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한박스의 활력, 총리도 반한 맛” – 패러디란 무엇인가?
얼마전에 친분이 있으신 목사님을 뵈러 가는 길이 ‘비타 500’ 한 박스를 들고 갔습니다.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타 500’ 을 보신 목사님께서 “어! 임목사님 이거 요즘 핫 이슈인데… ” 하시면서 껄껄 웃으셨습니다. 저도 “목사님! 전 다른 건 안넣었습니다.” 하면서 함께 웃었습니다.요즘 ‘이완구와 비타500 돈박스’ 에 관한 패러디물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故(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에게 비타500 박스로 3000만원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후 이를 풍자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패러디는 광동제약의 건강음료 ‘비타500’ 박스에 이완구 총리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특별히, 비타500 박스에 5만원권의 모델인 신사임당의 얼굴을 합성한 뒤 “한박스의 활력, 총리도 반한 맛”이라는 카피를 단 패러디입니다. 여기에 “복용 후 내기시 검찰과 먼저 상의하세요”라는 문구도 적어 넣었습니다. ‘내기시’는 ‘내기를 하려면’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한, ‘비타 500’ 병에 이 총리의 사진을 합성해 마치 그가 실제 모델인 것처럼 만든 패러디물도 등장했으며 ‘비타 500’을 ‘비타 3000’이라고 바꾼 사진도 있습니다. 이런 패러디는 성 전 회장이 “비타 500 박스에 3000만원을 담았다”고 한 증언한 내용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다른 패러디는 이 총리가 과거 인터뷰할 당시 탁자에 놓여있던 비타 500병을 캡쳐해 ‘총리가 사랑한 음료’라고 문구를 넣은 패러디도 등장했습니다.
이 총리가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을 재미있게 다룬 패러디물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패러디는 이 총리의 전임자인 ‘정홍원 전 총리’가 이 총리에게 말하듯이 “완구야, 숨셔”라는 문구를 삽입해 풍자한 것입니다. SNS 공간에서는 지난해 ‘비타 500’ 실제 광고에 등장했던 모 가수가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을 캡처하고 “이제 수갑 찰까?”라는 문구를 삽입한 페러디로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한 누리꾼은 경쟁제품인 ‘박카스’를 사용하여 ‘박카스의 반격’이라는 사진을 게재했는데 ‘풀려라, 5000만’이라는 박카스 광고를 패러디해 박카스 박스에 ‘풀려라, 5000만!…우린 2000 더”라는 카피를 넣은 것입니다. ‘우린 2000 더’는 성 전 회장 진술에 나온 ‘3000만원에 2000만원을 보탠 5000만’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비타500 한 번 터지고 나니 박카스의 (5000만) 저 문구도 의미심장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관련 업체들도 앞다퉈 ‘비타 500 마케팅’ 이슈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비타 500의 경쟁사 ‘동아오츠카’가 가장 먼저 동참했는데 비타 500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경쟁사인 동아오츠카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사진 한장을 SNS에 올렸습니다. 동아오츠카는 페이스북에 ‘오로나민 C’ 박스 사진을 올린 후 “솔직히 박스 크기가 이 정도는 돼야 뭘 넣어도 넣지 않겠습니까?”라는 머릿글을 달아 ‘사이즈의 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티켓몬스터는 ‘선물하면 비타 500’ 이라는 카피와 함께 비타 500 딜을 올렸고 평소에도 각종 패러디 카피를 활용하기로 소문난 티켓몬스터는 이번에도 ‘비타 500 패러디’에 동참해 재미삼아 구매하려는 소비층을 끌어당겨 매진 사례를 이뤄냈습니다. 온라인마켓 ‘옥션’ 또한 ‘오늘만 특가’ 코너에서 비타500 모바일 교환권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정치권의 영향으로 ‘대세 음료’가 되어버린 비타 500을 생산하는 광동제약은 15일 이후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 요즘 핫 이유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영향으로 ‘대세 음료’가 되어버린 비타 500을 생산하는 광동제약은 15일 이후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 요즘 핫 이유가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패러디라는 것은 요즘 등장한 시체말은 아닙니다. 패러디의 어원은 ‘Paradia’ (다른 것에 대한 반대의 노래) 와 ‘Paradio’ (모방하는 것)에 있는데 이것이 ‘패러디(Parody)’ 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뜻은 익살·풍자 효과 등을 위하여 원작의 표현이나 문체를 자기 작품에 차용하는 형식으로 문학,음악,미술 분야에서 그 형식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패러디(parody)는 그 어원상 노래(ode)를 따라(para)한다는 의미를 지니고고 있으며, 트로이 전쟁을 다룬 호모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패러디한 <개구리들과 쥐들의 전쟁>이라는 작품이 그리스 당대에 등장했을 만큼 패러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패러디의 기본은 특정 원작을 모방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반복해 모방하지는 않습니다. 원작의 형식이나 내용을 다소 변형시켜 모방하는 ‘창조적 모방’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무섭게 만드는 등 다양한 느낌이 나도록 변형을 시키기도 합니다. 고대 희랍어에서 ‘놀리는 노래’ 나 ‘파생적인 노래’ 라는 뜻을 가지고도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 에 등장할 정도로 기원이 오래된 용어이기도 합니다. 문학작품으로는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Iliad)> 를 패러디한 서사시들을 비롯, 중세 기사도전설을 패러디한 ‘M.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605~15)>, ‘S. 리처드슨’의 <파밀라(1740)> 를 패러디한 ‘H. 필딩’의 <조세프 앤드루의 모험(1742)> 등이 있습니다. 음악의 경우 일반적으로 어떤 음률에 다른 가사를 붙여 바꿔부르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G.P. 팔레스트리나’와 ‘O. 라소’의 미사곡의 대부분은 이 형식으로 된 것이며 이를 <패러디 미사곡>이라 합니다. 미술의 경우 독일의 초현실주의 화가 ‘M. 에른스트’가 ‘B.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을 패러디한 <피에타>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패러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이발사 ‘찰리’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명 높은 독재자 ‘힌켈’이 펼치는 코믹 풍자극 <위대한 독재자> 입니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희극배우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천재 아티스트인 ‘찰리 채플린’의 첫 유성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예술가인 채플린의 놀라운 창의성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명작인 동시에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탁월한 전성기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찰리 채플린은 이 작품에서 감독, 제작, 각본을 맡은 것은 물론 1인 2역으로 열연을 펼쳐 1940년 뉴욕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축국인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하는 <위대한 독재자>는 나치 독일을 상징하는 가상의 국가 ‘토매니아’를 배경으로 히틀러를 희화화한 ‘힌켈’과 나치당을 빗댄 ‘쌍십자당’그리고 나치당의 실제 주요 인사였던 ‘헤르만 괴링’과 ‘요제프 괴벨스’ 등의 패러디를 통해 나치의 사상과 이념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시면 진정한 패러디의 정수를 보게되실 것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패러디가 자국의 예술과 법, 그리고 산업구조 등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패러디 관련 사건과 사고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각기 독특한 사회 문화적인 배경과 법조문 등으로 패러디 관련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우리 대중문화는 `패러디 시대`라 불려질 만큼 영화, 연극, 광고, 출판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패러디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중이 인식하는 패러디에 대한 개념은 그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패러디와 모방이 구분이 안되고 패러디와 표절이 혼동되며 패러디를 코미디와 동일시 하기도 하는 형편입니다.
요즘같이 패러디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건이나 상황 또는 누군가를 비판하는 패러디를 보면서 웃고 넘기기 보다는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발을 차꼬에 채우시며 나의 모든 길을 살피사 내 발자취를 점검하시나이다> (욥기 13: 27)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