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45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대청소
여름과 겨울은 거꾸로 가지만 이맘때쯤 되면 한국과 호주는 같은 계절을 품는다. 그래서 더욱 한국이 그리운 것 일수도 있다.
바쁜 일을 끝내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어느 초저녁 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가웠던 바람이 뭉글뭉글 훈훈해 진걸 느꼈다. 아~좋다.
주머니에 집어넣던 손을 빼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행복감이 밀려오다니 이런 바람이라면 피부가 조금 건조해질 지라도 종일 맞을 수 있을 것 이다. 하루의 피곤함이 싹 가시는 순간 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렇듯 나에게는 다르다. 이불마냥 포근하고 따스한 봄 햇살과 계절마다 향이 다른 바람 그리고 밍키 (우리 집에서 키우는 토끼. 신랑은 제발 다른 사람 주라고 난리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마음을 다잡고 집안 대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두꺼운 겨울옷들도 조금 정리하고 여기 저기 장식처럼 피어 오른 곰팡이도 제거 할 것이다. 날씨도 좋고 하니 오늘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쉽게 벗겨지지 않는 묵은 때가 있는 곳에는 전날 세제를 뿌려 놓고 잤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청소를 할 수 있어 시간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자 일단 화장실 청소를 시작해 본다. 화장실은 여러 명이 쓰는 만큼 좀더 신경 써야 하는데 특히 욕조와 세면대 이음새 부분의 실리콘에 핀 곰팡이는 락스와 세제 적신 휴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자기 전에 휴지를 덮어 두면 밤새 곰팡이가 없어진다. 틈새는 못 쓰는 칫솔로 살살 문질러 주고 마무리는 뜨거운 물 샤워다. 뜨거운 물을 뿌리면 소독도 되고 바닥도 잘 건조된다.
그 다음은 대청소 할 때 가장 힘든 곳 바로 옷장이나 침대 밑처럼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한 청소다. 청소기나 빗자루가 들어가지도 않고 걸레질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더러워지면서도 자주 청소 할 수 없는 마의 사각 지대 . 침대까지는 남편과 함께 힘을 합쳐 들어낸 뒤 치울 수 있겠지만 장롱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이럴 때는 긴 막대나 빗자루에 스타킹을 씌우고 물을 약간 뿌린 뒤 쓸어 내면 먼지를 깔끔하게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번거롭다 하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먼지에 연연하지 않으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다.
호주의 집 대부분은 카펫이다. 그래서 조금 청소하기가 까다롭다고 생각하신 분들께는 소금을 강력추천 한다. 오랫동안 사용한 카펫 표면에 소금을 조금 뿌려뒀다가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먼지가 잘 떨어지기 때문이다. 후에 스팀 청소기 등으로 소독해 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왕 꺼낸 김에 소금을 물에 잘 녹인 후 그 물에 적신 휴지를 창틀에 올려뒀다가 나무젓가락으로 긁어내면 겨울 내내 묵은 때가 쉽게 벗겨진다. 창틀의 먼지는 곰팡이의 증식을 돕는 먹이가 된다고 하니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청소는 밖에서 안으로, 위에서 아래로 한다. 베란다-거실-목욕탕-주방-침실순 이다.
베란다나 마당을 먼저 치우고 나면 집 안 물건을 내놓고 청소하기가 편해진다.
또한 방마다 하나씩 청소하는 방법보다는 먼지 털기, 청소기 흡입, 걸레질 등과 같은 작업을 한꺼번에 끝내는 것이 청소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어떤 곳에 어떤 세제를 사용할지 알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 묵은 때를 벗기는 데 가장 활용도가 높은 제품은 락스 같은 세정제다. 스프레이 제품은 세정제보다 덜 흘러내려서 부분 때를 불리는 데 좋다. 스틸용 세제는 연마제가 들어 있어 싱크대 상판 등에 발라두었다가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 반짝거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청소를 마쳤는데도 집이 어수선 하다면 이제 못 쓰는 물건을 정리해서 버릴 차례이다. 버리는 방법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것부터 아낌없이 버리는 것인데 주로 책과 옷이다. 옷장과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책과 옷부터 구조조정을 하면 집 안이 한결 넓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 동안 한 번도 안 본 책과 걸치지 않은 옷을 버리는 식이다. 1년 안에 마스터해 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지금은 거들떠도 안 보는 교재, 혹은 비싸게 주고 샀다가 작아서 못 입은 옷 언젠가 살을 빼서 입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버려라. 설사 살이 빠질지라도 예전에 사둔 옷은 고대 유물같이 변해 있다. 예쁜 옷은 얼마든지 많으니 걱정 말고 정리할 것. 아깝다고 옷을 쌓아두면 무게를 못 이겨 옷장이 뒤틀어지고 책장이 내려앉기도 한다. 그렇게 한나절 꼬박 해야 끝나는 청소 정말 대청소가 맞다. 하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고 해도해도 티 안나는 집안일에 한편으론 속상하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라면이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전도사 사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