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자리를 지킨다는 것: 강가에서 돌을 주으며…
교회 마당에 자갈길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에 매화천 강변으로 나섰습니다. 새벽녘 간밤을 자고 깨어난 돌들이 제 마다 눈에 속속 들어옵니다. 골라골라 채워 보겠다고 골라 놓는 돌들이 제법 광주리에 쌓여 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한 줄기, 쌓인 돌 만큼 이 만큼 자리 잡은 마음 구석의 욕심 덩어리였습니다. 조금 잘난 돌, 보다 어여쁜 돌, 그것을 주워 담는 제 모습이 그러합니다. 제자리에 놓고 보면, 보다 잘 어울릴 법한 그곳에서 그 돌들을 주워 담는 것이 혹 못된 생각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제자리에 있어야 가장 어울릴 그 돌들, 그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제 모습 속에서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욕심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어제는 이웃에 있는 한 목회자가 도심의 목회지로 떠났습니다. 떠났다는 말보다는 뽑혀갔다는 말이 더 어울릴법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 뒤에 서린 작은 생각! 혹? 이 곳, 이 자리가 가장 어울릴법한 자리는 아니였는지, 조금 잘난 돌, 조금 멋들어진 돌들을 주워 담는 양, 우리도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고르고, 그곳에서 불러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욕심을 보면서, 돌아오는 길, 한 광주리는 반 광주리로 줄어 있었습니다.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욕심 반덩어리를 지고 그렇게…. 삐걱삐걱 매화천 다리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
주후 4세기 경 성자(聖者)라 불리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라는 분이 있지요. 그분께서 들려주시는 고백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지요.
해는 빛을 뿜어냅니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지요.
짐승들은 숨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숨 쉬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물고기들은 강과 바다에서 헤엄을 칩니다.
안 그럴 수가 없어서예요.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단순하게 살기>, 151쪽-
해가 빛을 발하듯, 짐승들이 날숨과 들숨으로 호흡하듯, 강과 바다의 물고기들이 헤엄하듯 그렇게 조금도 어색함 없이 살아가는 모습, 억지나 강제로 주어진 필연을 넘어 그것으로 하여 살 수 있는 그 귀하고 소중한 일이 사람들에게 그것도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야 한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겨우내 잔뜩 웅크린 채로 엎드려 지낸 음지 절반 민들레가 그래도 낯빛이 조금 좋아졌나 봅니다. 어느 초록이 봄을 놓칠 수 있겠느냐고? 그렇게 어엿하게 겨울을 이겨 봄을 맞이한 것입니다.
어느 날 솜털 씨 허공에 흩뿌리는 장관을 보게 될 겁니다. 제 일 저 알아서 다 마치고, 가벼워져서 조용히 시들어가는 날이 민들레만큼 행복해야 할 텐데… 사람만은 그런 것 같지 않아 너무나 부끄러운 봄날을 이렇게 나날 매번 어김없이 만나고 맙니다.
사순절 순례 마지막 언덕길 오르며 주님께서 저만치 앞서 걸으셨던 골고다를 바라봅니다. 그 언덕에서 아직 덜어내지 못하고 가벼워지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을 만납니다. 주여!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