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무 목사의 주일묵상
정치권력의 횡포를 보며
정치권력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지닌다. 그것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견제되지 않을 때 반드시 독선적이고 부패하며 타락해지는 습성이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경고해 왔다. 권력이 한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될 때 국익이나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인권과 존엄은 너무도 쉽게 지워졌음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기보다 희망의 궤적을 보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권력의 횡포에 굴복한 기록이 아니라 횡포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한 뼘씩 넓혀온 쟁취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악한 권력은 공포를 통해 시민을 고립시키려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 공포보다 더 강한 자유에 대한 갈망과 연대의 본능이 있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당연한 권리들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총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이뤄지는 일들이 정말 합당한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고 정책인가, 왜 누군가는 소외되고 차별받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시작되는 순간 절대적이었던 권력의 벽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깨어있는 시민 한 명 한 명의 비판적이고 정상적인 사고야말로 권력의 폭주를 막는 가장 강력한 브레이크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감시함으로써 완성되어 가는 진행형의 가치다. 청년들이 사회의 부조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의 틀에 도전하는 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적 근육을 단련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역사 속에서 폭력적인 혁명은 종종 또 다른 억압으로 귀결되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승리의 기록들은 다르다. 마틴 루터 킹의 항거, 간디의 비폭력 행진,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의 함성은 권력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대신 그 권력이 기반하고 있는 정당성을 무너뜨렸다.
이것이 바로 비폭력적 시민 불복종과 연대의 힘이다. 사악한 권력은 사람들을 갈라치고 서로를 증오하게 함으로써 유지되지만, 시민들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을 맞잡음으로써 그 구조를 해체한다. 쟁취는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렸던 주권자의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수호는 얻어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이다. 인권의 확장은 나만의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의 권리를 나의 것처럼 귀하게 여길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오늘날의 국민에게 정치는 때로 멀고 냉소적인 대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은 권력자에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나 무임승차권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방관할 때, 권력은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와 청년들의 미래를 담보로 자신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할 것이다.
청년들이 가진 디지털 연대 능력, 새로운 가치관 그리고 불의에 민감한 감수성은 현대 민주주의를 지키는 새로운 무기이다. 투표는 그 시작일 뿐이다. 일터에서의 노동권 주장, 온라인에서의 공론장 형성, 지역 사회의 작은 변화에 참여하는 모든 행위가 곧 정치적 투쟁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이다. 우리는 거창한 혁명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내 곁의 불공정이나 불의에 눈 감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위대하다.
자유는 요구하는 자의 것이며 수호하는 자의 미래이다. 자유는 공기처럼 느껴지지만 가꾸지 않으면 금세 오염된다. 한 번 쟁취한 민주주의라 할지라도 방심하는 순간 후퇴하거나 빼앗기게 된다. 역사는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지만 결국은 자유의 지평이 넓어지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것은 권력이 선해서가 아니라 권력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았던 수많은 보통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은 잠시 우리를 억압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시민의 의식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 우리가 깨어 있는 한, 우리가 서로를 향한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어떤 사악한 권력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내는 작은 목소리, 부당함에 눈살을 찌푸리는 그 마음,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내딛는 발걸음이 바로 역사를 전진시키는 동력이다. 자유는 요구하는 자의 것이며 민주주의는 끝까지 참여하는 자의 미래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우리의 투쟁은 파괴가 아닌 더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숭고한 약속인 것이다.
홍수 심판
하늘 구멍이 터져 세상의 빛깔을 지울 때
각자의 지붕 위에 올라타
초라한 짐승이 되는 인간,
평생 쌓아 올린 성벽이 흙탕물 속으로
인간은 비로소 깨달으려나
가진 것은 오직 젖은 몸뿐임을
재앙은 우연이 아닌 준엄한 하늘의 심판,
인간의 사악함이 밀물처럼 차오르고
교만이 하늘 끝에 닿아
때가 차매 비로소 필연인 것을
장롱 속 은밀한 치부와 비겁한 그림자,
거센 물살은 문을 부수고 들어와
여지없이 발가벗기며
흙탕물에 뒤섞이는 흐려지는 자아,
발버둥 치는 오만은 씻겨 나가고
수면에 떠오른 것은 욕망의 부표뿐
홍수가 휩쓴 자리에 남은 것은
폐허가 아니라
모든 위선과 거짓을 비워내고
다시 태어난 투명한 눈동자
인간이라는 이름의 고요한 섬 하나,
심판은 끝이 아닌
비릿한 삶의 냄새를 맡으며
진흙 속에서 다시 시작할 처절한 정화

한상무 목사
시드니생명나눔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