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특집
소리 없는 전쟁, 종자전쟁(Seeds War)
대부분의 농부들은 종묘회사가 개발한 종자들을 구입해 농사를 짓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외국산 종자 비율은 70%이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국내 농산물 대부분이 외국 종자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예전에 보리는 보릿고개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곡식이었다. 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960년대에 1인당 연간 보리 소비량이 40kg에 달했다. 요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거의 절반에 못 미친다. 소비자들의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토종종자가 그만큼 감소한 이유 중 하나이다. 다른 이유로는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및 6.25 전쟁 등을 지나면서 많은 토종종자가 사라지거나 해외로 유출됐다. 세계적인 농학자 노먼 블로그가 육종에 성공해 개발도상국의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 다수확 밀 품종 역시 우리 토종 밀 품종인 ‘앉은뱅이 밀’이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서야 토종종자의 중요성을 알아 국외로 반출된 토종자원을 반환받기 위해 정부 당국에서는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미국 1,679점, 일본 1,546점, 러시아 296점, 독일 901점 등) 더불어 해외로 유출된 우리 종자를 찾는 작업과 함께 국내 종자수집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종종자 기증 캠페인’을 통해 식량작물 245점, 원예 및 약용작물 105점을 기증받아 안전하게 보관 중에 있다. 그러나 현재 보관하고 있는 종자 중 벼와 보리 등 식량작물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해외로 반출된 토종종자 외에도 국내에서 산업화 과정, 기후변화 등으로 많은 토종종자들이 사라져 가고 있고 농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재배하는 품종이 단순화됨으로써 급속히 토종종자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또한 1997년 IMF 이후 많은 종자업체들이 외국종자 회사로 넘어갔다. 우리나라의 청양고추를 비롯한 여러 종자의 소유권을 IMF 당시 기업합병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거대종묘기업에 넘기게 됐다. 해당 기업들은 한 해 밖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른바 ‘불임종자’를 판매하여 매년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국내농산물의 로열티 지급액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종묘회사, 그것도 외국회사의 종자에 의존하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종자 값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씨앗 1g당 가격이 금값보다 비싼 파프리카도 있다. 이렇듯 단순히 식량으로 여겨졌던 종자가 국제간 거래가 이루어지면서부터 이제는 식량전쟁의 승자는 가장 많은 종자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는 ‘종자전쟁’이라는 용어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협약에 따라 신품종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면서, 각 국가나 기업은 앞 다투어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1세기는 종자전쟁이 예고되는 만큼 농업 생산의 중요한 기반인 종자의 공급력을 확보한 국가나 기업이 강력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세계 종자시장의 규모는 2012년 698억 달러에서 2020년 1,650억 달러로 10년 새 두 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의 전망은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일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유전자원의 합리적인 관리체계가 미흡한 실정으로 자생 토종종자를 남에게 빼앗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골든 시드 프로젝트(종자산업육성정책)를 진행 중에 있으며 2030년까지 벼, 감자, 옥수수 등 글로벌 수출종자 20종을 개발하여 종자수출을 현재 3,200만 달러에서 50억 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토종 종자자원의 중요성
온대 계절풍지대에 속하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에는 무덥고 비가 많으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해 상대적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재해 및 생태계 훼손으로 유전자원의 소실 증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가 2도 이상 기온이 상승할 경우 동식물의 25%가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생물종 감소 속도는 1년에 120~200여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유전인자는 오랜 기간 동안 진화의 결과인 동시에 한번 소멸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며 다시 찾을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유전자원 수집 평가 및 활용에 막대한 노력과 경비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토종이었던 털개회나무(정향나무)가 해방 직후 어수선 하던 시절 미국 농무부 소속 미더교수에 의해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서 개량된 후 ‘미스킴라일락’으로 바뀌어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품종이 됐고 국내로 역수입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끄는 구상나무 역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종자개량 후 특허등록이 돼 재배용으로 수입하려면 거꾸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등 종자보존의 중요성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GMO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토종종자
토종종자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먹을거리 안전을 지키는 기반이자, 종묘회사들에 의해 거의 지배당한 우리 농업이 그 족쇄를 끊고 기사회생할 수 있는 미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종종자는 그런 의미에서 GMO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종자주권을 상실한 상태라면 속수무책으로 종묘회사에서 주는 대로 심을 수밖에 없지만 토종종자를 찾아 복원해내고 현장에서 심으면 대체를 할 수 있기에 토종종자는 그런 의미에서 GMO에 대항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토종종자는 튼튼하게 자라고 영양도 풍부하다. 생명력이 강하고 사람과 자연에 조화롭다. 토종종자로 농사를 지으면 비료도, 농약도 안 해도 될 만큼 건강하게 자란다. 반면, 인위적으로 개량된 종자들은 너무 허약하다 보니 비료나 거름을 많이 줘야 한다. 그러면 급성장하게 되고 농약을 쳐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빨리 자라게 해서 빨리 수확해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잡곡은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고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품종이고,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농부의 땀방울에 의지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뤄낸 결과물이다. 토종은 종자주권을 지키는 첫 걸음이다.
GMO란?
최근 중국이 미국산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 6만톤에 대한 통관을 거부했다고 신화통신이 11월 29일 보도했다. 이날 중국질량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은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에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했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시 관계자는 “미국산 옥수수에서 곤충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유전자 성분인 MIR162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GMO가 국가간 거래에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GMO란 유전자변형생명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로 생산성 향상과 상품의 질 강화를 위해 본래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생산된 것으로 자연에 역행하는 것이다. 질병에 강하고 소출량이 많아 식량난을 해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 GMO품종으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예를 들면 냉해에 강한 딸기를 만들기 위해 넙치의 유전자를 딸기에 주입시킨다. 모양은 딸기지만 유전형질엔 생선 넙치의 형질을 갖고 있는 새로운 생물종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GMO가 아이들의 영구치가 아예 나지 않는 현상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GMO를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에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며,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밖에도 많은 GMO의 피해들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식탁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배후에는 초국적 거대 농업자본 카길, 몬산토, 노바티스 등이 있다. 이들은 세계 구석구석 자신들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기 위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자가 채종(농가에서 씨를 받아 키우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수확이 끝나면 해마다 다시 종자를 사야만 한다. 쉽게 말해, GMO품종 옥수수는 먹고 남은 씨앗을 심으면 그 씨앗이 자라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의 GMO 상황
국내에서는 벼, 고추, 감자, 배추, 양배추, 토마토, 오이, 들깨 등 17개 작물 40품종의 GMO가 실험실, 온실, 야외에서 격리 재배로 실험 중에 있고 제초제에 강한 GM벼와 바이러스에 잘 견디는 GM감자의 경우 2000년부터 논에서 격리된 채 시험 재배되고 있는 상태이다. GM벼는 야외 시험단계를 거치면 안전성 심사를 거쳐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승인된 GMO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알파라, 사탕무, 감자 등이 있는데 콩을 예로 들면, 수입돼 들어올 때와 가공 중일 때까지는 GMO표시가 되지만 착유된 기름에는 표시 없이 소비자에게 팔리고 착유 후 찌꺼기는 가축 사료로 만들어지는 실태여서 GMO가 사용된 모든 제품에 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중의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에는 식용유, 간장, 된장, 고추장, 두부, 두유, 물엿, 과당, 포도당, 과자, 음료수, 빙과류, 빵, 프림, 올리고당, 조미료, 소스, 드레싱, 카레 등이 있다.
풀어야 할 과제와 도전
“자연의 공장은 누구도 따를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반자연적인 이런 수많은 행위들은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것을 누구나 알게 될 때쯤이면 이미 늦었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혁명이라 불리는 GMO, 그러나 위해성 여부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공론중이다. GMO 산업을 깊이 들어가 보면 식량문제 해소를 위한 명목 하에 기업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연구되어지고 개발되고 있다. 또한 GMO의 위해성도 적지 않게 연구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도 이를 알아 GMO 첨가 식품에 대한 표시제를 요구하고, 일부 식당에서도 GMO Free, 즉 GMO가 첨가되지 않는 음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종자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외국 종자에 의존하지 않고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토종종자가 있어야 한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자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다. 종자개발을 위해서는 10~15년간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가적인 차원의 종자개발로 더욱 치열해질 세계 종자확보 경쟁에 대비가 필요하다. 해외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신품종개발, 사라져가는 고유종에 대한 보존과 활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새로운 먹을거리의 위협이 되고 있는 GMO에 대한 벽도 분명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에듀라이프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