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택 목사 칼럼

호주 유학생 가족 동반 제한: 인도적 정당성 결여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외교적 과제
유학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배움의 여정이다. 젊은이들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고국을 떠난다. 어떤 이들은 혼자 떠나지만, 어떤 이들은 배우자와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유학은 단순한 학문적 선택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그런데 이제 그 길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호주 정부의 유학생 가족 동반 제한 정책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10월 2일자 호주정부발표). 호주 정부는 학생비자 제도를 강화하면서 일반 유학생의 배우자와 자녀 동반을 제한하고, 일부 국가의 국민과 특정 학업 과정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하였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과 태평양 도서국 국민들에게는 예외가 인정되는 반면, 대한민국 국적의 일반 유학생들에게는 동일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모든 국가에는 자국의 이민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호주 정부 역시 주택 부족과 이민 증가, 교육제도의 건전성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하여 학생비자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이 합법적이라는 사실과 그것이 인도적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교육의 기회를 얻기 위해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가족은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의 공동체이다. 배우자와 자녀는 유학생의 삶에서 분리할 수 있는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다. 가족은 서로에게 정서적 안정과 사랑을 제공하며,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버팀목이 된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보호받는 것은 아동의 복지와 깊이 관련된 문제이다.
유학생이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게 된다면, 학업의 기회는 열리더라도 가족의 삶에는 새로운 고통이 시작될 수 있다. 한쪽 부모는 호주에서 공부하고 다른 부모는 고국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할 수도 있다.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증가하고, 오랜 별거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도 발생할 수 있다.
국제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사고파는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가 만나고, 인간의 경험과 가치가 교류하는 과정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문제는 국가 간 형평성이다. 특정 국가의 국민에게 가족 동반의 예외를 허용하면서 다른 국가의 국민에게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차이가 어떤 정책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대한민국과 호주는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국전쟁을 통해 형성된 역사적 관계를 비롯하여 경제, 교육, 문화,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호주에서 공부했고, 호주의 대학과 교육기관들은 한국과의 교육적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해 왔다.이러한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 유학생의 가족 동반 문제는 양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논의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호주 정부에 이번 정책의 구체적인 취지와 국가별 예외 적용의 근거를 확인하고, 한국 유학생들에게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협의할 필요가 있다.특히 배우자와 어린 자녀를 둔 유학생, 이미 가족 동반을 전제로 유학을 준비해 온 사람들, 그리고 가족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도적인 예외가 검토되어야 한다.
이것은 호주의 주권이나 이민정책을 부정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우호관계를 맺어 온 두 나라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가자는 요청이다.
우리는 국제교육의 성공을 흔히 유학생 수와 등록금 수입, 경제적 기여로 평가한다. 그러나 국제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많은 학생을 받아들였는가에만 있지 않다. 그 학생들을 얼마나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했는가에도 있다.대한민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호주 정부와 건설적인 외교적 대화를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호주 정부도 국제교육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인간적·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하기를 바란다.

이상택 목사
(아이오나 콜럼바 대학 학장, 신학과 실천신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