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 : 니버와 웨버 유형
기독교 문화 (Christian Culture)란 기독교에 일반화된 문화 활동을 설명하기 위하여 학술적으로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기독교가 유럽을 시작으로 급속하게 확장되고 4세기 말에는 로마 제국의 공식적인 국교로 되었다. 로마에서 기독교의 정체성에 근거한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기독교 문화는 헬라 로마적 비잔틴, 서구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주고 또 토착화되었다. 특별히 화란의 아브라함 카이퍼와 스킬더 그리고 미국의 리차드 니버에 의해서 기독교 문화론의 연구가 정립되었다.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 세계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프란시스 쉐퍼는 기독교는 진리라고 주장한다. 기독교 진리는 삶의 모든 것을 접촉한다. 전체 문화위에 그리스도가 주인이라고 한다. 안명준 교수에 의하면 기독교 문화란 기독교인들이 문화적 사명을 수행하면서 이 세상에서 성서적이며 신학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삶의 문화적 형태와 결과를 말한다. 좀더 좁혀서 성경적 문화란 예수 그리스도와 바울과 같은 인물들의 견해를 모델로 삼아 모든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에 근거하여 기독교인들의 생활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하나님의 영역주권에 근거한 일반은총을 강조하고 스킬더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문화명령을 강조했다. 2가지는 적용의 범위가 차이가 있지만 서로가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에서는 유사점이 있다. 기독교인들이 보는 문화에 대한 관점에서 시작하여 그들이 그동안 축적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고전적 학자는 화란의 아브라함 카이퍼와 클라스 스킬더이며, 미국의 리차드 니버 그리고 헨리 미터와 헨리 반틸의 주장들이 도움이 된다. 또한 프랑스의 자크 엘룰, 영국의 C. S. 루이스 (C. S. Lewis)가 있다.
그럼 기독교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먼저 살펴보자. 영역주권을 주장하는 아브라함 카이퍼는 누구에게나 주시는 일반은총이 모든 사람들의 문화 영역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그의 기독교 문화는 세상의 문화와 연결되어 크게 발전의 모습으로 전개되는 낙관주의 문화관이다. 어찌보면 카이퍼에 있어서 기독교인들만의 독특한 문화는 그 특징을 구별하기 힘든 양상이다. 세상의 문화와 기독교 문화는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하나님의 모든 통치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하여 화란의 문화신학자 클라스 스킬더 (Klass Schilder)는 문화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와 관련해서 이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즉 문화의 열쇠로서 그리스도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일반문화는 진정한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볼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화를 좀더 그리스도 중심의 관점에서 아주 구속적이며 제한적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리스도의 피가 씻어주지 않는다면 죄로 물들 세상 문화는 진정한 하나님의 축복된 문화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그의 기독교 문화관은 그리스도가 문화의 중심이요 주인이요 완성자임을 강하게 선포한다.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 (Paul Tillich)의 유명한 정의로 알려진 데로 종교는 문화의 실체요 문화는 종교의 형식 (religion is the substance of culture, culture is the form of religion)이라고 한다. 그의 관점을 기독교 문화에 적용해 본다면 바로 기독교 문화란 기독교의 형식 (form)이요 기독교는 기독교의 문화의 본질 (substance)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기독교라는 본질은 현실세계로 표출되어 그 결과가 바로 문화로 형상화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문화와 기독교는 함께하는 묶여있는 문화의 기독교이며, 문화의 신학인 것이다. 문제는 그가 말하는 기독교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기독교의 문화의 모습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 문화란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문화이다. 세상의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성경의 주장이다. 어찌보면 근원적이며 본질인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속성과 관련된 신학의 뿌리가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기독교 문화일 것이다. 폴 틸리히의 주장처럼 문화는 종교의 본질이며 종교의 형식이 곧 문화라는 것은 바로 신학과 문화의 연결로 당연히 이어진다. 그것은 근원적인 사상으로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다. 문화는 세계관에 자리를 잡고 있기에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 세계관과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보여준다. 곧 문화는 세계관의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참된 이해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 신학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로 기독교 문화의 모습일 것이다.
○ 리차드 니버의 5유형

리차드 니버는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를 다음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니버의 이 유형구분은 세상과 기독교와의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존재방식을 설명하는 모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초기 기독교나 재세례파의 경우에 보듯이 기독교가 소수 집단으로 존재할 때는 분리유형을 보이다가 점점 교세가 증가하면서 역설형을 거처 중세 기독교에서 보듯이 종합유형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성의 시대와 자유주의 신학의 등장이후 현대의 세속화된 기독교에서는 일치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치유형에서는 기독교는 윤리종교화될 위험이 있다. 니버의 유형론에 의하면 초기교회는 분리유형에, 중세교회는 종합유형에, 루터교회는 역설유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유형들은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설명하는데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고 어느 유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1) 분리유형: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Christ against Culture) : 그리스도인이 세상으로 부터 분리되어 존재하는 모델로서 분리형의 대표적 사례는 초기 기독교와 재세례파이다. 대표적인 신학자는 초기 교회의 터툴리안이다.
2) 일치유형: 문화의 그리스도(Christ of Culture) : 일치유형은 기독교를 문화의 한 유형으로 보고 기독교를 문화와 일치시키고 조화시키는 유형인데 현대의 세속화된 기독교나 자유주의 신학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일치유형은 기독교를 윤리적 종교로 만들어 버린다.
3) 종합유형: 문화위의 그리스도(Christ Above Culture) : 종합유형은 신앙과 이성, 자연과 은총, 철학과 신학, 교회와 국가를 종합하려는 모델로서 대표적인 신학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이다. 이 유형은 상대를 향한 관용과 포용을 특징으로 하는데 중세의 기독교(Christendom), 로마카톨릭교, 일반은총이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4) 역설유형: 문화와 역설적 관계인 그리스도(Christ and Culture in Paradox) : 역설유형은 그리스도와 문화는 섞이거나 일치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교회와 세상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신다는 적응모델인데 대표적인 것이 루터의 두왕국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5) 변혁유형: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Christ, Transformer of Culture) : 변혁유형은 그리스도는 온 세상의 주님이시므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임이 된다는 모델이다. 니버는 신칼빈주의자로서 변혁모델을 주장했는데 요더, 하우어워스 등의 재세례파 학자들은 이 유형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세상과 분리되어 교회의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을 변혁하는 진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하였다.
○ 로버트 웨버의 3유형

로버트 웨버는 니버의 5유형을 단순화하여 분리모델 (Separation Model), 동일모델 (Identification Model), 변혁모델 (Transformation Model)의 3가지로 구분하였다.
니버의 분리유형과 역설 유형이 웨버의 분리모델에 해당하며 일치유형과 종합유형이 동일모델에 해당할 것이다.
1) 분리유형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신학적 입장은 이원론적 분리주의 (Dualistic Separatism)라고 할 것이다. 초대교회, 제세례파, 공동체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모델의 특징은 도피적 반문화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교회와 세상을 선명하게 구분하여 양자를 비타협적이고 대립적 구조로 보는 것이다. 이런 모델에서는 세상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교회의 생활만을 가치있게 여기는 이원론적 삶의 태도가 나타나며 부정적으로는 구조선 신앙, 방주신앙의 모습이 나타난다. 분리모델은 세상을 그리스도인과 지나치게 간격을 두게하여 세상을 등지고 멀리하는 도피적 그리스도인으로 머물게 한다. 그리하여 자칫 이원론자, 분파주의, 현실도피로 흐르게 된다.
2) 동일 (적응) 유형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그리스도 안에서 동시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데 대표적인 신학적 입장이 루터의 두 왕국론(Two Kingdom Theory) 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형태는 루터교회, 시민종교(Civil Religion)일 것이다. 이 유형은 세상과 교회가 서로 다른 두 원리 아래 갈등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실적응주의를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런 유형의 단점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순응적이고 타협적,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 유형은 그리스도인이 교회와 세상속에서 이중적으로 살아가는 공존형으로서 그리스도인이 교회와 세상안에서 동시적으로 살면서 세상속에서의 삶의 긴장을 덜어주지만, 반대로 세상과 타협하고 순응하여 세상과 동일화될 될 위험이 있다. 오늘날 번창하는 번영신학이 적응형의 유형일 것이다.
3) 변혁유형
그리스도인은 온 세상의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통치아래 세상을 변혁하는 책임을 맡았다는 것인데 그 신학적 입장은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론(Theory of Christ Kingship)에 기초한 문화변혁 신학이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신칼반주의 그리고 기독교적 세계관 운동이다. 이 유형은 그리스도의 전포괄적 구속과 다스림에 근거하여 문화변혁과 역사참여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승리주의나 정복주의로 오도될 위험이 있다. 변혁모델은 분리주의자들처럼 세상을 등지는 것도 아니요, 동일주의자들처럼 적응의 관점도 아니라 이 세계 역사가 그리스도에 의해 변혁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사고에 기초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