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가자 이후의 신학 : 글로벌 앤솔로지
미트리 라헵, 그레이엄 맥기오크 편 / 오이쿠메네 / 2026.8.27
– 가자의 현실 앞에서 신학과 교회의 역할을 다시 묻다
『가자 이후의 신학』(Theology After Gaza: A Global Anthology)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학살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오늘의 기독교 신학과 교회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는 신학적 사건이다. 세계 각지의 신학자 19명이 참여하고, 팔레스타인 루터교 신학자 미트리 라헵 (Mitri Raheb)과 스코틀랜드 장로교 신학자 그레이엄 맥기오크 (Graham McGeoch)가 편집한 이 책은 가자의 고통을 통해 식민주의와 제국, 종교와 정치, 성서 해석과 교회의 책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가자 이후” 신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가자 이후에는 가자 이전의 신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것이다. 가자의 참혹한 현실은 팔레스타인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식민주의와 점령,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드러내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기독교가 정의와 평화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를 되묻게 한다. 저자들은 가자를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세계의 정치와 경제, 종교적 질서가 작동하는 방식을 비추는 하나의 창으로 바라보며,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인류가 직면한 정의와 평화의 문제로 확장한다.
책은 또한 성서와 신학이 폭력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질문한다. 성서의 선택과 약속, 땅과 민족에 관한 해석이 현대의 정치적 프로젝트와 결합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성찰하며, 기독교 신학이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지배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화된 이들의 경험에서 성서를 다시 읽으며, 생명과 정의, 해방을 증언하는 신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성찰을 팔레스타인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식민주의, 인종주의, 제국주의, 이주와 난민, 종교적 민족주의 등의 문제를 서로 연결하면서 가자의 현실이 세계 곳곳의 억압과 불평등의 구조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저항과 연대, 기억과 희망,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다른 세계와 다른 교회를 만들어 갈 가능성을 탐색한다. 따라서 이 책은 가자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넘어, 오늘의 신학이 누구의 고통에서 출발해야 하며, 교회는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묻는 글로벌 신학의 논의이자 ‘가자 이후 기독교 신학의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다.
한국교회에도 이 책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과 분단, 식민지 경험과 냉전의 역사를 지나온 한국교회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단순히 먼 나라의 문제로 바라볼 수 없다. 『가자 이후의 신학』은 한국교회가 성서를 어떻게 읽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며, 평화와 정의를 위해 어떤 신앙적·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를 넘어, 가자 이후의 현실 속에서 복음과 신학, 교회의 본질을 새롭게 질문하도록 요청한다.

– 목차
한국어판에 부쳐
추천의 글
옮긴이의 글
서론
제1부 _ 가자지구의 현실과 쟁점
1장 _ 가자와 기독교인들
2장 _ 가자 이후의 탈식민화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승인
제2부 _ 신학적 응답과 시각의 전환
3장 _ 가자 이후의 신학
4장 _ 중립성을 넘어서
5장 _ 가자 이후, 다시 시내산에 서다
제3부 _ 신학의 교차성
6장 _ 홀로코스트 이후의 신학과 가자 이후의 신학
7장 _ 가자와 글로벌 사우스의 신학적 성찰
8장 _ 기독교 시온주의와 유토피아의 포획
9장 _ 가자와 한국 사이에서
10장 _ 가자: 정의로의 이슬람적 귀환
11장 _ 가자의 집단학살, 신학 그리고 이슬람의 제국적 설교자들
제4부 _ 교회, 신학 그리고 가자
12장 _ 집단학살과 교회학살
13장 _ “성지”, “이방인 시온주의” 그리고 성서 해석의 윤리
14장 _ 사려 깊고, 독립적이며, 진보적인 (팔레스타인만 제외하고)
15장 _ 에큐메니컬 상황에서 반유대주의의 도구화
제5부 _ 저항과 재구상
16장 _ 저항하는 민중의 힘으로서의 투쟁적 희망
17장 _ 추모 속에서, 제국에 맞서
18장 _ 제국은 영혼을 죽일 수 없다
19장 _ 전쟁 시기에 무형문화유산의 보존
맺음말: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으리
참고문헌
엮은이 · 필자 소개
– 저자 소개 (5명)
.편 : 미트리 라헵 (Mitri Raheb)
베들레헴 출신 루터교 목사이자 신학자, 사회운동가로, 베들레헴에 위치한 다르 알칼리마 대학교(Dar al-Kalima University)의 설립자이자 총장이다. 예루살렘의 루터교 성탄교회 담임목사이며, 요르단 성지 복음주의 루터교회 시노드 의장이다. 현대 중동 교회사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문제를 중심으로 많은 저서를 출간하였고, Kairos Palestine Document(카이로스 팔레스타인 문서)의 공동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서구 기독교 시온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국제적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중동의 정의로운 평화 정착, 종교 간 대화, 문화적 저항 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로프 팔메상(Olof Palme Prize, 2015) 등 다수의 국제상을 수상했다.
최근의 대표 저작으로는 In the Eye of the Storm: Middle Eastern Christians in the Twenty-First Century(2023), Surviving Jewel: An Enduring Story of Christianity in the Middle East(2022), Resisting Occupation: A Global Struggle for Liberation(2022) 등이 있다.
.편 : 그레이엄 맥기오크 (Graham McGeoch)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 세계선교협의회의 선교국장,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교 객원교수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 불안의 새로운 씨앗들〉(Teologia da Libertacao na America Latina) 등 저작
글래스고대학(University of Glasgow, UK) Ph.D.
그레이엄 맥기오크(Graham McGeoch)는 세계선교협의회(Council for World Mission)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대학교의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그의 가장 최근 출판물로는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 불안의 새로운 씨앗들??(Teologia da Libertacao na America Latina: novas sementes de inquietacao, 2024)과 ??세계 기독교와 생태 신학??(World Christianity and Ecological Theologies, 2024)이 있다.
.역 : 김승범
필리핀 유니온신학대학교 조교수, CWM PIM, PCK 파송 선교사, 프리토리아대학교 Ph.D.
.역 : 박선교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 전임연구원, WCC EAPPI 참가,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Ph.D.
.역 :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 서울 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 신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루 (Drew)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템플턴 재단의 ‘종교와 과학 교과 프로그램 (Religion and Science Coursework Program)’ 수상자(1999년)이며, 미국 국무성 초청 풀브라이트 방문 교수(2004년)를 지냈다. 조직 신학 전반을 가르치며, 특별히 생태 신학, 종교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 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1세기 과학 문화와 한국의 종교 다원주의 맥락에서 한국 개신교의 모습을 성찰하고 한국적 신학을 고민하고 있다. 과학 사상 연구회를 통해 학제 간의 대화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 오이코스 신학 운동(Oikos Theology Movement in Korea)에서 생명?정의?평화를 위한 신학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과 정기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티베트와 네팔의 히말라야 산군을 주기적으로 순례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종교 전쟁』(공저)이 있고, 번역서로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 『근대 신학의 이해』 등이 있다. 논문으로 「‘과학적 문자주의’와 ‘종교적 문자주의’를 넘어서」, 「‘유전자’와 ‘밈’ 사이에서: 도킨스의 종교 담론」, 「함석헌과 종교 다원주의」, 「한국 사회의 종교 갈등의 현황과 구조 탐구: 개신교 요인을 중심으로」, 「한국 개신교의 현재와 미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1946년 당시 가자 지역의 총인구 150,540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1,300명이었다. 나크바(Nakba, 대재앙)는 가자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으며,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넓은 행정 구역(1,110㎢)이자 주요 무역 · 경제 중심지였던 가자 지역은 그해 면적이 절반으로 축소되었고, 1950년에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이 약 25마일(40km), 폭 4~5마일(6km)에 불과한 360제곱마일 규모의 좁은 지역으로 축소되면서 ‘가자지구’(Gaza Strip)로 불리게 되었다. 가자지구 내 49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주민들이 쫓겨나거나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마을이 파괴되었다. 가자지구 주민 8만 명이 실향민이 되었으며, 가자는 토착 기독교 인구의 3분의 2를 잃었다. — p.54
십자가 위에 놓여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그곳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제국적 지배 아래에서 억압과 폭력을 경험해 왔다. 특히 대등한 주체가 아닌 제국적 권력(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에 의해 점령당하는 경험은 기력을 뺏기는 일이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삶은 육체적으로, 더 나아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직면해 온 상황이다. 이것이 바로 성서가 기록된 배경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십자가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왔다. 팔레스타인과 십자가는 동의어가 되었다.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을 찾을 때, 십자가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 — p.105
“잔혹성”(brutality)이라는 표현만으로는 한국인들에게 가해진 참혹한 폭력의 규모를 충분히 설명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 오늘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러하듯, 74년 전 한국인들 역시 전쟁의 “불길과 분노”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미군의 공습과 네이팜 폭격은 평양, 신의주, 원산, 함흥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을 초토화했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된 상태였다. 2000년대 초 공개된 미군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군은 남한 지역에서도 여성, 아동, 피난민을 포함한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살해는 피난민 속에 위장한 공산주의자나 마을에 숨어 있는 반군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공포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미군은 한국인 전체를 제거해야 할 (잠재적) 공산주의 적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논리는 오늘날 가자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하고 있다. — p.259
더 나아가 탐사보도 기자 제러미 스케이힐(Jeremy Scahill)과 라이언 그림(Ryan Grim)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적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타임스」 고위 편집진이 작성해 내부에 회람한 메모를 입수했는데, 이 메모는 기자들에게 “집단학살”, “인종 청소”, “점령지”, “난민 캠프”, 심지어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자 내부에서 외국 기자들의 취재를 전면 금지하고, 이스라엘군과의 동행 취재에 동의한 기자들만을 예외로 허용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처럼 명백한 편향과 직무 유기가 누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스」는 2024년 5월 하마스 공격과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군사 대응을 보도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 p.388~389
생존자들의 실천은 재난 한가운데서 공동체적 삶의 실천에서 나오는 좋은 삶(Good Living)에 대한 안정되고 연약한 지혜를 형성한다. 스스로를 해방하는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이 공동체는 식민적, 영토적 지배의 본질을 넘어서서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들의 원천이다. 영토적, 인식론적, 영적 자율성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조직하는 이들이 바로 억압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자율성은 새로운 세계, 즉 진통을 동반하지만 죽음으로부터 해방과 구원의 세계를 밝히는 메시아적 시간의 수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연다. — p.452
– 추천평
이 책은 세계선교협의회(이하 CWM)가 수행해 온 작업의 결실이다. … 분별과 급진적 참여(Discernment and Radical Engagement, 이하 DARE) 프로그램을 통해 CWM은 현재의 사회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 그리고 글로벌 지형 속에서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 DARE는 신성, 성서, 전통, 책임, 운명, 관습, 경험, 편견 등을 탐구하고 공유하며, 변혁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 DARE가 CWM의 선교학적 분별에 있어 핵심 우선순위 중 하나인 만큼, 글로벌 DARE 컨퍼런스(Global DARE Conferences)를 통해 나오는 이 일련의 출판물들이 해방과 화해를 향한 선교와 신학 그리고 운동에 영감을 주고 격려하며 힘을 실어 주기를 희망한다! – 금주섭 박사 (세계선교협의회 총무)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