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1장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
오늘의 유학환경은 1950년대, 60년대와는 크게 다르다. 그때 유학은 갈 수만 있으면 무조건 가야 했다. 학위를 받고 돌아오면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유학을 가게 됐다는 사실 하나로도 좋은 신부감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어렵게 학위를 받고 와도 그 고생과 투자를 보상해 줄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 고생은 뻔하고 결과가 불확실한 유학생을 부러워할 사람이 많지 않다.
학위 인플레가 유죄다. 학위 인플레는 [educational inflation/교육인플레], [diploma disease/학위병], [over-education/과잉교육]과 같은 말로 표현되듯 해외에서도 문제지만, 교육열이 유달리 뜨거운 한국에서 더하다.
학위 인플레는 고등실업을 의미하는 [학위가 일자리에 비해 너무 높아 직업을 못 잡는 문제/over-qualification], 또는 [학벌에 걸맞지 않는 낮은 직업을 잡는 문제/under-employment]를 야기시킨다. 유학에 대한 한국 언론은 이 문제를 흥밋거리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외국이 아닌 국내 박사학위만 가지고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또 교육시장 개방으로 아예 외국에 나가지 않거나 대부분 과정을 국내에서 하고 잠깐 나가 외국 학위를 받아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학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다른 이유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그림이다. 큰 그림을 그려보면, 국제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차원에서 유학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이미 진부한 말이 되고 있지만, 역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sation] 압력이다. 젊은이들은 좁은 국내가 아니라 넓은 세계무대를 향하여 긴 안목으로 장래를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떻게든 외국 학위 하나만 따와 자기 사회에 안주하려는 과거 패턴이 아니라 국제어가 되고 있는 영어로 어느 지역에서든 현지인과 같은 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 있는 전문인, 즉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하여 유학은 아직도 [머스트/must]다. 그리고 그 유학은 커서가 아니라 일찍부터 시작, 전 과정을 외국에서 마치는 이른바 조기유학이어야 한다.
글로벌리제이션의 결과 한국에서도 지금 대부분 고소득 취업기회가 다국적 기업과의 관계에서 생긴다. 당연히 국내의 대기업 또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하여 선진국에서 훈련을 받은 영어사용 전문인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한국인의 유학열이 식을 수 없는 또 다른 사유들이 있다. 국제화와 함께 급속한 산업의 다양화, 전문화 추세 그리고 인문계열 고학력자의 높은 실업률이 유학도 학위 중심 정규 대학과정에서 요리, 호텔 경영, 패션, 디자인 등 기술과 실무 중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30년 전만해도 간호학교 등 주류 대학 정규과정이 아닌 직업학교나 비정규학교로 공부하러 미국에 간다면 유학으로 인정 안 하려는 분위기였다. 미국 유학 비자를 받기 위한 서류인 I-20 Form을 학교부터 받기가 어려웠고, 받아도 미국대사관 비자 심사에서 거절당하는 일이 흔했다. 이런 규제가 크게 완화된 데는 지금의 유학이 전액 자비부담으로 바뀐 사실 말고도, 이들 나라에서 부족한 기술 및 전문 인력 확보의 필요가 도사리고 있다. 당연히 선진국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는 기술분야에서 외국인 취업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유학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신종 직업교육분야가 급속히 늘고 있다. 직업전문학교(심지어 대학에서도)에 신설되는 간호학, 영어영상학, 화장학, 의장학, 카지노학과, 복지학과, 육아교육학과, 장례지도과, 승마조련과 등을 보면 그 추세를 알 수 있다. 이런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하려면 뉴욕, 파리 등 미국과 유럽 대도시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직업학교에 유학을 보내야 한다.
학문을 제대로 하고 장래 국제적 수준의 학자나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는 젊은이에게는 유학은 아직도 필수이다. 다만 이런 야심 있고 자신만만 한국의 젊은이들의 최종 지망 학교는 과거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문이다. 고려대학에 교환교수로 다녀온 시드니의 매콰리대학 남대훈 교수의 말이 재미있다. “유학을 가겠다면 아이비리그”란다.
마지막으로 조기유학의 경우는 국내에서의 막중한 과외비와 입시 중심의 열악한 교육의 질 등이 유학을 부추긴다. 많은 학부형들이 과외비를 포함한 총 교육비가 유학 경비보다 더 높지 않다는 말을 한다.
유학, 갈것인가-먼저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봐라
어느 경우든 유학을 구상하는 학생들이 결정해야 할 일은 그렇다면 과연 갈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이 중대한 결정은 햄릿이나 돈키호테식이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과학적 판단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유학의 결과 기대할 수 있는 장래 이익과 유학으로 치러야할 대가를 비교?분석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먼저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치러야 할 대가를 의미하는 차변에는 유학을 위하여 지불해야할 금전적 지출, 걸리는 시간, 유학에 따르는 기회비용―유학을 감으로써 잃어버리는 다른 기회―등을 올려야 한다. 그 외에 정신적 고생이 있다.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 봐야 한다. 정신적 고생으로는 공부 외에 언어와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어려움―이 책에서 다루는 몇 가지 충격―과 이에 따르는 심리적 고통과 건강상의 손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외국 문헌은 유학생이 겪는 어려움의 분야로 [재정문제/financial problems], [공부의 어려움/study burden], [사제관계/teacher-student relationships], [현지관습/customs, cultural problems], [향수/homesickness], [고독감/loneliness], [인종차별/discrimination, unfriendly attitudes], [친구 사귀기 어려움/difficult in mixing with other students], [기후/ climate], [음식/food] 등을 들고 있는데 모두 정신적 고충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들이다. 예컨대 재정문제도 재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나가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여간 무거운 정신적 부담이 아니다.
대변이 될 장래의 이익은 이런 투자와 고생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대가로서 공부를 마친 후 현지에서 또는 돌아와서 얻게 될 [보상/reward]을 조목조목 따져 합해봐야 한다. 이 때 보상도 물론 금전적인 것과 정신적인 게 있다. 정신적인 것은 물론 직위, 명예, 직업의 만족도 등이다.
이것을 간단한 식으로 나타내 보면 아래와 같다.
장래 기대되는 보상(직업, 보수, 명예 등)
—————————————————- = 장래에 대한 기대
감수해야 할 고생과 투자, 소모해야 할 시간
여기서 한 가지 유의 할 것은 고생과 투자에 비해 장래의 보상기간은 길뿐 만 아니라, 전체 기간을 통하여 똑 같지 않으며 상승곡선을 그린 다는 점이다. 가령 30세에 4년간의 유학을 마쳤고 65세에 은퇴를 한다면, 유학의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보상기간은 36년이다. 이때 유학의 보상은 [총 혜택=36×매년 똑같은 혜택]이 아니다. 시간이 가면서 일어나는 직위와 소득 상승으로 보상은 체증한다.
총 혜택은 이 누진분을 감안해서 합산해야 한다. 한편 고생이나 보상이라는 것도 각자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일반론은 금물이다. 가령 재력이 풍부한 사람은 금전적 투자에 따른 희생이랄까 손실의 비중을 적게 잡아도 될 것이다.
조기유학에는 고려할 게 하나 더 있다. 2-3년 후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는 한국어 상실, 앞서 가는 학교 진도를 따라잡기의 어려움과 새로 사회에 적응하는 문제가 따른다.
유학의 결정이 합리적이려면 이 보상이 고생과 투자를 감수할 만큼 크다는 판단이 서야 하고 타당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쉽지 않다. 위 방정식의 결과가 정확하자면, 즉 과학적이려면 거기에 대입되는 변수에 대한 예측이 정확해야 한다. 정보가 정확해야 그게 가능하다.
정확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것인가. 책과 자료를 읽어보거나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고, 직접 현지를 가 본다고 해도 정확할 수 없다. 투자해야 할 돈과 시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의 여건에 대한 판단은 비교적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공부가 얼마나 어려운가,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느낄까에 대해서 미리 알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유학에 대한 사전 지식과 실제를 알려주는 책과 경험담이 필요한 것이다.
유학을 고려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우리와는 다른, 현지에서 감당해야 할 공부의 수준과 분량과 언어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사실 유학을 해보면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공부의 어려움이 분명 있다. 많은 유학생들이 닥치면 해내겠지, 다른 사람도 해냈으니……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거나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학문에는 왕도(王道)가 없듯이 유학에도 그렇다. 유학은 서로 다른 문화와 교육제도 속에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부를 하는 것이니만큼 그 차이를 알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성공의 첩경이다. 이 책은 물론 이런 정보의 필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