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바캉스 감독’이 만드는 시원한 축구 이야기
–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
얼마전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의 자녀가 영어 공부차 집에 잠시 머물던 때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에는 요즘 한국 축구 감독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이야기였습니다.
지난 1월 비록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서야 했지만 베트남은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승자였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이라는 자국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8강과 4강전에서 연달아 승부차기를 치렀던 베트남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도 3연속 연장 승부를 치르는 혈전 끝에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아쉽게 패했습니다. 하지만 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대회 내내 보여준 베트남의 끈질긴 투혼과 조직력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부임 3개월 만에 팀을 역동적으로 만든 한국인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까지 겸임하는 자리였습니다. 부임 초기 베트남 현지에서도 박 감독의 경력이나 지도력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적지 않았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위상이 반전됐습니다. 대회 기간내내 베트남 현지는 축구 열기로 뒤덮였고,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가주석으로부터 축전을 받는 등 일약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는 지도자가 됐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도 그리 인지도가 높은 지도자는 아니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의 코치로서 처음 팬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로는 주로 K리그의 지방 중소클럽의 감독직을 거치며 중위권 전문 감독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바캉스’ 감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K리그 축구팬들이나 아는 정도의 인지도였습니다. 박 감독이 지난해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박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번 대회의 베트남은 ‘황금 세대’로 불릴만큼 자국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지만 체력과 근성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기존 베트남 축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한국축구 특유의 강력한 압박과 지구력을 덧입히며 짧은 시간에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 대회를 통해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노력의 댓가와 승리의 기쁨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베트남은 23세 이하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하여 경험과 조직력을 축적하게 됩니다.
지난 29일 박항서(59) 감독이 지도하는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 16강전, 8강전까지 총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1:3 으로 폐하게 됩니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베트남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갑니다. ‘박항서 매직’을 과시한 박 감독은 사상 첫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이라는 역사까지 새롭게 썼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첫 메달에 도전합니다. 아직 매직은 끝나자 않은 것입니다. 베트남은 D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해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 바레인, 시리아를 차례로 꺾었고 끈끈한 조직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별리그에서는 강호 일본까지 제압했습니다.
‘박항서 매직’, ‘쌀딩크(쌀국수와 거스 히딩크를 합친 말)’ 등 다양한 수식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요즘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에서 영웅 나아가 신 같은 존재가 됐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축구 약체로 평가받던 나라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211개국 중 랭킹 102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마법처럼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달라졌다. 경기력뿐 아니라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베트남 이처럼 전역이 들썩이는 이유는 지는 것에 익숙했던 베트남 축구에 승리 DNA를 심어준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DNA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박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했지만 냉정하게 4강 후보로 꼽은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박항서호의 아시안게임 선전은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한국이 한일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아시아 축구계가 한국을 성원하던 장면과 닮았습니다.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베트남의 선전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동남아 국가들이 베트남을 많이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우리는 항상 한걸음, 한걸음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경기전에 “내 조국 한국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내가 일하고 있는,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도 실망시키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박 감독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인공인 거스 히딩크 감독은 기본기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축구 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기는 체력과 정신력이었습니다. 베트남 축구를 성장시킨 박항서 감독의 강조점도 결국을 체력과 정신력이라는 기본이었습니다.
축구 경기가 있는 당일 날 경기에 나서는 두 팀은 서로 시간을 달리하여 경기장에서 몸을 풀게 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할지라도 이 시간을 게을리 활용하면 경기의 지장을 받기도 하고 심하면 부상의 위험도 갖는다고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퍼포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본격적인 연습이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기본적인 스트레칭과 바디 트레이닝을 합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체력과 정신력을 향상 시키는 것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가운데 자칫 놓칠 수도 있는 기본기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더운 날씨에도 한국에서 보시는 분들과 베트남 국민들에게 시원한 바캉스와 같은 경기를 선물한 박항서 감독의 앞날을 축복하며 베트남 선수들이 역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축구 4강에 올라간 것을 축하합니다. 아쉽게도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를 수는 없었지만 이들의 투혼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컬리지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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