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카나본 거리의 기적
시드니의 가을 하늘은 참말로 고웁구나
그 사이로 카나본 거리의 한인성당이 빼꼼히 얼굴 내밀며
경로잔치 준비로 활기가 넘쳐 흐른다.
이제나 저제나 손꼽아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축제가 펼쳐지는 이번 주말
연지곤지 찍고 빼어나게 선 보일 궁상들에, 어르신들은
밤잠을 설치며 아해되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상냥한 미소와 잰 손길의 도우미 언니들,
장내를 파안대소케 하던 익살쟁이 사회자,
꽃뱀도 놀래버린 주임신부님의 춤사위,
추억의 카나본 거리의 작년 축제가 떠오르면서
믿거나 말거나의 기적 같은 일이 회상되어진다.
푸짐한 점심식사가 끝나고
많은 어르신들이 화장실을 오고가며
타일 바닥 곳곳이 금새 물범벅 되어오고
어깨틈 사이사이를 서로 비비적 대며 걸음질치다
몸짱의 한 어르신이 미끌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한동안 엉거주춤하며 주저앉아 요지부동이다.
벽 모서리에 머리를 다치지않아 다행스러웠지만
도움주는 손길 없이 그저 철퍽 주저앉고만 있다.
엉겁결에 용 쓰며 치겨 올려보나 끄떡도 않는다.
절망의 순간 하느님 찾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온 힘을 다해 다시금 치겨 올려보니
이럴 수가, 번쩍 들려 올려 지면서
어르신은 젖은 바지를 툭툭털고 훌쩍 떠나버린다.
십 킬로 쌀 한 부대도 겨우 가늠하던 터에
팔십여 킬로의 어르신을 감당 해 내다니
믿기지 않는 기적에 아연치 않을 수 없다.
‘기적’의 단어란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던 엊그제가
카나본 거리 한인성당 경로잔칫날의 기적을 만나면서
거짓없는 신앙의 실체가 회자 되어온다.
이상조(경로대학 회원)
지난주 시드니 대교구 한인성당의 경로잔칫날을 치루면서 작년의 기억이 되새겨지며 당시의 기적 같은 일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 나누는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