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헤겔
원제 : Hegel: A Very Short Introduction (2001년)
피터 싱어 / 시공사 / 2000.12.15
헤겔은 19세기 이후 세계의 지성과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객관적 관념론의 대표 철학자다. 또한 그는 당대의 지배 종교였던 기독교와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한 인물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철학으로 당시 독일의 진보적인 부르주아지의 이해를 대변하기도 했다. “19세기나 20세기의 어떠한 철학자도 헤겔만큼 세계에 엄청나게 영향을 준 철학자는 없다” (마르크스를 제외하고)는 지은이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성을 갖는 헤겔의 철학은 그 난해함으로 인해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헤겔 철학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들을 위해 지은이는 헤겔의 핵심 저서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가장 구체적인 헤겔의 역사철학에서부터 시작해 <현상학>, <논리학>에 나타난 그의 사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헤겔 사상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중요 저서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헤겔 철학을 가급적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헤겔 철학의 윤곽을 무시하여 초래하는 오류와 오용을 제거하고, 헤겔 철학을 역사적 맥락에 올바르게 자리매김하고자한 헤겔 철학 입문서다.
○ 목차
머리말
- 헤겔의 시대와 생애
- 목적을 지닌 역사
- 자유와 공동체
- 정신의 오디세이
- 논리학과 변증법
- 영향
참고 문헌에 관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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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피터 싱어 (Peter Albert David Singer)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 1975) 출간 이후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 ‘인간 가치 대학 센터’에서 생명 윤리학 Ira W. DeCamp 교수이자 멜버른 대학교 계관 교수이다.
그는 『실천윤리학 (Practical Ethics)』(1979), 『당신이 구할 수 있는 생명 (The Life You Can Save)』(2009), 『현실 세계에서의 윤리학 (Ethics in the Real World)』(2016) 등을 저술하였다.
2005년 『타임』지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명단에 포함시켰으며, 2012년에 오스트레일리아 국가 최고 시민 훈장인 Companion of the Order of Australia를 받았다.
– 역자 : 연효숙
연세대학교 철학박사. 아주대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연세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에 『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철학이야기-근대』, 『철학, 문화를 읽다』(공저), 『철학의 눈으로 읽는 여성』(공저) 등이 있고, 헤겔, 들뢰즈 등 근현대 철학과 여성 철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 책 속으로
P. 8 헤겔의 영향만 놓고 봐도 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헤겔 철학은 그 자체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 그의 결론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의 철학에는 오늘날까지도 힘을 발휘하는 논증과 통찰이 담겨 있다.
P. 35 우리 지구는 상상할 수 없이 큰 우주의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며 이 지구에서 생명은 기체의 우연한 결합에서 시작되어 자연 선택이라는 맹목적 힘에 의해 진화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 견해에 발맞춰 대다수 현대 사상에서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무수한 인간의 온갖 개별적 목적을 넘어서는 궁극적 목적이 역사에 있다는 가정을 거부한다. 하지만 헤겔 시대에는 인간사가 결코 사건들의 무의미한 뒤범벅이 아니라는 확신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P. 79 칸트는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대답되지 않은 채로, 또한 영원히 대답될 수 없도록 내버려둔다. 칸트는 우리에게 의무를 위한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그 밖의 어떤 이유를 추구하는 것은 도덕이 요구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동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대답이 아니다. 문제 제기를 차단하는 것일 뿐이다.
P. 91 헤겔이 말하는 자유는 인민 주권이 자유로운 사회의 본질적 요소라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자유가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더 심오하고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다. 헤겔이 관심을 두는 자유는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타고난 욕망이나 사회적 조건에 의해 강요받지 않고서 선택한다는 의미에서의 자유다. 앞에서 보았듯 헤겔은 이런 자유가 존재하려면 우리가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우리가 합리적으로 선택하려면 보편적 원칙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P. 109 왜 세계사란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까? 이 물음은 반드시 대답되어야 한다. 헤겔은 역사의 방향이 일종의 우연한 사건임을 분명히 부정한다(그래야 그의 전체 사상과 모순되지 않는다). 헤겔은 역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어떻게 참일 수 있을까? 헤겔은 이렇게 대답한다. 역사가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인 것은 역사가 정신의 발전이기 때문이라고.
P. 116 헤엄치는 법을 배우려면 물의 흐름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하듯, 실재에 대한 앎을 얻으려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의 출발점인 의식의 흐름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앎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식을 의식 자체에 보이는 대로 내부에서 살펴보는 것, 즉 정신현상학이다.
P.152 마르크스는 나이가 들면서 헤겔의 용어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헤겔 철학을 변형시켜 자신이 도달했던 공산주의의 비전만큼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래 전에 죽은 사상가들이 살아나서, 그들의 사상으로 인해 후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게 된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를 상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철학의 역사적 정점이 절대 이념에 대한 포괄적 이해이기 보다는 백여 년 이상 전 세계에서 일어난 혁명 운동에 영감을 준 공산주의 사회의 비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헤겔만큼 놀랄 수는 없을 것이다. – 본문 152쪽에서

○ 출판사 서평
헤겔은 19세기 이후로 세계의 지성,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된 객관적 관념론의 대표 철학자다. 그는 칸트 철학에 몰두했고, 당대의 지배 종교였던 기독교와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싱어는 헤겔 사상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그 주저들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헤겔 철학의 이상적인 입문을 형성하다.
– ‘실재는 정신에 의해 구성된다’ 헤겔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정신의 장대한 서사시를 간추린 이상적인 헤겔 입문서
.역사철학, 법철학, 정신현상학을 알기 쉽게 유기적으로 해설
.철학자 피터 싱어와 철학자 헤겔의 대담처럼 읽힌다
“싱어의 책은 이상적인 헤겔 입문서다. 이렇게 얇은 책이 이토록 명쾌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위업이다.” _ 앤서니 맨저, 타임스 고등 교육 부록
“헤겔 사상에 대한 탁월한 입문서. 헤겔을 역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보며 주인/노예 변증법의 딱딱한 왈츠를 요령 있게 조명한다.” _게일런 스트로슨, 선데이 타임스
19세기나 20세기 철학자 중에서 헤겔만큼 큰 영향을 세상에 끼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단호한 선언의 유일한 예외는 카를 마르크스일 텐데, 마르크스 자신은 헤겔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헤겔이 없었다면 지난 150년의 지적·정치적 발전이 지금 같은 경로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헤겔의 저작이 모호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널리 인정된다. 이 책에서 저자 피터 싱어는 헤겔의 사상을 폭넓게 논의하고 주요 저작을 해설한다. 다만 헤겔 철학을 간결하게 설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선 서술 범위를 제한하고, 최대한 평탄한 접근로를 골라 헤겔 철학을 설명하는 전략을 택한다. 아울러 헤겔의 사상 중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덜 추상적인 역사철학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사회적·정치적 관점을 유지한 채, 자유와 합리적 사회 조직에 대한 헤겔의 견해를 살펴본다.
– 목적이 있는 역사: 역사철학이란 무엇인가?
헤겔은 역사를 진지하게 대했다. 칸트는 인간 본성이 무엇이고 언제나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철학적 토대 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헤겔은 인간 조건의 토대 자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실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역사를 통틀어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이 변화 개념은 헤겔 세계관의 근본이다. 헤겔은 『역사철학』에서 중국, 인도, 페르시아의 초기 문명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거쳐 봉건제에서 종교 개혁까지, 이어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까지 개관한다. 저자 싱어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역사철학이 철학인 것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들을 원재료 삼아 이 사실들을 뛰어넘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헤겔이 『역사철학』 머리말에서 단정한, “세계사란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표현은 기실 헤겔의 사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테마라고 강조한다.
– 욕망하는 정신: 자의식
자의식(자기의식)은 헤겔의 중요한 개념으로, 마르크스주의 및 실존주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나 자신을 인식하려면 내가 아닌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의식은 자기 바깥의 대상을 필요로 하지만 이 외부 대상은 낯선 것이며 대립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의식과 외부 대상 사이에는 독특한 애증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 관계는 욕망의 형태로 표면에 떠오른다. 이러한 욕망 개념의 도입은 진리를 발견하는 이론적 문제에서 세상을 바꾸는 실천적 문제로 헤겔의 관심사가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저자 싱어는 지적한다. 욕망은 자의식이 외부 대상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의 표현으로서 등장했지만, 자신 바깥에 있는 모든 것에 의해 자신이 제약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욕망한다는 것은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기에 욕망은 자의식에는 불만족스러운 상태다. 더구나 자의식은 영영 만족하지 못할 운명이다. 욕망의 대상이 자립적 대상으로서 소멸되면 자의식은 자신의 존재를 위해 필요한 것을 파괴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 정신의 발전과정으로서의 역사
헤겔은 인류 역사 전체를 정신의 발전 과정으로서 조망한다. 『법철학』에서 설명한 유기적 공동체의 많은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신현상학』에서 이 내용을 다루는 방식과, 이후 『역사철학』과 『법철학』에서 다루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대개는 어떤 구체적 시기와 사건을 가리키는지 분명히 알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정신이 자기실현 충동의 내적 필연성에 의해 통과할 수밖에 없는 일반적 과정의 사례로만 간주된다. 다음으로, 『역사철학』과 『법철학』 둘 다 프로이센 군주제 형태를 닮은 국가의 건설에서 정점에 이르는 반면에 『정신현상학』에서는 이런 종류의 국가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역사철학』에서 제시한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 헤겔은 프랑스 혁명의 추상적 자유가 그 대립물, 즉 자유로운 자아의 부정인 공포와 죽음으로 필연적으로 귀결된다고 묘사하지만, 『정신현상학』에서는 그 뒤로 정치적 발전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의 경로는 더 고상한 차원으로 옮겨 가는데, 처음에는 칸트, 피히테, 낭만주의자가 제시한 도덕적 세계관에서 정신의 종교적 상태로, 마지막으로 철학에 의해 성취되는 절대지 자체로 이동한다. 『정신현상학』과 후기 저작의 또다른 주된 차이는 『역사철학』에서 역사의 전개를 자유 개념의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묘사하는 반면에 『정신현상학』에서는 절대지를 향한 발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 독자의 평
21세기가 시작되는 해에 학부에 입학한 나로서는, 강의실에서 선생들이 헤겔을 논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선생들’이 한두명이 아니었다는 것도 놀랄만 했다. 저 바깥에서는 맑스도 이미 오래전에 무시당하기 일수였는데, 헤겔이라니! 나는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 구절을 외우며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듣고는 했다.
그런데 맑스에 점점 매료되면서, 헤겔을 읽어볼 결심을 했다. 아마 학부 2학년때 쯤일 것이다. 그래서 집어든 것이 국역 정신현상학이었다. (새로 나온 한길사판은 아직 없었다) 혼자서 읽어볼 생각을 했는데, 두통이 왔다. 말 그대로 ‘실재적’인 두통이 생긴 것이다. 문장들은 의미를 알 듯 말 듯 했고 엄청나게 길었다. 의미를 아예 모르면 몰라도, 무언가 의미가 잡히는 듯 하면서 안 잡혀서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렇게 헤겔을 포기하게 되었고, 나는 학부를 졸업했다. 학부때 헤겔을 집어들게 된 것은, ‘개설서’에 대한 일정한 거리감 때문이었다. 내가 다닌 대학에서 ‘개설서’를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 ‘사기’ 비슷한 것으로 여겨진 듯 하다. 교수들은 모두 ‘원전’을 강조했고, 그 ‘원전’이라는 것은 원어로 된 그 사람의 책을 의미했다.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라틴어를 1년여 공부했고, 한문을 2년동안 공부했는데, 그렇게 되니 졸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라틴어와 희랍어를 배운 후에, 불어와 독어를 공부하려고 했던 나는 전공 공부와 대학원 시험에 치여, 영어와 한국어로만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석사논문도 쓴 입장에서, ‘개설서’에 대한 거리감이 오히려 줄었다. 뭐랄까, 본격적으로 헤겔을 읽기 전에 개설서라도 읽어보자고 마음 먹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식(?)하게 돌진하기 보다는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이용하고 마음 편히 읽자는 마인드.
어쨌든 헤겔의 <법철학> 부터 읽고 <정신현상학>으로 (국역과 영역판을 참조하고, 독어를 잘하는 근대철학 전공자와 함께) 넘어가기로 결심한 나는, 이 피터 싱어의 <헤겔>을 집어 들었다. 로고스 총서는 꽤 괜찮은 개설서이다. 그리고 피터 싱어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당연히 개설서로 이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국역은 중간중간 읽기 힘든 구절들이 있었지만 이해할 만 했고, 피터 싱어의 서술은 헤겔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는 것 같다. 앞으로 헤겔을 읽어나가는데 전체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피터 싱어의 ‘해석’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할테지만, 딱히 그의 주관적 해석이 강하게 들어간 부분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헤겔을 맘 먹고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는 왜 이리 사람들이 ‘헤겔, 헤겔’ 하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