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45)
왜 우리는 피곤할까? – 인문학적으로 보는 피곤의 원인
현대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이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다싶이 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아이도 뭘 좀 하자고 하면 ‘할아버지 나 피곤해’라고 말 할 정도 입니다.
피곤한 사회, 피곤한 현대인 입니다. 쉬어도 피곤하고, 놀아도 피곤하고, 휴가를 가고, 여행을 가도 피곤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하루 놀고 하루 쉬는’ 사람도 ‘피곤하다’고 합니다. ‘어제는 놀았으니 오늘은 쉬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노는 것도 일하는 것 못지 않게 피곤한 작업’ 이라는 뜻이 있을 것입니다.
공동묘지에 가면 묘비명들 중, 제일 많이 눈에 띠는 귀절이 ‘이제는 편히 쉬소서’ ‘이제는 안식 하소서’ – Rest in Peace – 라는 문구 입니다. 장례식 때도 제일 많이, 또 제일 마지막으로 드리는 조사 역시 ‘그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괴롭고 고달픈 인생길 마치셨으니 이제는 저 세상에서,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시고 편안히 쉬시옵소서’라고 말 합니다.
“죽어야지나, 이 피곤한 인생, 괴로운 인생, 고달프고 지친 인생살이 쉴 수 있지, 땅에 있는 동안은 어쩔수 없어!” 한 평생 고생, 고생만 하다가 가신 우리 부모님 세대의 한으로 얼룩진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왜 우리는 늘 피곤할까요? 피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누적된 육체적 과로나 질병, 혹은 영양의 부족이나 불균형 같은 것들이 아마도 제일 큰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가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 심할 경우에는 우울증 같은 질병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그외에도 사회적 환경 – 요즘의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유행병이 하루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날마다 그 숫자를 더해가는 상황이나,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답답함,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정치적 견해의 차이, 가정적 불화, 혹은 자기가 다니는 종교단체에 대한 속상함, 인간관계에서 오는 아픔 등등… 우리는 참 여러가지로 피곤한 하루 하루, 피곤한 인생길을 걸어 갑니다.
우리가 피곤한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책 두권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은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지음, 비타북스, 2018) 입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아주 널리 알려진 정신과 의사이며 뇌과학자 중 한분 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피곤해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몸은 쉬어도, 뇌는 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 합니다. 우리가 늘 피곤해하고, 쉬어도 피곤하고, 쉬어도 쉰 것 같질 않은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쉬어야 할지를 모르는 데서 온다는 것 입니다. 우리는 피곤하면 그냥 무턱대고 몸이, 육체가 피곤해서 피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일 좀 안하거나 덜 하거나 하면서 잠 좀 많이 자고나면 피곤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피곤한 가장 크고 결정적인 원인은 뇌가 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피곤한 이유를 그는 몸의 피곤, 육체의 피곤에서 찾지 않고, 뇌의 피곤, 정신의 피곤, 더 나아가 마음의 피곤에서 찾습니다. 사실 우리는 피곤할 때 몸은 좀 쉰다 하더라도 뇌는 여전히 쉬지 않고 무엇인가 골골이 생각하고, 정신과 마음은 여전히 이런 저런 복잡한 현실로 부터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가 계속 피곤한 것은 피로를 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뇌가 쉬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피곤하다’
그는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 중 몇가지만 정리해 봅니다.
1. 뇌를 힐링해라.
2. 우리 뇌의 자율신경을 ‘천천히 상태’로 조율해라. 서두르는 사람의 뇌는 늘 피곤하다. 아무리 바쁜 일이 생겨도 ‘천천히 천천히’ 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어라.
3.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감동하는 것이 뇌치료에 큰 효과가 있음을 잊지 마라.
4. 삶의 가치관을 바꿔라. 지금과 같은 가치관을 그냥 그대로 지니고 살면 우리는 죽을 때 까지 피곤하게 살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책은 ‘피로사회’ (독일어 원서 – Mudigkeitsgesellschaft,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2) 입니다. 저자는 한국인으로서는 아주 드물게 독일 카를스루대학의 교수입니다. 이 책은 불과 128쪽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책 입니다.
한 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현대인들이 피곤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자체가, 전체적으로 피곤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내가 피곤한 이유는 내가 피곤한 세상에서 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는 피곤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피곤한 가정, 피곤한 직장, 피곤한 정치, 피곤한 종교, 피곤한 나라, 피곤한 국제사회, 피곤한 인간관계 등등 우리는 이런 ‘피곤으로 찌들어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곤으로 병든 이런 땅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만약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않피곤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이상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가 피곤하다. 지구가 피곤하다’
아무리 우리 집안을 공기 청정기로 먼지를 걷어내고 순환을 시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이 지구가 온갖 종류의 미세 먼지와 이산화 가스로 가득 차 있는데 무슨 제주로 깨끗하게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 그 다음, 현대사회가 전반적으로 피로사회가 된 이유는 무엇일 까요? 그것은 인간의 탐욕, 이기심, 경쟁심, 이기려는 심성, 더 갖고, 더 높아지려는 마음이 이 세상을 온통 피로한 사회, 피곤으로 병든 세상, 우울증으로 앓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진단 입니다. 탐욕으로 병들어서 피곤해지고 지쳐버린 인간들은 여전히 To be desire와 To have desire – 무엇인가 되어보려는 욕망과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갖으려는 그 두 가지 욕망에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피곤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요?
한 교수는 현대인들이 피곤해진 사회에서 피곤하게 살아가게 된 원인을, ‘긍정성의 논리’에서 찾습니다. 현대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긍정성, 즉 ‘하면 할 수 있어!’ – We can do ! Yes, we can do everything ! -이라는 세계로 유혹했고, 우리는 모두 그 속임수에 속아 넘어갔다고 봅니다. 이 ‘불가능은 없다’는 속임수가 우리를 ‘성과 제일주의 사회’ ‘성공주의 신화 사회’로 이끌어 가게 함으로, 우리는 소유욕과 성취욕에 빠져, 자아를 짖누르는 만성 피로와 좌절감과 우울증 환자가 되게 만든 것이라는 주장 입니다. 사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일 뿐이지 인간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더 큰 성과, 더 큰 성공, 더 큰 야망과 꿈으로 인도하는 그릇된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것이다’
‘처음에는 남을 착취하지만 마지막에는 자기가 자기를 착취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를 만성 피로 환자로 만든 주범이다’
성공욕과 성취욕, ***이 되려는 욕망과 ***을 가지려는 탐욕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을 지니고 있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짖눌린 삶을 살 수 밖에 없고, 영원히 행복과 저유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왜 우리는 늘 피곤할까요?
왜 나는 오늘도 피곤하게 살까요?
내 속에 있는 탐욕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 봅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