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골프 도박
골프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내기라고 하지 도박이라고 하지 않는다. 내기 금액도 많지 않고 게임에 재미를 보태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도박이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언어를 순화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도박하면 왠지 집문서 잡혀서 화투장을 만지다 손목 잘리는 아찔한 모습이 연상된다.
대학 경제학 시간에 “주식이 도박인가?”라는 주제로 심각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난상토론이라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결론으로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교수의 강변 덕택으로 도박이 아니라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며 토론이 마무리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하고 있지만, 주식이 도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주식시장은 국가에서 공인한 최대 도박장이라고 여기저기 침 튀겨가며 주장한다. 주식에 투자하다 보면, 주식이 도박이라고 인정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마음가짐이 무척이나 다름을 느끼게 된다.
도박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일단 대하는 마음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좀 겁도 나고. 아울러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외국 투자가나 기관투자가들 같은 거물들을 상대하기는 너무나 벅찬 게임이다. 자신이 정한 조금의 이익만 나도 과감히 매도할 수 있는 소박한 자세를 가져야 쥐꼬리만 한 본전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주식 투자한 대부분 사람 자신이 돈을 번 이야기만 하지 돈을 잃은 쓰라린 경험은 덮어두고 싶다. 골프 내기를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잘 쳐서 돈을 땄던 것만을 기억하고 싶어 한다.
도박에서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 금물인 것이 바로 지나친 자신감이다. 지난번 라운딩에서 1미터 안쪽으로 붙여서 버디를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몸에 바로 부담을 준다. 경직된 몸에 추가 힘까지 보태지니 스윙이 자연스러워질 수가 없다.
반대로 돈을 많이 잃은 경험이 되살아나 자신감이 상실될 때 역시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다.
대부분의 골퍼, 특히 한국 골퍼들에게 내기 없는 골프경기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자신이 내기의 중압감을 견딜 수 없으면, 자신이 그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없으면, 자신이 밥 한 끼 사야지 하는 마음이 없이 하는 내기는 금물이다. 돈을 잃고 속이 편한 ‘분’ 본적이 없다. 이렇게 하는 내기는 게임 활력소가 아닌 거의 도박 수준으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재미가 좀 없더라도 “백로야 까마귀 노는 데는 가지 말자!”가 내가 살 길이다.
차라리 와이프와 저녁 설거지하기 내기를 하는 것이 스트레스 덜 받고 건강하게 사는 길이다.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