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42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팔랑귀
내가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엄청 귀가 얇다는 것 이다. 보통 고집이 센 사람이 팔랑 귀를 가지고 있다 하는데 고집이 센 건 잘 모르겠고 확실히 귀는 얇다. 더군다나 귀 모양도 가느다란 칼귀라 귀걸이를 해도 안 예쁘다. 이제까지 나름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쉽게 흘려버리는 것 같지만 사실 늘 가슴깊이 새겨두는 오랜 습관. 처음 하람이 유치원을 정할 때도 누군가 어디어디에 있는 곳이 좋다하여 집에서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1년 정도를 보냈다. 또 어떤 물건이 쓸 만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데 기억해 뒀다가 꼭 사는 편이다. 하람이와 동갑짜리 딸이 있는 부목사님 댁에 가면 사모님이 종종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신다. 때로는 직접 짜주시는 오렌지 주스, 또는 달착지근한 고구마맛탕, 기름에 바싹하게 구운 꿀떡볶이 등이다. 간단한 것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 해먹던 것이라면 영락없이 다음날 따라한다. 그럴 생각으로 오렌지 주스를 짜는 기계도 샀는데 몇 번 사용도 안하고 찬장에 고이 모셔 두었다. 따라쟁이도 이런 따라쟁이가 없다.
어느 날은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너무 좋았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아! 나도 가야지 하고 당장 남편을 들볶는다. 그래서 하람이 방학 때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 하람이가 볼 만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다. 왜 진작 하람이와 영화 볼 생각을 못 한 걸까 하는 찰나 영화가 시작 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남편은 잠이 들고 팝콘을 다 먹은 하람이는 나가자고 떼를 쓴다. 영화관은 아직 우리 가족에겐 무리였던 것 이다. 이건 정말 따라 할 게 아니었다.
친구가 난방 텐트가 좋다하여 구입했더니 그건 정말 올 겨울 최고의 선택 이었다. 호주의 건조한 겨울에 필요할 것 같아 함께 샀던 미니 가습기는 그러나 생각보다 별로였고 말이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던 나는 그래서 스스로 귀가 얇다는 결론을 내렸다. 쓸데없는 말에도 내 귀는 이렇듯 바짝 긴장하며 집중하는데 여전히 오늘도 하나님 말씀 듣기에는 귀가 어둡다. 안 들리는 것 마냥 때로는 못 들은 척 하나님의 음성에 둔감하기만 하다. 세상의 소리에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귀 기울이는데 성공과 생명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늘 멀리하니 이처럼 답답하고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119편 105절)
요 근래 나는 다시 한 번 팔랑귀를 닫아야겠다고 결심했는데 특히 자녀의 교육에 관해서 이다. 누가 학원을 다닌다, 또는 과외를 하고 학습지를 한다는 얘길 들으면 그렇게 안하고 있는 내가 엄청 뒤처지는 느낌과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녀에 관한 일이라면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써는 학교에서 매일매일 주는 책을 꾸준히 읽고 새로운 단어들을 익히며 매주하는 News를 성실히 준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저번 주에는 하람이와 숙제를 하던 중 하람이가 자꾸 Clear발음을 틀려서 몹시 화가 났더랬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켰는데도 딴 소리를 하길래 순간 버럭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자기한테 왜 그러냐며 운다. 말이나 못하면… … 어쩄든 다독이며 재우는데 하람이가 잠결에 Clear를 중얼 거린다. 역시나 틀린 발음으로. 그래 너도 힘들겠구나 싶어 가슴이 짠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에겐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조금 귀를 닫고 하나님의 말씀에는 귀를 열고 실행하는 훈련 말이다. 또한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것이 토마스 기차이고 커서는 앵그리버드가 되고 싶다며 작은 포부를 말하는 하람이에게 가장 적당하고 좋은 교육을 계획 할 줄 아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기 위한 훈련. 그러기 위해 이 밤 난 또 다시 하람이와 이번 주 발표를 위해 해파리를 그린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