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이젠 깨끗하게 다 낫는거 니껴!
전분옥 할머님(성도님) 께서 아침 사택을 찾아 오신다 했는데,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이시다. 울진 읍내 군립병원에 가셔야 한다기에… 안되겠다 싶어 찾아갈 요랑으로 사택을 나섰더니만, 할머님께서 벌써 오셨던지, 교회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계셨다. 그리고는 아침 일찍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화단 잡초라도 뽑고 계셨던 터라 하셨다. 그래 서둘러 부추겨 일으켜 세웠다. “아니지요. 응당 제가 할 일인걸요….. 어서 일어나셔요….” 차에 올라서도 어둔 귀를 가지신 터라. 그렇게 가끔 뒤를 보며 미소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읍내로 들어섰다.
군립병원에서 할머님은 이번에는 2달치 혈압약을 타가셔야 한다고 애걸하시는데, 의사선생님은 병원 방침이니 1달치만 드린다고 몇 번이고 달래본다. “지난번에는 그리 안했니더.” 애써 아쉬우셨던지… 할머님은 섭섭하게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또 들른 곳은 한의원, 침도 맞고, 거기서도 이만한 약봉지를 들고 나서면서 비로소 활짝 웃으신다. “이거 있어야 내가 사니더…” 할머님의 손엔 이미 이만큼의 약봉지가 한다발이시다… 그리고 간절하게 들려주는 말씀. “이제 안 아픈 약 먹고싶니더… 이거 먹으면 다 나니껴! 깨끗이 다 나니껴!” 한의원에서 만난 지긋한 할아버지 의사 앞에서 되물어 보시는 말씀. 그게 왠지 하늘 향해 드리는 간절한 기도처럼 내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증말! 이거 묵으면 다 나니껴! 깨끗하게 다 낫는거니껴!” 돌아오는 길 근남 지나오는 저편 푸른 봄 마른 하늘엔 흰구름 두 덩이가 산등성을 넘고 있었다.
작은 마늘 한 쪽
정치범으로 수감생활 중에 겪은 삶의 작은 풍경들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고백 가운데 이런 고백이 있지요. 징역살이 하던 방에 가을에 사서 걸어 두었던 ‘마늘’을 이듬해 봄에 껍질을 벗기다가 느낀 삶의 체험을 전하는 그분의 목소리이지요.
“마늘 한 통 여섯 쪽의 겨울을 넘긴 모습이 가지가지입니다. 썩어 문드러져 냄새나는 놈, 저 하나만 썩는 게 아니라 옆의 쪽까지 썩게 하는 놈이 있으며, 새들새들 시들었지만 썩기만은 완강히 거부하고 그나마 매운 맛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놈도 있으며, 폭삭 없어져버린 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늘 본연의 생김새와 매운 맛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흐뭇하게 하는 것은 그 속에 싹을 키우고 있는 놈입니다. 교도소의 천장 구석에 매달려 그 긴 겨울을 겪으면서도 새싹을 키운 그 생명의 강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록빛 새싹을 입에 물고 있는 작은 마늘 한 쪽, 거기에 담긴 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65쪽-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고 대견하게 기어이 싹을 틔워 낸, 마늘 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지지 않나요?
작은 마늘쪽에 담긴 봄처럼, 이 엄혹한 세상에 성도들은 봄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듯이, 너희도 내 손 안에 있다.”새길수록 두려운 말씀이 아닌가요? 아무리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라 해도 썩어 문드러지면, 그래서 주변까지도 썩게 하면… 그건 좀 곤란하다는 그분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기 때문이지요.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