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독서발제 (2026년 8월 20일)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지음
발제 (1-3 장): 박혜경
저자 소개: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며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미국 하버드대학교, MIT,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저서로는 『명견만리』,『알뜰산집 2』,『어쩌다 어른』,『20 세기 소년탐구생활』이 있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건축은 단순히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며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학문이다. 건축물은 그 나라와 그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우리는 돌, 나무, 흙 같은 자연 속의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부산물로 만들어 내는 빈 공간안에서 생활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그 공간은 또 다시 우리를 만든다. 이처럼 건축물을 만든사람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시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건축물과 사람은 떼어 낼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건축물은 삶의 일부가 된다.
제 1 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첫째, 높은 이벤트 밀도의 거리는 보행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걷는 사람에게 주도권(선택권)을 준다는 얘기다. 우리가 삶을 살 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도적 선택권이 있기를바란다. 자신이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내러티브적인 오락을 선호한다. 만약에 보행자가 선택권이 없는 길을걷는다면 이는 마치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TV 처럼, 수동적이고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둘째, 높은 이벤트 밀도의 거리는 보행자에게 변화의 체험을 제공한다
점포의 출입구가 자주 나타난다는 점은 조금만 걸어도 새로운 점포의 쇼윈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5 미터에 하나씩 점포의 출입구가 나온다는 것은 보행자의 속도를 시속 4 킬로미터로 보았을 때4.5 초당 새로운 점포의 쇼윈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TV 를 볼 때 2~3 초에 한 번씩 채널을 바꾼 경험을2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런 경우 특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서로 다른 채널의 화면 속 영상들이 새로운시퀀스로 편집되어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고, 단순하게는 다른 채널로 바뀐다는 변화의 리듬감때문에도 끊임없이 TV 에 앉아 있게 된다.
셋째, 높은 이벤트 밀도의 거리는 매번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새로운 체험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벤트 밀도는 그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다양한 체험과 삶의 주도권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가될 수 있다. 경험의 밀도를 직접 계산해 보니 ‘명동 거리 = 가로수길 > 홍대 앞 피카소 거리 > 강남대로 > 테헤란로’ 순이었다. 최고 값을 갖는 명동 거리와 가로수길은 최저 값을 갖는 테헤란로의 4.5배 정도 높은 경험의 밀도를가지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행자의 체험으로 보았을 때 명동 거리와 가로수길이 2.5 초당 채널이바뀐다면 테헤란로는 11초당 채널이 바뀌는 TV에 비유될 수 있다.
강북과 강남의 차이
강북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보행자 중심의 도로이다. 하지만 강남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자동차 중심의도로이다. 강북은 교차로가 많다. 선택의 경우가 많은 도로는 보행자에게 주도권과 새로움을 준다. 공간은 어떠한행위자로 채워지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의 느낌과 성격이 달라진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등이 그 요소들이다.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걷는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하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시속 4킬로 정도로 걸을 수 있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선택권과 자기 주도적 삶
걷고 싶은 거리는 결국에는 얼마나 자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있느냐의 물리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것이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는 거리가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선택권을가진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제 2 장. 현대 도시는 왜 아름답지 않은가?
휴먼 스케일, 카오스적인 도시 간판. 우편엽서에 어울릴 만큼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몇몇 도시를 떠올린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흰색 회벽으로 만들어진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나 벽돌로 아름답게 지어진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왜 2차 대전 이전에 세워진 오래된 도시들은 멋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들은그렇지 못한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건축 구조 기술과 재료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사진 그리스 산토리니 / 서울 명동거리
옛 도시: 통일된 재료와 지형에 맞추어진 다양한 형태
옛날 도시는 도시의 지형, 도시 주변의 재료에 맞추어져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지역, 그 시대에서 사용가능한 구조적 기술이 하나밖에 없었다. 건축을 하기 위해서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지금처럼 교통과 유통망이 발달한 때가 아니었기에 지극히 제한적인, 가까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주변에 나무가 많은 경우에는 나무로, 돌산이 가까우면 돌로, 이도 저도 없으면 흙으로 빚어 구운 벽돌로 도시 내 대부분의 건물을 지었다. 이것은 건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도시의 형태는 경제적 원리로 비슷해지고, 재료는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오며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겨울에 아름다운 도시
서울은 여름철이 그나마 좀 볼 만하다. 가로수와 잡초가 건물과 간판을 많이 가려 주기 때문이다.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 한 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다
우리는 골목을 잃었다. 우리의 옛 도시 속에서 다른 집에 갈 때는 골목을 따라서 길을 찾아갔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복도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길을 찾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우리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우리에게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 갔다.
머리 위 하늘을 빼앗긴 도시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하늘이 보이는 골목길이 없다.
제 3 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펜트하우스와 공간의 권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공간 형태다.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 (panopticon) 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 (panopticon)
panopticon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panopticon을 설계하였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파리의 공간 구조와 권력
파리의 권력자들은 시민들이 봉기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파리를 재개발할 때에 시민을 통제하기 쉬운 공간 구조로 재구성하게 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파리를 방사형의 도로망으로 만들어서 모든 길들이 주요 간선도로로 연결되고 그 도로는 다시 개선문 광장을 향해서 모이게 되어 있다. 아주 적은 수의 군대로 큰 무리의 사람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볼 수 있는 사람의 권력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마치 간수가 감시탑에 숨어서 바라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돈으로 공간의 권력을 사는 것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듯 남이 자신을 보지 못하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누군가를 볼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은 그만큼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끝으로: 유현준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진짜 좋은 집의 기준 9가지 (출처: YouTube)
1.다양한 동선이 가능한 구조 (복도형·순환형 X, 네트워크 구조 O)
2.가동식으로 유연한 공간 변경이 가능한 집 (벽식 구조는 공간 리모델링이 거의 불가능)
3.발코니 또는 외부와의 연결 공간이 있는 집 (창 너머의 열린 시야 / 심리적 확장성 + 환기 기능)
4.천장이 높은 집 (높은 체적의 공간)
5.빛과 그림자가 다양하게 드는 집
6.사람마다 쓰임이 다른, 변형 가능한 공간 구조 (부엌/거실/침실 구획이 고정 X)
7.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의 균형이 잡힌 집 (부엌이나 세탁기 같은 냄새/소음이 나는 공간은 분리)
8.주차와 동선이 효율적인 집 (집에 들어올 때마다 주차 불편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중요)
9.오감을 자극하는 집 (부엌 냄새와 거실 공간이 분리되어야 진짜 집의 질이 올라감)

발제 (4-5장): 김마리아
제 4 장. 뉴욕 이야기
로프트, 예술가, 부동산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이 명제를 뉴욕의 로프트 (Loft)처럼 잘 보여주는 건축 형태는 없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로프트는 ‘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라고 되어 있다. 흔히 뉴욕소호 지역에 있는 로프트를 말한다. 초기 산업 시대에 뉴욕은 미국 최대 항구 도시로 산업도시 기능의 고밀도 공장이 생겨났다. 높은 천장과 창문을 만들어 햇볕과 통풍이 잘 되는 공간의 건물들이다. 2차 산업이 쇠퇴하면서버려진 공장 건물들을 가난해서 임대료를 내기 힘든 미술가들이 살기에 좋았다. 예술가들이 모여 건물 1층에 갤러리를 내게 되고 전시회 작품을 사기 위해 돈 많은 은행가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은행가 사람들이 모이면 예술가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다. 뉴욕여피 (Yuppie)들의 ‘쿨’한 삶의 형태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점차적으로 명품샵이 들어서고, 당연히 임대료가 오르고, 그걸 구경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정작 비싼 임대료 때문에 예술가들은 다시 다른 동네로 쫓겨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철새처럼 건축 사무실이나 예술가들이 이동해서 ‘핫’한 지역이 되고 부동산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서울의 홍익대학교 앞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이제 홍대 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쫓겨나는 건축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뉴욕의 할렘가는 흑인들만 사는 범죄율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돈 많은 유태인들이 살던 좋은 동네였지만 사회와 격리된 곳이고, 치안 유지가 안 되는 아주 고립된 곳이다. 심리학에는 스탠포드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Philip George Zimbardo) 교수가 주창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실험실에서 두 대의 자동차를 한 대는 깨끗한 상태로, 다른 한 대는 유리창을 약간 깨놓은 상태로 자동차 보닛을 둘 다 열어 놓고 주차를 시켜 두었다. 유리창이 깨진 상태의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와 타이어가 도난당하고 일주일 후에는 완전 폐차 상태까지 갔다는 것이다. 반면 깨끗한 상태로 보닛이 열려있던 차는 깨끗하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처럼 약간의 비호감적인 컨디션이 부정적인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급속하게 나빠지게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할렘에서 유태인이 이탈한 경우가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냉장고와 건축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은 자동차, 전화, TV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냉장고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수천 년 동안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끊임없이 이동해왔다. 고밀화된 도시가 경제적, 기능적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20세기부터 도심의 사람들이 도시 근교 주택단지로 이동한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이 이상적 라이프 스타일로 교외에서 사는 여유로운 삶, 그것은 냉장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도시 개발업자의 비밀무기
뉴욕시는 할렘의 버려진 건물들을 개발업자들에게 장기 임대를 주었다. 개발업자들은 거리 전체의 건물을 한꺼번에 개발하면서 아름다운 브라운 스톤 건물의 원래 모습을 회복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선된 집들은 흑인 출신 변호사들이나 의사 같은 전문 직종 사람들에게 특혜 분양을 해 자연스럽게 할렘을 개선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환경 개선을 위해서 스타벅스 커피숍이고 다른 하나는 반스앤드 노블 (Barnes & Noble) 책방이다. 이 둘이 합쳐져서 반스앤드 노블 책방에 스타벅스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 안에 카페베네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둘이 들어가면 주변 동네가 좋아지고 개선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뉴욕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살고 있던 저소득층 사람들이 점점 먼 곳으로 쫓겨나고 뉴욕은 부자들만 사는 도시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지낸 후, 쇠퇴하고, 마지막으로 죽는다. 도시의 여러 부분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중에는 죽는다. 죽음이 생명의 일부이듯이 도시가 오래되면 일부분이 슬럼화 되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죽은 부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돋아 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뉴욕 소호와 할렘은 이러한 도시 재생의 사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재생, 생명의 사이클
보통 변화하는 환경에 건축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환골탈태 형식으로 기존의 건축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즐겨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북촌의 경우 서울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지역인데 한옥 보존 지구로 유명한 관광지로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처럼 도시가 하드웨어를 유지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건축이 생존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뉴욕에 있다.
죽은 시설의 부활: 하이라인 공원
뉴욕 맨해튼의 서남쪽에 가면 하이라인이라는 독특한 공원이 있고 고가도로 같은 공중에 위치해 있다. 하이라인공원이 지금은 시민들에게 사랑받게 되었지만, 한때는 철거될 뻔했던 버려진 고가 철도길로 빌딩들과 항만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기반이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에 있는 대부분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일을 진행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청계천을 비롯하여 동부 이촌동, 약수동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한다. 하이라인이 특별한 공원이 된 이유는 도시가 고밀화, 고층화 되면 지면은 점점 어두워지고, 지상의 자동차들의 소음도 작게 들릴 것이다.
지루한 격자형 도시 뉴욕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뉴욕의 경우 격자형이되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형태의 구조를 띠고 있는 도시이다. 가로로 형성된 길은 스트리트이고 세로로 난 길은 에버뉴 (Avenue)로 명명되어 있다. 에버뉴는 남북 방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 물리적 조건 때문에 패션가로 유명한 피프스 에버뉴 (Fifth Avenue)나 대사관들이 많이 위치한 파크 에버뉴 (Park Avenue) 같은 유명한 에버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보행자에게 인기가 있는 스트리트는 없다. 동서방향으로 나 있는 뉴욕의 스트리트는 대부분 좁고 어두운 느낌의 서비스 통로 같은 느낌을 준다. 코리아타운이라고 알려진 붐비는 피프스 에버뉴에서 90도로 꺾어진 32번가 거리는 도심 속에서의 사각지대이자 외부 세계와는 격리된 장소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소수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마을 같은 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강남이나 신도시를 만들 때, 지금의 정사각형 방식의 도로망이 아니라 뉴욕 같은 직사각형의 도로망을 만들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걷는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남대문은 고려 청자와 무엇이 다른가?
뉴욕은 발전하기도 하고 쇠락의 길을 걷기도 하고 버려진 시설을 부활시키기도 하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어느 도시에나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뉴욕시는 이 문제점들을 지혜롭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면서이전에는 없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것은 건축이나 도시를 단순히 유산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함께 살아 숨쉬는 일종의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거의 시간과 유기적으로 대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는가? 우리는 전승되어서 내려오는 건축 유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2013년에 복원된 남대문의 단청 부실 시공과 오래된 것이 아닌 복원된 남대문이 국보 1호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회자되었다. 우리가 고건축을 하드웨어로만 보면 그냥 보존에 치중하게 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보면 좀 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의 문화 선진국은 일찍이 건축 문화재를 소프트웨어로 보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잘 사용하면서 보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수라간에 레스토랑이 있고 경복궁이 박물관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 더 이상 건축 문화재를 박제시켜 놓고 우상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제 5 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도시는 유기체
서울 강남에는 교육제도, 인구폭증, 주택가격, 핵가족화 경향, 경제성장, 문화적인 변화, 부동산 정책 등 셀 수없는 변동 요소에 의해 지금의 도시 구조가 만들어졌다. 혹자는 도시를 신의 창조물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물리적인 구조들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점이다. 도시는 실제로 도시 설계자의 의도대로가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방식에 의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왔다는 면에서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자생적인 유기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도시의 구성들은 마치 자연발생한 유기체의 모습과도 같다. 역사를 통해서 보이는 도시 진화의 특성이 생명의 진화와 그 과정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아메바부터 척추동물까지
진화론자들은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진화가 시작되어 지금의 인간과도 같은 복잡한 척추동물까지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다세포 생명체는 단순한 신경계를 뛰어넘어 척추라는 새로운 개념의 체계적인 신경 조직망을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여러 척추계 동물과 같은 종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진화론에 의하면 생명체는 순환계, 단순 신경계, 척추 신경계로 진화해 왔다.
진화하는 도시: 로마, 파리, 뉴욕
도시의 진화 단계도 생명의 진화 단계와 비슷하다. 고대의 도시들은 최소한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었다. 생명체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 피가 필요하듯이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 물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로마제국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중앙집권 시스템은 물 공급이 잘 되는 고대 로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도시에서 상수도시설은 유기체의 혈관 중에서도 동맥의 형성과 의미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교통망이 이에 해당 될 수 있다. 도시 내의 교통망을 가장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진화의 다음 단계로 도약한도시는 아마도 19세기 중반 오스만 (G. E. Haussmann) 시장에 의해서 도로망이 리모델링 되었던 파리를 들 수있을 것이다. 지하철 네트워크의 개발까지 이어져 파리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순환계와 신경계가 가장 진화된 도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생명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척추 신경계의 발생이다. 도시 진화적인 측면에서 척추 신경계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은 전화망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벨’에 의해서 미국에서 가장 먼저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전화 통신 시스템이 잘 설치된 뉴욕은 20세기에 들어서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도시가 되었다. 뉴욕은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를 가질 수가 있었고 세계의 수도라는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서울은 무선 인터넷이 잘 되는, 신경망이 잘 구축된 도시이다. 하지만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은 세계적인 도시로 부상하는 데 발목을 잡는 동맥경화와 같은 병이다.
화폐 속 건축가
한 나라의 화폐에는 그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 화폐 속 인물을 보면 그 나라 국민들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근대 건축가 중 대표적 거장으로 추앙받는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의 스위스 화폐와 알바알토라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핀란드 화폐도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는 대표적인 건축물과 건축가 둘 다 가진 문화 선진국이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을 저급한 노동 행위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도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담아 후대에 남겨 주는 예술이고 문화고 정신이다.
강남과 북한
우리나라에는 대내적으로 베이비붐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하면서 건축의 수요를 키웠다. 덕분에 건축 붐과 함께 한국 경제도 성장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은 한국 건축계의 ‘강남’이고 ‘중동’이다. 고유가와 세계 금융위기 사태로 미국이 이자율을 높이면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이 위기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축복이 될 남북 경협의 방아쇠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도 인간에 의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그 변화 속의 도시에 우리가 있다.
시드니인문학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