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DNA 독트린
리처드 르원틴 / 궁리출판 / 2001.3.31

르원틴의 「DNA 독트린」은 생물공학의 시대, 또는 DNA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회와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각을 주는 책으로 저자의 성찰은 ‘이데올로기서로의 생물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게놈 프로젝트의 정치경제적 동기를 들추어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근대과학의 방법론적 뿌리에 해당하는 인과적 세계관이라는 인식론의 문제에까지 닿아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폭넓은 분석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과 생명 현상이 유전자로 환원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 목차
1. 합리적인 회의주의
2. 모든 것이 유전자 속에 있다?
3. 원인과 결과
4. 인간게놈의 꿈
5. 사회생물학 비판
6. 사회적 행위로서의 과학

○ 저자소개 : 리처드 르원틴 (Richard C. Lewontin)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 컬럼비아 대학에서 통계학과 유전학을 공부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집단유전학과 진화이며 특히 인간유전학과 유기체들의 유전학에 대한 이론적, 실험적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NAS) 회원으로 선출되었지만 과학아카데미의 명성이 극비 전쟁연구 지원에 이용되는 등 정치성에 문제를 제기하여 사임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 많은 우려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며 비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The Genetic Basis of Evolutionary Change』가 있다. 그 밖에도 스티븐 로우즈, 레온 카민과 함께 쓴 『Not in Our Genes』(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이 한국내에 소개되었다.
1929년에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다녔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통계학과 유전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마쳤는데 여기서 1954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로체스터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연구에 참여했다. 하버드 대학교 알렉산더 아가시 동물학 교수였고 생물학 교수였으며 하버드 공중보건학교 개체군 과학 교수였다. 그의 전문경력은 집단유전학과 진화에 바쳐졌는데, 특히 인간유전학과 기타 유기체들의 유전학에 대한 이론적 그리고 실험적 연구 모두에 관계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제에 관한 그의 주요 책으로 『진화적 변화의 유전적 기초 (The Genetic Basis of Evolutionary Change)』와 『인간의 다양성 (Human Diversity)』이 있으며 또한 이와 관계된 1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르원틴 교수는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혔으나 과학아카데미의 명성을 극비전쟁연구를 지원하는 데 이용하는 것과 관련된 정치적 원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임했다. 2021년에 사망했다.
– 역자 : 김동광
70년대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세월이 허락하지 않아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다. 90년대에 출판 기획집단 과학세대에 참여해서 과학책을 번역하면서 과학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사회학을 공부했고, 과학기술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민단체에도 관여했다. 여러 학교에서 20년 넘게 과학과 사회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고, 책을 썼다. 지금은 은퇴해서 뜻이 맞는 동학들과 함께 공부하고, 호시탐탐 다시 문학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생명의 사회사―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 토마스 쿤』, 『사회생물학 대논쟁(공저)』, 『낯선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기』, 옮긴 책으로는 『원더풀 라이프』, 『인간에 대한 오해』, 『언던 사이언스(공역)』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지금까지 다루어진 내용들은 모두 현대 생물학의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대한 것이었다. 그 편향이란 우리의 존재, 즉 질병과 건강, 가난함과 부유함, 그리고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회 구조까지도 궁극적으로 우리의 DNA 속에 부호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비유를 빌리자면, 우리는 우리의 DNA, 육체, 그리고 정신에 의해 창조된 아둔한 로봇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 자신 속에 존재하는 내적 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관점은 이른바 ‘환원주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깊은 이데올로기적인 관여의 일부이다. 환원주의란 이 세계가 작은 부분과 조각들로 나뉘어질 수 있으며, 그 조각들은 제각기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조각들이 결합하면 더 큰 사물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다. 생물학적 세계에 대한 개인주의적인 관점은 단지 만물의 중심에 개인을 위치시킨 18세기 부르주아지 혁명의 이데올로기의 투영에 불과하다. — p.189
유전자는 독자적으로는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들을 생산하는 복잡한 화학적 생산 체계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그 생산체계가 만들어야 할 단백질의 정확한 형식을 결정하기 위해서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특정 뉴클레오티드 배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전자를 따로 떼어내어 ‘master molecule’처럼 간주하는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범하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오류이다. 그것은 힘보다 머리, 단순한 육체적 작업보다 정신적 작업, 그리고 행동보다 정보에 우위를 두는 이데올로기이다. — p.89
사회 생물학이 제기하는 주장의 마지막 단계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에 관여하는 우리의 유전자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과정을 통해 확립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득한 과거의 한 시점에서 인간은 공격성, 이방인 혐오증, 교화 가능성, 남성의 지배 등의 측면에서 유전적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공격적이고 남성의 지배성이 가장 강했던… — p.175

○ 출판사 서평
–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설계하는 장밋빛 미래에 거는 강력한 브레이크 : 유전자는 과연 만능인가
리처드 르원틴은 우리 시대에 날로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는 생물학, 특히 분자생물학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몇 안 되는 생물학자 중 한 사람이다. 오늘날 게놈, 또는 DNA는 실험실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권력을 획득하고 있다. 작년 6월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이 게놈프로젝트 초안 완성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실질적으로 전 세계에 DNA 독트린은 이미 발표된 셈이었다. 그것은 21세기가 게놈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며, 게놈에 초국적 권위를 부여한 행사였다. 르원틴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미 오래 전에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라는 거대과학 아래쪽에 깔려있는 이데올로기들을 분석했다. 그것은 환원주의, 생물학적 결정론, 그리고 상업주의와 생물학의 유착이다.
환원주의의 이데올로기. 르원틴은, “이데올로기로서의 생물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생물학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개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환원주의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눔으로써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환원주의에 의하면 부분을 알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을 알면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유전자를 알면 개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이 성립한다.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독일인 개인들이 호전적이고 유대인을 싫어하기 때문이고, 그 개인들은 공격성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식이다. 또한 원인과 결과에 이분법적 사고는 생물과 환경을 별개의 존재로 놓고 환경이 일방적으로 생물에게 영향을 주고, 생물은 오로지 환경에 적응할 뿐이라는 잘못된 사고를 낳는다. 그러나 르원틴은 절대적인 환경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로 지구의 환경은 생물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제기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환경-생물, 자연-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귀중한 성찰을 얻는다.
생물학적 결정론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생물학 비판. 지난 2월 13일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이 발표되었고, 사람의 유전자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2만-3만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물학적 결정론, 즉 유전자 결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 동안 게놈을 둘러싼 거품 현상으로 마치 인간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사람의 유전자는 초파리의 두 배에 불과하고 그 상당 부분은 박테리아에서 전이된 것이다. 셀레라 사의 크레이그 벤터도 솔직히 인정했듯이 인간의 복잡성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과정(성장과정)과 그 환경에 따라 큰 차이를 갖게 된다.
르원틴은 유전자 결정론을 가장 본질적인 측면에서 비판하는 생물학자 중 한사람이다. 그는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는 “문화유전자 (meme)”와 같은 개념을 생물학적 결정론의 극단적인 형태로 비판한다. 그는 “올리버 트위스트”, “나나”와 같은 문학작품 속에 나타나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면서 그 뿌리를 유럽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거대과학 프로젝트와 상업성. 르원틴은 그토록 많은 저명 과학자들이 단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면서 그 중요한 한가지 이유로 생물과학의 “상업적 연관성”을 제기한다. 그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과학과 거대 사업의 만남”이라고 부르면서 오늘날 세계적이 명성을 떨치는 생물과학자들이 거의 모두 생물공학 벤처 업체의 설립자이거나 대주주라는 사실을 그 근거로 제기한다.

– 유전자에 관한 전혀 다른 목소리
르원틴은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생물공학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얻을 수 없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날 생물공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기술로 생물공학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동기에 의해 추동된 생물공학의 무절제한 발전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 유전자를 조작하면 생물과 생명현상 자체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조작적 생명관이 팽배하면서 유전자 차별이 횡행하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
더구나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의 영향은 당대에서 그치지 않고 후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인간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심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복제인간의 등장, 무병장수의 실현 등 온통 미래에 관한 청사진이 하루도 걸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과연 유전자는 만능일까.
이 책은 인간게놈에 보내는 흥미와 기대에서 벗어나, 인간의 밑바탕을 다시금 되돌아보라며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