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10 (Harmony)
Par 4 Blue Red
거리 393m 391m(여자는 par 5)
인덱스 3/22 17/31
홀컵 사이즈가 108mm인 것이 골프하는 중생들이 108번뇌하기 때문이란다. 골프를 만든 영국 사람들에겐 전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수많은 고통을 경험한 한국 골퍼들은 백번 공감한다. 한타한타가 고민이고 절망이고 고뇌의 순간들이다. 내기라도 하게 되면 심장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하지만10번 홀에 오면 전반 9홀에 대한 기억은 말끔히 잊어야 할 때다.
골프도 축구처럼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눈다. 한국 축구가 전반전에 말도 안되는 페널티킥으로 실점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후반전을 열심히 관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18홀 게임을 하는 골프도 9홀을 마친 전반전에 아무리 잘못 쳤더라도 남은 후반 9홀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좀 유식한 골프 용어로 한다면 인코스(in course), 아웃코스(out course)로 나눌 수 있다. 통상 전반 9홀을 인코스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골프는 클럽하우스를 기준으로 경기하러 나가면 아웃코스, 경기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는 것을 인코스라 한다.
10홀은 인코스가 처음 시작되는 홀이다. 그 동안의 번뇌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이다.
장타를 치기 위해서 다운 스윙할 때 왼손이 먼저냐? 오른손이 먼저냐? 의견이 분분하다. 둘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던데 내 주변에는 반반이다. 임팩트를 위해선 왼손에 힘을 써야 한다는 사람은 검도를 하듯이 왼손 날을 힘있게 먼저, 아니면 유도를 할 때 왼손에 힘을 주고 상대방의 옷을 땡기듯이 왼손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한다. 나보다 장타이니 왼손 찬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오른 손에 힘을 주고 타격해야 한다는 사람은 우리가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른손이 강하니 잘 쓰는 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른손과 왼손의 조화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이것이 관건이다. 기타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 연습하는 것 중의 하나가 크로마틱(chromatic) 연주이다. 왼손으로 기타줄을 한 칸씩 잡고 오른손으로는 줄을 튕기며 연습을 하는데 문제는 왼손 운지법과 오른손으로 줄을 튕기는 핑커링이 딱 맞지 않을 경우에는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타의 대가인 함춘호라는 분이 시드니 방문해서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 말이 기타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왼손과 오른손의 조화라는 말이었는데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크로마틱 연습을 하면서 그 말의 심오함이 이해가 된다.
골프 스윙에서도 흔들림없는 깔끔한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통상 그립을 잡을 때 인터로킹(interlocking)하는 이유는 오른손과 왼손이 하나처럼 느껴지게 하는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왼손은 방향성을 잡아주고 오른손은 비거리를 내는 동력이라는 호소력있는 주장도 양손과 양팔이 조화를 이루고 동시에 치지 않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오른손 잡이가 흔히 하는 실수가 다운 스윙을 할 때, 왼쪽으로 체중이동이 되지 않았는데 힘으로 치려고 하는 점이다.
백 스윙을 할 때 왼팔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약 3시 방향을 가리킬 때를 하프스윙이라 하고, 풀 스윙은 5시가 좀 넘을 때, 쓰리쿼터 스윙은 풀 스윙과 하프스윙의 중간의 각도가 되는 4시 방향을 쓰리쿼터(4분의3 스윙)이라고 한다. 이제는 왼손과 오른손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왼손”내가 풀 스윙을 하려니 5시 방향 넘을 때 까지 기다려줘.”
오른손 “ 그래. 아직 쓰리쿼터니 조금만 더 올라와.”
왼손 “아직 안됬어?”
오른손 “조금만 더 힘내. 이제 됐어. (멈춤) 수고했어. 내가 내려갈께”
왼손이 충분히 올 때까지 기다리는 오른손의 미덕이 필요하다.
오른손이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왼손을 무시한다면 결국 조화는 깨어진다. 약자와 더불어 함께하는 강자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그곳이 골프장이던지 한국 정치판이던지.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