들의 영향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지구는 지금도 계속 변신 중이다.

○ 목차
머리말 007
1장 옛날 옛적에 011
4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구의 역사
2장 시간만큼 오래된 지질 069
지질학적 시간과 측정 방법에 대하여
3장 산소 혁명 이전 087
43억 년 전 지각이 형성될 무렵부터 28억 년에서 22억 년 사이에 대양이 녹슬 때까지
4장 위대한 팽창 105
대륙이 갈라져 이동하기 시작한 18억 년에서 17억 년 전부터 5억 7500만 년 전 현재의 모습까지
5장 새로운 생명 탄생과 대량 학살 131
5억 7500만 년 전부터 2억 년 전 빙하기가 올 때까지 생물과 지구에 나타난 변화
6장 내해, 분수 산맥 그리고 새로운 대양과 변하는 강들 179
최대 간빙기가 찾아온 1억 2000만 년 전부터 대규모 멸종이 일어난 6500만 년에서 5500만 년 전까지
7장 그저께 일어난 일 213
70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이야기. 빙하기와 간빙기를 살아간 호미니드의 발자취 탐구
8장 역사 속 지질학 267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활동한 1만 년 전 기록
9장 내일의 지질학 313
기후변화가 예상되는 다음 5000만 년까지 지구 역사
옮긴이의 말 329
참고문헌 335
찾아보기 353
○ 저자소개 : 이언 플리머
작가이자 과학자, 방송인, 회의론자, 미식가. 멜버른 대학을 거쳐 현재 애들레이드 대학 (University of Adelaide)에서 지질학 교수로 있다. 지금까지 120편이 넘는 과학 논문과 책을 발표했다. 1994년에는 <신을 위해 거짓말하기 (Telling Lies for God)>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브로큰힐 (Broken Hill)에 관한 책을 세 권 썼다. 2000년에 그리스의 섬에서 1만 년에 걸쳐 광산과 지질학의 힘을 이용했던 섬사람들의 역사를 연대기 식으로 서술한 <밀로스의 지질학 역사 (Milos: geologic history)>를 발표했다. 과학 연구 업적과 과학, 언론, 인류에 기여한 공로로 오스트레일리아 국내 상과 국제 상을 여러 번 탔다. ‘생명의 전화 (Lifeline)’와 브로큰힐의 지질학 센터 (Broken Hill’s GeoCenter)를 후원하고 있다. 1993년부터는 ABC 라디오 지역 방송국에서 ‘말하는 바위들 (Talking Rocks)’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 <지구의 기억―행성 지구 46억 년의 역사>는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이 해마다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정보 소통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수여하는 유레카 상 (Eureka Prize, 과학책 부문)을 받았다.
– 역자: 김소정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과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번역가다.
오랫동안 번역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꾸준히 독서 모임과 번역 공부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원더풀 사이언스》 《아주 사적인 은하수》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 《길 위의 수학자》 《다정한 수학책》 《사라진 지구를 걷다》 《허즈번드 시크릿》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달이 생치즈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한 가지 증거가 있다. 달 암석 10017의 충격파 속도는 초속 1.84킬로미터다. 충격파 속도는 암석의 구성 성분을 알려주는 증거다. 치즈의 충격 속도를 연구한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미국 뮌스터 치즈는 1.65km/s였고, 스위스 엠멘탈 치즈는 1.72km/s, 영국 체다 치즈는 1.75km/s, 이탈리아 프로볼로네 치즈는 1.75km/s, 노르웨이 예토스트 치즈는 1.83km/s였다. 충격파의 속도를 비교해보면 달은 생치즈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그것도 노르웨이 예토스트 치즈로 말이다.
그런데 달이 생치즈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하나인데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달에서 채취해온 표본과 달 지도, 달의 자기력, 달의 중력, 달의 공전궤도면, 태양빛을 반사하는 모습 등은 달이 생치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달이 정말로 생치즈로 만들어졌다면 다른 관측 결과와 증거에서도 생치즈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증거들이 생치즈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므로 달이 생치즈로 되어 있다는 가설은 수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증거를 찾아가는 방법이다.―60~61쪽
지구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드럽게 흥얼거리는 그 소리는 너무 낮고 희미해서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지구가 부르는 노래는 음의 높이가 2옥타브도 되지 않는 2~7밀리헤르츠에 50개 정도 되는 음조가 들어 있는 아주 복잡한 음색을 띤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지구의 노래는 263헤르츠인 중간음 C보다 16옥타브 아래 있는 셈이다. 지구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더 빨리, 더 크게 돌리면 그저 듣기 힘든, 의미 없는 불협화음 같아 차라리 현대의 정글 뮤직이 모차르트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지구의 노랫소리는 종을 친 후에 은은하게 퍼지는 소리처럼 자유 진동의 형태를 띤다.
그 노랫소리는 12~2월과 6~8월에 평소보다 10퍼센트 커지고 하루 동안에도 다양하게 변한다. 이 소리는 지진이나 단층 활동이 내는 커다란 소리와는 다르다. 이 소리는 기압의 변화로 생긴다. 기압이 높으면 지표면과 대양이 받는 압력이 조금 늘어난다. 반대로 기압이 낮으면 지구 표면이 조금 올라간다. 행성 지구는 부드럽게 두드리는 징처럼 끊임없이 노래를 부른다. 이는 행성 지구와 지구의 대기가 끊임없는 변화라는 주어진 임무를 조용히 해나간다는 증거다.―311쪽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학자의 지질학 연구가 한국 독자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계속 읽어나가는 동안 우리나라 과학자가 이 책을 썼더라도 오스트레일리아를 예로 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지질시대의 지구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일 뿐 아니라 잘 보존되어 있는 천연지를 분석할 수 있는 과학 토대를 갖춘 나라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과학 지원 중에서도 지질학과 천문학이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잘 되어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남극과 갈라지는 대격변을 겪은 지역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니 지구 전역의 지질학을 말할 때 오스트레일리아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옮긴이의 말>에서

○ 출판사 서평
– 행성 지구가 품은 46억 년의 기억
우주를 밝히는 수십억 개가 넘는 항성 가운데 하나인 태양이 그렇듯 우리 행성도 태양을 가운데 두고 우주 공간에 외롭게 떠다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암석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무구한 시간과 공간과 에너지와 물질이 결합하면 특별해지듯 우리 행성도 마찬가지다.―본문 11쪽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는 46억 년의 기억을 품고 있다. 지구에 부딪쳤던 별들, 지구가 뿜어냈던 화산들, 지구에서 살았거나 살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바다 밑의 퇴적물, 극지방의 얼음, 갖가지 암석에 남긴 기억에 귀 기울이는 것은, 행성 지구의 탄생부터 오늘날 우리의 삶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를 배우는 일이다. <지구의 기억>은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쓴 ‘지구의 역사’ 책이다.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이 해마다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정보 소통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수여하는 유레카 상 (Eureka Prize, 과학책 부문)을 받았다.
우리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행성, 지구는 “46억 년 전에 고대의 별이 폭발해 생긴 잔여물이 태양 성운 (solar nebula)과 행성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지구는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성진 (stardust, 항성먼지)과 태양의 복사에너지,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태양과 달과 이웃 행성의 중력 등등의 영향을 받아 그 꼴을 갖추어갔다. 그들의 영향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지구는 지금도 계속 변신 중이다. 이 책의 1장 ‘옛날 옛적에’는 태양계와 지구가 처음 만들어진 과정, 그리고 지구에 처음 탄생한 생명체를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개의 불운을 조사하던 중 지구의 생명 씨앗이 우주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찾아냈다. 1911년 6월 28일 이집트 나클라 (Nakhla)에서 나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하지 않은 개 한 마리가 하늘에서 폭발한 후 40여 조각으로 갈라진 커다란 운석 조각에 맞고 쓰러졌다. 개는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을 뿐이다. … 개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운석은 아직 13개밖에 발견되지 않은 화성 운석이었다.
ALH84001이라고 이름 붙인 또 다른 화성 운석은 1600만 년 전 화성을 강타한 커다란 운석 때문에 화성 중력장을 벗어나게 된 화성 지각 파편이다. 이 파편은 수많은 우주선 (宇宙線)에 노출된 채 우주를 떠돌다 1만 3000년 전 지구의 중력에 잡혀 남극 빙하 위에 떨어졌다. … 화성 운석 ALH84001에는 또한 생명체의 구성 성분인 작은 공 모양 탄산칼슘과 세균 화석일 가능성이 큰 작은 실관 모양의 산화철과 황화철이 들어 있었다. … ALH84001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이후 미 항공우주국은 나클라 운석에서 세균 화석일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42~44쪽
지구 최초의 생명은, 그리고 현재까지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생명체는 ‘세균’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전체 세포의 90퍼센트를 세균이 차지한다. 세균은 빙하 밑에서도, 유독한 금속 물질이 가득한 온천에서도 산다.
2장 ‘시간만큼 오래된 지질’에서는 지질학이 지구의 기억을 읽어내는 방법을 설명한다.
지질학은 자연의 역사다. 지질학자들은 범죄가 일어난 범죄 현장을 찾는 탐정과 같다. 남겨진 단서를 가지고 탐정들은 그 사건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혀낸다. 지질학자들은 수천 수억 년 전에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측정하고 단서를 모으고 표본을 수집한 뒤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 표본에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뽑아낸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정보로 지질학자들은 당시 있었던 일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탐정들이 그렇듯이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지질학자들은 자신이 세운 가설을 수정한다. 자연은 아주 변덕스럽고 단서는 대부분 숨어 있다. 사건 현장을 여러 번 찾아가야 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봐야 한다.―69~70쪽
지질학자는 우선 바위에 새겨진 정보를 읽어야 하는데, 암석의 생성 연대는 주로 다섯 가지 방법으로 측정한다. 첫째, 가장 많이 쓰이는 연대 측정 방법은 우라늄, 토륨, 칼륨, 루비듐, 탄소 같은 방사성원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방사성원소는 시간이 지나면 방사능 정도가 다른 새로운 원소가 되거나 방사능을 띠지 않은 자원소 (daughter isotope)로 바뀐다. 방사성원소들은 각각 고유하면서도 일정한 붕괴 속도를 갖기 때문에, 방사성 붕괴 정도를 조사하면 지질연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암석에 든 238우라늄은 206납으로 붕괴되면서 열세 가지 분해 산물을 만든다. 이 암석에서 라돈 기체가 나온다면 암석의 생성 연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6납이 들어 있다면 아주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원소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암석 속에 있는 232토륨 양의 절반이 208납으로 변하는 반감기는 140억 1000만 년이고, 87비듐이 87스트론튬으로 바뀌는 반감기는 488억 1300만 년이며, 40칼륨이 40아르곤으로 바뀌는 반감기는 12억 5000만 년이다. 암석에는 다양한 원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이 원소들을 비교 분석해보면 정확한 생성 연대를 알 수 있다. 태양계 성진의 나이가 45억 년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의 나이도 45억 년을 넘지 않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둘째 방법은 오랜 기간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나 우주 방사선의 폭격을 받은 광물 속에 있는 원자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우주선 (宇宙線)은 물속에서는 36염소, 지표면에서는 10베릴륨, 대기 중에서는 14탄소를 만들어낸다. 36염소가 36아르곤으로 변하는 반감기는 31만 년이고, 10베릴륨이 10붕소로 바뀌는 반감기는 150만 년이고, 14탄소가 14질소로 바뀌는 반감기는 5730년이다. 따라서 이런 원소들은 최근에 일어난 사건의 연대, 곧 극지방의 얼음이 녹거나 만들어지는 속도 등을 측정할 때 이용한다. 150만 년은 전체 지구 역사에 견주면 아주 최근에 속한다.
셋째는 끊임없이 변하는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자성을 띠는 광물의 생성 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넷째, 시간이 지나면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이 분해되는 점을 이용해 유기체에 든 화학물질을 조사하여 유기체가 분해된 시기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뼈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질소가 사라지고 지하수의 성분 원소인 불소가 들어간다. 다섯째, 조수 간만의 주기나 계절 변화의 주기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여름에는 빙하가 녹아 호수를 만들기 때문에 더 많은 침전물이 호수 바닥에 쌓인다. 겨울에는 호수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쌓이는 침전물의 양도 적어진다. 퇴적물을 분석하여 생성 연대뿐 아니라 당시 지구와 달의 회전속도와 중력의 크기도 알아낼 수 있다. 연륜 연대학에서는 나무의 나이테로 시간을 측정한다.
3장 ‘산소 혁명 이전’에서는 43억 년 전 무렵부터 20억 년 전 무렵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때 지구의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7억 년 전쯤 진핵세포가 등장했고, 이들 세포는 광합성을 했다. 진핵세포의 등장은 산소가 처음 생겨났음을 알려준다. 산소가 생겨나면서, 이전에 유황 가스와 이산화탄소에 의지해 살던 단세포 세균들의 대량 멸종 사태가 일어났다. 지금 우리에게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지만, 지구의 전반기 역사를 살았던 많은 생명체에게는 그 반대였던 것이다.
4장 ‘위대한 팽창’은 18억 년 전 무렵부터 6억 년 전 무렵의 이야기다. 18억 년 전부터 17억 년 전 무렵 지구 곳곳에서 대륙 지각이 두꺼워졌다. 이 무렵에 비슷한 암석으로 형성된 지층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이때 지구 전역에 영향을 미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단세포생물이 다세포생물인 후생생물로 진화했고, 10억 년 전 무렵에는 다세포생물이 지구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행성 지구는 끊임없이 순환하여 맨틀 깊은 곳에서 용암이 올라와 지각을 찢기도 하고 단단한 지각을 한데 뭉치기도 했다. 대륙은 서로 잡아당기고 부서지면서 새로운 산맥을 형성하고, 쪼개진 지각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대륙을 만들기도 했다. 7억 5000만 년 전부터 5억 7500만 년 전 사이에 혹독한 빙하기가 찾아왔다.
5장 ‘새로운 생명 탄생과 대량 학살’은 주로 5억 7500만 년 전에서 1억 2000만 년 전 사이의 이야기다. 5억 7500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어류 화석은 5억 5000만 년 전의 것이다. 5억 4000만 년 전부터 5억 3000만 년 전 무렵 육지에는 초목과 같은 식물들이 나타났고, 5억 3000만 년 전 무렵에 처음으로 척추동물이 출현했다. 4억 3000만 년 전 그 원인이 불분명한 대규모 멸종 사태가 일어났다. 생태계가 비게 되자, 살아남은 생명체들이 빠른 속도로 변이를 일으켜 생태 지위를 채워나갔다. 양서류는 3억 7000만 년 전, 파충류는 3억 3000만 년 전, 곤충은 3억 1000만 년 전에 출현하여 다채로운 생물계를 이루었다. 포유류는 2억 1400만 년 전에 나타났고 현화식물 (꽃피는 식물)은 1억 5000만 년 전에 늦게 출발했다. 인류의 조상은 400만 년 전에 출발한, 역사가 아주 짧은 신출내기다. 크고 작은 규모의 멸종과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진화는 이후 지구 역사에서 몇 번이고 거듭되었다.
6장 ‘내해, 분수 산맥 그리고 새로운 대양과 변하는 강들’은 1억 2000만 년 전에서 1000만 년 전 사이의 이야기다. 1억 2000만 년 전에서 8000만 년 전 사이에 맨틀에서 용암이 흘러나오는 일이 많았고, 새로운 해양지각이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다. 화산활동의 결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지고 온실효과가 기승을 부려 해수면이 올라갔고, 저지대였던 육지는 바닷물로 덮였다. 간빙기였던 이때 따뜻한 열대 바다를 떠다니던 작은 유기체들의 껍질이 바다 밑에 쌓여 백악질층 (석회 가루)을 형성했다. 그래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석회암이 만들어졌다. 운석은 거듭거듭 지구를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화산이 폭발했고, 대륙이 구부러지고, 산맥이 형성되면서 하천의 흐름이 바뀌었다. 본래 남극에 있었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은 4500만 년 전 남극에서 분리된 다음 1년에 12센티미터씩 북쪽으로 이동해 마침내 아시아 대륙을 만났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현재도 1년에 7센티미터씩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1장에서 6장까지는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7장부터 9장까지는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했으되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다룬다.
7장 ‘그저께 일어난 일’은 주로 600만 년 전에서 1만여 년 전 사이의 이야기다. 이때 생물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드디어 호미니드〔사람과 (科) 동물〕가 등장했다. 에티오피아 아라미스의 440만 년 된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Ardipithecus ramidus)는 인간보다는 유인원에 가깝지만, 가장 오래된 호미니드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420만 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라멘시스 (Australopithecus aramensis) 화석이 케냐 북쪽 지방에서, 380만 년부터 30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Australopithecus afarensis)는 동아프리카 지구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아프리카 중북부에 있는 공화국 차드의 350만 년에서 300만 년 된 지층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바젤가잘리 (Australopithecus bahrelghazali) 화석이 발견되었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Australopithecus africanus)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300만 년 된 지층에서 나왔다. 250만 년 전에 빙하기가 찾아와 서식처였던 열대우림이 줄고 주위 환경이 초원으로 바뀌자 호미니드들은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250만 년 전부터 180만 년 전 사이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속 (屬) 호미니드가 갈라져 나와, 동아프리카 지구대와 아프리카 남부 지방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00만여 년 동안 새로운 호미니드 종이 자꾸 나타나 기존 호미니드 종과 경쟁하거나 공생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다.
그사이에 빙하기가 적어도 스물세 번 찾아왔다 사라졌다. 해수면이 낮아지고 자원이 부족해지면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자바로, 유럽으로 이동했다. 말레이반도 안다만 해에 살았던 피부 검은 호미니드가 적도를 건너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간 것은 10만 년 전에서 8만 년 전쯤이다. 1만 8000년 전쯤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고, 그때부터 6000년 전까지 얼음이 녹았다.
8장 ‘역사 속 지질학’은 8000여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로소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시대의 이야기를 한다. 인류가 신화나 전설로 기록한 대규모 재앙들―화산 폭발, 혜성 출현이나 대홍수 따위―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지질 현상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와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다가 7600년 전쯤, 마침내 지중해가 넘쳐흘렀다. 나이아가라폭포를 200개 합친 것만큼 맹렬한 힘으로 바닷물이 흑해 분지에 쏟아져 들어갔다. 흑해 바닥은 가라앉고, 바닷물의 높이는 하루에 15센티미터씩 올라갔다. 물로 가득 찬 흑해 분지에서 사람도 동물도 사라졌다.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일구던 문화와 언어와 농업, 목축 기술과 함께 1년 넘게 이어진 대홍수에 대한 기억과 두려움을 간직한 채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떠났다. 홍수 덕분에 농업기술과 야금술과 언어와 문화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대홍수의 기억은 메소포타미아의 아트라하시스 전설과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그리스의 데우칼리온과 피라 이야기, 성서의 노아 이야기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해진다.
지난 3만 년 동안 1100~1500년 주기로 소규모 빙하기가 찾아왔다. 가장 최근에 끝난 소규모 빙하기는 14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소빙하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독특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주기적으로 찾아온 사건이다. 극심한 추위가 찾아올 때는 불규칙한 태양의 흑점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태양의 활동 변화가 소규모 기후변화를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1332년 끔찍한 홍수가 중국을 덮치자 수백만 명이 죽고 선페스트를 옮기는 쥐 같은 야생동물들이 대규모로 이동했다. 14세기 유럽은 기아, 전쟁, 흑사병 (페스트) 같은 여러 재앙에 시달렸다. 이때 중국에서도 인구의 40퍼센트를 잃었고, 북아메리카의 옥수수 경작 북쪽 한계선은 남쪽으로 320킬로미터나 내려왔다. 1815년 4월 10일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탐보라 화산의 폭발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6만 개 합친 것과 같다. 탐보라 화산은 1883년에 폭발한 크라카타우 화산보다 일곱 배나 많은 화산재를 뿜어냈다. 이때 분출된 화산재는 그린란드 얼음층에도 쌓였다. 인도네시아 열도는 이틀 동안 어둠에 싸였고 떨어지는 화산재와 해일 때문에 작물이 죽었다. 일몰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 풍경화가였던 윌리엄 터너가 그린 장면은 탐보라 화산재로 뒤덮인 영국 하늘이었다.
이 장에서 지은이는 최근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견해를 편다. 인공위성이 22년간 측정해온 대기 온도 변화를 보면, 그동안 북반구의 기온은 조금 올라갔고 남반구에서는 내려갔다고 한다. 지표면에서 온도를 측정한 자료를 보면, 20세기 들어 지표면의 온도는 1944년까지 따뜻하다가 그 뒤 32년 동안 추워졌고, 1977년부터는 다시 따뜻해졌다고 한다. 온도 변화의 주요 원인은 인류가 일으킨 온실효과가 아니라 지구의 궤도 변화, 태양의 활동, 달이 일으키는 조수 간만의 차, 해류의 흐름, 얼음층의 변화, 화산활동, 퇴적작용, 조산운동, 침강, 대륙 이동 같은 자연계의 변화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할당받은 지구 궤도 변화로 10만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1만 년의 온화한 기후의 마지막 날들을 누리고 있다. 궤도 변화는 낮의 길이를 바꾼다.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의 간빙기와 빙하기 주기를 바꾸는 궤도 기관사는 벌써 정점을 지났고, 북반구 고위도 지방의 여름 태양에너지 반사열은 현재 감소하고 있다.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매섭고도 긴 빙하기다. ― 310~311쪽
그렇다고 지은이가 인류의 자연 파괴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기후를 바꾸는 자연 주기는 인류의 기후변화 계획 따위는 우습게 무너뜨릴 만큼 거대하다는 것이다. 9장 ‘내일의 지질학’에서 지은이는 인류가 맞이할 내일을 지질학적으로 예측한다.
인류는 로마 시대부터 지구 표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지질학을 반영한다. 서방세계에서는 한 사람당 1년에 180톤이 넘는 물을 소비하고 20톤이 넘는 모래와 자갈과 쇄석과 시멘트, 석탄 (혹은 석유), 금속을 소비한다. 이런 원자재들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지난 100년 동안 일인당 원자재 소모량은 열 배가 늘었고 사용하는 광물과 원소의 종류도 네 배나 다양해졌다. 현대인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우리 인류는 해마다 자연현상의 일부로 전 세계 하천에서 씻겨내리는 광물보다 훨씬 많은 양을 파내야 한다. 인류는 질 높은 생활을 보장하고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줄 지구의 열매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 317~318쪽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하게 된다면 어떤 이유로 멸종하게 될까? 아마도 바이러스나 세균에 기인한 전염병이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전염병이 화산이 폭발하거나 외계 천체가 부딪치거나 대양 분지로 화산이 무너져내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발병한다면 인류는 멸종할 수도 있다. 여러 차례 멸종 사태가 있고 나서 늘 그렇듯이 대량 멸종이 끝난 후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호모 사피엔스가 뉴질랜드나 태즈메이니아, 안데스산맥, 티베트 산맥 같은 고립된 곳에 살아남을 것이다. 이 고립된 종은 서서히 다른 종으로 진화해가거나 유전자 풀 (gene pool)이 적어 멸종하고 말 것이다. ― 325쪽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