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 화가, 솔거(率居, 생몰미상)
유럽에 제욱시스 (Zeuxis)와 파라시오스 (Parrhasius)의 대결 일화가 있다면 한국에는 솔거가 있다.
그리스의 화가 제욱시스는 포도를 그렸는데 어찌나 잘 그렸는지 새들이 날아와 쪼아 먹으려 했다. 이를 본 화가 파라시오스는 자기도 그림을 보여 주겠다며 제욱시스를 화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커튼이 쳐진 그림이 있었는데 제욱시스는 어서 커튼을 걷고 밑에 있는 그림을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내 그것이 실제 커튼이 아니라 커튼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욱시스는 자신은 새를 속였지만 파라시오스는 자기를 속였으니 그가 이겼다고 하며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고 한다.
솔거 (率居, ? ~ ?)는 신라 때의 화가이다. 삼국사기에 열전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솔거는 미천한 집안 출신으로 그 조상을 알 수 없다. 선천적으로 그림에 뛰어났으며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 (老松)이 실물과 같아 새들이 날아들었다 부딪혀 죽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일화에 의하면 훗날 황룡사의 벽에 그려져 있던 노송도의 색이 바래지자 한승려가 노송도를 색을 다시 칠했고 새들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분황사 (芬皇寺)의 ‘관음보살도’ (觀音菩薩圖), 산청 단속사 (斷俗寺)의 ‘유마상’ (維磨像), ‘한배검 천진상’ (檀君肖像), ‘진흥왕대렵도팔폭’ (眞興王大獵圖八幅) 등이 있었다 하나 전하여지지 않는다.
○ 내용

출생 · 활동시기 · 족계 (族系)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가 뛰어난 화가였음을 전하는 기록과 일화를 남기고 있다.
농가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났다고 하며, 그의 활약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그가 그렸다는 단속사 (斷俗寺) · 황룡사 (黃龍寺)의 완공시기와, 백률사 (柏栗寺)의 중수기 가운데 신문왕 때 당 (唐)나라 사람 승요 (僧瑤)가 신라에 와서 솔거로 개명하였다.
물 (物) · 생 (生) · 영 (靈)에 극진하여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였으며, 왕도 조서 (詔書)를 내려 솔거로 명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신라시대보다는 통일신라시대에 활동하였던 화가일 가능성이 짙다.
그가 그린 것으로 기록에 전해오는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황룡사의 ‘노송도’ (老松圖)이며, 이 벽화는 노송을 실감나게 잘 그려 새들이 착각하고 날아들다가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 밖에 불교회화로 분황사 (芬皇寺)의 ‘관음보살도’ (觀音菩薩圖)와 진주 단속사의 ‘유마상’ (維磨像) · ‘단군초상’ (檀君肖像) · ‘진흥왕대렵도팔폭’ (眞興王大獵圖八幅)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관음보살 삼상 (三像)을 조각하였다는 기록도 전하고 있다.
황룡사 ‘노송도’는 소나무의 그림이 생동감 넘치는 사실적인 채색화였을 것이다. 이 일화는 당시에 사실적인 묘사 중심의 회화가 발달하였음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며, 또 이는 당대의 불교 조각의 사실적 묘사수법의 발전에서도 확인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