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
12월의 문턱에서!
낙엽 구르는 계절의 아쉬움이
12월의 하얀 문을 활짝 열면
꿈꾸는 무지개가 말을 건넨다.
이제 좀 쉬었다 가셔야지요?
어깨위에 짐 다 내려놓고
두 팔을 벌려 기지개도 펴보고
저 먼 푸른 하늘도 쳐다보면서,
말없이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쉬었다 가는 게 좋겠습니다.
세월의 아픔이 밀물처럼 다가와
무정한 그림자 가슴을 조여와도
한시름 풀며 요기도 하시고,
좀 쉬었다 가는 게 좋겠습니다.
12월의 문을 열고 보니,
쏜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
서럽고 황당한 때도 많았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타향살이,
자녀교육 열정에 걱정은 앞서고
잘 돼야 돼, 잘 될 거야,
노심초사하며 다그친 하루!
정성의 기도가 여기 있습니다.
궂은일 무엇을 마다하랴
밤낮을 가려 무얼 하랴!
저만치 길인 것이 보이면
걷고 달리고 뛰어 보았습니다.
구부리고 일어서고 앉았습니다.
이제 좀 쉬어 가는 게 좋겠습니다.
고향생각에 잠 설치는 고독이
왜 아니 없겠습니까?
두고 온 산하가 얼마나 그리운지!
보고픈 사람들의 이름위에는
뚜렷한 얼굴들이 살아 숨 쉬고,
살다보니 사람노릇 못한 때가
어디 한 두번 인가요?
그 흔한 집안 행사에
멀리 산다는 이유 하나로,
뻔뻔함이 쌓이고 쌓이다가
활화산으로 녹이는 밤이여!
이민의 불 내 뿜는 삶이여!
고인 눈물 다 태우고 태워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노라면
주님의 음성이 저만치서 들려,
좀 쉬었다 가는 게 좋겠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세상 어둠 다 품은 까만 밤!
멀리 들려오는 성탄의 소리는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 없어
깊은 잠을 깨우는 새벽이고
구원이 보이는 길이고 싶어
하늘 문을 여는 12월아!
흰 눈 쌓인 겨울이 아니어도
불타는 태양을 가득 담았어도
주님 타신 썰매를 타고 싶습니다.
저만치 나를 손짓하는 그 곳에서
주님을 향한 경배와 찬양만으로
주님의 별을 따서 갖고 싶기에,
그래서 쉬어 가는 게 좋겠습니다.
12월의 문턱에 서면,
짐 지고 서 있는 나를 부르는
나의 주님이 가까이 계셨는데,
참 쉼을 도무지 몰라서
정말, 안식을 못 깨달아서
얼마나 헤맸던 세월이었나!
새삼, 내가 밉고 부끄러울 때
주님의 온유와 겸손의 은혜가
쉬운 멍에로 다가오는 밤에는,
기쁜 소식! 예수복음만이
나를 일깨우고 채워주는 복,
진정 자유하게 하는 진리,
세상을 밝히는 빛인 것을!
믿음의 안경으로 보고 싶어져,
정말 쉬었다 가는 게 좋겠습니다.
한상무목사 (시드니생명나눔교회담임)
smhan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