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의 이민 삶 나눔
취학전 아이, 이것만은 준비시켜 보내야죠
“엄마 오늘 XX가 나 밀었어”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너도 똑같이 했어?”
“아니, 그냥 울었어.”
프리스쿨 (Preschool) 을 다닐 때 어느 날 아이가 와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교육자의 입장에서 부모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내 아이가 맞고 오는 상황이 나에게도 닥친 날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사람들이 왜 차라리 때리고 오라고 하는지 십분 이해가 됐다.
허나, 호주의 교육은, 특히나 폭력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오늘만 학교를 다니고 관둘 것이 아니라면 정말 이것저것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여,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첫째 아이를 킨더가든 (초등학교 입학 첫해의 의무교육 과정)에 입학시키기 전, 부모들이 아이에게 준비시켜 줘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내 아이와 같이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입고 집에 온 경우, 그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에게서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특히 남자아이들은 자세히 말하는걸 꺼려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입학 전 아이와 유치원에서 또는 차일드 케어 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놀이 또는 엄마와 떨어져 있던 시간에 대해 얘기하는 버릇을 들여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성장할수록 점점 더 아이에게 질문하기가 힘들어지고 또 부모와의 대화가 줄며, 나중에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알려면 다른 아이 학부모에게 물어야만 알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경우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나 부모의 학업 참여도도 떨어지게 되고, 아이는 혼자만의 감정에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이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 지금 그러한 행동이 추후 자신의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고 있으므로, 인생 선배인 부모가 자꾸 물어보고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조심해야 하는 것은, 질문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창시절엔 점심을 같이 먹는 게 친한 친구의 개념이었다고 해서 21세기에 사는 아이에게도 “점심은 누구랑 먹었어?” 라고 물으면 아이는 엄마의 관심이 먹는 것에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그보다는 아이의 관심사에 적절한 조금 더 현명한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핸드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핸드볼을 누구랑 했는지 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 하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싫다는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누가 날 건드리거나, 내 물건을 만지거나, 놀리거나 하는 경우, “싫어, 하지마!” (No, stop it, I don’t like it) 같은 표현을 정확하게 하도록 가르치고, 예행 연습을 하고, 또 연습하고 주입시켜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는 자기가 싫은 것을 어찌 표현할지 몰라 매번 다른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도 아무 말 못하고 피해를 입으면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아이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될 확률이 높고, 학교는 아이에게 있어서 안전하고 재미있는 곳이 아니라 괴롭고 피하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고, 학교는 물론 학업에 대한 의욕도 사라질 것이다. 하니, 입학 전 아이에겐 영어보다도 더 중요한 준비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입학 할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연습시키고, 보여주고, 가르쳐 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몇 년을 연습시키고 귀에 못이 박히게 가르쳐 보낸 딸아이도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상황이 종료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쇼핑센터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 길에 반대편에서 오던 백인 남자아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딸아이를 밀었다. 나는 딸아이가 어찌하는지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그냥 피해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르쳤건만.. 답답하고 울화통이 치밀었다. 하여 걸어가던 딸아이를 세워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싫어, 하지마’ 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바로 다시 그 백인남자 아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 말을 하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옆에서 전화 받느라 정신 없던 그 백인아이 엄마가 갑자기 전화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말하였고, 내 딸아이는 자기가 할말을 하고 사과까지 받아 기분 풀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가르친 대로 말하고 지나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로 인해 올 스트레스까지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리고 싫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10분이나 되는 시간을 소요하면서도 한번의 중요한 경험을 얻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줬던 기억이 있다. 이럴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부모가 되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또 필요한 준비는 자기 일은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는 입학과 더불어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도시락은 스스로 열어 먹고, 닫고, 챙겨서 가방 안에 넣어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어야 하며, 교복이나 어떤 물건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게 버릇이던 아이는 학교에 가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에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혼란스럽고 힘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입학 전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아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되도록 먼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인사성이 바른 아이로 칭찬을 받아왔다. 허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난 이후부터 점점 맘에 안 드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치거나, 시력이 나빠져서 멀리 있는 사람이 누군지 보이지 않아 지나치는 경우,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해서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될까 봐 지나치는 경우 등등 인사를 하지 않는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겨버렸다.
허나 호주는 얼마나 서로에게 친절한 나라인가? 내가 이민 왔던 시절에는 길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도 서로서로 인사하고 지나치거나,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게 당연했다.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해도 마음이 좋아지는데, 하물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게 된다면 그건 내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데 조금 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경우에도 내게 먼저 인사를 하는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간이라면 나에게 먼저 친절하게 인사하는 사람에게 더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여 나는 딸아이에게 항상 인사를 잘하라고 가르치고, 내가 먼저 딸아이 친구들에게까지 인사를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딸아이가 듣지 못하거나 답 인사를 안 하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지적하여 아이가 답 인사를 하도록 교육시킨다. 인사는 상대에게 친밀함과 호감을 나타내는 최적의 기본 수단이다. 비록 나와 친하지는 않아도 자주 얼굴을 보고 지나치는 경우, Hi 또는 Good Morning/afternoon 한마디가 얼마나 내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내 아이 학교생활과 더 나아가 아이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 픽업 전 한국엄마들끼리 그룹지어 수다 떠는 것도 좋지만, 호주에서 사는 이상은 호주엄마들과도 교류하고, 정보도 얻고, 내 아이 사회성에 도움도 될 겸 겸사겸사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 나처럼 강한 인상을 가진 사람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면 다들 반가이 답해주는데, 인사 잘하는 어린아이가 있다면 몇만 배 더 사랑스러울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긍정적이며 밝고 좋은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에게 좋은 인상으로 학교생활에 이득이 되는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의 기본이 인사 한마디라니, 인생 너무 쉽지 않은가?
더 깊이 들어가면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 준비해야 하는 것이 더 많겠지만, 호주의 학교생활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할 일을 스스로 하고, 내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하며,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잘하고, 학교 규율을 잘 따르면서 즐겁게 배우며 노는 곳, 그곳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란 곳이다.
그러니 이제 위의 상황을 참고하여 “당황하지 않고, 대지의 기운을 모아, 자신감 있게 준비하면 끝~!”
엘리자벳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