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오래된 미래’를 읽고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 중앙북스 / 2015년
코로나바이러스사태이후 세계화의 열풍은 한풀 꺾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멈출 줄 모르는 세계화의 열풍은 세계의 도시화를 가속화시켜 심리적 지리 (mental geography)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물망 같은 연결과 속도 그리고 경쟁추구라는 세계화의 특징은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퇴색시켰다. 이 책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점점 붕괴되어 가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계화과정 속에서 지역의 전통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Helena Norberg Hodge, 1946년생 ~ )는 사회운동가, 언어학자, 그리고 작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이며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 협회(ISEC)의 발기인이자 대표이다.
본래 스웨덴과 영국의 런던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수학하던 학생이었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1970년대 중반, 자신의 학위 논문을 위해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를 방문했다. 그는 논문을 위해 꾸준히 라다크와 외부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라다크의 문화와 철학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서구 문명의 유입 과정에서 라다크의 전통 문화와 가치관이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현대 산업사회를 비판하는 강연 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는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라는 저서로 유명하며 이 책은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그는 1986년 대안적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를 받았으며 현재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의 대표로서 생태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한 60명의 사회 활동가, 경제학자, 연구원, 작가들이 경제적 세계화에 관한 활동과 연구를 개최하는 세계화에 관한 국제 포럼(IFG)의 공동 발기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이 책의 줄거리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Helena Norberg Hodge)는 라다크 지역에서 16년 동안 생활하였다. 인도 북쪽지방의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라다크는 사막지역이며 험준하고 건조한 땅이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영위해 왔으며 세계화의 물결의 흐름을 타지 않고 자급자족적인 삶을 추구해왔다. 저자는 그 곳에서 거주하면서 경험적 관찰을 통하여 라다크 사람들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며 동물과 식물들도 라다크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확인하고 라다크 사람들이야말로 서구경쟁사회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생태적 마음을 지닌 자급자족 공동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다크는 비록 주변의 건물은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들은 그것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모든 사람들이 오래된 건축양식을 통하여 과거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연속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다시 말해서 그 곳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전통적인 기술들을 이용하여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조상대대로 이어온 사람들이었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친밀한 관계와 삶의 터전을 유지해온 그들이었다. 그러나 인도정부는 1970년대 중반이후 라다크를 세계인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저자는 서구자본주의의 폐해인 이기심과 물질주의 그리고 라다크 젊은이들의 부분별한 소비지향적 욕구가 결합하여 라다크의 전통적인 좋은 인간관계와 오래된 전통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였다.
○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생각해 볼 귀절들을 발췌해 보았다
– 라다크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존은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가치다.
– 늙은 사람은 생활의 모든 분야에 참여하며 쓸모없이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며 지내는 세월이 없다.
– 조부모들은 기운이 세지는 않지만 다른 일로 기여할 수 있다.

– 늙은 사람들이 생기있고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젊은이들과의 계속적인 접촉이다.
–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
– 이웃끼리 갈등이 있을 땐 자발적 중재자라는 장치가 있다.
– 라다크 사람들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GDP가 성장하였지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상실하였다.
– 세계화이후 젊은 세대는 자신감이 없어졌고 외모에 신경을 썼으며 이웃간에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 세계화이후 지역공동체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붕괴되기 시작하였으며 소규모 기업들이 감소하였고 공동체성이 퇴색하였다.
○ 느낀 점
독자는 10년전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2020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사태로 글로벌화, 세계화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미래를 읽고 독자는 세계화의 경향을 인정하면서도 지역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없는 삶의 공간을 생각할 수 없듯이 삶의 공간이 없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삶의 터는 지역공동체를 유지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지닌 공간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화로 인해 국가간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왔으며 다국적 기업을 넘어 초국적 기업의 등장, 각종 재화의 신속한 유통과정은 인류로 하여금 물질주의적, 소비지향적 가치관이 팽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최근 세상은 급속한 사회변화로 사람들의 왕래가 빠르고 지식이 더해가고 있으며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될수록 아기를 더 낳지 않는 차원을 넘어 아예 맞벌이 무자녀 (DINKs: Double Income No Kids)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는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엄습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따뜻한 경제로 지역을 생태적, 공동체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고 지역화(localization)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지역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과 전통을 계승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행복년수는 과연 늘어나고 있는가? 세계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의 행복지수는 경제성장과 함께 높아지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공동체적 가치인 배려와 나눔 그리고 절제와 공공선은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인 것이다. 향후 지속적인 세계화의 파고가 더 거세게 몰려온다면 이에 맞설 수 있는 지역화로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래된 미래는 현대인들에게 세계화의 물결에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발제 : 구본영 지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