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날, 노동자도 쉬고 싶다!!!
세계 최초로 ‘노동절'(Labour Day)을 제정한 나라가 호주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8 hours to work 8 hours for recreation 8 hours to sleep |
호주는 미국(1886)이나 유럽(1889) 보다 앞선 1858년에 빅토리아주 건설업계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루 8시간씩 주 6일 48시간 노동을 보장하였고, 1948년에는 주 5일 40시간 노동을 법으로 제정하였다. 타스마니아주에서 노동절을 ‘Eight Hours Day’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호주 전역의 노동조합 빌딩에서 볼 수 있는 ‘888’이라는 숫자도 ‘8시간 노동, 8시간 재충전, 8시간 수면’을 의미한다. 노동절의 날짜가 주별로 다른 이유는 ‘8시간 노동’을 쟁취한 시기가 주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서호주, 태즈매니아, 빅토리아주3월, 퀸즈랜드주 5월, 뉴사우스웨일즈, 남호주 10월).
현재 호주는 2009년 국가고용기준(National Employment Standards)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3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에 발표된 호주 통계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조사에 의하면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장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고, 반면 국가별 행복지수 평가 항목인 레저활동과 같은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은 기대와는 달리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 되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OECD국가 중 3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한국 근로자의 연 평균 근로시간 2092시간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시장의 경쟁적 구조로의 변화는 호주인의 삶의 패턴을 급속도로 바꾸고 있음을 체감케 한다. 일례로 Westfield와 같은 대형 쇼핑센타의 하루 영업시간이 이미 연장되었고, 국가공휴일에도 유흥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점과 쇼핑센타가 영업하는 것은 더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삶과 여유,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리던 호주가 ‘노동자의 지옥’으로 바뀌었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듣게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환경의 변화는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익숙한 일상이었다. 이민노동자들의 생활은 본국에서의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이민자 혹은 유학생이나 워홀러 비자소지자들은 호주의 노동법규를 잘 모르고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취약점이 있기 때문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서호주 퍼스에서는 임금 체불과 관련하여 하우스키핑 청소업체에 34만3860불이라는 기록적인 벌금이 부과되었다. 퍼스 연방순회법원에서 부과된 ‘벌금과 착취임금 지급명령’으로는 전국 최고 기록이었다. 서부호주 뉴스는 피해 근로자 6명 중 3명은 거의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었고, 이들은 시간외 수당, 공휴일 가산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으며, 임금이 불법 공제되고나 휴가, 식사휴식, 이동시간 수당도 적정 지급되지 않았다고 보도 하였다. 시드니 록데일에서도 우편광고 대행업을 하는 업체에서 21명의 중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초과근무 및 공휴일 가산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아 총 35만9563불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근로자의 임금은 시급 11-13불이었고, 근로자 중 최고 피해액은 3만1461불이었다고 Fair Work Ombudsman은 밝혔다. 고용과 근로에 관련한 정부기관인 Fair Work Ombudsman은 특별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착취가 심각한 상황이며, 임금착취액이 상당 규모일 뿐 아니라 각 회사들이 이를 시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호주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의적 착취는 사업자에게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한인업체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청소업과 식당 등 영세한 한인 업주들이 지난 20년 동안의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서비스 가격에 거의 변동을 주지 않은 것은 싼 임금으로 경쟁력을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도 잘 못하고 숙련된 기술도 없는 워홀러들에게 법정 임금을 다 지급하기는 어렵고, 현재의 한인업체끼리의
‘제 값 주고 사기’ ‘소비의 선순환’을 생각하자 |
경쟁적인 시장구조상 소비자가격을 올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정 최저임금 지급은 종업원의 상태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것은 법의 문제를 넘어선 인권의 문제이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생산성 하락과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관련 법규와 규정에 대해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개인 회계사에게 사업자 등록증 발급을 의뢰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사업주의 의무 뿐만 아니라 권리에 대해서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덧붙여, 소비자들의 소비형태의 변화도 시급하다. 싸고 좋은 것을 원하는 일반적인 소비심리에다 ‘1+1’과 같은 덤으로 받는 것에 익숙한 한국의 소비문화는 근로자의 노동환경과 사업주들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악순환을 낳고 결국 소비자이자 근로자인 우리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돌아온다. ‘제 값 주고 사기’, ‘소비의 선순환’을 생각하는 성숙한 소비문화로의 전환이 요청되는 바이다.
호주 내 고용과 근로에 관한 다양한 정보는Fair Work Ombudsman 웹사이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Fair Work Act 2009법령에는 National Employment Standards (NES)를 통해 고용인들에게 최소한의 고용 규정 및 조건을 보장하는 안전망이 규정되어 있다. |
NES에는 아래와 같은 10개의 최소 직장 권리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1. 정규직 고용인의 경우 주당 최대 표준 근무 시간 38시간에, ‘합리적인’ 추가 근무 시간을 더한다.2.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3. 육아 및 입양 휴가로 12개월이 인정되며 (무급), 추가로 12개월을 더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4. 매년 4주 간의 유급 연차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근무 기간 비례제). 5. 매년 10일 간의 개인/간병인 유급 휴가 (근무 기간 비례제), 가족의 질병이나 사망 시 허용 가능한 경우에 건당 2일의 유급 특별 휴가, 허용 가능한 경우에 건당 2일의 무급 간병인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6. 배심원 직무 수행이나 특정 비상사태, 또는 자연 재해 상황 복구 활동을 위한 지역사회 봉사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해당 휴가의 경우, 배심원 직무 수행을 제외하고는 무급 처리된다. 7. 장기 근속 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8. 공휴일을 인정받고, 공휴일 근무 시 해당일의 통상 근무 시간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 받을 권리가 있다. 9. 고용 종결 통지 및 잉여 인력 퇴직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10. 신규고용인은 Fair Work 정보 안내문을 받을 권리가 있다. * NES 자격 요건에 조건이나 제한 사항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임시직 고용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적용됩니다. |
크리스천라이프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