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18
하나님의 사람(하람)
호주에서 하람이를 낳았다. 정확히 2008년 9월28일. 하람이를 조심스럽게 요람에 눕힌 간호사는 땀으로 범벅이 된 나에게 가서 샤워를 하란다. “네…? 샤워를 하라 구요..?“ 산후 조리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고 하는데…그래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그 뜨거운 여름에도 적게는 삼칠일, 길게는 백일 동안 바깥바람은커녕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조차 삼가 하면서 따뜻하게 난방이 되는 방에 누워 겨울 내복을 입고는 씻지도 않은 채 땀을 내는 것이 한국 산모들의 산후조리 아니던가. 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씻고 나오면 개운하고 시원해서 좋을 텐데 왜 참고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샤워까지는 그렇게 물수건 정도로 닦겠다고 말하고는 일어서는데 다리가 갈대마냥 후들후들 떨린다. 모든 힘을 다 소진해서 인지 혼자는 한 걸음도 떼질 못하겠어 간신히 간호사의 부축으로 걷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이제 겨우 개인입원실로 들어가 좀 쉬나 했더니 이번에는 더 가관이다. 시베리아 벌판처럼 시원하다 못해 얼음 같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그곳. 어쩔 수 없이 얇은 이불을 몇 겹이나 칭칭 감고 챙겨온 양말과 옷을 입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 순간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아이를 낳고도 산후조리한번 제대로 못하셨을 그 시절. 그래도 많은 한국의 어머니들은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하며 헌신적으로 자녀들을 양육했다, 어머니는 무엇보다 강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약하고 철들지 않은 내가 엄마가 되다니 두렵고 떨리면서 이 순간 나에게도 무엇보다 엄마가 필요하니 참 신기한 상황인 것이다,
하람이는 약간의 황달 증상으로 인큐베이터에 잠깐 들어가 있었다. 아이를 보기위해서는 긴 병원 복도를 지나야 하는데 거기에는 늘씬하고 건강해 보이는 호주엄마들이 나시티에 쫄바지 차림으로 기세등등하게 걸어 다닌다. 다들 아기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할 텐데 어쩌면 저렇게 몸이 금방 회복되는 건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며칠 병원에 머무는 동안 나온 서양식에 맞춘 병원식 또한 한마디로 한국 사람에게는 절대 맞지 않는 다. 첫날 나온 메뉴를 보자면 물론 약간의 선택은 가능하지만 닭이냐 스테이크냐는 주 메뉴에 (참고로 굉장히 질기다) 마녀스프 같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야채스프, 거기에 아무 양념 없이 데친 축 늘어진 시금치 약간… 그리고 쥬스에 과일 몇 조각 또는 푸딩정도라고나 할까…그나마도 저녁이라 저 정도고 아침은 찬 우유에 씨리얼 뿐 이다. 애를 금방 낳아 입맛도 없고 이빨도 시린데 뜨끈뜨끈한 미역국이 그리운 순간 이었다, 그러는 동안 하람이는 병원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황달 아닌 황달을 회복하고 있었고 나또한 제대로 된 부모가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이렇듯 생생한데 하람이가 올해 벌써 학교에 들어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삶이 바쁘다고 핑계대고는 제대로 몇 번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아직도 부모로써 어색한 나와는 다르게 점점 커 가는 아들, 그런 하람이를 위해 최고의 부모는 아니어도 늘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되고자 이 밤 하나님께 지혜를 간구한다. 어찌되었건 호주에서의 출산은 참 경이롭다. 어떤 면에서는^^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