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정체성에 나타난 원주민의 역사 문화유산의 가치와 확장성에 대한 문제점(1)
※ 본 논문은 「역사문화연구 제46호」(2013년)에 게재된 학술논문으로 호주의 지역적 특수성과 이미지를 대표하는 원주민의 대량학살, 토지강탈 및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함께 현재 호주 국가정체성에 미치는 원주민사회의 긍정적, 부정적인 사안들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지역 역사문화 연구에 관한 학계의 이해와 관심을 도모하고자 한다. 신문형식상 각주는 생략한다.
I. 서 론
본고는 오늘날 호주의 국가적인 정체성을 대표적으로 표방하는 ‘원주민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 호주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어떻게 스며들어 확장되어 왔는지를 탐구함으로써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목적이 있다. 오늘날 최초 호주인으로 알려져 있는 원주민의 출현은 아프리카에서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 해안지역을 거쳐 인도에서 약 4,000년 전에 호주로 도달한 이주민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영국 식민지 초기 호주 대륙에는 약 75만 명에 달하는 본토 원주민(Aborigine)이 있었으며, 약 400개의 종족이 700여 개 이상의 언어와 방언을 사용하면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호주 대륙 탐험은 1421년 명나라 환관인 Zheng He(정화)제독을 시작으로 1770년 4월 28일 Botany Bay에 도착한 James Cook(제임스 쿡)이 호주 대륙을 영국령으로 선포하기 이전까지 인도(1498년), 프랑스(1504년), 포르트갈(1512년), 네덜란드(1606년), 스페인(1607년), 프랑스(1768년) 등의 유럽 항해사와 탐험대가 다녀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유럽인들은 원래 호주 대륙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을 동물과 같은 미개인으로 취급하였고, 유럽인과 같이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문서가 전혀 없었던 원주민 종족의 땅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호주 대륙을 ‘아무도 살지 않는 미지의 땅’이란 의미의 라틴어 ‘Terra Nullius’ 용어를 지도에 표기했다.
[그림 1] 1770년 4월 29일 James Cook이 Botany Bay에 도착 장면 (1872년 그림, 左), 원주민을 개처럼 대학살하는 장면 (Alfred Scott Broad 그림, 右)
영국백인들의 최초 호주이민 역사는 1788년 1월 18일 Arthur Philip총독이 이끈 영국인 흉악범 죄수 751명이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영국의 식민통치하(1788년-1901년)에 강제 노동력을 지원하기 위해 1868년까지 16만 2천 명의 범죄자가 총 806회에 걸쳐 호주로 수송되었다. 1824년 영국 해군성이 호주 대륙을 영국의 영토로 확정하기 위해 공식 국가 명칭인 ‘Australia’를 사용하게 되면서 그 동안 영국인의 원주민 토지 강탈을 합법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흉악범 죄수들을 동원한 영국 식민지 정부는 약 60만 명이 넘는 토착 원주민을 대량 학살하였고, 그 결과 1911년에 실시한 인구조사 보고서에 등록된 원주민의 수는 3만 1천 명으로 거의 멸종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림 2] 1906년 경찰에 연행되는 원주민(좌)과 잃어버린 세대(우)
1900년 초부터 1970년까지 원주민개화정책(혹은 원주민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원주민 부모에게서 어린 자녀들을 강제로 빼앗아 특별통제구역에 수용하거나, 백인 가정, 교회, 고아원에서 노예처럼 길러졌던 ‘잃어버린 세대’ 혹은 ‘도둑맞은 세대’의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철저한 영국계 백인 중심의 지배체제 확립의 일환으로 시행된 원주민개화정책은 우생학(優生學)과 잘못된 기독교 중심의 생각에 뿌리를 둔 정치적·사회적 사상이었다. 유럽인들과 다른 원주민의 문명과 종교적 전통문화를 철저히 말살함은 물론 원주민은 구원과 문명화의 대상일 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협상하거나 교류할 상대가 아닌 미개인으로 취급하면서 원주민 압제와 고문, 약탈, 강간, 방화, 살인 등을 자행한 일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이처럼 처참한 원주민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고 관계 회복을 위한 정부차원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향후 10년래 호주 원주민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으면서 원주민의 권리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월 30일 기준 전체 원주민 수가 669,736명으로 호주전체 인구인 22,323,933명 중 3%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2%의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원주민은 1.2%의 유럽계 호주백인과 1.7%의 기타 다양한 인종의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 이러한 원주민의 인구증가 뿐만 아니라 현재 호주관광청 홍보 웹사이트에서는 ‘오늘날 호주의 [국가]정체성은 원주민유산, 활기찬 문화의 융합, 혁신적인 사고와 활발한 예술 현장으로 규정’함으로써 호주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주자와 소수민족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Second Peoples’에 속했던 ‘애버리진과 토래스 해협 도서민(Aboriginal and Torres Straight Islander, 이하 원주민)’을 ‘호주에 최초로 살고 있던 1세대 사람들’의 의미가 부여된 ‘First Peoples’로 변경하는 사례는 원주민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진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급격한 인구학적 변화와 사회·정책적 반전 속에 담긴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 및 확장성에 대한 문제는 호주 지역연구의 중요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뿌리 깊은 백호주의 정책의 공식적인 폐지와 호주의 주요산업들이 아시아 경제편입으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비 유럽배경의 이주문화 및 가치들의 대대적인 유입과 확산 속에서 그 동안 대영제국의 유산에 집착했던 과거 지향적 국가이미지를 벗어나 호주식 국가 정체성 찾기에 초미의 관심사를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학계에서 다뤄진 호주 지역연구는 정책, 제도, 경제, 교육적 분야에 다소 집중되어 왔으며, 몇몇 선행연구에서는 원주민 역사와 문화를 부분적으로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다문화 호주사회의 자긍심 고취로 표출되는 국가정체성 모색 관점에서 호주의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유산 가치의 재발견을 시도하고자 한다. 본고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의 정체성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규명하고, 그 확장성에 대한 실태를 조망함으로써 호주 원주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데 의의가 있다.<다음호에 계속>
강재원 박사(시드니동산교회다문화선교부 /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사회과학과 국제학대학원 박사)
현> 세계스포츠선교회 호주지부 총무(태권도 공인 7단), 다문화정책 및 사회심리학 논문 다수발표, 현재 3H(Healing, Hope and Heaven) 프로젝트 진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