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35)
Win with Class, Lose with Dignity ! 이겨도 품위있게, 져도 영예롭게 !
2020 도쿄 여름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한 해 연기되면서도, 끝까지 하느냐 마느냐, 꼭 해야 하느냐 취소하면 어떻겠느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이었습니다.

양궁 혼성 단체전은 17살 먹은 학생 김제덕군과 20살 된 젊은 처녀 안산양 같은 출중한 궁사들로 인하여 기대했던 대로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기뻐서 어쩔줄 모르며 부등켜 안고 뛰고 있는 우리 양궁 팀 곁으로 금메달을 놓친 네덜란드 선수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우리 팀의 기쁨이 진정되길 기다리다가 김제덕과 안산의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웃음 띤 얼굴로 축하한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웃음으로 고맙다고 말하면서 그들에게 위로의 몸짓을 보여 주었습니다. 참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는 것 – 이것은 스포츠만이 아니라 인생살이 모든 면에서 아주 소중하고 기본적인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운동경기에서는, 져도 기품 있게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야하고, 이겨도 지나치게 흥분해서 패자를 무시해서는 않됩니다.
왜냐하면, 지고 이기는 것은 늘 돌아가며 차례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인생살이란 운동경기와 흡사합니다.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아주 망하고 죽은 듯이 갈아안지도 말아야하고, 또 한두번 성공했다고 해서 천하를 영원히 얻은 것 처럼 날뛰며 좋아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평생을 달리는 인생 마라톤에서는 수시로 그 차례가 바뀌기도 하려니와, 사실 그 마지막은 관 뚜껑을 닫은 후, 그것도 관뚜껑을 덮고도 한 1, 2백년은 지나야 승패가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기품 있게 이기고 영예롭게 져라’
Win with Class, Lose with Honor !
Win with Class, Lose with Dignity !
잘 알려진 미국 스포츠계의 격언 중 하나 입니다.
일본사회가 퍽 자랑스럽게 여기는 운동경기 중에는 ‘고시엔’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1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열리는 고교 야구 선발대회인데, 그 역사가 거의 100여년이나 됩니다.
얼마전 신문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지난 3월 24일은, 1947년 교토 조선 중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일본에 있는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이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날이었습니다. 상대는 시바타고등학교 있습니다. 이날 시합은 연장전 끝에 교토국제고가 5대 4로 시바타고등학교를 이겼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전통에 따라 운동장에서는 고시엔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한국어로 울려퍼졌습니다. 1루에 한 줄로 도열한 시바타 선수들도 한국어는 몰랐지만, 모두들 전광판을 바라보며 부동의 자세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들은 후, 그들은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향하여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 준 후 질서있게 운동장을 떠났습니다. 일본 NHK는 이 모든 모습을 전국에 생중계 했습니다.
고시엔에서는 승패가 결정되면 ‘이겨도 품위있게’ ‘져도 의연하게’를 전통으로 여기며, 이를 교육에서 대단히 소중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Win with Class, Lose with Dignity !
인간은 나이들면 점차 감정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스포츠에서의 승패 때 만이 아니라, 인간사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는 존경 받기가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너무 지나치게 울고 불며, 같이 관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 처럼 행동하면 좋지 않습니다. 저 부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세상 모든 일들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장례식에서도 좀처럼 눈물을 잘 비치지 않습니다. 동양에서는 일본사람들이 그런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한국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에 대한 감정표현이 너무 지나칩니다.
늙을수록 쉬이 흥분하지 않고, 감정을 추수릴줄 아는 것은, 정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서는 표시가 됩니다.
서양 양로원에서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저녁 7시 텔레비젼 뉴스 시간이 되면 이렇게들 말한답니다. ‘자 오늘 저녁엔 어떤 녀석이 주연배우로 나와 또 거짓말을 늘어놓나 보자 ! 그 놈 대통령일까, 장관일까, 그놈 국회의원일까, 어디 한번 보세 ! 모두들 고만 고만한 배우들이니 그게 그거지만 말이야 !’
저를 포함하여 수십년 동안이나 그까짓 정치쇼를 그 만큼 많이 보았으면, 이젠 흥분하고 혈압 올릴 단계는 지났을 만 한데, 그래도 우린 여전히 TV 앞에서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슬프게 반복되는 역사를 가지고 마음에 상처를 주곤 합니다.
이는 정말 품위있게 늙어가고, 영예롭게 익어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일 텐데 말입니다.
늙어감은 인생의 경주장에서 지는 해라 할 수 있습니다. 질 때는 지더라도 품위있게 지고 싶습니다.
‘기품있게 이기고 영예롭게 지리라’
Win with Class, Lose with Dignity !
제가 저한테 다짐해 보는 이야기 입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