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함께 가는 이 길에서”
연회로 향하는 길! 8시간 여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익산! 먼 곳에 이르니 참으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했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 모습들이었다.
물론, 부족한 모습 볼 수 있는 것이 하염없이 부끄럽고, 가리고 싶은 것이겠지만, 그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내 모습 볼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갑고 귀한 일인 것이다. 먼 땅 헤택이 전무한 먼 낙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사모의 유산을 맞아야 했던 친구의 소식이 그러했다. 말만하며 부러운 자리(??)를 떠나 낙도로 사역지를 옮긴 선배의 결심의 소식 앞에선 부럽기도 하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왜 였을까? 내 길도 아니고, 나의끝에서 목회하는 이도 있었고, 교도소와 낙도 병원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담당하는 이도 있었다. 오랜 수고의 보상이기라도 할까? 영예로운 안수를 받은 이들도 있었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새로운 사역지로 자리를 옮겨간 이들도 있었다.
내 일도 아니고, 내 사역도 아닌데, 그 많은 만남에서 때론 함께 웃기도 하고, 가슴 저미도록 아파하기도 했다. 의료 사역도 아닌데, 난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듣고 느끼고 있었다. 8시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아니 그 보다 먼 곳에 떨어져 지내는 이들이 살갑게 느껴지고,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어인 일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오랜 길, 가슴 한 구석 밀려오는 생각이 있었다. 함께 하는 이 길을 인도하시는 분이 그, 한 분이기 때문이지….
“이삭 한 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펄 벅(Pearl S. Buck)여사는 한국을 두고서‘고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표현을 했었지요. 대문호였던 그녀가 한국을 두고 그렇게 말한 데에는 작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녀가 만난 소중한 풍경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한국의 시골길을 달리던 펄 벅 역사는 갑자기 자동차를 세우고는 그 멈춰 선 자동차에서 한참 동안이나 무엇인가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 길에는 한 농부가 지게를 지고 소달구지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고, 농부의 지게 위에는 지게 한 가득 볏단이 실려 있더랍니다.
순간 펄벅 여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든지 농부, 자신도 달구지를 타고 편히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 많은 볏짐을 제 지게에 지고 가는, 게다가 느릿느릿한 황소걸음을 재촉하는 법 없이 가만 곁을 따라 주는 풍경이 사무치게 다가오던 순간, 그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녀의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오는 몇 가지 단어가 떠오르더라는 것입니다.
‘나눔과 배려’,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배려, 그 보석 같은 나눔의 아름다운 몸짓을 조붓한 시골길에서 만난 것입니다. 우리 사는 곳을 보석과 같은 곳, 아름다움 가득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나눔과 배려의 몸짓을 통해 작지만 소중하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고…
‘이삭 한 줌’, 가지고 지닌 자들에게야 밭에서 떨어뜨리고 잊어도 좋을 만한 것이겠지만, 세상, 그 무엇 하나 없는 이들에게야 곡식 한 톨, 한 줌도 삶의 전부 일 수도 있는 법이지요.
하늘 아버지께서 한 해의 처음 열매를 허락하신 이 계절,“작은 이삭이라도 줍는 이가 맘 상하지 않도록 몰래 흘리라!”고 일꾼들에게 당부하던 밭주인 보아스! 그의 마음을 반겨 맞이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네요. 몰래 흘리는 이삭 한 톨과 한 줌, 친절한 마음 한 조각을 살며시 우리 이웃들에게 내어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만날 수 있게 되시길…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