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먼 길, 하지만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서 차에 오르세요!” 읍내 장터에 장을 보러 성도님들께서 한분 한분 교회로 모이셨습니다. 안집사님은 이웃 친구분도 한분 모셔왔습니다. 추석 명절이 가까워 오자 성도님들의 얼굴에서 약간의 들뜬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함께 그 들뜬 기분을 나누고져 선뜻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차로 가는 읍내 장터길… 그 옛날 그 먼길을 걸어 장엘 드나드셨다는 말씀들. 뭐가 그렇게 먼길을 마다하지 않게 했을까? 장을 보시고 다시 차에 오르실 즈음, 꾸러미 꾸러미 들고 나서는 당신들의 모습에 그 꾸러미 하나 하나를 풀어 헤쳤습니다. 궁금해서였습니다. 무엇이 그 옛날 이 먼길을 마다하지 않게 하였을까? 바다고기며, 나물거리며, 전 부쳐먹을 재료도 가득합니다. 이미 지난 몇 일 전 장을 이미 보셨다는 할머님 한 분은 달랑 후라이팬 하나 사자고 이 길을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이걸 사려고 이 먼길을 오셨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곰곰히 생각을 대뇌어 봅니다. 정말 그것 때문이셨을까? 그래서 다시금 장에서 뒤적였던 꾸러미를 마음속에서 하나하나 다시 풀어 헤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 집사님 열기며 가자미는 왜 사셨어요? ○ 성도님 이 배며 감이며 사과는 왜 사셨어요? ○ 할머님 달랑 후라이팬 하나 사려고 이 먼 장을 오셨어요?” 그런 나의 질문에 그분들의 대답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그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가득한 꾸러미 어느 곳에서도 그분들을 위한 배부름은 없었습니다. 단지, 먼저 가신 어르신하며, 고향집으로 돌아올 자녀들이며 손주며, 그들을 위한 꾸러미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먼길 마다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 뿐이었습니다. “이 열기를 우리 영감님이 좋아했니더…” 환한 웃음으로 전도사를 쳐다 보시는 안집사님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열 번째 날의 호랑이”
호랑이 한 마리가 숲에서 잡혀와 우리 안에 갇히게 되었지요. 조련사는 호랑이를 길들여보려 애를 써봤지만 오히려 호랑이는 더욱 끈질기게 저항했지요. 비록 창살 안에 갇혀 있었지만 아직도 드넓은 숲을 활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럼에도 조련사는 아랑곳 않고 여유롭기만 했지요.
이내 호랑이는 배가 고파졌고, 조련사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 듯 으르렁댔지요. 조련사는“고양이처럼 야옹거리면 고기 한 덩어리를 주겠다.”고 했지만, 호랑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틀 후 굶주림에 굴복한 호랑이는 조련사 앞에서 고양이처럼‘야옹’거린 대가로 몇 점의 살코기를 얻게 되었지요. 하지만, 조련사는 웃지 않았지요.
며칠이 지나 호랑이가 또 먹이를 달라고 으르렁댔지요. 조련사는 이번에는“당나귀처럼 히힝- 거리라.”고 요구합니다. 명색이‘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그럴 수 있나요? 하지만, 상상하신대로 굶주림에 또 다시 무릎을 꿇고 호랑이는 당나귀 시늉을 내며‘히힝’거렸습니다. 그날은 호랑이가 창살에 갇힌 지 채 열흘을 넘기지 못한 때였지요. 결국, 호랑이의 당나귀 소리를 들은 조련사는 호랑이 울에 고기가 아닌 한 더미 건초를 던져 줍니다. 이미 숲의 기억을 잃어버린 지 오래… 호랑이는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었습니다.(『팔레스타인과 한국의 대화』중 무함마드의 “열 번째 날의 호랑이”, 165-166)
불과 열흘을 넘기지 못한 채 호랑이의 진면목을 잃고만 슬프고도 참담한 이야기 한 편에서 세상에 길들여져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만납니다. 여러분은 어떠하신 지요?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