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는 비결
가끔 읍내에 가면 들르는 비디오 가게에서 먼지에 쌓여 있는 테이프 두 개를 용감하게(??) 빌렸습니다. 주인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사실 제가 볼려구 사놓은 테이프인데, 손님이 첫 번째로 빌려 가시네요….” 표지 자켓엔 분명히 1995년 이라 씌여 있었는데 말이죠. 『알기쉬운 수지침 (1,2편)』
얼마 전, 매달 부족한 이에게 책을 보내주시는 용집사님 며느님께서 함께 보내주신 수지침 키트(Kit) 덕에 불과 몇 시간의 엉터리 공부로 속회에서 편찮은 성도님들에게 어설픈 명의(名醫) 흉내 낸 것이 그만 그칠 줄 모르고 도져서, 오늘의 용감한 행동(?)을 가능하게 했나봅니다.
성도들을 위해 이렇다 할만큼 기도로 돕지 못하고, 살겨운 만남에도 그리 부지런한 것도 아니니, 이렇게 라도 만회 해 보려고 하는 것이 부족한 이의 속내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어설픈 이에게 몸을 맡겨 주시며, 옹색한 10여 개 남짓 수지침을 보시며, 자신은 괜찮으니, 더 아픈 분 먼저 놔 달라고 하셨던, 하지만, 못내 아쉬워 하시던 성도님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더 잘 배워서, 더 많이 가져다가 모두 모두 풍족하고 흡족하게 놔 드리고 싶은 마음에 온 읍내를 뒤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먼지에 켜켜이 쌓인 테이프를 빼내어 든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얼 배우면, 무얼 가지면 나누고 싶은 것, 무얼 주어도 부족한 것이 아직 마음 한 구석에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내 사랑하는 교회와 성도님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내일은 먼지에 쌓여있는 마저 남은 3편을 빌려는 용기가 솟아났으면…
모래와 돌에 새긴 글
누가 보더라도 가장 절친한 친구, 두 사람이 함께 사막을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여행 중에 어떤 일이었는지 서로 다투게 되었나봅니다. 다툼 끝에 한 친구가 그 화를 참지 못했던지 모질게도 다른 친구의 뺨을 때리더랍니다.
뺨을 맞은 친구가 어찌나 황당하고 기분이 나빴던지 당장에라도 성을 내고 더 모질게 분풀이를 해야 할 판인데, 정작 뺨 맞은 이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모래’에 이렇게 무언가를 몇 자를 적더랍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뺨을 때렸다.”
둘은 서로 다툰 터라 오아시스에 이르기 전까지 아무런 말없이 걷기만 했지요.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착한 두 친구가 반갑게 만난 물로 뛰어 들었지요. 그런데 물로 뛰어든 지 오래지 않아 뺨을 맞았던 친구가 오아시스 한 가운데 늪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곤경에 처하게 되자 이번에는 뺨을 때렸던 친구가 혼신을 다해 늪에 빠져가는 친구를 구해 주었던 것입니다.
늪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 친구가 이번에는 ‘돌’에 이렇게 무언가를 몇 자 적더랍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생명을 구해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친구가 의아해서 물었지요.
“내가 너를 때렸을 때는 그 이야기를 모래에다가 적어두더니, 왜 너를 구해준 후에는 그 이야기를 돌아다가 적었니?”
친구가 대답했지요. “누군가가 우리를 괴롭혔을 때, 우리는 모래에 그 사실을 적어야 해. 용서의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그러나 누군가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였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돌에 기록해야 해…. 그래야 바람이 불어와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어떠하신지요? 베갯머리 삼아 듣는 흡사 천진한 옛날이야기와도 같은 이야기에 그저 빙긋한 미소로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삶이 거꾸로 일 때가 많아서는 아닐는지요? 과연 살면서 모래에 새긴 글과 돌에 새긴 글이 얼마나 되지는?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