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잊지 않겠다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나요? -세월호 1주기를 기억하며
2015년 서울대학교 입학식에서 환영사를 했던 ‘김난도 교수’는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 라는 옛 선인의 말을 남겼습니다. 역사는 가장 큰 스승입니다. 개인의 역사는 개인의 삶의 가장 큰 스승이고 나라의 역사는 나라의 장래에 가장 큰 스승입니다. 특별히, 개인과 나라가 함께 공유하는 기억들은 개인의 삶과 함께 나라의 미래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입니다.한국의 정치인들은 ‘이젠 그만 좀 잊으라’고 등을 돌린 가운데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몽드>는 세월호 침몰 1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고 이후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여러 상황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도쿄 특파원인 ‘필립 메스메르’ 기자가 서울을 직접 방문해 작성한 이 기사는 지난 12일 인터넷판과 14일자 지면에 실렸으며 ‘사설과 분석’ 이라는 셱션면에 샵화와 함께 톱기사로 올라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슴니다.
‘세월호 침몰에서 잊혀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1년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서 천막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침몰 당시의 상황이 모호하게 남아있고 사고 직후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족들의 혼란이 가중됐으며 언론에서는 수많은 구조 인원이 투입됐다고 했지만 가족들이 직접 확인한 현장에서는 아무런 구조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더욱 절망한 이유는 배려와 연민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고 말하면서 느닷없는 정부의 배상금 관련 발표에 가족들은 삭발로 대응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돈이 아니라 “사고의 진실 규명과 선박의 인양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런 정부의 태도들이 사고에서 교훈을 얻으려는게 아니라 참사를 잊게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정부를 향한 가족들의 비난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으며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 찾아와 보인 눈물을 “거짓으로 받아들”이고, “진상 규명을 하겠다던 약속은 공수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사고 당일 ‘사라진’ 7시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면서 대통령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고, 전 비서관을 만났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기사는 또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정치적 대립의 양상을 띄게 된 점을 눈여겨 봤으며 가족들은 단식 투쟁을 벌였고, 극우단체들은 그들 앞에서 반대 시위로 맞불을 놓았고 배상금 관련 발표가 이어지자 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가족들을 향해 ‘공금 도둑’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가 누구를 보고 ‘공금도둑’ 이라는 말을 하는 것인지 정말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1주기 행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하며 정부는 이 비극이 잊혀지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도리어 가족들은 1주기 추모식으로 인하여 다시 한 번 한국 사회를 둘로 갈라놓게 되는것은 아닌지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2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1주기 행사에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를 비롯해 ‘아키히토 일왕 부부’ 등 주요 인사 1,200여명이 도쿄국립극장에 모여 추모식을 거행했었습니다. 이들은 대지진 발생시각인 오후 2시46분에 맞춰 1분간 2만여명의 사망 및 실종자를 위해 묵념을 했으며 특히 고령의 아키히토(82) 일왕은 추모식 3주전 심장수술을 받아 요양 중이었음에도 직접 추도문을 낭독하며 희생자를 애도했습니다. 이 일로 많은 일본인들의 위로를 받았으며 정부를 신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 홀대에 대해 “중요한 치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 후 1년이 지나면 유가족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사회가 아직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1주기를 맞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지도층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면 사회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병원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 지도층 전체가 추모식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당사자뿐 아니라 전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개혁과 대변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국민들이 받은 큰 충격과 슬픔은 경제활동에 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하루라도 희생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동안 의심만 가득했던 대통령의 공감과 소통 능력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의심을 풀수 있는 기회를 놓친것은 아닐까요?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직접 조문한 것과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며 박 대통령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박대통령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그게 민심이며 지도자의 자질이라고까지 말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