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부부관계 개선과 스키마
외모가 눈에 띌 정도로 멋이 있고 좋은 학력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과거도 좋게만 잘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돌싱글스’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겉으로는 멋있는 사람들에게도 아픔이 많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방송 프로그램이어서 그런 지 하나 같이 멋있고 잘 생긴 외모와 상당한 능력을 가진 멋진 남성들과 예쁘고 능력있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최근 나온 7편의 돌싱글스를 보면 어느 때보다 멋있고 예쁜 사람들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이혼의 아픔을 경험하였고 그 중 한 사람은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하였고 또 어떤 분은 부모님의 이혼까지 경험한 것을 볼 수 있다. 등장인물 중에 도형이라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처음부터 보면 고생을 하나도 않하고 부모로 부터 왠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귀공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는 자신은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고 부모님은 이혼을 했으며 각각 재혼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을 한다. 도형이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가 다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돈을 잘 번다고 해서 그리고 외모가 출중하다고 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관계에 수용 전념치료라는 것을 적용하는데 이 기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책, ‘부부 관계 향상을 위한 수용전념치료’ 라는 것이 있다. 이 책의 저자들, Avigail lev와 Matthew Mckay는 부부 관계가 쉽지 않을 때 부부의 스키마를 확인함으로 두 사람이 왜 관계가 나빠졌는 지 지금은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용 전념 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와 스키마 치료 (Schema therapy)는 둘 다 인지 행동 치료에서 나온 기법인데 스키마 치료는 일반적인 인지 행동치료가 잘 먹히지 않는 조금은 더 장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나 인격 장애와 같은 신경증 보다 조금은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수용 전념 치료는 일반적으로 문제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 놓고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인정하지만 거기에 초점을 두지 않고 내가 원하고 가치있는 삶에 초점을 둠으로 문제를 배경으로 그대로 두고, 고통이 있어도 그것과 함께 지금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치료 방법이다.
개인치료에 효과가 많이 나타나는 인지행동 치료의 두 가지 발전된 형태를 부부 관계에 적용을 했더니 부부 관계가 많이 개선되어지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부부에게 있어서 스키마 (schema)는 어떤 역할을 할까? 스키마는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고착된 신념체계를 말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 신념체계대로 그대로 살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그 신념체계를 완전히 부정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그것이 부부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신념체계가 있을 수 있는데 정서적으로 결핍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으며 그래서 아무도 신뢰할 수 없어 라고 하는 신념을 가질 수 있다. 그 외에 대표적인 부부 관계에서 영향을 주는 스키마가 8가지가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많은 부부들은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잘 기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문제가 없어보이고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서로 다른 점이 부딛히게 되고 부모님들과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거나 임신을 하게 되거나 또는 실직을 하게 되거나 하는 어려움이 생기면 어린시절에 각자가 경험한 스키마가 부부 관계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스키마 대로 정서적 결핍이 있던 내담자는 역시 내 배우자도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배우자에게 실망을 느끼게 되고 배우자에게 마음을 닫게 될 수도 있다. 배우자를 불신하며 관계에서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이 스키마로 인해서 어떤 사람은 정서적 결핍을 배우자에게 느끼는 것 같아서 끊임없이 배우자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돌봐주기를 원하는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것이 안되면 화를 내기도 하고 사랑을 구걸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ㅂㅕㄹ
그러므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는 보통 관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그리고 나는 어떤 스키마를 가지고 성장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은 부부 관계의 상호작용 패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스키마를 모르고 계속해서 상대방에게서만 문제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 관계가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능력이나 실력과 상관없이 부부 관계에 어려움을 심하게 겪는 경우는 자신의 상처로 인해 만들어진 스키마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부부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스키마는 어린 시절에 만들어 지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자신의 스키마가 진리인 것처럼 믿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의 스키마는 좋은 순기능이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그것은 바른 신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의 스키마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부부 관계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호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한 밤중에 잠이 깨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분이 생명의 전화로 부부 관계의 어려움으로 전화를 했는데 산후 우울증 증세를 경험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호주라고 하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고 몇 가지 팁과 정보를 주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를 하고 나서 수십년 전에 아이를 낳고 키웠던 나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얼른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호주교회 앵크리칸 교회에서 호주인 남편 목사님의 아내이신 한국인 사모님이 자신이 아이를 호주 시골에서 출산하고는 미역국도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지인이 자녀를 낳았을 때 마다 어떻게 미역국을 끓여서 돌보았는 지를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미역국을 먹으며 감격해 하던 성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해외에서 자녀를 낳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떠올렸습니다. 또한 6명의 자녀를 낳으면서 제대로 산후조리를 잘 하지 못했던 경험도 함께 떠오르면서 힘들어하는 전화 속의 누군가의 엄마를 떠올리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출산을 한 여성이 산후 조리원에 들어가 한 달을 푹 쉬거나 아니면 가족들이 출산한 여성을 충분히 돌보는 일들이 전통적으로 있어왔습니다. 그 만큼 여성들의 몸에 변화가 많은 시기이고, 충분한 쉼이 있어야 아이도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 가족들이나 친적들이 없이 아기의 엄마, 아빠만 있는 경우 충분한 쉼이란 사실 경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돌봄을 받지 못함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서적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생깁니다. 또한 이것은 산후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앞에서 호주 교회 사모님이 자신의 성도를 돌봐주었다라고 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따뜻한 미역국 한 솥은 그냥 미역국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는 한국에서 가족으로 부터 받아야 하는 사랑과 돌봄, 한국의 정서가 깊이 들어있는 특별한 것이기에 그런 위로를 받는 아기 엄마들은 어려움 시기를 더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들이 출산한 산모들을 힘들더라고 잘 돌봐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남편들이 힘들었던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여성들은 임신 때와 출산에 서러웠던 일들을 종종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 만큼 정서적으로 지지와 위로가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면 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그것은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부부 관계에 깊은 골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자녀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또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아빠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마, 아빠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낮에 일을 하고도 밤에 우는 아이로 인해 뜬 눈을 세워야 하기도 하고 이유없는 아이의 울음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참아야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있는 곳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 지 배울 수도 있고, 가끔씩은 가족들과 친척들이 아이를 돌봐 주어서 숨을 쉴 수 있지만 먼 호주에 홀로 떨어진 핵가족으로 있을 때는 그것 조차 없어서 엄마, 아빠는 지쳐 가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지치다 보면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고 남편은 아내를 원망하면서 그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것은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들 때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기 보다 내 배우자도 나 만큼 힘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격려를 먼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비판하고 욕하기 보다는 내게 필요한 도움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도움을 구하는 자세가 좋습니다.
남편들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아내가 힘들어 할 때 문제의 답을 주려고 하기 보다 아내를 위로해 주는 공감의 말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내는 혼자서 일을 하고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고 필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에게 이 시기에 모든 기대를 하기 보다는 찾을 수 있는 다른 사회적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병원의 도움을 통해 필요하다면 심리적인 도움을 받고 또 교회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들이 있는 공동체로 부터 도움을 얻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한 지혜로운 자매님은 노산에 자녀를 낳았는데 가끔씩 필자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곤 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기도 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지혜도 얻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는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도 적극적이어야 하고 또 한인 공동체에서 이미 자녀를 낳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젊은 엄마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돕는 일들을 조금씩 한다면 타국에서의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아픈 경험이 아니라 따듯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