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Pragmatism을 중심한 미국철학 이야기’ 중에서
미국의 철학자로 현대 분석철학 및 기호논리학의 뛰어난 선구자 찰스 샌더스 퍼스 (Charles Sanders Peirce, 1839 ~ 1914)
독립전쟁을 통하여 미합중국이라는 신생국이 탄생된 후 미국적 독창성을 지닌 사상을 세워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 중에는 뉴잉글랜드 출신의 몇몇 사상가들이 있었습니다. Ralph Waldo Emerson (1803 ~ 1882) 이나 Henry David Thoreau (1817 ~ 1862) 같은 이들입니다. 그러나 초창기 그들의 노력이나 사상은 아직 큰 영향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적 특색을 지닌 사상을 제시한 사람은 찰스 샌더스 퍼스 (Charles Sanders Peirce, 1839년 9월 10일 ~ 1914년 4월 19일)와 그의 친구 윌리암 제임스 (William James, 1842 ~ 1910)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스 (Charles Sanders Peirce, 1839 ~ 1914)는 매사추세스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얻고 측량기사로 일하면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독서 클럽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며 토론하다가 그 클럽 멤버들의 공통된 생각을 <실용주의>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실용주의>라는 철학사상은 이렇게 한 평범한 독서 모임에서 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하바드대학 천문대에서 일하다가 존스 홉킨스대학 강사를 거쳐 말년에는 하버드대학 강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논문 <믿음을 확정하는 방법>과 1878년 발표된 <우리의 관념을 명석하게 하는 법>는 월간지 <대중과학>을 통해서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그에 대한 책은 외국어대학 교수 이윤희가 쓴 <찰스 샌더스 퍼스>가 2017년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처음 논리학과 과학자로 출발했던 퍼스는 후엔 미국 최초의 실용주의 철학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념을 명석하게 하는 방법>에서 그는 철학의 목적, 즉 우리가 무엇에 대하여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 널려져있는 온갖 문제의 원인이나 진상을 파악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철학의 목적,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아주 분명하게 말합니다. <철학의 목표, 우리가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서 보다 더 잘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실제적인 인생살이에서 보다 더 실용성있게 살아가도록 돕자는데 철학함의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전통적 철학의 관심사였던 관념론에서 실재론을 거쳐 실용주의로 가는 징검다리였습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이나 원인이나 성격에 대한 이론적 규명이나 관념적 해석 같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늘 보는 사람들의 개인적 환경이나 입장, 혹은 사회와 시대의 상황에 따라 제각기 다른 설명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탁상공론을 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그 문제의 원인과 성격과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그 문제의 결과를 통하여 우리의 실제적 삶에 효용성있게, 실제적으로 응용할 수 있느냐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대상이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나 개념이 어떤 효과적 결과를 창출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 각도에서 그는 <지식은 사실도 아니고 진리도 아니다>라고 보았습니다. 그에 의하면 <지식이란 사실을 알아내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과거 우리는 <지구는 평평하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다>라는 지식 세계에서 산적이 있습니다. 1, 2년이나 1, 2백년을 그런 것이 아니라 2, 3천년을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지구는 평평한 게 아니라 둥글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광대한 우주의 한 행성에 불과하다>는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지식은 사실도 아니었고 진리도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지구가 변한 것도 아니고 우주가 달라진 것도 아닙니다. 지구와 우주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진리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퍼스는 주장했습니다. <모든 진리는 변한다. 다만 시간이 빠르냐, 느리냐하는 문제만 남아있다. 모든 진리는 인간의 실제적 경험과 삶 속에서 다시 형성된다> 그가 말한 이 <실제적 경험>을 지금 우리는 pragmatic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다른 예도 듭니다. <다이아몬드는 부드러운가? 단단한가?> 보통 우리는 자신이 한 번도 다이아몬드를 만져본 적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는 부드러울 것이다. 혹은 단단할 것이다>라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던 우리의 기존 생각이 다이아몬드 자체를 부드럽게 하거나 단단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다이아몬드를 만져보고 확인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퍼스는 <실용주의란 이론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보았습니다. <모든 실체적 진실은 경험을 통해서 확인해야한다. 진실은 실용성을 통해서 검증된다>고 본 것입니다. 퍼스는 철학이나 신학, 인문학이나 종교학 같은 것들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논쟁을 유발할 뿐 경험 없이 말만 가지고 하는 논쟁은 진리를 찾아내지 못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논쟁은 진리를 찾아내지 못한다. 경험을 통한 실용성 만이 진리로 나가는 길이다> 모든 형이상학적 관념의 세계에 대하여 회의적이었던 퍼스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너머에 진짜 이데아의 세계가 따로 있다고 머리로만 생각해 온 플라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철저히 거부하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들이 경험하고, 만지고, 보고, 사용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