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09) _ 2월 18일
“나이가 더해지면서 깨닫게 되는 것” (2)

우리가 지난날 살아온 삶과, 살아가고 있는 오늘과, 그리고 살아가야 할 내일이란,거이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보람과 좌절, 그리고 성공과 실패가 뒤섞여 있습니다. 간혹 행복하기만하거나, 아님 불행하기만한 인생처럼 보여지는 사람도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꼼꼼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아무리 행복하기만한 인생처럼 보여도 언젠가 불행했던 때가 있었고, 아무리 슬프게만 살아온 사람처럼 보여도, 어느 땐가는 기뻤던 순간도 있게 마련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란, 오직 한가지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크고 작은 행과 불행들이 마치 날줄과 씨줄 처럼 엮어져서 만들어 집니다.
그것은 개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와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와 역사란 늘 성취와 실패, 전쟁과 평화, 자유와 억압, 평등과 차별, 그리고 진보와 퇴행을 반복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리하면서 흘러갈 것입니다.
공동체와 역사 이야기는 잠간 접어두고 우리 개인이 살아온 지난 날을 회상해 봅니다. 나이가 조금씩 더해지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남은 인생을 가다듬을 때가 조금씩 더해집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행복했던 순간이란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거나, 다른 이들이 베풀어준 은덕으로 그리되었던 것임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때의 아픈 역사란, 거의가 다 내 욕심이 지나쳐서 만들어졌던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뻤던 순간은 가족과 친구들이 만들어준 선물이었고, 슬픔의 순간들은 거이가 나의 잘못이 빚어낸 실수들이었습니다. 그 때의 보람은 사랑하는 이들과 좋은 이웃들이 준 축복이었고, 한 때의 좌절은 때와 자리를 분별치 못하고 설쳐댄 내 어리석음이 낳은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그 때 이루어 놓은 작은 일조차,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은 누구나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다 할수있는 일인데, 운이 좋아서 내 이름이 난 것 뿐이고, 그 때 내가 넘어진 것은 순전히 내 미숙한 인간성과 생각이 짧고 미숙해서 생겨났던 것이 이제는 선명하게 보여집니다.
나이가 더해지고 나니, 이제는, 조금씩, 행복과 불행이 하나로 보여지고, 기쁨과 슬픔도 손바닥의 양면 같고, 보람과 좌절, 성공과 실패도 모두 다 그게 그것처럼, 비슷한 것임을 깨우치게 됩니다.
철이드는 것입니다. 죽을 때가 조금씩 가까워오는 거지요. 그래서 모든 지난 일들은 그냥 감사로 받아드리며, 오늘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되뇌이게 됩니다.
이제 와서야 마침내 저는, 넘어졌던 때, 슬프고 아팠던 순간, 실패하고 부끄러웠던 그 시절 조차도,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나이가 더해지고 있는데도 아직 고마움과 되돌아 봄의 자리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아직도 많이, 아주 많이 젊다는 확실한 증거일 겁니다. 그러니 서두루지 마십시요.
기다리시면 누구나 반드시 그 때가 옵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