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들녘 노래
기양리 들녘에 푸릇푸릇 감도는 기운이 이만한 올망졸망 튼실한 모가 무른 땅을 박고 자리를 굳힌다. ‘모내기’다. 이맘 때면 들녘에서 들릴 법한 구성진 소리들이 있다. 들녘에서 들판을 넘어 들릴 ‘노동요’ 그 흥겨운 가락이 이젠 트랙터 기계음과 이양기 발동 소리로 자꾸만 멀어져만 간다. 묻혀간다.
그래도,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가 온 골짜기를 그득 채워간다. 한 늙은 농부의 소리… 허리를 굽혀, 이양기가 미쳐 닿지 못한 곳을 꼼꼼히 채워가는 그의 정성이 그 곡조에 담겨 있다.
어른들에게 묻는다. 왜 노동요를 부르시는 가요?
허리가 아파서. 왠종일 일하다 보면 쑤시고 아픈 곳이 많니더. 그래 한 곡조 쫙 뽑는 것이지… 그러면 아픈걸 다 잊을 수 있지…. 아픔을 이기고 감당할 수 있는 노랫가락. 간간히 섞이는 춤사위. 들판에서 하늘 향해 부르는 찬양이요 몸드려 드리는 간곡한 기도다.
아프고 힘들 때 그 아픔을 이길 수 있는 것, 그것이 노동요라면, 우리에게 찬양은 무엇일까? 인생굽이 굽이 길을 걷게 될 때 만나는 산이며, 장벽이며, 그것을 만날 때 하늘 향해 올릴 찬양 그래서 내 몸 쉴수 있고, 산이고 장벽이고 넘어갈 수 있다면, 힘든 허리 잠깐 펴서 들려줄 노래가 찬양이 아닐까?
“이 산 넘겨주소. 이 산 넘도록 힘 주소.”
마른 땅에 간신히 냇가의 한줄기 물을 대고 힘겨운 모내기를 하는 늙은 농부의 들녘노래에서 한올 찬양을 만난다.
“소소한 불편의 소중함”
일상을 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이들에겐 저마다의 작은 고백이 있겠지만 누구나 입을 모아 하는 고백은‘약간의 불편과 수고’라는 것입니다. 게다가“왜 번거롭고 불편한데도 그렇게 하느냐?”고 물으면 우문현답(愚問賢答)처럼“불편함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미 몸에 익어서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재미가 있다.”는 대답들이 조금도 어색함 없이 뒤따르곤 하지요.
그러니 언제나 문제는‘마음의 안테나’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세상의 많은 아픔 가운데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곧‘감수성(感受性)’이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자연스레 삶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회용품을 쓰는 나의 손을 멈추게 하고, 전기 코드를 뽑게 만들고, 자동차를 타는 대신 두 발로 걷기를 택하게 되는 것 모두가 바로 이 안테나, 감수성 때문인 것입니다.
오래된 휴대폰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어느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내 휴대폰이 멀쩡한데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광고였어요!‘이렇게 멋있는데 이거 안 살거야?’‘이런 것 지니고 다니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진짜 안 살거야?’라고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것입니다. 순간 기분이 상했어요. 내가 그들이 시키는 대로 사라면 사는 사람이 될 것인가? 기업, 광고가 내 욕구를 좌지우지 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소소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내 방식대로 지구, 이 땅 사랑하기를 나날 연습하기에 열심인 사람들, 그들 가운데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 뉴스<지금여기>, 문양효숙님의 글을 읽고-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