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약간은 둔감하게 살아보기 / Ante victorian ne canas triumphum / 사랑하지는 못해도 미워하지만 않아도 / Lupus pilum mutat, non mentem / 삶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31) _ 7월 6일
“약간은 둔감하게 살아보기”

우리 주변에는 보통 사람들 보다 예민한 이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것도 금새 알아차리고 반응을 합니다.
음식에서도 뛰어난 미각을 진닌 이들이 있습니다.
시각에서도 남들이 못 보는 작은 것까지도 잘 발견해 냅니다.
듣는 것도, 아주 미세한 소리도 다 알아차립니다.
냄새맡는 것도 아주 예민하여, 음식냄새, 향수냄새, 사람냄새, 거리냄새 모두를 아주 잘 맡아내고 그 차이를 구별해 냅니다.
그런 이들은 사실, 눈, 귀, 코, 피부 등 신체만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라, 뇌와 정신과 생각이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몸과 마음이 예민한 이들은 보통사람들, 덤덤한 사람들 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아프고, 고달프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도 더 받고, 혈액순환도 잘 않되고, 잠도 잘 못자고, 크고 작은 병에도 잘 걸리고, 인간관계도 쉽질 않습니다. 예민하니까요.
‘둔감한 마음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다’
‘둔감한 사람이 예민한 사람보다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사랑받을 수 있다’
와타나베 준이치의 주장입니다.
![팝콘뉴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image-7.jpeg)
다음 15개의 문장에 대해서 yes와 no로 한번 대답해 보세요.
1. 나는 인기척이나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2. 나는 집안이나 주변에 약간의 변화만 생겨도 금방 알아챈다.
3. 나는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기쁨도 내 일처럼 느낀다.
4. 나는 자주 혼자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5. 나는 너무 밝은 조명이나 큰 소리에는 짜증을 내는 편이다.
6. 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7. 나는 내가 다른 사람 보다 성실하고 양심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8. 나는 항상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다.
9. 나는 공포영화나 격투장면은 싫어하는 편이다.
10. 나는 훤히 트인 사무실 보다는 칸막이로 막힌 곳을 더 좋아한다.
11. 나는 허기지면 집중력이 저하된다.
12. 나는 다른 사람과 문제가 생기면 주로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13. 나는 늘 정리, 정돈된 상태를 좋아한다.
14. 나는 한번 비난받은 것은 좀처럼 잊질 못하는 편이다.
15. 나는 내가 세운 어떤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속이 많이 상한다.
위의 문장에서 ‘그렇다’가 5개 이하이면 당신은 그렇게 민감한 편은 아닙니다. 6-10개 사이면, 당신은 예민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11개 이상이면, 당신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고, 곧 burn out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더해가면 조금씩 둔감해져야 정상입니다. 시각, 청각, 미각 등 인간관계에서도 조금씩 둔화되어 가끔 착각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늙은 사람이 너무 민감하면 타인에 대해서는 융통성이 작아지고 자신은 점점 행복을 잃어가게 됩니다.
추천도서: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정세영 옮김, 다산초당, 2018
Carpe diem!
Bonam fortunam!
라틴어 인문학 (21) _ 7월 7일
Ante victorian ne canas triumphum.
(안테 비크토리안 네 까나스 트리움프음)
ante, 전에, 미리, before
victorian, 승리하다, victory
ne, 하지마라, no
canas, 노래하다, 축하하다, 영어의 cantata (성악)
triumphum, 이기다, 승리하다, 개선하다, 영어의 triumph
Ante victorian ne canas triumphum.
(완전히) 승리하기 전에는 (미리) 개선가를 부르지 마라.
우리 속담,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마라’, 영어 속담 ‘Don’t count chickens before they are hatched.’ (알까기도 전에 병아리 부터 셈하지 마라)와 흡사한 라틴어 문장입니다. 무슨 일이든 순서와 차례가 있는 법이니 서두르거나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나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경구입니다.
Ante victorian ne canas triumphum.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맙시다. 오늘도 ‘기다림’ 속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32) _ 7월 8일
“사랑하지는 못해도 미워하지만 않아도”
물론 사람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해준다면 그건 참 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허지만 사랑을 나누고 친절을 베풀기 까지는 못해도, 그냥 미워하거나 싸우지만 않아도 인생은 많이 행복해집니다.
우리네 삶이란 행복하게 살진 못해도 불행하게만 살지 않아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은 삶은 사랑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사는 곳에 있다.”
롤프 도벨리의 말을 다시 음미해 봅니다. 물론 사랑하고, 부지런하고, 진실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또 그렇게 살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우린 누구를 미워하지만 않고, 누구에게 거짓말만 않하고, 게으르게만 살지 않아도 퍽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실 굉장히 건강하진 못해도, 아프지만 않아도 인생살이는 행복한 것입니다. 아파본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입니다.

‘건강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이 통증만 덜해도 좋겠어요.’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우리 주제에 무슨 원수까지 사랑은 못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싸우거나 미워하지만 않아도 우린 많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뛰어난 지식은 많지 못해도 그져 평범한 상식만 있어도 사람들은 우릴 존경합니다. 돈은 많지 않아도 그저 마실 물 있고 먹을 끼니만 있어도 행복한 것이 인생입니다.
“불행하게 살지만 않아도 인생은 행복해진다.”
모두들 행복해 지려고 애씀으로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시대 속에서 이젠 그만 행복을 추구하고 오히려 불행 피하기를 통하여 행복의 길로 나가자고 외치는 도벨리의 말이 마음에 닿습니다.
“싸우는 것, 욕심부리는 것, 이름 낼려는 것, 잘난척하는 것… 이런 것들만 피해도 인생은 지금 보다 많이 행복해 집니다.”
추천도서: 불행피하기 기술, 롤프 도벨리 지음, 유영애 옮김, 인플루엔셜, 2018
라틴어 인문학 (22) _ 7월 9일
Lupus pilum mutat, non mentem.
(루푸스 필룸 무타트, 논 멘템)
Lupus, 늑대, 이리, 영어 lupine
Pilum, 털, 영어 feathers
mutat, 변한다, 바꾼다, 교환한다
non, 아니다, 영어 no
Mentem, 정신, 마음, 지성, 영어 mentality
Lupus pilum mutat, non mentem.
늑대는 털을 바꿔도 마음과 생각은 변치 않는다.
이미 앞 18번에서 ‘Homo homini lupus est.’를 소개할 때 말씀드린 Thomas Hobbes의 Leviathan에 나오는 문장 입니다. 그는 모든 인간을 이리로 보고,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리 겉으로는 털갈이를 하는 이리 처럼 옷과 모자와 신발을 갈아입고 화장을 해도 인간의 속성을 바꾸진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외모와 외형은 속임수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실패한다.’
사실 인간은 정치의 옷, 문명의 옷, 종교의 옷을 수없이 갈아입어 왔지만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단 한 번도 꺽어본 적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아닌척하고 달라진 척 하지만 늑대가 계절 따라 털바꿈을 해도 늑대의 본성을 결코 바꿀 수 없듯이 인간도 아무리 문화와 교양, 지식과 도덕, 종교와 양심을 앞세워 가며 ‘달라지고 있는 양’ 속임수를 써도 결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본 것입니다.
“늑대는 아무리 그의 털을 바꿔도 그의 본성을 바꾸지는 못한다.”
오늘도 나는 내 속을 들여다보며 나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그래도 고민하는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33) _ 7월 10일
“삶”
이즈음 저는 아침과 저녁, 거의 매일 같이, 똑같은 시 한편을 읽으며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푸쉬킨의 “삶”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서러워하지 말아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도 반드시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괴로운 법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 버리는 것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리워지나니”
러시아 말을 몰라 흔한 영문으로도 올려드리니 읽으시면서 하루하루의 삶에 힘이 되시길 바랍니다.
This Life – Alexandros Pushkin
Should this life sometimes deceive you,
Don’t be sad or mad at it !
On a gloomy day, submit :
Trust … fair day all come,
why grieve you?
Heart lives in the future, so
What if gloom pervades the present ?
All is fleeting, all will go;
What is gone will then be pleasant.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