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빈손으로 나서는 서점 순례(?)
울진 읍내엘 가면,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읍내 군청 사거리에 있는 서점이이다. 그러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늘 도전 받는 것 뿐이다. 물론, 책에서 삶을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소신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늘 이만큼은 뒤쳐저 사는 것만 같아서 이다. 죽어 있던 작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부활의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신선한 자극이랄까? 하지만, 늘 서점에서 나설 때는 손엔 언제나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다. 그래서, 한참을 눈독 들였던 책들을 또 만나고 파서 다시 서점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책 한 권 사보는 것 보다. 식탁 위에 오를 찬거리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터라. 다음에 사야지… 습관처럼, 책 뒷면 책정가만 보고 입맛만 다시게 된다…
성역비에 함께하는 “도서비” 아내와 함께 약속하며 “자아발전”, “유용한 투자” 운운하면서, 그것만은 꼭 지켜보자고 해 놓고서는 막상 책 앞에서 서면, 작아만 지는 것이 부족한 내 모습이다. 혹여라도 이걸 사면, 생활고에 힘겨워 할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서이다… 지갑 뒤축에 꼭꼭 채워주는 아내의 마음 넓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난 다시 굳센 마음으로 서점에 들러보지만, 어김없이 다시 서점을 빈손으로 나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 “책에서 삶을 배우지 말고, 목회를 배우고 익히려 하지 말고, 사람 냄새에서 사람과의 만남에서 배우자고….” 시린 위안이라도 되듯… 그렇지만, 허기진 배를 안고 돌아선 서점은 언제고 다시 돌아가서 배를 채울 만한 보물창고 임에 틀림없다. 설사 내 서재에 꽂아둘 책은 아니지만, 늘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는 비결을 배우는 것을 연습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혼잣말로 그렇게 빈손으로 서점을 나선다.
송영변어(松影變魚)
조선시대의 학자인 이덕무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옛이야기 하나를 들려줍니다.
지리산에 연못 하나가 있었지요. 그 위로 소나무가 가지가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비추었다 네요. 못에는 물고기 한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袈裟)처럼 보였기에 사람들은 그 물고기를 “가사어(袈裟魚)”라고 불렀지요. 그래서일까요? 그 기이한 물고기를 두고 떠도는 풍문들이며 기이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었지요. 그중 주된 풍문은“잡기는 어려운 데, 일단 잡아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소문이었지요. 이 풍문의 근원과 뿌리를 헤치고 헤쳤더니,“소나무 그림자가 물고기 무늬로 변했다는 것”(송영변어松影變魚)에 그 이유를 두었더랍니다.
참으로 절묘한 이야기지요? 이야기의 거죽이야 불가(佛家)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라지만, 하나님을 믿는 저희 신앙생활에 빗대어 새겨도 그리 멀고 아득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님의 그늘 아래 오래 머물다 보면 저희에게도 무늬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렸다 마음 내키지 않으면 이내 지워버릴 그림이 아니라,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런 무늬 말입니다. 새록새록 되새겨 보는 이야기 속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연스런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우리가 자아내는 무늬를 보고“예수님”을 떠올릴 수만 있다면 더한 부러움이 어디 또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님께서 우리 영혼의 나이테처럼 자리하며 아로새겨야 할 영혼의 무늬를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되리라.”(요13:35)
부디, 사랑으로 봄을 일깨우는 영혼들 되시길…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